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31일 월요일

와우문답.

와우문답 -_-;;

아무 생각없이 이글루스 홈을 살피다가 실시간 글 제목 보고 냅다 클릭한 이글루에서 트랙백.

0. 오늘 날짜를 쓰세요.
2008년 3월 31일

1. 와우에서의 첫 캐릭터는?
오베시절 알레리아 서버에서 처음 만든 헬렌칼리(사제). 하지만 꽃다운 젊은 레벨에 삭제했다. 그 다음에 만든 마우러스(흑마법사)는 22렙에서 봉인 후 아직까지 연명하는 중이다.

2. 현재의 본캐와 부캐는 무엇인가? (닉네임/레벨/종족/직업/성별 등)
(본캐) 미어주께써/70/언데드/사제/여 : 단 한 번도 암흑 쪽에 특성을 찍어본 적 없는 초 귀족사제. 흡혈같은 천박한 짓은 절대 안 한다. 렙업도 걍 성격 고통 마법봉 난사로 했다.
(부캐) ...만렙이 일곱인가 여덟인가 하고 60렙대가 다섯인가 여섯인가 하고.. 아 몰라. 이거 언제 다 써.

3. 왜 호드/얼라를 했는가?

둘 다 했었다. ㅈㅅ

4. 왜 현재 서버를 선택했는가?
친구들 따라가다보니 이렇게 됐다. 친구들이 많아서 서버 세 곳에서 키웠다. 얼라서버2 호드서버1 굴단에서도 만렙 하나 찍은 거 있었는데 알레리아로 옮겨버렸다.

5.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거나, 정이 가는 종족은?
언데드. 너무 오래 해서 손에 익었다. 포세이큰의 의지가 없으면 너무 불편하다.

6.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긴한데 안하거나, 못하고 있는 직업이 있다면?
전사. 이상하게 이놈 키울 때만 뭔가 일이 생긴다.

7. 와우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직업은?
사제! 사제! 사제!

8. 전문기술은 어떤것이며 숙련은 어느정도? 만족하는가?
대장과 보세 빼고 다 끝까지 배웠다. 대장 보세를 배워야 만족하겠지만, 지금은 와우를 접은 상태.

9. 보조기술은 어떤 것이며 숙련은 어느정도? 만족하는가?
보조기술은 모든 캐릭이 다 끝까지 배우지 않으면 신경쓰인다. 만렙 중 몇 놈이 아직 낚시를 배우지 못해서 만족 못한다.

10. (렙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퀘스트는?
파멜라의 인형. ㅠ_ㅜ

11. 쪼렙이라서 서러워던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12. 인던/투기장/야외PVP/전장/앵벌/쟁/결투 등등 중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나?
인던.

13. 현재 파밍중인 인던은?
현재는 와우 접었다. 아마 지금도 하고 있었다면 마법학자의 정원에 열중했겠지.

14. 스스로 주사위 크리가 잘터진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템운이나 차비운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꼭 필요한 사제템일 때는 크리가 잘 터진다.(템운은 좋지만 차비운은 없다)

15. 스스로 자신의 템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템 중 가장 좋은 것은?
휴면의 수정(이건 오리시절의 60렙제 장신구템이다. 필드 보스인 이손드레가 드랍하는 템인데 착용효과는 없고 사용효과 치증 350의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다른 장신구와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블리자드가 이 아이템에게는 중복관련 패치를 하지 않았다.- 최근 치증효과에 뎀증효과를 추가시켜서 말 그대로 과거 잔달라+단명 크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템이 되었다.)

16. 너무 가지고 싶은데 매번 못먹거나 했던 불운의 템이 있었는지?
퀘템은 극악하지만 그 외 템운은 좋아서 먹고싶은 건 다 먹고 살았다.

17. 앵벌은 주로 어디서, 무슨 앵벌을 하는가?
앵벌로 뭘 벌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앵벌을 하는 경우는 그 템이 필요해서 그 때 그 때 구하는 경우다.

18. 상대방 진영과 사이좋게[?] 지내는 편인가?
퀘도 도와준다. 내가 먼저 뒤치기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다만 파티원이 뒤치기를 하면 어쩔 수 없이 투덜대며 도와준다.

19. 어떤 집요한 상대진영 플레이어에게 끈질기게 뒷치기 당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PC방 내 자리 뒤에 앉아있던 사람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다. 이 개색!

20. 여성 와우 유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숭고한 와우를 플레이하며 이성감정 가진다는 것 자체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일단 평판 우호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너무 남자들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면 평판이 더 빨리 떨어진다.

21. 내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와우 폐인이라면?
내 알 바 아니다. 와우는 와우고 친구는 친구다.

22. 스스로 컨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사제만 좋다.

23. 자기 주 캐릭터(본캐)의 능력치를 생각나는대로 말해보시오. (법사의 경우 - 체력/마나/증뎀/관통/탄력/적중/크리 등..)
못한다.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서... -_-;;


24. 현재 특성을 어떻게 탔으며 그 이유는?
치유의 마법진 신성사제. 효율 따지며 찍다보니 이렇게 됐다.
 
25. 전투정보실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가? 그렇다면 어떤 때?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26.와우를 하면서 당신이 했던 가장 멍청한 짓은?
노래방에서 누가 얼라이언스를 정배했는데 내가 힐줬다. -_-;;

27. 애드온이나 미터기 등 부가적인 것들 중 현재 쓰고 있는 것은?
데빌

28. 와우메카 같은 곳을 자주 가며 정보를 보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자주 하는 편인가?
플포 쪽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 편이었다. 최근에는 글과 관련하여 정보를 구하러 가거나 옛 향수에 젖어 최근 업데이트 상황을 알아보기도 한다.

29. 일상생활 속에서 와우를 적용하려 했던 적이 있나? (예 : 집으로 귀환 타고 싶다...)
그와 관련한 포스팅이 하나 있었다. 귀환타면 된다는 생각에 시간 계산을 편도로 해서 욕봤다.

30. 너프 / 상향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는가?
신성 사제 상향!

31.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던은 어디인가? (확팩 전 후 불문)
검은바위 나락

32.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와우 주인공들이나 인던 보스 캐릭터는 누구? (예 : 스랄, 실바나스, 일리단, 화이트메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33. 와우 명대사 / 인상깊었던 대사가 있다면?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으쿠하쿨럭쿨럭윽훔쿨럭

34. 지금까지 다른 플레이어 때문에 가장 불쾌해던 적은 언제였나? (호드/얼라 불문)
그런 건 오래 기억하지 못 한다.

5. 고마웠던 사람, 기억에 남는 플레이어가 있는가?
위피 단군시리즈 킹더루비 환몽 키바치

36. 파티원에게 가장 미안했을 때?
순치로 살릴 수 있었는데 뒷일 감안해서 마나 아낀다고 상치 주다가 죽였을 때.

37. 다른 플레이어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인가? 그중 가장 웃겼던 닉네임은 무엇인가?
아빠쟤흙먹어

38. 온라인에서의 와우 인연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루어진 적이 있나? 혹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한마디.
여러 번 만나서 친해졌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면 이렇게 말할 듯. "딸기는 요즘 뭐하고 사냐, 바치야?"

