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정치 끄적임

어지간하면 이것으로 정치관련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살아남으려면 바빠야 하니까. 어떠한 포스팅에도 내가 덧글을 남기는 경우도 없을 거다. 살아남으려면 바빠야 하니까. 야멸치게 보이더라도 바쁜 티를 내야겠다.

투표장에 갔을 때 느낀 점 하나.

노인들이 많다. 김영삼이 될 때나, 김대중이 될 때나, 노무현이 될 때나, 늘 그렇듯 투표장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사람들은 허리를 굽히고 있고 얼굴에 주름이 많다. 대화를 나눌 때 '빨갱이 새끼'라는 소리가 필연적으로 나온다. 저번 노무현 대통령 당선시 투표장에서 유일하게 본 젊은 사람이 우연하게 만난 내 형수님이셨다. 그 외에 모두 노인.(어쩌면 나도 노인 ㅅㅂ)

나이 많으신, 연륜 풍부하신 분들 판단이 옳을 수 있다. 이분들은 결코 투표를 건너뛰지 않는다. 생애 모두가 오프라인이었으며, 말과 말 속에 행동이 들어가야 뭔가 바뀐다는 것을 알고 계시다. 핸드폰 문자 보내는 기술이 덜 떨어졌으면 인생도 덜 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듯, 정치 얘기하면서 투표장 안 간 노인은 같은 노인들 사이에서 파고다 공원 못 갈 노인 되어버린다.(물론 빨갱이 찍으면 더 못 간다.) 원칙과 이론은 결코 행동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증명하는 분들이다.

먼저 노빠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뭘 했는지 얘기하고 싶다.

저 노인분들께서 언급하시는 빨갱이론에 나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내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다. 정동영 빨갱이라는 말을 달고 사신다. 누가 그랬냐고 물을 필요도 없이, 아버지 무릎 위에는 조선일보가 떡 하니 놓여있다. 한겨례 신문이야 당연히 빨갱이 신문이시다.

이분들께서 왜 빨갱이론에 심취하셨을까?

때를 거슬러 1980년 후반으로 가자. 당시 대학생들이 전대협을 이끌고 힘차게 싸우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생들은 전대협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지금 우리나라가 빨갱이를 문제 삼을 때가 아니라는 것. 삐라가 뿌려지는 것 이상으로 언론이 구라치고, 5호담당제 이상으로 사회정화운동이 우릴 감시하고, 김일성이 모래알로 쌀을 만들면 전두환 이순자는 평화의 댐을 만든다. 새벽별 보기 운동과 새마을 운동이 뭐가 다른 지 대학교 때 배우기 시작했다. 휴전선 만들어지고서 남한 사람 죽인 사람이 빨갱이보다 남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대학교 때 배운다. 이 지역적인 정보만으로 대학생들이 뭉쳐서 전두환과 노태우를 압박했다.

왜 이 얘기를 했을까?

당시에 대학에 가지 않았던 사람, 대학에서 나돌던 그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 다 허리 굽어지고 6.25동란 때 빨갱이에게 치를 떨던 분들이다. 여전히 그분들은 기존 정보만을 고수하며 어린 것들 행태에 혀를 찬다. 내가 한총련 요즘 하는 꼴을 보고 혀를 차는 것처럼.(가끔 내 입에서도 한총련한테 빨갱이 소리를 하고싶을 때가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번 대선 투표율이 이렇게 저조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명박이 고작 저 정도 표로 대통령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인터넷이 무서운 건 노무현 당시 대선 때 증명됐다. 만약 그 때 노무현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이회창은 필연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제 곧 이명박이 할 선택.

이미 네이버나 기타 인터넷 정보들이 미약하게나마 혼선을 빚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아니었다면 미약만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대학시절 나눴던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메이저가 반조중동이었지만, 앞으로 메이저가 조중동 계열이 되는 인터넷 정보시대가 열릴지 아무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 덕에 이명박과 노무현을 같이 깔 수 있었던 거다. 이걸 보통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민주주의를 얻은 덕에 기득권 반발도 얻었고 국민 볼모로 한 압박도 얻었다. '노무현은 힘이 없다'라고 말들 하는데, 대통령이 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노무현에게 엄청난 힘을 줬고,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아낌없이 그 힘을 썼다. 다만 그 힘이 기존 힘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했을 뿐이다. 이제 이명박이 대통령 되었으니 노무현과 상대되는 저 힘이 다시 발휘될 때다.

