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1일 일요일

2006년의 마지막날에 무척 아쉬웠던 소식.

와탕카 끝. ㅠ_ㅜ

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년에는 대단히 즐거운 일이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2006년 완결 실패. 제길. ㅠㅠ

2006년 12월 28일 목요일

차기 연재작 결정했습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좀 더 다듬어서 연재할 생각입니다.

다만, 용들의 전쟁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절대봉인. -_-

제목은 '지옥견문록'입니다.

관문

족보를 보면 박혁거세가 시조다. 왕의 곁을 보좌하며 고려의 정치와 경제를 한손에 주물렀던 그분도 박승진의 직계조상이었다.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역사를 기록했던 조상도 계셨다. 청렴결백하여 청백리(淸白吏)가 되신 조상의 이름이 지금도 전고대방(典故大方) 청백리록에 남아있다. 마을사람들이 끼니 걱정을 하니 집안 창고를 열어 베품하신 향리도 있었고, 얄팍하게 이문을 추구하는 일 없이 상도(商道)를 지켰던 분도 족보에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고고조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팔 때 제값보다 한 근을 더 주시는 호탕함을 보이셨다. 고조 할아버지는 나라의 혼탁함을 걱정하여 스스로 칼을 들고 산 속을 호령하셨다.

“다들 훌륭한 분이신데 뭐가 불만이라는 거예요, 아빠?”

박성희가 물었다. 엄마가 대신 답했다.

“왕에서 산적까지 갔잖니. 낙원에서 지옥까지. 제대로 하향곡선이네 뭐.”
“그래. 난 그게 불만이야.”

박승진은 다시 조상목록을 나열했다. 다행히 증조부 때부터는 상승곡선이 되었다. 박승진은 그 이유를 딱 잘라 표현했다.

“친구를 잘 사귀었기 때문이야.”

박승진의 증조부는 저잣거리에서 이하응이라는 자와 크게 싸우고 술로 화해하여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주상전하가 되어버렸다. 그 일로 집안 살림이 좀 나아졌다. 박승진 조부는 돈을 펑펑 쓰며 수많은 친구를 사귀었는데, 홍문관(弘文館)에서 사귄 이완용이라는 친구에게 훗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재산을 어찌 처분할 수 없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도와줬는데, 그 중 서재필과 이승만이라는 젊은이가 제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승진은 말했다.

“아버지 친구가 진짜 제대로였지.”

박승진의 아버지는 무술을 좋아했다. 검도에 심취하던 중, 도장에서 만난 친구가 하나 있었다. 성질이 더럽고 단순한 면이 있었으나, 의리에 목을 매는 친구인지라 아버지와 오랜 시간 각별하게 지냈다. 얼마 후 아버지의 친구 차지철이 상사와 함께 큰일날 짓을 하더니 정말로 큰일났다.

“그래서 우리 집 재산이 이렇게 많은 거야.”

박승진은 턱을 치며들며 자랑했다. 외형만으로 보면 박승진과 박성희는 도저히 부녀지간으로 볼 수 없었다. 16세의 박성희가 다소 조숙해 보이는 탓도 있지만, 박승진이 너무 젊어 보였다. 올해로 35세가 된 박승진은 25세 때부터 젊어 보이고 싶어 별 짓을 다했다. 일찍 결혼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탓이다. 박승진의 외모는 20대 초반도 아니고 딱 20세처럼 보였다. 가수 이승환에게 피부관리의 진수를 배우고, 장국영이 죽기 전에 직접 쓴 비급(秘笈)인 ‘불로즉사(不老卽死)’를 얻어 ‘불로의 장’을 대성한 결과다. 박성희는 동안(童顔)의 아빠를 보며 ‘후’하고 길게 숨을 뱉었다.

“근데 아빠 친구는 왜 그래요?”
“내 말이.”

만만찮은 동안의 여인이 딸의 말에 동조했다. 조상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민소영의 입술은 샐쭉하게 튀어나온 채였다. 33세의 여인이 딸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았다는 외형적 근거는 딱 하나, 엉덩이를 반쯤 덮을 정도로 기다란 천년여왕 헤어였다. 딸같은 아내와 아내같은 딸과 아들같은 아빠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동시에 한숨을 뱉었다. 여러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박승진도 3대에 걸친 진정한 가훈 ‘친구를 사귀거라’에 따라서 친구를 사귀었고,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말아먹었다. 그래서 분주한 주변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봐요.”