39. 자기 길드/지인/캐릭/공대 등에 대한 감사의 말이나 훈계[?] 한마디?
늘 고마워요. ^^

40. 와우의 여러 지역의 장소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나 마음에 드는 곳은?
달의 숲

41. 탈것이나 날것 중 선호하는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불사조!

42.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젠 눈감고도 갈수 있을 것 같은 제일 많이 간 인던은 어디인가?
스트라 솔름 남작코스

43. 현재 귀환석은 어디에 찍혀있는가?
대부분 샤트라스

44. 현재 자신의 전재산을 솔직히 말해보자-_-
합하면 2천골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45. 가장 빨리 만렙을 만들어 본 게 며칠만인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성기사가 플레이시간 4일 가까이, 실제 시간으로는 보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46. 와우를 최장 하루 몇시간까지 해보았나?
분명 나라면 24시간 풀타임으로 돌린 적이 있었을 거다. 그랬던 기억이 몇 번 있다.

47. 상대방 진영으로 옮긴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종족과 가보고 싶은 곳?
모든 종족 직업을 다 해봤다. 가보고 싶은 곳은 검은 사원이지만 이거야 뭐 진영, 종족 불문이니...

48. 와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항상. 특히 KOG를 쓰면서 즐거울 때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49. 앞으로의 와우 계획이 있다면?
원고를 미리 끝내놓은 뒤, 1주일 가량 휴가기간을 잡아서 아서스 확팩 나온 그날 잠 안 자고 만렙까지 달린 뒤 다시 접을 생각이다.

50. 와우는 현재 내 생활의 (  )%를 차지하는 것 같다.
1%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30일 일요일

슬픈 우리 젊은 날.

대학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을까.

대학 나온다고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누군가 술 마시며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대학 나오면 내 집 마련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요? 그 때 그 정도 효율성은 있겠다며 고개 끄덕인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이 느껴진다.

4년제 대학 포기하면 수도권 바깥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할 돈이 생긴다. -_-! 대학 가도 마련할까 말까한 내집이 대학 안 가면 생기다니, 이게 어쩐 일이냐. 등록금 낼 돈으로 집 하나 잘 선택해서 구하면, 대학 다닐 4년 동안 뛰어오른 집값으로 집 한 채 또 구할 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해서 이력서 사방팔방 돌릴 시간에 열심히 땅만 굴리면 간신히 취직자리 구한 친구가 하나도 부럽지 않아! 어떻게 된 게 기를 쓰고 배 곯아가며 공부한 친구보다 대학 포기한 애가 더 잘 살아! 대학은 대체 왜 가는 거고, 부모님은 왜 기를 쓰고 자식들 대학 보내는 거지?

슬픈 정서다. 아주 오래 전 '믿거나 말거나'라는 방송이 기억난다. 기이한 이야기 몇 편 방송하면서 그 사이사이마다 짤막하게 세계 속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10초 가량 언급하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동양에는 해가 뜨기 전 새벽에 등교하여 밤 9시가 넘어 하교하는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화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또는 큰 돈을 벌려면 아동 교육만화를 그리라는 말이 있다. 애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어지간해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코묻은 돈 장사에 불황이 없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사는 교육관련 장사라는 말이 있다. 이건 물론 카더라 통신이다. 근데 내가 본 카더라 계열 중에서 가장 신빙성 있는 내용이다.

우리 부모님, 우리 조부모님 세대는 고생하면서 귀가 뚫어지도록 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배워야 산다. 이것은 그분들에게 있어서 철칙이자 진리였다. 배우고 싶어도 배울수 없는 시절은 그리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아직 많이 계시다. 배우지 못해 나라를 빼앗기고, 배우지 못해 사기 당하고, 배우지 못해 억압당하고, 배우지 못해 배가 고팠던 시절을 어르신들은 몸으로 배웠다. 당신께서 겪는 모든 고통은 그저 '배우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셨다. 또 배운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소리만 하고 다녔다.

우리나라 교육열의 근간이 이것이라고 본다. '빨갱이는 나쁜놈'이라는 관점보다 우선하는 것이 '배워야 잘 산다'이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아끼는 자식들이 더는 고생하지 않도록 배우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밥 살 돈이 없어서 배 졸이는 한이 있더라도 학용품 살 돈을 주시는 부모까지 있다.(이러한 경우는 내가 어릴 때 직접 봤다.)

그래서 우리네들은 아주 유명한 스킬을 몸으로 배웠다. 돈 구하기 가장 좋은 스킬은 '엄마, 참고서 사게 돈 좀 주세요.'다. 학용품이니, 참고서니, 육성회비니, 준비물 살 돈이니 뭐니 여러 가지 핑계를 댈 때, 부모님은 지갑을 연다. 지갑을 열어 돈을 주셨다고 하여 부모님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을 자격이 있다. 부모님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돈을 주시는 거다. 일단 교육을 위한 돈은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자식에게 증명시키기 위해서다. 이른바 인증쩐이다.

그래. 자식이니까. 자식이 오죽 돈이 궁했으면 교육을 팔아먹을까. 부모님께서 이런 측은지심으로 지갑을 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중 정말로 교육을 위해, 배우고 싶어서 돈을 청할 때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데 대학은 대체 뭘 믿고 학생들에게 그 많은 돈을 삥뜯냐? 교육개방으로 하버드, 옥스퍼드, 캠브리지, MIT, 동경대학 한국 캠퍼스같은 것들이 세워져서 평균 등록금 200만원 정도로 학생 받으면 그제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 좋아하시는 미국도 가정형편에 따라 등록금을 면제해주거나 50% 감면해주는데 이 나라는 그런 것도 없어. '배워야 산다.'고 그렇게나 강조하시더니만, 풀이하면 '학생이 배워야 학교가 산다.'냐? 오랜 옛날 야학으로 농민을 가르치며 배움의 소중함을 알리던 분들을 이렇게까지 욕보여도 되는 거냐?

학교인 주제에 교육을 모독하지 마, 이 쌩양아치들아!

레디 오스 성화 올림

가정을 위하여 포기.

“봉하마을 방문하면 노무현이 10만원씩 준다더라”...

아빠는(40 다 되어서도 난 아빠라고 부른다. 형이랑 동생이 아버지, 아버님 부르는데 나라도 아빠라 불러야지) 지금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엄마도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의 지지다. 아빠의 경우 고집적인 지지고, 엄마의 경우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그나마 이쪽이 더 낫다'라는 판단을 내리신다.

6년 전 삼형제가 모두 합심하여 두 분 마음을 바꿔버렸다. 두 분 모두 노무현을 찍었다. 하지만 5년 간의 고된 생활 끝에 한나라당으로 노선을 바꿨다. 특히 아빠는 노무현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이라면 치를 떠신다.