이에 대하여 후회없다. 나는 지난 5년을 자랑스럽게 여기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지만(노빠 입장에서 노무현과 맞먹는 후계자를 찾는 것도 꿈같은 일이다) 꿋꿋하게 표값을 한 저분께 아낌없이 박수를 드린다.

5년 간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범한국적 '말꼬리 잡기' 유행이 벌어진 것이다. 시발점은 한나라당이다. 이들은 표현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말꼬리 잡는 표현법을 주로 사용했다. 원칙 중시로 밀어붙이는 대화를 망가뜨리려면 말꼬리 잡기가 최고다.(덧글 싸움을 해본 사람을 잘 알거다) 이에 열우당 바보들이 말꼬리 잡기 놀이에 동참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정치계 대화는 사라졌다. 노무현이건 이명박이건 말과 말 사이에 가끔 삽입되는 표현 한 개가 그대로 본문이 되어버리는 언론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말꼬리 잡기가 재밌어서 언론이 동참했고, 끝끝내 국민도 동참했다. 이제는 범국민적 놀이가 되어버린 말꼬리 잡기다. 글자 찾기 놀이가 직업인 기자들만 신나던 5년이었다.

난 생각한다.

'경제가 정말 살아날까?'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경제가 살아나는지 청사진이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대선 후보들 중에서 뚜렷한 청사진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나는 문국현을 찍었지만, 그렇다고 문국현이 정말 대통령이 됐으면 올 5년은 끔찍했을 것이다. 이번 투표를 통해 힘을 얻어서 기득권에 확실히 대항할 세력을 5년 동안 최대한 확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동영은 이회창과 정치적 동급으로 보고 있다.)

운하 판다고 한다. 내 착각일 수 있겠으나, 예전에 이명박 까는 글들 중에서 소유 의혹을 받던 토지중, 운하가 관통하는 지역을 본 것 같다. 뭐 이건 루머니까 무시하고, 이명박이 운하를 파겠다며 청사진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또한 운하사업이 대단히 희망적임을 알리는 인터넷 정보들이 세상에 대두될까 무섭다. 기득권은 이제 이명박이 대통령 되었으니까 돈을 마음껏 풀테니 경제가 살아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까 두렵다.

김대중 대통령 때 얘기를 해보자.

IMF가 터진 직후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그 대란 속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예상보다 훨씬 덜 힘들었다. 영화보는 사람, 핸드폰 구입하는 사람, 인터넷 요금 마음껏 내는 사람, 카드 만드는 사람 등등 소비 시장이 대폭 활성화되었다. 이 원인은 중간에 언급한 카드 때문이다. 마음껏 빚질 수 있는 거품세상을 만들어서 기업들을 먹여살리고 활성화시켰기 때문에 고통이 덜 했던 것이다.(나는 이것을 당시 입장에서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에서도 국민들이 IMF때 얻은 위기를 그대로 끌고갔다. 왜냐하면 우리가 겪은 IMF는 지금 '할부'로 풀어나가는 중이어서다.

이를 다시 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거품경제를 다시 사용할 경우, 국민들 할부금은 또 다시 늘어날 것이다. 집값 안정? 집을 대박 만들면 된다. 고층 건물 무수히 세우고, 사방 팔방에 집이 넘쳐나게 만들면 집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 건축비용이나 토지비용들은 빚으로 남게 된다. 그 빚을 떠맡는 사람이 이명박이나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러 정보들을 잘 지켜봐야 할 시간이 왔다. 이제 기득권 여론이 인터넷에 침투할 때가 되었고, 어제까지만 해도 노빠였던 사람조차 '이명박이 그래도 잘 하고 있네'라는 말을 하게 될 수 있다. 압박이라는 것이 국민에게 직접 닿으리라 생각한다면 이것도 오산이다. 국민에게 직접 닿는 것은 언제나 유통업체인 언론, 기업, 사회단체다. 유통업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간접적 압박을 받는 것이다. 이 압박을 뚫고 세상을 꿋꿋하게 바라볼 수 있는 국민이기를 바란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살린다느니 힘이 어쩌고 떠들기 전에 나라 이름부터 제대로 보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지 어느 한 세력이 독점할 수 있는 전제주의 국가가 아니다. 악플 열심히 달릴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이러니 별 수 없다. 나는 대한 민주주의 국가를 지켜주지 못한 국민이다. 간신히 얻은 민주주의였건만 힘이 딸렸다.