박승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세 명이 돌아봤는데, 그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중간 위치의 사내가 턱으로 물었다. 왜?

“나중에 붙이면 안돼요? 지금 내 친구랑 통화가 안되서 그렇다니까요. 통화만 되면 다 해결될 거라고요.”

맨인블랙의 수장은 대답대신 박승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박승진이 앉아있던 뱅갈호랑이 가죽 소파에 거침없이 빨간딱지를 붙였다. 그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이제 여기에 손대시면 안됩니다.”
“평소에도 손을 댄 적 없어요. 이건 엉덩이나 등만 대라고 만든 물건이니까.”
“그것도 안 됩…….”

무뚝뚝하게 답하던 수장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수장은 토미 리 존스의 이마처럼 주름을 늘리며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생물학적 물체는 이 카드를 붙인 물체의 표면에서 10센티미터 이내로 접근금지입니다.”

박승진은 투덜거리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마주앉았던 박성희와 민소영도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박승진이 기회를 틈타 박성희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블랙이 더 빨랐다. 빨간딱지가 가차없이 달라붙자, 박승진은 놈과 눈싸움했다. 윌 스미스처럼 두꺼운 입술의 사내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든다. 그리고 민소영이 앉았던 의자에도 딱지를 붙였다.

“사방이 번쩍거리는군.”

박승진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대선수들과 이탈리아 국대들이 몽땅 이곳에서 월드컵이라도 벌인 것처럼 집안 전체가 빨간딱지 투성이었다. 박승진은 거실 바닥에 주저앉으며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작은 소리로 욕설을 뱉었다. 그 순간 윌 스미스 입술의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지금 곧 카펫에서 나와주시겠습니까?”

빨간딱지가 거실을 장악하고 있었던 7미터 폭의 정방형 카펫에 부착되었다. 박승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불평했다.

“벌써 붙였으니까 그쪽이 돌돌 말아줘요. 아저씨들은 몰랐겠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아직 경공술을 못해요.”
“피아노 줄이 있잖아요, 아빠. 피아노는 아직 딱지가 안 붙었어요.”

박성희가 빈정댔고, 맨인블랙들이 피아노를 향해 미친 듯 달려갔다. 박승진은 우울한 얼굴을 들었다. 벽과 천장이 맞닿는 모서리에 아버지와 형들의 사진이 보인다. 아버지는 늘그막에 얻은 박승진을 제일 부끄러워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더 했다. 친모가 아니었던 것이 제일 큰 원인이겠지. 그 때문인지 몰라도 부모와 형님들 내외 가족들이 모두 백화점 쇼핑 나들이를 갔을 때, 박승진 가족만 참여하지 못했다. 모두 다 박승진 내외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을 까먹었던 것이다. 아무튼 삼풍은 무너졌고, 박승진은 모든 재산을 물려받았다. 이제 모든 재산들이 빨간딱지와 함께 있으니 박승진은 조상 볼 면목이 없었다.

========= 맛보기? -_-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독특한 광고...

히말라야와 사투를 벌이는 등반가를 포인트로 찍은 광고였다.

등반가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엔씨소프트'.

그리고...

광고는 '노스 스페이스'광고였다. -_-

합작인 거냐!

2006년 12월 23일 토요일

고스트 바둑왕

2권이 사라졌다. 책장을 열심히 훑었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따로 빼서 읽다가 분실물 워프엘프한테 빼앗긴 듯 싶다.

포스팅을 잠시 멈추고 다시 한 번 찾아봤는데 역시 없다. 왜 4권이 둘이나 있지? -_-;;

뭐 할 수 없지.

이로써 호스트 바둑왕 9국은 내년으로 넘어가버렸다.(과연 내년일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6년 12월 21일 목요일

아침 라면

먹으면 분명히 피로를 느껴 뻗겠지만...(속이 좋지 않아서 음식을 먹으면 1시간 내로 반응이 온다. 거의 기절급으로 뻗는다)

라면이 먹고싶어졌다.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서(근 몇 년 동안 환절기를 계속 탄다. 아, 수상하다. 몸에 좀 더 신경써야겠다) 위장 접대에 소홀했더니, 이것들이 최면을 거나보다. 스프향이 그립고 라면 면발이 허공에서 아롱거린다.