그래도 어떻게든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대단히 고집이 센 분이라서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히고, 이제는 정치 얘기만 나오면 화부터 내신다. 그냥 얘기가 나오면 이유없이 화부터 내신다. 노무현, 민주당, 열린 우리당, 이회창, 문국현 등 뜬금없이 한 명 꺼내들어서 마구 욕하고 화내시니 화목한 상태에서는 얘기 자체를 꺼낼 수가 없다. 이명박 얘기를 해도 노무현이 바로 나오니 소통될리 없다. 그나마 정치적 소통이 가능하려면 박정희 얘기를 꺼내야 한다. 박정희 얘기가 나오면 찬양하느라 바쁘시다. 나 이런 집에서 용케 노빠됐다. -_-

어제 집에서 엄마빠와 대화하던 도중, 텔레비전 뉴스에 미도 폭격 사건이 언급되었다. 그 순간 모든 대화가 단절되었다. 아빠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시며 "그 때 월미도에 무슨 사람이 살았다고 그래! 그 때 당시에는 아무도 없었어! 저 할머니(인터뷰하던)도 그 때라면 고작 10살인데 뭘 안다고 저러는 거야?"라고 고함치셨다. 미국이 우리 나라를 공격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 뉴스들 상당수가 언론왜곡으로 일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셨다. 그나마 왜곡이 덜한 언론은 조선일보뿐이라며!

가정 화목을 위한 이성의 끈이 잠깐 끊어졌다. -_-

조선일보가 오히려 언론왜곡이 심하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냐고 물었다. 더 화를 내시더니, 정신차리라며 일장 연설을 하셨다. 주변 친구들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를 직접 보고 듣는데 그게 진짜이며 조선일보가 그와 가장 비슷한 내용을 싣는다고 하신다. 일순간 '내가 혹시 세상을 잘못 알고있는 것일까?'라는 의혹에 빠졌다. 하지만 아빠가 만나서 대화하는 분들 목록을 알고서 나는 문제 없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아빠는 지금 한나라당에서 출마하는 후보 쪽 사람들과 자주 얘기하시는 듯 하다. 출마자는 같은 문중에 있는 분이며, 선거운동을 하시는 분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어른이시다. 아빠는 이번 선거에 반드시 그 분을 찍어야한다고 했다. 난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가정화목. 가정화목.

속마음이야 뭐...(혈연이니 지연이니 내가 알 게 뭐야!)

이제 정말 아빠 엄마를 설득할 생각은 포기해야겠다. 그나마 대운하 파면 나라 작살난다는 데 동의하게 만든 것만도 어디냐.(저번 명절 때 4살이나 어린 내 동생이 대운하 찬성론을 펼쳤을 때는 진짜 식겁했었다. -_-;;)

어른들 세계(어? -0-???)에서 이루어지는 카더라 통신들은 대부분 정(情)이 근간이다. 정으로 엮인 것을 이용하여 카더라에게 믿음을 심는 것이다. 나라를 망치는 것은 정치(政治)가 아니라 정치(情治)라는 말이 실감났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스킨 교체.

이제까지 이글루스가 보여주던 스킨형식에서 조금 달라진 스킨이 새로 나왔기에 교체했다.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KOG스킨을 만들 생각이다. 잇힋!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29일 토요일

임경배님과 한다부님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임경배님과 한다부님이 내일 12시 결혼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콩닥콩닥하는 소심처녀 이야기.

잠시 식겁했습니다. 사무실에 청첩장을 두고온 것과 제 나이 어언 ...세에 이르러 치매가 발동된 것이 겹쳐서 일순간 제목을 이렇게 쓰고 말았었습니다.

임경배님과 레미냥(헉!)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_-

다행히 모 사이트 비밀게시판에 들어가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아, 정말 다행입니다.

결혼이란 인륜지대사죠. 저처럼 결혼에 관심이 강하게 마이너스적으로 있어서 결혼 소리만 들으면 팔짝발작하는 사람과 다르게, 처음 눈이 맞은 이후 분홍색 배경에 꼬리달린 행복동물 퍽퍽 그려대며 갖은 염장 다 지를 만큼 꼭 달라붙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근본이 한 조각인 것처럼 맞춰놓고 보니까 세트 아이템 효과가 바로 튀어나오는 그런 커플이 임경배님과 한다부님입니다.

닮은꼴 부부가 많다고 하던데 그 원인이 여러 가지 있었죠.

1. 원래 닮은 사람끼리 만났다.
2. 예의 상 닮았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그저 거들 뿐.
3. 부부라는 컨셉 때문에 나도 모르게 닮은 부분을 찾아서다.

4. 서로 닮아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임경배님과 한다부님이 그렇습니다. 정말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티가 납니다. 어찌나 티가 나는지 옆에 있으면 칵 쥐어박고 싶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면 보라색으로 커플 염색하고 살아갈 분들입니다.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죠.

신랑은 결혼이라는 단어에 평생 반려자를 책임질 운명이 담겼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시간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공기처럼 항상 곁에 있으면 소중함을 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랑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죠. 그런 의미에서 묻겠습니다.

신랑 임경배군은 신부 한다부양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 회의를 느낀다기보다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여길까 우려되어 평생 함께 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을 다할 생각에 지쳐 소주잔을 기울이며 와우에 푹 빠지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하여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올까 말까하는 생각 자체가 없이 푹푹 스며나오고 싶은 의식을 통해 평생동안 한 마음 한 뜻으로 와우에 대한 애정을 다하는 팔자보다 부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는지에 대하여 지금까지 말한 모든 이야기에 충실하게 반영하여 그 결과를 맹세하실 수 있겠습니까? 20자 이내로 대답하셔도 됩니다.

신부에게 있어서 신랑 역시 반려자입니다. 신랑 신부로 구별할 것도 없이 둘은 어느 쪽이든 하나에서 비롯된 조각이며 서로를 벗어나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살면서 힘든 일도 많겠지만, 그 때문에 사랑을 잃어서는 곤란합니다. 판도라 상자에 숨겨졌던 수많은 고통 속에 희망이 함께 있었던 것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항상 붙어 있습니다. 신부와 신랑은 사랑 속에 근성이 담겼음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신부 한다부양은 신랑 임경배군이 오늘도 변함 없이 모옹을 거울 삼아 연중을 즐기며 독자에게 흥, 신부에게 헤롱하더라도, 신랑 미래가 곧 신부 미래도 된다는 것을 인식하여 천만 개 바늘에게 조침문을 읊을 만큼 근성을 발휘해서 집필을 강요할 자신이 있습니까? 사랑할 거냐고는 왜 안 묻냐고요? 물어서 뭐 해! 댁이 그동안 뿜은 하트 때문에 염장암 3기요!

모쪼록 평생 행복하게 살면서 한 날 한 시에 불노불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아린경. 의절해도 좋으니 이제 글 써요. 나 먼저 완결하러 갑니다. 우하하하하!

2008년 3월 28일 금요일

까놓고 말한다.

늘 까놓고 말했지만, 지금은 특정 상대를 향해 웃통 벗고 한 판 붙자는 의도에서 글을 쓴다.

현재 정계를 주도하는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는 아직 한나라당 알바라는 사람들을 본 적 없고(물론 IP추적을 통해 한나라당 당사 누군가가 남긴 덧글을 본 적은 여러 번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알바라고 확정짓지는 않겠다.) 정말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없다. 생활고를 해결할 아르바이트라고는 해도 자신의 의지가 어느 정도 맞춰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본인 의지가 그러한 사고에 근접했다면 아르바이트 때문에 남긴 글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마음을 알고 싶다. 특정한 근거도 없이 그저 '노빠 새퀴' '좌파 빨갱이' 운운하는 소리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어째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가, 왜 어째서 정부 정책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가. 난 설득을 당하고 싶고, 설득 당하기 위해 좀 알고 싶다. 그쪽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 한 가지만이라도.

대북관계 말이다.