洪性禾 올림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그나저나 이제 다시 대두되겠군...

인터넷 종량제...

공개적으로 인터넷 상 표현에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하던 사람이니 저 마음에 드는 걸 다시 꺼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저걸 꺼내면 밀어준 보람을 느낄 회사들이 한둘인가.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DC등 20-30대 문화에 철퇴를 가할 가능성도 무시 못하고.

무엇보다 청계천 복원 사업 때 보여준 '까라면 까' 모토가 그대로 운하에 적용될까 두렵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운하 전담반이 구성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막 손 떨려.(그나마 한나라당에서 총선 전까지는 운하 얘기 꺼내지 말자고 하겠지)

할 말 많지만 다 내 억측이겠지. 그래. 그래야지.

洪性禾 올림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나라도 열심히 살자. 다들 그러면 나라도 열심히 살게 되겠지.

벽이 참 높구나. 최고 인재 둘이 끝내 뚫지 못한 벽은 이제 얼마나 단단해질까.

洪性禾 올림

2007년 12월 2일 일요일

[공지] 입니다아~

최근 포스팅 2개를 제외하고(이건 잠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나간 포스팅 모두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제 이글루는 대부분 텍스트만으로 포스팅을 작성된 편이지만, 그래도 혹시 저작권법을 어긴 것이 있을까 걱정되어서입니다.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녀석인데 걸리면 창피하잖아요. -ㅁ-

사진이 등록된 글만 따로 찾는 방법 없을까요? ;ㅅ;

여튼 나중에 시간나면 비공개글들을 하나하나 살펴서 공개로 전환하겠습니다.

청소하니까 깔끔하군요!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그리고 아래 포스팅을 비공개로 바꾸는 즉시, 장시간 잠수에 들어가겠습니다.(꼭 이렇게 말을 꺼내면 잘 들어오게 되더라.)

아래 포스팅으로...

어떤 분과 다른 곳에서 한바탕 싸웠다.

싸우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나에 대해서 뭔가 상당히 잘못 알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었다.

내 이글루 포스팅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지 않았을까?

내 성질 더럽다!

신촌에서 패싸움 벌여 턱 찢어지고 내 애완견 걷어찬 놈 떡이 되도록 패버리고 말싸움 심해져서 주먹싸움이 될 때는 선빵 한 번 놓친 적 없는 놈이다. 그건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라고 해서 내 성격 굳이 감춰본 적 없다. 예전에 마천루 박살낸 이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나는 주변 여건 안 따지고 생각하는대로 말하는 편이다. 옳은 거 옳다말하고 싫은 거 싫다말하고 생각하는 거 생각한다 말한다. 누군가 지적했을 때 공감이 되면 공감한다 말하고 그에 따라 내 기준을 수정한다. 그래서 옳다 싫다 생각한다 거리낌 없이 말하는 거다. 말하지 않으면 무슨 수로 지적받느냔 말이다.

이 새끼 저 새끼 말만 안 나오면 다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옳기도 하겠습니다?'라거나 '훗. 그렇게 살아보시지요.(웃음)'같은 표현이 나는 '이 새끼' '저 새끼'보다 예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찌라시들이 내용 본질을 제쳐두고 자기들 생각하는 부분으로 인식시키기위해 표현을 호도하는 것도 대단히 예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동을 보면서도 웃어넘길 내가 아니다. 내 글을 씹는 덧글들 웃어넘긴다고 이런 부분까지 웃어넘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여태껏 내 앞에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사람 곱게 보낸 적 없고, 아니다싶은 사람을 그냥 넘긴 건 딱 한 번 뿐이다.(이 사람을 건들면 주변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치기 때문에 정말이지 혀 깨물며 참고 있다) 내 성격 조금도 온화하지 않고, 아직까지 열받았을 때의 나보다 욕 잘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

실망하지 마라. 대체 날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냐. 앞선 포스팅에 적었듯 마침 이글루뿐 아니라 인터넷 자체를 자제하려던 터라 마음껏 적겠다.

