2005년 11월 1일 화요일

감기 결과.

포스팅 마친 뒤 다시 본격적으로 바이러스의 침공. 이번에도 심각했다.

엄마 화장대 서랍을 열었더니 당시에 갓 나온 500원짜리 주화라는 게 있었다. 그게 너무 탐이 나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는데 동네 구멍가게에서 영양갱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난 500원짜리 주화를 내밀어 영양갱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영양갱을 먹다보니 암담해졌다. 난 지금 돈을 훔친 거야! 어쩌지? 갑자기 우울해져서...

고개를 힘차게 저어서 주마등을 떨쳤다. 으... 위험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해!

열이 점점 높아져서 눈을 뜨기 힘들었다. 눈알이 빠질 듯한 통증도 괴로웠지만, 이불 뒤집어쓰고 누우면 방바닥이 바이킹이다. 게다가 목이 막혀서 가래가 끓고 끝없이 트림이 나오려다 만다.(나오려다 만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지 실감했다) 가려운 것도 아니고 쑤시는 것도 아닌 묘한 통증이 각 관절을 짓누르고 몸 구석구석에 레프리콘들이 인간의 중량을 소유한 채 달라붙은 기분이었다. 가끔 기침이 나오면 "야, 기침했다! 기침했어!"라며 근육들이 혈관을 고무줄처럼 당겨서 뼈를 때린다. 그래서 괴로운 건 난데, 몸 속 적혈구들이 불쾌하다며 위, 폐, 장, 간 등을 자명고 삼아서 열심히 상소한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됐다. 눈을 감은 채 기억만으로 행동했다. 시간이 되면 실눈을 뜬 채 비척비척 일어나서 맨밥을 먹는다. 아플 수록 먹어야 한다는 내 신조는 변함이 없었다. 아 씨. 먹자마자 누웠더니 체했다. 트림이 나올, 나올, 나올. 아 썅.

동창이 밝아서 노고지리 우지질 때 결심했다. 죽자.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

난 윗몸 일으키기를 시작했다. 배가 심하게 땡기고 삭신이 발광한다. 어지러워서 기절할 것 같다. 숫자를 세는 목소리가 많이 들어본 자의 음성이다. 그래 서태지 노래 거꾸로 돌렸을 때 이 음성으로 '피가 모자란다'고 했었지. 이 목소리 섹시하다고 말한 뇬 누구야! 내가 비몽사몽간에 받은 전화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두고보자.

아무튼 500번을 채우고 땀에 흠뻑 젖었다. 홀라당 벗고 찬물로 샤워했다. 그리고 보일러 온도를 풀로 올린 채 이불 뒤집어쓰고 잤다. 무려 12시간이나...

지금 난...

과거를 가소롭게 회고하며 포스팅을 남기고 있다. 훗. 감기 따위... -_-y-~~(담배도 핀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