과거 참여정부를 향해 좌파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좌파가 아니었다. 내 성향이 좌파가 아니어서다. 재벌들 돈 어쩌고해서 서민한테 나눠준다느니 다 함께 재산을 공유한다느니 개인보다 사회를 우선으로 뭐 어쩐다느니 하는 사고방식은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내가 공감했지.
 
참여정부 컨셉은 중립이었다.

뭔가를 개혁적으로 이루기보다 비틀어진 사회 문제를 기준점에 가깝도록 조정하는 역할이 참여정부의 목표였다. 외교적으로 어느 한 쪽에 치중하는 것보다 어느 하나도 편들지 않고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목표였다. 이러한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보수정치다. 가급적 커다란 변화에 휘둘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외교적인 흐름을 타고 주변국가보다 앞서나가는 데에 민첩하지 못하다. 외교적 분쟁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좀 더 깊은 외교적 협약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나는 이러한 중립외교에 만족했다. 미국이 싫어하는 대북지원책, 미국이 싫어하는 핵사찰 관련 문제 먼산 바라보기 등을 자이툰 부대 파견으로 상쇄시킨 부분은 성공적인 중립 외교였다고 판단한다.

진중권 교수는 김선일씨 죽음과 관련하여 '참여정부 미쳤다.' '자이툰 부대 빨리 빼야 한다.'등 비난의 소리를 터뜨렸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오직 이라크 파병 하나다. 만약 그러한 결단이 없었다면, 대북관계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악화일로에 들어섰을 것이고,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도 심각했을 것이다. 특히 미 대통령이 '악의 축 북한'이라는 발언을 했던 부시라는 점을 상기하자. 한반도는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분류될 테고, 참여정부 시절 경제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외국 투자자들의 돈이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급진 개혁이다. 이건 보수정치가 절대 아니며, 보수를 논하는 한나라당 역시 자기네들이 보수정치를 하는 건지 급진 개혁정치를 하는 건지도 모르고 있다. 특히 대북관계를 포함한 외교문제는 심각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이며, 이로 인한 한반도 내 불안요소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훈련은 누가 봐도 도발이다. 더 이상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한 푼만 줘.'라고 주장하는 거다. 이에 대하여 남한은 '그거 도발인 거 알거든? 흥흥 거려도 네가 속으로 덤빌 생각 안 하는 거 잘 알아.'하며 웃을 일이 아니다. 남한이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냐. 외국 투자자들은 잔뜩 쫄아서 투자금 몽땅 회수한단 말이다. 이건 남한 경제에 미사일을 날려 터뜨린 것과 다름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사일을 맞았다. 저 이명박 정부의 개삽질 때문에!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단히 엉뚱한 생각이 국민 머릿속에 있다.

나라가 불안하니까 안정적 보수지향인 한나라당을 찍어야겠구나.

무슨 개소리냐, 이게!

어디가 안정적 보수지향인데? 여당이 되자마자 균형외교 다 무너뜨리고 균형에 가깝게 진행되던 경제마저 한쪽에 몰아버리는 당이 어떻게 안정적 보수지향이 되는 거냔 말이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예전에 많이 해먹던 애들 뽑아야 그나마 별일 없을 거라는 판단이 이번 총선에까지 대입되면 이건 정말 답이 없다.

이게 지금 내 생각이다. 뭔가 반박 좀 해줘라. 그냥 까는 소리로 일관해서 알바설 확정 짓게 만들지 말고 나 눈 좀 뜨게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 좀 해 줘라. 나 요즘 많이 불안하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27일 목요일

라이트 노벨이란?

이것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라이트 노벨은 판타지고 무협이고 연애물이고 성장물이고 학원물이고 폭력물이고 철학물이고 추리물이고 SF고 엽기물이며, 그 밖에 대입할 수 있는 각종 장르를 다 집어 넣어도 맞는 말이다. 장르를 엮어넣을 생각으로 라이트 노벨을 정의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책 한 권 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어느 장르 하나를 내세워 그것을 라이트 노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그 장르의 이름은 '라이트 노벨'이다.

'가벼운 소설'이라는 해석은 이미 물 건너갔다. 엄마가 딸아이한테 수세미 좀 달라고 말한다는 것이 '거기 거시기 좀 줘.'라고 하여 '거시기=수세미'가 무조건 정답이 되는 게 아니다. 시작은 하나이나 끝은 창대하리라. 이것이 현재의 라이트 노벨을 정의하기 위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 특정 작품을 향해 '라이트 노벨'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또는 어떤 독자가 특정 작품을 향해 '라이트 노벨'이라는 성격을 부여했을 때.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이미 라이트 노벨이라는 표현은 하나를 지칭하는 존재를 넘어섰다.

내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라이트 노벨의 정의는 이것이다.

일본 만화 컨텐츠를 중심으로 확장된 애니메이션 및 동인 문화와, 그것이 문화적 근간(약속 기호, 감각, 세계관 코드 등)이 되어 이루어진 창작품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

이렇게 말했다고 하여 라이트 노벨의 근간이 무조건 일본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저러한 창작관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창작물이라는 얘기다. 즉, 특정 계층의 독자(라고는 해도 대중창작계를 휩쓸만큼 다수의 독자)에게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고, 그러한 호응을 목적으로 집필하는 소설을 라이트 노벨이라 부른다.

그렇기에 소재와 주제가 문제될 리 없다. 무엇이 나와도 저 계층 독자들이 재미를 구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라이트 노벨이다. 이러한 창작품의 특징 중에서 기존 작품과 비교되는 점은[독창성의 비중이 높다.]라는 부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라이트 노벨을 찾는 독자들은 독창적이라 불릴 작품들 뿐 아니라 그것에게서 비롯되는 유사작품까지 모두 휩쓸어버린 다수창작흡수종족이다.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이 창작무력증이다. '뭔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녀석이 없을까?'라며 하루 한 번씩 되뇌는 사람이니만큼 재미가 보장된 독창적 작품은 대단히 큰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독창적으로 나가는 것을 권장하고싶지 않다. 내가 나 자신에게 늘 다짐하는 말이 있다.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한 문장만으로 글을 써도 독자들에게 재미를 못 주는 주제에 읽기 어려운 장문 나열하지 말자.

이해하기 쉬운 동화를 써도 독자에게 호응받지 못하는 주제에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들 나열하지 말자.

내 이야기 만으로도 독자를 매료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야한 장면과 잔인한 장면의 자극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죽여놓고 내 이야기를 인정해 주기를 바라지 말자.

평범한 이야기로 독자를 매료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독창적 소재에 매달리며 거만 떨지 말자.

한국에서조차 호응받지 못하는 주제에 시장 탓하며 외국에서 성공할 생각같은 거 하지 말자.


'간단히 말해서 기본이나 하고서 뭔가 욕심을 부려라.'라는 뜻이다. 독자에게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일단 재미가 중요하다. 내가 라이트 노벨을 선택했다면 그 계층에서 가장 만족할 재미를 느낄 글을 쓰는 게 우선이다. 그 다음에 독창적이니 뭐니를 따져야겠지. 물론 재미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독창적 소재라면 예외겠지만.

이것이 내가 보는 라이트 노벨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쓴 글은 특정한 문제가 없다면(연중이라든가 연중이라든가 미완결이라든가...) 대부분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인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그러니까 너무 익숙한 창작도 좋은 게 아니다. 일단 본인이 식상할 것 아닌가!