내가 휘긴경 편을 들 것이었으면 아예 입닥치고 있는 게 낫다. 휘긴경 입장에서는 사용권 받을 때까지 조용히 일 진행되는 것이 몇 배 낫기 때문이다. 휘긴경을 편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래 포스팅이 올라온 것이고, 정말로 내가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올린 것이다. 내가 한두 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그런 결과조차 감안하지 못할 것 같냐?

예전에 문피아 이상훈씨 사건 때 기억하는 사람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상훈씨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환장하고 존경하던 분이다. 코끼리 함대를 읽어서 글 쓸 생각을 했고, 수사반장이니 웃으면 복이와요니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분이 시나리오에 참여하셨다. 천리안 문단에 있으면서 그 분을 만났던 게 가장 큰 기쁨이었을 정도다. 게다가 천리안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분이 나서서 내게 몰아치는 화살을 막아주셨다. 그런 분을 문피아에서 축출하고 비판했던 나다. 난 옳고 그름에 있어서 인맥 따위 애초에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나한테 잘해줘봤자 아무 소용 없다. 뭐 작가편이니 뭐니 떠들고 지랄이냔 말이다. 내가 출판시장 문제를 따질 때 작가 편에서 말한 적 한 번이라도 있냐? 출판사와 독자편에서 말한 적은 있어도 전적으로 작가편을 든적은 없는 걸로 안다. 애초에 내가 독자관점이고, 작가 마인드 한참이나 부족해서 연중이나 해 싸대는데 작가편은 무슨.

뭔가 일반논리로 비판을 하려거든 상대가 어떤 사고를 가졌는지 정도는 확인하고 해라. 저번에도 그러더만. 까댈 생각부터 하고 책을 접하는 게 읽는 놈 손해지 쓰는 놈 손해냐? 난 눈이 삐꾸라서 조낸 재밌는 글은 오타도 잘 안 보인다. 오타찾느라 재미 놓칠 바에야 재미찾느라 오타 놓치는 게 훨 낫다.

그러고보니 나도 잘못한 게 있다.

앞으로 이글루에 글을 올릴 때는 좀 더 거침없이 써야겠다. 너무 얌전하게 썼나보다.

내가 틀린 말을 했으면 틀렸다고 말하면 되는 거지 이건 수긍도 못하게 만드는 딴지를 걸고 지랄이야. 그게 싸우자는 거 아니면 뭐냐. 나보고 이중인격 어쩌고 떠들기에 여기서도 지랄이라고 썼다. 속이 시원한가?

'지랄'이라는 한 마디에 상처받을 정도의 마음을 가졌다면, 본인도 남에 대해 뭔가 말할 때 기본 배려심 정도는 가지고 있어라.

洪性禾 올림.

추잡: 이렇게 격한 말투를 쓰긴 했지만, 그다지 화가 난 건 아니다. 성격상 이렇게 표현됐을 뿐이지, 정말 화가 났다면 19금 욕설로 도배였겠지. -_-

누가 어떻게 생각하건 난 좀 이렇다.

휘긴경 포스팅팅팅관련포스팅팅팅을 읽고 적는다. 아마도 이후 내 이글루 활동이 줄어들 듯 싶다. 누가 내 멱살 잡고 '당신은 드러날수록 망가지는 운세를 타고 나셨습니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아아, 운명에 순응하고 있어.(이름도 洪性和에서 洪性禾로 바꿨다. 바뀌기 전 이름이 내가 지닌 힘을 분산하여 뒷심이 없는 운을 가졌다는 가슴 뜨끔한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꾼 이름은 많이 사용해야 된다기에 이글루 대문도 막 바꿨다.) 아무튼 이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지.