물 끓이며 포스팅중.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글쟁이 문답

글쟁이 21문 21답


사이암님 포스팅을 강탈했습니다. 과연 정말로 써서 올릴 것인가에 오늘 하루의 운세를 걸었습니다. -_-


<글쟁이 21문 21답>



1. 글이란걸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인가요?
단지 아마츄어로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라면, 1985년 때 만화 그리기 귀찮아져서 스토리를 소설로 써놓고 제본했던 때 같네요. 글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97년 결혼기념일 계약 때부터입니다.


2. 주로 어떤 글을 많이 쓰시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재미있다고(다른 사람들이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모든 글입니다.


3. 3인칭을 주로 쓰세요, 아니면 1인칭을 자주 쓰세요?
초기에는 인칭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현재도 그 무개념을 지속시켜서 3인칭과 1인칭을 함께 씁니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도록 주변 문장이나 상황을 맞추려고 노력하죠.


4. 글을 쓸때 생각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네. 그 장면이 보이지 않으면 글이 막혀요.


5. 수정을 할 때 나만의 노하우라면?
없어도 되겠다싶은 문장은 제거합니다. 없어도 되겠다싶은 연출은 제거합니다. 재미없으면 제거합니다. 너무 건너 뛰었다 싶으면 사다리를 놓습니다.


6. 완결한 작품은 몇개나 되시나요? 없으시면 현재 쓰고 있는게 몇화까지 갔는지라도...
장편은 결혼기념일과 War God 딸랑 두 편. 단편은 기억나는 것만 23편.


7. 진정 글장이가 기쁠때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내 글이 재미있을 때


8. 글을 쓰실때는 워드를 많이 쓰세요? 아니면, 옛날처럼 원고지에 펜?
워드를 많이 씁니다.


9.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를 많이 좋아하시는 편입니까?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흔들릴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10. 환상문학(판타지)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가지 의미를 감추고 있는 문학이며, 그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세 분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대중적 판타지의 개념과 인간의 환상적 사고에 따른 문학, 그리고 다른 세계에 대한 창조적 문학을 염두에 둡니다.


11. 개인적으로 이건 꼭 소설로 써보고싶다! 싶은 애니나 영화, 만화책은요?
마징가Z. 슬램덩크. 만화나 애니에서 나를 흥분시켰던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12. 위 질문에서 있다고 답하신 분. 쓰고 있다면 넘겨주시고, 안쓰시는 분들은 안쓰시는 이유를,
통과.


13. 남자 주인공은 이래야한다?
일단 남자여야 하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14. 여자 주인공은 이래야한다?
일단 여자여야 하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15. 서양쪽 세계관을 주로 사용하세요? 아니면 동양쪽?
제가 겪고 생각한 세계관이니 짬뽕이라해도 보다 동양쪽이겠죠.


16. 이름 지으실때 주로 어떻게 지으시나요?
특별하게 이야기와 관련된 이름이 아니라면, 부르기 편하거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 또는 친구의 이름을 강탈합니다.


17.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시체가 됩니다. 노트에 쓰는 발악도 가끔 합니다.


18. 오랜만에 옛날 소설을 발견하면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수정합니다.


19. 팬은 많으신가요? (웃음-)
많았다면 제가 지금 살아서 이 포스팅을 작성할 수 없었을 겁니다.


20.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평생 글을 즐기며 살 거예요!


21. 바톤을 넘길 다음 주자는?
언제나 제 생명연장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시는 오트슨님, 에냑님, 무혼님, 아린경, 수영 사마, 수라냥, 아련이.