포스팅을 거의 못 하고 있다.

바쁘다. KOG최종 수정이 약 70% 정도 진행된 상태지만, 추가로 에피소드를 하나 넣을 예정이라서 시간이 촉박하다. 포스팅은커녕 웹서핑도 사치일 정도로 급박해져서 답글을 달고싶은 포스팅이나 게시물에 손을 대지 못하는 중이다. KOG에 호평을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도 못 드리는 중이다. 물론 현존하는 KOG감평은 올라오는 족족 다 읽었다.(바쁜 거 맞아? -_-)

중간에 삽질도 한 번 있었다. 담배를 끊어본답시고 며칠 버텼더니 내가 내가 아냐! 거울한테 시비 걸고 사람도 못 알아보고 스트레스 받은 강아지처럼 사무실을 두다다다 뛰어다니고 기분 좋으면 화내고 기분 나쁘면 울적해지는 절대주의경보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보다못한(사실은 참다못한) 주변 친구들이 직접 편의점에 가서 담배를 사와 피우라고 협박했다. 그래도 88에서 디스로 교체하는 데에는 현재까지 성공.

이 과정 중에 수정을 거의 못 했다. oTL

그나마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자마자 진도가 빨라지며 안정권에 들어갔다. 후딱 마치고 또 끊어봐야직. 금단증상 디따 재밌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24일 월요일

먼 옛날 점을 봤는데

입이 쩍 벌어질만큼 성격운이 맞아 떨어져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10년쯤 전에 컴퓨터에서 출력하는 운세보기였다. 지금 보기에 대단히 조악하게 출력된 녀석이었지만 성격 만큼은 집요할 정도로 정확하게 맞췄다.

그 때 노년 성격에 대해 이렇게 나와 있었다.

[늙어서도 잠자코 있지를 못하고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 말하며 많은 사람들을 훈계하려 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많이 따르고 어쩌고 저쩌고...]

꽤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저 '요즘 젊은 것들은'이다. 그 때 당시 정말로 내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요즘에도 가끔 이글루 포스팅을 할 때나 누군가와 대화할 때 '요즘 젊은 것들은'이 불현듯 떠오른다.

내가 최대한 경계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운명이 남긴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내 입에서 훈계조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가 많다.

나는 이성적으로 훈계를 꺼린다. 그것이 훈계가 나빠서는 아니다. 훈계가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다. 그리고 훈계가 순방향의 효과보다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확률이 더 높다. 심할 경우, 상대에게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킨다.

콩깍지는 연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상태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그럴 때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이럴 때 어울리는 훈계는 '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행여나 그것이 이러 이러한 전개로 가면 이런 경우도 염두에 둬라.'며 겪을 때의 충격을 미리 완화시키는 길 쪽으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게 그나마 먹힐 확률이 높다.(물론 이 경우도 대부분 안 먹힌다.)

그리고...

안 먹히는 것을 알면서 훈계를 계속 하면...

훈계가 아니라 그저 새디스트일 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조금 전 어떤 분 이글루에서 새디즘의 현장을 진하게 느껴 포스팅. -ㅁ-;;

2008년 3월 23일 일요일

셰도우

이탈리아에서 최면으로 마켓을 털어 세계정복 자금을 모으는 자가 나타났다.

두근두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21일 금요일

지압 관련 그림

자주 찾아가는 모분 싸이에서 뒤늦게 발견하고 퍼 왔다.

이제 지압하는 법을 거의 까먹어서 저 위치가 정확한지 장담할 수 없지만, 일부는 확실히 맞다. 도움되시기를 바라며...

근데 징그러워! ;ㅁ;


레디 오스 성화 퍼옴

2008년 3월 20일 목요일

헥헥헥. 아래 포스팅 비공개로 바꾸었습니다. -ㅁ-;;

내용이야 어찌되었건 글을 쓴 목적이 특정 포스팅에 대한 반박(+비난)이어서 이오공감에 오를 포스팅은 아니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공감하고 추천하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만, 사정이 이러니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아, 식은땀...;;;

닥치면 안 된다.

닥치지 좀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포스팅이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저 만화 '백지'에서 피와 땀을 흘린 열사께서 만든 터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와 모니터를 통해 대화하는 것이 바로 결과물이며 직접 보이는 '뭔가'라는 존재다. 또한 이것을 두고 키보드를 통한 모니터와의 대화'만' 하는 것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700만 국민이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가 대한민국을 외쳤을 때, 그 시작은 스페이스A님께서 말한 키보드에 있다. 우리 선배들이 노력하여 일군 터전을 사용하여 6월 항쟁을 능가하는 전국민적 단결을 보인 것이다.

닥치면 안 된다. 이는 열사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행동이다.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나불대는 키보드와, 알기위해 알려주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하여 두드리는 키보드를 동급으로 치부하지 말라. 어째서 시위가 필요한가. 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투쟁을 외쳤는가. 몰랐다면 지금 알아둬라. 선배들은 잘못된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뛰쳐나왔다. 어머니께서 교도소 담벼락을 넘어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저들이 목숨 걸고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 결과 없이 헛되이 무너져버린 세상이었다면 키보드질은 의미 없다. 하지만 선배들이 이룩한 터전은 그렇게 하찮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편하게 의자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려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신 거다. 그걸 부정하면서 선배들을 칭송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걸 부정하면서 선배들처럼 바깥으로 뛰쳐나가 몸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향수에 취해 놀고 자빠지는 것이다.

선배들이 힘들게 일구어 놓은 세상을 왜 그렇게 무시하는 거냐. 그분들이 이 세상을 보고 쪽팔릴 거라고? 웃긴다. 이제 시위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세상을 보며 흐뭇해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이러한 세상을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일반화된 나라로 성장한 이유를 그저 세계 흐름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선배들한테 쪽 팔린 줄 알아야 한다.

정치기사 리플들이 다 가관은 아니란 말이다. 민주주의를 도 아니면 모로 보지 말아라. 도 아니면 모로 보는 것이야말로 사회주의다. 개념 없는 리플, 선동적 리플, 보수적 리플, 진보적 리플, 그냥 욕설 리플, 찬양 리플, 비난 리플 등등 이 세상에 존재가 가능하다 싶은 모든 리플들이 달리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채로 거르고 걸러버린 액기스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것보다 수많은 가치관이 자유롭게 표현된 모든 것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 진정한 '앎'이다. 

대통령 함부로 불러도 된다. 우리 손으로 뽑은 자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금님을 뽑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았다.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만들었다. 우리가 대통령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그런 세상을 만든 의미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백골단이니 구사대니 네오 안기부니 열심히 만들어서 대통령 함부로 불렀다가 손톱 뽑히고 물에 처 박히는 세상을 만들겠지. 그 때 가면 국민들이 알아서 그 세상에 맞는 삶을 가질 것이다. 밖으로 나와서 시위를 하는 '몸으로 뛰는 세상'을 원한다면 인터넷으로 알릴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바라는가? 80년대 군부독재 타도를 외친 선배들은 자기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사람들이란 말인가? 노태우를 비난하고 김영삼에게 손가락질하던 선배들 모두가 그런 사람들에 불과했단 말인가.