표절이라는 것이 참 미묘하다. 휘긴경이야 D&D룰, 몬스터 차용을 무단도용으로 인정하며 사용권을 얻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하고 넘어가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더 로그'를 표절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물며 휘긴경을 하주완급으로 매도하는 사람에게는 불쾌감마저 느낀다. 이것은 내가 가진 표절 기준이 따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내 관점은 언제나 '이야기'에 머문다. 설정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늘 떠든다. 그 때문에 설정 표절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히라고 여겨질 만큼) 관대하다. 그러니 일부 설정에 대한 차용이 눈에 보일 리 있나. 언젠가 환상처단자와 WOD에 대한 설정에서도 관대함을 보였다가 혼난 적 있다.(물론 지금도 관대만빵이다. ㄱ-)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에 반해서다. 여기서 언급하는 설정이란 '이야기 설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존재하는 법칙, 사물 등이다. 막말로 어느 한 장면 이야기를 Ctrl+C로 복사해서 붙여버리는 것과는 다른 얘기로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걸어갈 길과 관련된 이야기 설정을 빼다박는 것에 대해서는 냉혹하지만, 등장인물이 걸어가는 길에 놓여진 돌과 나무를 빼다 쓰는 것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얘기다. 애초에 관심도 없는 걸.

그리고 유명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둔감하다. 드래곤을 잡는 용사라거나 마왕에게서 공주를 구출하는 이야기를 누가 쓰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광복절 특사를 보고 쇼생크 탈출 표절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쇼생크 탈출을 보고 탑 시크리트 표절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안 한다. 너무 유명하고 '있을 수 있는 어딘가의 이야기'이며, 전혀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대한 놈인데, 더 로그나 드래곤 라자를 표절로 볼 리가 있나. 그렇다. 난 표절에 둔감한 녀석인 것이다. -_-

표절과 직접적으로 관련지어진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최근 있었던 내용은 네이버 웹툰 골방환상곡이다. 나는 1,999년 3월에 스포츠투데이라는 신문에서 '뚱구 이야기'라는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다. 여기서 '뚱구'로 나오는 고양이 마스크가 골방환상곡 주인공 마스크 컨셉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골방환상곡을 표절이라 여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골방환상곡을 찾게된 원인이 '엄친아'랑 '프랑스 3무 탈락'이었으니까. 우연히 비슷했을 뿐이지 표절은 당연히 아니라는 게 내 견해다.

또 하나는 영화 화산고와 소설 타락고교다. 일단 설정은 제쳐두고 타락고교 내용중 강무신이 살투기로 수공(水功)을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화산고 극중 장혁이 펼치는 수공과 비슷한 감이 있다. 이 문제로 모 게시판에서는 타락고교가 화산고를 표절했다는 말까지 나왔다.(그런 글을 쓰려면 영화 개봉일자랑 소설 출간일자를 비교라도 해보고 쓰라는 면박을 줬다. -_-) 이 또한 화산고가 타락고교를 표절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이야기 자체가 다른 걸. 학원 무협 설정은 일본 만화에서도 넘쳐 흐르는 시기였잖은가. 그런 걸 가지고 표절운운하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위 2가지 문제로 대화했을 때, 표절과 관련없다고 일축했다. 또 모르지. 입장이 바뀌었으면 표절 문제로 개 까였을 지도. -_-

이러한 관점 때문에 표절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을 못잡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야기가 더 중하기 때문에 이야기 표절에 더 민감하다. 설정 표절에는 둔감하고.

그래서 이 세상에 불만이 많다. 막 별 생각 다 한다. 플롯은 왜 만들었지? 표절에 대한 방어막이 아닌 건가? 시드니 셀던의 게임의 여왕은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표절이 아닌 건가? 톨킨의 반지군주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표절이 아닌 건가? 이거 혹시 문화 사대주의 아냐? 등등 잡생각이 많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표절기준을 못잡으니까겠지.

기준도 못잡는 얼뜨기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리플레이처럼 쓰던 도중에 어디서 비슷한 내용으로 책이 나와서 몇 권 분량을 쫄딱 접어버린 사연도 있었다.(훌쩍. 나왔다면 국내 최초의 리셋물인데. ;ㅅ;) 하지만 그래봤자다. 난 독자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 비슷한 사고와 비슷한 동감과 비슷한 문화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지금 용쓰워(생각해보니 용쓰워도 최대한 일반적인 무림을 표현하려고 애썼으니 표절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와 함께 집필중인 KOG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를 참조한 글이다. 내가 모르는 새 표절작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흠. 그래서 좀 무섭다. ;ㅅ;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