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막혔다... ㅠ_ㅜ

아름다운 저택이다 땡.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자화자찬의 문장이었으나 쓸모없었다. 저따위로는 황세원의 이후 행보를 이해할 사람이 드물다. 황세원은 차 안에서부터 가슴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누르며 조바심에 찌들어 살았다. 멀리서부터 보였던 저택이 자신의 목적지이기를 바랐던 로또의 감정이었는데 당첨된 것이다.
꽃게랑처럼 제멋대로 엮였으면서도 분명한 형태를 이루고있는 철창살 도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좌우로 넓게 펼쳐진 담이 너무도 아름답고 찬연하게 빛났으니까. 담은 하얀꽃이 만발한 담쟁이넝쿨-조화가 분명하다!-이 뒤덮고 있어서 다수의 베이커리가 자랑하는 전시용 카스텔라의 확장판 같았다. 꽃게랑이 좌우로 갈라졌을 때, 이것이 시작임을 알린다.
클로렐라 라면처럼 은은한 녹색 잔디가 사방을 뒤덮은 채 환영했다. 리무진은 게맛살 찢은 것처럼 하얀 길을 일직선으로 달리며 황세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징어볼 가로등에 빼빼로 고탑 고깔콘. 커다란 분수대 주변에는 수많은 대리석 고래밥들이 장식되어 찬연하게 빛난다.
철컥.
리무진은 붉게 물결치는 포카칩 양탄자 끄트머리에 정확히 문을 맞췄다. 정장의 사내가 문을 열자, 입을 잔뜩 벌린 황세원이 떨리는 다리를 내밀었다. 중세식과 현대식을 교묘히 결합시킨 신식 성채가 황세원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 멋져요!”
황세원은 감탄하며 고탑 끄트머리의 외로운 창을 응시했다. 뒤따라 내린 하데스가 긴장한다. 황세원이 헨젤과 그레텔에서 만족해주길 바랐건만, 아무래도 로미오와 줄리엣 쪽에 입문하려는 듯 했다.
“제 방은 어디죠? 저 넝쿨을 타고 누군가…….”
황세원의 혼잣말에 하데스는 움찔했다. 이봐. 댁이 보고있는 저 창의 높이는 48.2미터라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입문했으면 그쪽에나 집중하지 왜 재크와 콩나무를 엮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머리카락을 46.2미터 가량 길러! 2미터의 늘씬한 왕자님이 기네스북을 들고 찾아갈 테니까. 불만을 속에 감춘 채 하데스가 황세원의 상상나래텔을 접종시켰다.
“이곳이 NAD의 버뮤다 지부입니다.”
“지부라고요? 여기가?”
“늦었어, 하데스.”
저택 앞에서 기다리던 서브디가 퉁명스레 말했다. 하데스는 황세원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서브디에게 곧장 걸어갔다. 하데스가 서브디에게 목례를 하는 동안, 황세원은 입을 반쯤 벌린 채 걷기 시작했다. 서브디의 뒤쪽으로 휘황찬란한 가구들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황세원은 보디빌딩으로 상체를 가꾼 건장한 로렐라이의 인어에게 유혹을 받은 사람처럼 몽롱한 표정이 되어 걸었다. 저택 내부는 미칠 듯 화려했다.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가 어디선가 뛰어다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방 여기저기에 복도가 미로처럼 뻗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황세원은 모든 복도의 좌우에 설치된 예술작품들을 일일이 세며 돈으로 환산했다. 개인적 감정가만 십억대가 거뜬히 넘어간다. 가슴이 뛰었다. 괴도 루팡이 예고장을 보낸다해도 뭘 가져갈지 몰라서 셜록 홈즈는 좌절에 빠질 것이다.
“지부가 이 정도면 본부는 어느 정도예요? 최고예요, 이곳은!”
황세원은 하데스의 팔을 붙잡고 호들갑떨었다. 복도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미(美)가 동양여인을 반겼다.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단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복도 끄트머리마다 꼬박꼬박 놓여져 있는 살균세탁기가 지겹고 짜증난다는 정도랄까.
“세원씨가 묵을 방은 저쪽입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사거리에 접어들었을 때, 하데스가 우측 복도로 검지를 뻗었다. 황세원은 좀더 직진하고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리베르가 나섰다. 하데스도 그렇고 리베르도 그렇고, 황세원의 마수 속에 자신들의 보스인 루시퍼까지 담긴 싫었다. 리베르는 황세원의 앞을 막으며 웃음지었다.
“저쪽이에요, 세원씨. 방에 가보시면 무척 만족하실 거예요.”
“좀 이따 만족하면 안돼요? 지금 만족 싫은데.”