요즘 젊은 것들은! 쯔쯔쯔...

이 말이야 말로 닥칠 소리다. 완숙하지 못했어도 성숙한 젊은이들에게 구세대 잣대로 손가락질하지 말아라. 누가 뭐라고 해도 앞으로 투표할 회수는 확률상 젊은이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세상을 바꿀 사람도 이 사람들이며, 세상을 이끌 사람도 이 사람들이다.

늙은 잣대를 내세워 이들 문화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옛날에는 어쩔 수 없이 뛰쳐나와 주먹 불끈 쥐고 최류탄에 맞섰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700만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으로 충분히 증명되었고,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못했던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순간에 확정되었다. 키보드를 통해 국민은 정부에게 단합이라는 핵폭탄을 실제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해왕성에서 온 사람
해왕성에서 온 사람
타고난 영적 능력을 가진 당신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당신은 음악, 시, 춤을 좋아하고 그 무엇보다 넓은 바다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정신은 가능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당신의 가슴에서는 열정이 샘솟습니다.

당신은 친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을 때도 외로움을 느낄지 모릅니다.

한 가지 생각에 너무 깊이 잠기지만 않으면, 당신의 영성이 예리한 통찰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휴. 명왕성이었으면 태양계에서 퇴출이잖아.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야박한 세상

이제는 뉴스로 끝나지 않고 일상 속에 파고 들어온 정치.

". 이명이랑 나라당이...!"

이제는 주변 친구들과의 아침 인사가 이렇게 시작된다. 하루하루 새로운 이벤트가 올라오고, 화수분같은 화상들의 수작과 분탕질은 그칠 줄 모른다.

이글루스 초기에 '공포'에 대한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모든 미디어가 공포를 통해 사람들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이었다. 조여드는 사람을 상대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술이 없다. 위험하다. 어렵다. 조심하자. 이런 말을 꺼내어 '우리를 선택하면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준다.

착각하지 말아라. "요즘 많이 힘드시죠? 걱정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이자율 높이는 고리대금업자를 믿고 돈 더 빌릴래?

전에 말했듯 다른 나라는 멀쩡한데 대한민국만 환율이 발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대북관계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급히 손을 떼는 이유가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대북퍼주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서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야 전쟁이 날리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할 리 없다. 대북퍼주기는 인도적 봉사가 아니라 경제적 투자다. 현재 상황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대북관계 악화가 시작된 이후, 외국인 투자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 확인해 봐라.)

그걸로 끝났으면 말도 안 해. 진정한 말실수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이명박 대통령. '나라가 지금 어렵다'고 국가 수장이 직접 선언해 버리면 그나마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겠냐. 아무래도 자급자족을 하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자급자족 한다고 쳐. 한 오백년 계획 잡고 천천히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다고 해 봐. 그런 허약한 시기를 중국이 냅둘까? 지금 중국이 대한민국 말고 티벳을 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 군사력과 외교력이 막강해서다. 인본주의니 민주주의니 세계평화니 알 게 뭐야?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먼 옛날부터 세계는 힘과 힘으로 균형을 맞춰왔고, 좀 더 효율적인 균형을 위해서 세계평화니 안보니 떠들어대는 것뿐이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 세계평화같은 볼모 따위 진즉 죽여버리고 쳐들어온다.

유심히 보니 이명박 대통령... 이제까지 내가 봤던 그 어떤 노빠보다 강력하다. 세상에 이런 노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골수 노빠인 나도 GG다. 진정한 말실수가 뭔지 보여주고, 대북퍼주기가 왜 필요한지 역설하고, 새만금 삽질 따위는 약과라는 것을 대운하로 증명하고, 노무현이 얼마나 인재를 잘 등용했는지 개허접소망근성땅사랑 인재 제시로 깨달음 주고, 국민들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있도록 타임슬립도 강행하는 저 노빠정신을 보라. 이러한 희생정신을 가진 대통령은 전무후무하다.

이렇게 불평불만 늘어놓아봤자, 해결될 건 아무 것도 없다. 공포조성을 하고싶지는 않지만, 정말로 대한민국은 위험상태에 도달했다. 국민들이 주머니 지퍼를 닫기 시작하는 순간, 군사정부와 김영삼이 몇십 년에 걸쳐 간신히 이룩했던 IMF를 1-3년 안에 부여잡을 수도 있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누구를 찍어도 상관없으니 투표하자, 제발. 소신껏 한 표 꼭 내라. 대한민국이 순방향으로 돌아가는 커다란 계기는 언제나 하나뿐이었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승만이 찌그러졌고, 전두환이 닥쳤고, 노태우가 조심스러웠고, IMF를 무사히 넘겼고, 세계가 붉은 물결의 한국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적극적 참여에서 뺐다. 꼭 투표하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19일 수요일

아서 C. 클라크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아서 C. 클라크 별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이분 작품을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당시 대단히 지루한 작품이라고 여겼죠. 이후 낙원의 샘을 읽고 홀딱 반해서 작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명한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이분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SF소설의 거대한 별이 떨어졌습니다. 언제고 이분께서 글로 그리셨던 세상이 오게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위대한 소설가? 조지 오웰과 같은 예언가? 아니면...

인류가 걸어 갈 과학의 길을 머릿속으로 미리 걸어갔던 선각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유니클락

이 제목을 보는 순간 감 잡으신 분이 있다면 뭘 말하고 싶은 지도 아실 듯. -_-

묘하게 매력적인 스크린 세이버다. 각 인물들 표정이 죽어 있고(-_-?) 그게 마음이 동한다. 발레(or 격투기)로 추정되는 춤동작 속에서 '잘 하면 보이겠다'라고 충혈된 눈을 세우다가 낚였음을 깨닫는 나를 만난다. 반드시 한 번은.

밤 12시가 넘으면 불을 꺼야 한다. 새롭게 변신하는 장면들에 넋을 잃는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피곤에 겨워 잠 잔다. 또는 잠을 청한다. 그 중 누군가는 자려다가 눈을 번쩍 떠서 가슴 내려앉게 만든다.

이 화면보호기는 본의 아니게 시간 때우는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 혹시 못 본 장면이 있을까 봐 지우지도 못 한다.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키보드 워리어(키보드에 대한 그 애정은 이렇게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이신 E2다 님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불현듯 떠올라 적는다. 그렇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교복을 그 따위로 만든 것이 아니었어. 무의식의 발로인 거야. -ㅁ-;;

2008년 3월 18일 화요일

민방위 훈련.

2년만 더 받으면 민방위 훈련도 끝이라는 걸 알았다. 나라에서조차 쓸모없단다. 흑. ;ㅅ;

어제 깜빡 잊고 안 했던 포스팅 하나.

나는 거짓말을 능통하게 한다.(-_-?) 대부분 속지 않고는 못 배길 거짓말이어서 많은 사람이 속는다. 속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거짓말이라고 밝히는 탓에 '홍구라, 구라쟁이' 등등의 별명을 얻었다. 그런 별명을 달고 있음에도불구하고 친구들은 여전히 속는다. 진짜와 거짓말을 구별하기 힘든 탓이다. 그래도 오래 지내다보면 다들 감을 잡기 시작해서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말인지 알아맞춘다.