“이쪽에 가면 회의실이에요. 지겨운 회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세원씨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보스의 눈밖에 나시면 집밖으로 나서게 될 수도 있어요.”
“어머, 저 영어 몰라요.”
“지금까지 영어로 대화했다고!”
“워워. 리베르 진정해. 그리고 세원씨. 지금 당장 이쪽 복도로 가서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뒤진다?”
아직 한국어는 모르지만, 하데스가 황세원에게서 한국 문화를 아예 안 배운 것은 아니었다. 선도부 언니오빠들이 화장실 뒤로 데리고 가서 ‘너 뒤져볼래?’라고 말할 때의 억양과 똑같은 ‘You Die?'에 황세원은 풀죽은 얼굴로 ’알아쏘요오‘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데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황세원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쉬는 하데스에게 서브디가 불평했다.
“대체 왜 끌고 온 거지? 자학이냐, 하데스?”
“저 여자를 데리고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이 세상에서 가장, 그것도 저 여자 이상의 별종이 된 기분이니까요.”
“자학이군. 매크를 소개시켜줄까? 자학에 일가견이 있는데.”
서브디의 곁에 있던 매크가 ‘씨익’ 웃으며 하데스에게 윙크한다. 정장을 입었음에도불구하고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내에게 하데스는 미소지었다. 품에서 금빛 권총을 살짝 꺼내보이며 ‘이 정도 자학, 오케이?’라고 하자, 매크의 윙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회의실 문을 열기 직전까지 서브디는 긴장을 지우지 못했다. 하데스,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너는 지금 그년과 닮아가고 있다. 난 너의 초기증상을 보고 말았어!
회의실 문이 닫힐 즈음, 바이러스의 모체도 리베르와 함께 객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황세원은 만좆했다. 복도의 장신구조차 저렇게 화려한데, 정작 황세원이 묵을 객실 안에는 침대와 옷걸이와 거울 외의 가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부 색조도 거지같아서 오늘밤 꿈을 레지던트 이블과 함께 할 듯 싶다. 황세원은 리베르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른 방 없어?”
“이 방이 손님방이에요.”
리베르가 호텔 종업원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한다. 황세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8평방미터의 양탄자를 노려보았다. 데칼코마니처럼 의도적이지 않은 초컬릿 문양이 신경쓰였다. 양탄자에 처음부터 존재하는 문양같지가 않았다. 혹시 피 아냐? 황세원이 양탄자의 문양과 리베르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리베르가 잠시 긴장하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황세원은 말했다.
“이 방이 싫어. 나 회의실에서 잘래.”
“이 방이 손님방이에요.”
리베르가 호텔 종업원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한다. 황세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8평방미터의 양탄자 끄트머리를 걷어찼다. 드디어 화냈다.
“뭐야, 이게! 피 맞잖아!”
양탄자 밑에서 똑같은 문양이 있었던 것이다. 리베르가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너무 오래 깔아놓아서 인쇄된 거예요. 피 아녜요.”
황세원은 리베르를 잠시 노려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데스가 자신에게 이런 방을 줄 리 없다. 이건 리베르의 독자적인 선택임이 분명했다. 이 방이 맞다면 아까 그 복도에서 한 번 더 꺾어서 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데스는 먼젓번 블록의 사거리에서 검지를 뻗으며 ‘이쪽으로 가야 당신 방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황세원은 숙여진 고개를 조금도 들지 않은 채 리베르를 마주보았다. 키 작은 여자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키 큰 여자를 마주보았다는 것은 키 큰 여자 입장에서 사다코 필름을 뒤집어서 보는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마른침을 삼키는 리베르에게 황세원이 적대적으로 말했다.


뭐라고 말하지? ㅠ_ㅜ

2006년 12월 16일 토요일

회귀

과거의 나는 상당한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어둠에 몸을 내맡기고 절망과 고독에 미쳐 살았다.

그 때 주로 즐겼던 것이 깊은 밤에 불을 끄고 방 구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행동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내 성격이 크게 바뀌어서 뭔 일이 벌어져도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밝고 건강한 사회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요즘 밤이 되면 저절로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운다. 여러 가지 잡상을 떠올리는데 마치 데자뷰라도 겪는 것처럼 이 행동이 친숙하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피. 죽음. 어둠.

이런 단어들을 즐기기 시작하는 걸 보니...

내가 아무래도 새 글을 쓰고싶어하는 것 같다. 떾뀌! 조심하자. 참자! 떾뀌!

(그러고보니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을 때 엄청난 다작을 했었던 기억이...)

2006년 12월 15일 금요일

작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꾼은 좀 그렇고, '작가'라는 말을 쓰는 것은 또 부담스럽고...

딱 그 중간쯤 가는 호칭같은 건 없을까. ㅠ_ㅜ

아무튼 내가 나중에 좋은 작가가 되었을 때라면 반드시 지키고 있을 것같은 내용 몇 자.


1. 집에 비가 새고 벽이 뚫어지고 컴퓨터가 없어서 신문지 여백에 글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의자만큼은 최고급을 가지고 있다.

[일생의 가장 많은 시간동안 나를 끌어안고 있을 존재다.]

2. 나에게는 질보다 양을, 남에게는 양보다 질을.

[명작이라는 이름의 결과물을 핑계로 습작에 소홀해선 안된다. 또한 습작을 습작으로 놔두지 않고 명작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달아서 남에게 보이려하지 말자. 이것은 어둠의 타협이다.]

3. 습작으로라도 같은 이야기를 또 쓰게 된다면 권수를 줄인다.

[미숙할 때는 스스로의 미숙함을 감추기 위해 각종 미사여구와 치장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꾸민다. 좋은 작가가 되었다면 같은 내용과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간결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 많은 녀석 치고 속이 알찬 사람이 드물듯, 잡문장 많은 작가치고 내용이 알찬 책을 내는 사람도 드물다.]

4. 새벽의 어떤 순간에 반드시 바깥 바람을 쐬고있을 것이다.

[삶의 여유니 뭐니하는 건 내 알 바 아니고, 고집적이거나 폐쇄적으로 한 형태만을 고수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적인 작품을 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잠시 일어나서 새벽 산책을 할 용기와 의지는 필수다.]

5. 친구가 많다.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대중 창작가인생 쫑이다. 사업적, 이익적인 관점에서의 친구는 친구로 치지 않는다. 친구도 없는 주제에 친구가 있는 사람들을 글로 설득한다고?]

6. 문화 코드를 찾지 않는다.

[나 자신이 살아가면서 당연하다는 듯 그 문화 코드의 일면이 되어 있어야 한다. 결단코 항상. 문화에서 동떨어진 채, 글을 위하여 코드를 찾는 것은 뒤쳐진 자의 발악이다. 방법도 틀렸다. 글이고 뭐고 팽개치고 문화 속에 합류하는 게 우선이지, 글을 위해 코드를 연구하는 건 대단한 삽질이다. 평생 코드 따라가며 연구만 하는 인생이 될 테니까.]

7. 글을 즐긴다.

[글이 지닌 고비(세상 그 어떠한 문화도 적정선을 넘어서면 반드시 큰 고비가 있다)를 넘겼다는 얘기이며, 넘기고서도 글이 지겹지 않고 즐거우니까 작가를 하고 있겠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아래 포스팅 시끄러워서... -_-

어떻게든 뒤로 넘겨봐야겠다. -_-;;

11시네. 좀 더 있다가 나가야겠다.(지금 나가면 출판사 점심시간 도중에 정확히 들어가게 된다. 문이... ㅠ_ㅜ)

어제 용들의 전쟁 5권 최종교정이 끝났다. 곧 나올 듯 싶은데... 음...

6권 빨리 써야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저장용


얍짭쌉바리딕가리갈란띡까리딜란띡산둘라
리비달리달라룩허디루비랑
꾸리겅 국꺼야 끄리강 국
(아) 얍짭짜야 리비달리딜라바 릭산딜란델란도
아바 리빠빠 빠리빠리바리비리비릿싼 델란도
야바릴라스띨란 데이야로
와라바 레베레베레베데베 딜예분
리싼뉼라 델란도브다게 다게다게두두 데이야로

******************************************

반드시 외워서 부르고 말겠어.(중독되어서 화났다. -_-;;)

2006년 12월 11일 월요일

만약 시간이 멈춘다면

지금 시각 2006년 12월 11일 오전 2시 5분.

이 순간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자. 내년 초에 제대하시는 분?(씨익)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상심하지 마세요. 그렇게 될 테니까.(응?)