며칠 전 모임이 있었다. 픽사의 새 작품에 대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난 갑자기 생각난듯 '인크레더블 헐크'라는 영화에 대해 말했다. 거짓말이라고 하더라. 물론 내가 본 장면을 일부러 고민하는 척하다 말했던 것도 있지만 이런 훼이크쯤 간단히 잡아채던 사람들이었다. 좀 떨어져 살았다고 감을 잃는군. 훗. 인크레더블 헐크는 진짜지롱.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재미로 클릭하지만, 저들은...

아아. 앞으로 그 녀석을 못할 것같아.

이제는 클릭이 두렵다. ㅠ_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입대합니다.

민방위 훈련 다녀오겠습니다.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투귀류] # 서장

투귀류(鬪鬼流)


서장(序章)


강호(江湖)에서 승천한 기운이 협객(俠客) 전설을 혈우와 단비로 소호(沼湖)에 되돌린다. 소호는 곧 강호가 된다. 무엇이 먼저라 할 수 없는 법이며 끝을 볼 수 없는 윤회이자 굴레였다. 누구도 시작을 몰랐고 누구도 끝을 몰랐다.


허나 많은 무인들이 시작이라 이르던 때가 있었다.


실존했는지조차 확인할 길 없는 연호, 마력 원년(魔曆 元年) 이전은 누구도 내공을 말하지 않았다. 이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설이라 불릴 이 시기에 남아있는 유일한 기록은 마군 곽문원(魔君 郭紊原) 일대기였다. 짐승 가죽에 새겨진 몇 자 기록만 봐도 곽문원이 원시강호(原始江湖)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극성으로 외공을 수련한 곽문원이 일백 십년 간 마도천하를 이루며 강호를 다스리는 동안, 처음으로 내공이라는 존재가 알려졌다.


정성을 다하여 수련에 정진하다보면 하늘이 감동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힘 씨앗을 몸에 심는다 했다. 어리석은 무인들이 그리 알며 수련과 제사를 동일시하다가 곽문원에게 가르침 받았다. 하늘이 내린 힘이 아니라 애초부터 몸에 감춰진 또 다른 힘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수련하는 법도 배웠다.


내공 탄생이자, 원시무림 종말이며, 중세강호의 시작이었다. 다수 무림인들은 더 이상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그저 무를 숭배하고 연구했다.


황궁서고 기록은 그것으로 끝이었으나, 무인들 사이에 구전되는 곽문원에 대한 전설은 몇 개 더 있었다. 곽문원은 운남성 봄(春)에서 점치던 사내였다고 한다. 주술을 빌어 내공을 이루었고 정령을 달래는 춤을 통해 외가 보법을 깨치어 수천 종 무공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혹자는 곽문원에 대한 모욕이라며 분개했다. 오랜 수련으로 깨친 외공이 내공을 불러왔고, 그것을 느끼어 내공체계를 이룬 것이 분명하다 말했다. 단지 영적인 힘에 의해 고수가 되었다면 어찌 강한 자라 말할 수 있을까.


마도 마인들은 곽문원이 모든 무공의 원류(原流)라고 주장한다. 무인들은 마도 세력이 강성할 때만 그 주장을 인정해줬다. 그리고 마도 세력이 약해지면 그 주장을 내세워 마음껏 핍박했다. 마도는 자신들 시조 곽문원을 드높이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했다. 심지어 전설대로 주술적 힘을 이용해 내력증진을 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마군 전설에 언급된 내공수위에 이른 자는 없었다.


증명되지 않은 오직 하나뿐인 기록이지만, 강호 후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마도천하는 일백십삼 년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강호와 관련한 가장 확실한 기록은 ‘군웅시대(群雄時代)’였다. 당시 군웅들이 활약했던 여러 가지 기록이 세상에 남겨졌다. 이러한 군웅들은 훗날 각각 일가(一家)를 이루었고,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여 마도시대를 끝맺었다. 후에 세력이 부패하고 세상에 강제력을 보이니, 여러 영웅들이 집단을 멀리하며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이때를 ‘협객시대(俠客時代)’라 불렀다.


협객들을 규합하여 세력을 형성하던 시기가 뒤를 이었다. 정파, 사파, 마도가 천하를 삼분하던 ‘삼천강호(三天江湖)’가 이 때였는데,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쟁기로 하늘을 갈아보세’라는 노래를 부르며 뒤집어엎음으로써 십구 년 만에 끝맺었다.


이러한 강호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무공이, 새로운 지략이, 새로운 암투가, 새로운 정(情)이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구름처럼 천하에 드리워졌다. 구름은 곧 열매가 되어 강호 역사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중흥기를 맞이했다. 식솔 열 명이 채 안되던 작은 가문이 비전절기(秘傳絶技)로 천하를 얻을 때도 있었고, 한날한시에 백팔 명 절세고수가 중원을 밟으며 피와 술로 천하를 논할 때도 있었다. 수많은 후배들이 태산 같은 기틀을 잡고 성장하여 호연지기를 펼치고,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심산유곡(深山幽谷)에 몸을 감추어 후배들에게 기연(奇緣)을 건네기도 하던 시기였다.


그것이 절정에 이를 무렵, 중원에 전쟁이 벌어졌다. 오랑캐라 하여 업신여기던 자들이 큰 세력을 이루어 중원을 유린하자, 강호 고수들도 이에 맞섰다. 그러나 정작 필요했던 절세고수(絶世高手)들은 ‘강호와 국가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주장하며 은거에 들어갔다.


젊은 호걸들과 늙은 하수들이 은거한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오랑캐를 물리쳐 줄 것을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고수들은 말했다.


‘나라를 돕다니! 관직을 바라는 속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열과 혈을 기울여 싸우는 것 자체가 유치하다고 느낀 절세고수들이다. 남은 것은 그저 자존심 뿐. 어디 저 편에 있을 또 다른 동급 절세고수들에게 속물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싸워야 할 이유는 없었다. 모든 절세고수들이 국가 위기에 등을 돌렸다.


나라는 망했다.


그리고 절세고수들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국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황실이 내버려두지 않았다. 은거했던 수많은 고수들이 한 가을 메뚜기 떼처럼 몰려든 자들에게 죽임 당했다. 앞잡이가 된 고수사냥꾼 대부분은 한 때 오랑캐와 맞서 싸우던 자들, 바로 젊은 호걸과 늙은 하수들이었다.


이리 하여 강호는 상류사회와 하류사회 사이에 큰 불신이 쌓였다. 절세고수들은 자신들 무공을 싹수머리 없는 후배들에게 전수하느니 차라리 가슴에 끌어안고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후배들은 나라를 등진 매국노들에게 무공을 배우느니 차라리 아는 것들 대충 모아서 그저 그런 무공하나 창안하고 ‘이것이 최고일세!’라며 자조하는 삶을 누리는 게 낫다고 여겼다.


강호도 망했다.


무려 칠백 년 가까이 쇠퇴한 ‘하류강호(下流江湖)’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된 것은 오랑캐 황제가 내린 칙령이었다. 드디어 ‘황가천하(皇家天下)’가 도래한 것이다.


황제 칙령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선발됐다.


황실천마대(皇室天馬隊).


황하비마수(皇下飛馬手).


쌍룡금위영(雙龍禁衛營).


규화환조군(硅華宦爪軍).