2006년 12월 8일 금요일

사람이 솔직하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며 산다면.

친구A에게 비밀얘기를 들었다. 친구B가 그 얘기의 일부를 어디서 듣고와서 묻는다.

"넌 다 들었지? 나머지 숨겨진 얘기를 해 줘. 넌 솔직하잖아."

-> "내가 A에게 다 들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비밀이라고 했으니 너에게 말해줄 수 없어."

학급에서 D, E, F가 급식담당이면서 급식비를 조금씩 빼돌리고 있었다. 급식이 늘 형편없어서 학급애들이 불평했다. 그래서 말했다.

-> "D, E, F가 급식비를 빼돌리고 있어."

G랑 사이가 좋지 않다. 심할 때는 서로 피가 터지도록 치고 받는다. 어느날 G가 사시미칼을 사들고와서 건드는 놈 다 죽인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학급 애들 전원이 화가 나서 회의 끝에 G를 개다굴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모두 다 동의했지만 유일하게 반대하며 말했다.

-> "G가 제일 먼저 찌를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게 나거든. 난 빠질 수 밖에 없어."

이렇게 열심히 솔직하게 말하며 산다면...

학급 내에서, 아니 세상 어떤 곳에서건 불쾌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모두들 나를 떠올리겠지.

"이게 다 쟤 때문이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모히칸

삭발한 상태에서 원고 때문에 관리(삭발 상태가 더 관리하기 힘들다!)를 포기하다가, 어제 원고의 끝이 보이기에 과감히 관리했다.

그러다 갑자기 모히칸 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했다! 상단을 제외한 나머지를 몽땅 밀었다. 이대로 기르면 되겠지.

그러다가 조금 전 원고에 지쳐서 세수하러 화장실을 갔는데...

"음. 왼쪽이 좀 덜 깎은 것 같군."

왼쪽을 살짝살짝 밀면서 머리 중심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확인해보니 너무 민 것 같았다. 그래서 오른쪽을 좀 더 밀고...

다들 예상했듯 두 세 번 그러다가 다 밀었다. 내 주제에 모히칸은 무슨...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나중에 애인생기면 부탁해서 모히칸 해봐야지(그 순간 네 애인은 사라져 있다)

2006년 12월 1일 금요일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했다.

오늘 고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 시간 얼굴도 못 본 채 그저 목소리만으로 행복여부를 알아내는 사이다.

통화하던 중, 녀석의 조카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 수능 마쳤다며 외향적 변화에 열심히 치중하는 중이라고 한다.

내 친구는 그 조카 녀석을 몇 년 간 못봤다. 명절 때도 눈에 안띄는 아이였단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중학교 때였는데, 모범생 티가 퍽퍽 나는 외모의 수줍은 소녀였다고 했다.

수능이 끝나니 이 모범생 외모였던 소녀가 각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을 때까지, 나는 내 친구의 조카가 참 바'른'직한 생활에 힘쓰는 고대의 유산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웬 걸.

내 친구집에 온 조카는 모범생 외모같은 거 다 팽개치고, 초록색 머리에 짙은 화장에 코걸이를 하고 나타났댄다. 난 이런 변화를 상당히 좋게 보는 편인지라, 친구에게 말했다.

"괜찮네. 중고교 시절의 제약에 얽매여 사는 것보다는 몇 천 배 낫다, 야. 걔 총명하네."

친구가 말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애가 재미있더라. 오늘 와서 처음으로 형민이(내 친구 아들이다. 지금 2살 됐다.)를 보더니 애가 이쁘다고 난리치더라."

"형민이 나이 때가 제일 귀엽잖아. 너 닮았음 정말 귀여울 걸?"

"그치. 귀엽지. 아니,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애가 정말 귀엽게 생겼어. 근데 걔가 형민이 안고 몇 시간 동안 같이 놀더니, 갑자기 나한테 정색하고 말하더라."

"뭐라고?"

"나보고 아버님이래. 형민이 달래. -_-"

그 말을 듣고서 정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딱딱한 어조로 냉정하게 말했다.

"쫓아내지 그랬어? 할 말이 있고 해선 안될 말이 있는 거야. 다시는 걔와 상종하지 마세요, 아버님."

"닥쳐. -_-+"

- 이상은 오늘 통화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