황제는 네 개 집단으로 이루어진 이들을 통칭하여 황하군웅지(皇下軍雄池)라 불렀다. 황하군웅지는 강호에 기를 세우고 기존 무가들을 간섭했다. 그나마 뜻 있던 협객들이 크게 반발했다. 바로 밟혔다. 황하군웅지는 천지기존 백도운(天地奇尊 伯圖雲)에게 강호접수 실행기관인 군웅지(軍雄池)를 맡겨 모든 불만을 힘으로 풀어주라는 명을 내렸다. 백도운은 성심성의껏 무인들 불만을 해결했고, 협객들 무리는 금세 흩어졌다. 그렇게 불만 가득했던 협객들이 중원을 떠나 변방으로 흩어지니 강호에 유래 없는 괴이한 시대가 열렸다.


세외강호(世外江湖)!


좋은 말로 강호 영역이 넓어졌고, 나쁜 말로 중원 물이 흐려졌다. 백도운이 무림을 다스린 이후 이십 년이 흘러, 중원보다 세외 변방에 더 많은 고수들이 살게 되었다. 특히 호진족(虎眞族) 영역인 흑호강성(黑虎江城)이나 노림성(路林城)은 강호 절세고수라 불리던 무인들이 절반 이상 모였을 정도였다.


하루가 다르게 강호는 급변했다. 시정잡배들이 뭉친 작은 정보 집단이 천하를 장악할 때가 있고, 서막(西漠) 이름 모를 세력이 갑자기 성장하여 산천초목을 뒤흔들 때도 있었다. 흑호강성 일대가 강호 세력 중심지가 될 때도 있고, 흑두산(黑頭山) 산적들이 천하제일이라 불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중원이 세력을 장악했던 때는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세력들이 중원 회귀를 꿈꾸건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느 누구도 백도운이 있는 중원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그래도 무인들은 중원을 잊지 않았다. 중원이 품었던 협객 도리와 무, 그리고 순수한 정신을 그리워했다. 그 마음만은 결코 변치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변치 않는 것이 있었다. 전설 시대부터 끊임없이 내려오는 소문이었다.


[신천방록부(新天方錄符)를 지닌 자를 상대하지 마라. 천하를 상대할 자가 아니면 지닐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령연환나이서(魔靈連環挪移書)를 지닌 자를 상대하지 마라. 그것을 지닌 자는 이제 천하를 상대할 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鬪鬼流★


K.O.G나 믿어주시고 얘는 그러려니 하세요. 작정하고 연재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아까 먹었던 토핑 라이스...

30분쯤 후부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조심하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회전의자에 앉아서 빙빙 돌기 놀이를 한 탓도 조금은 있을 듯...

유진이의 환타지 - 2

“우웅…”

유진이는 눈에 익은 동네를 걸어가고 있었어요. 아마도 유진이의 동네였을 거예요. 유진이는 늘 가던 방향대로 집을 향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저 밝은 대낮에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와 집들. 구민이네 개조차도 보이지가 않네요.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어지는 내용

유진이의 환타지 - 1

유진이의 판타지 -1

“눈썰매…”

“응? 눈썰매가 타고싶어? 이제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 그만 집에 가자, 유진아.”

“싫어. 눈썰매 타고싶어.”

“음… 한 번만 타면 금방 끝날텐데? 그럼 재미없잖니. 그러지 말고 오늘은 집에 가자. 아빠가 다음주 일요일에 다시 데려와서 눈썰매 태워줄게.”

“히잉… 싫어어…”

이어지는 내용

[연재] [호스트 바둑왕] 8국. 져줄까?

제8국 져줄까?

놈은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이는 놈이 입고있는 옷이 헤이안 시대의 복색 임을 알고 긴장했다. 그보다 더 사이를 긴장시키는 것은…….
[이 놈… 7국 때 뒷 얘기 생각 안 해서 꽁초라고 말해버리긴 했지만…]
사이는 바둑판 위에 짓이겨진 대마초를 노려보며 입술을 떨었다.
[저 장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다. 이 자는 또 뭐지?]
놈이 다시 외쳤다.
“뭐가 혼인보 슈우사쿠냐! 그깟 녀석, 이미 나한테 진 시시한 놈이라구!”
[라는 건 나한테 이겼다는 얘긴데… 누구더라?]
“믿는 거냐, 이 놈 말을?!”


이어지는 내용

[연재] [호스트 바둑왕] 7국. 묘수풀이 세 문제

제7국 묘수풀이 세 문제

빛나는 손가락, 빛나는 손!

히카루의 흑돌이 빛을 발했다.

나도 저렇게 둔다면!

콰콰콰쾅!

“…….”

도우야 명인과 사이,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며 바둑판을 응시했다. 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흐르는 바둑판 위에는 히카루가 박아놓은 흑돌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폭렬지옥류(爆裂地獄類) 염라행마(閻羅行馬).

이어지는 내용

[연재] [호스트 바둑왕] 6국. 일도양단

제6국 일도양단

쏴아아아아!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구겨진 하늘의 우중충한 모습이 도시를 덮었다. 그 기운은 히카루와 아키라가 마주하고 있는 기원의 이곳저곳에 스며들며 사람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째깍째깍.

시계는 6시 5분을 막 넘기는 중이었다. 기원의 내부에는 시계소리 외의 그 어떠한 소리도 용납되지 않았다. 도우야 아키라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두가 아키라의 한수를 기다리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졌습니다.”

갑자기 아키라가 고개를 숙이고 침통하게 말했다. 히카루는 깜짝 놀라며 사이를 돌아봤다.

‘어어? 어! 왜 그래?’

사이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낙담하듯 중얼거렸다.

[불계입니다. 자기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벌써부터 그러면 재미없는데…]

히카루가 당황하며 마음속으로 외쳤다.

‘나… 난 잘 모르겠지만… 아직 지난번 대국의 반정도 밖에 두지 않았잖아! 사… 사이. 네가 그렇게 무참하게 이긴 거야?’

사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움이 사이의 얼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이는 행여나 하는 마음에 히카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렇게 말해봐요, 히카루.]

히카루는 사이가 시킨 대로 눈을 내리깔며 아키라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울컥. 아키라가 목구멍으로 워프하는 심장을 애써 제 자리로 돌리며 말했다.

“그… 그래도 졌습니다. 어차피 다음 수에 단수치면 다 먹히니까…”

아키라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맺지 못했다. 처참하게 무너진 바둑판의 형국이 마치 자신의 인생이라도 되는 양 실의에 빠진 채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히카루는 아키라의 쳐진 어깨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아이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려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히카루가 안쓰럽게 아키라를 응시하다가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우야, 너 대단하다! 너무 진지해서 무서울 정도였어!”

역시 아키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한수 한수에 너의 기백이 나를 압도할 정도로…”

여전히. 여전히 아키라는 고개를 떨군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절망의 기운이 아키라의 주변에 가득했다. 히카루는 결국 말끝을 흐리며 아키라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내 말 따윈…’

히카루는 우울해졌다.

‘마냥 씹는다. 허접 주제에…’

히카루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렸다.

“나, 갈게. 안녕…”

히카루가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키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늘어진 어깨는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했고, 절망의 한숨이 주변 공기를 가득 메웠다. 아키라의 눈이 금세 방울지며 한 방울의 눈물을 떨궜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키라는 어렸을 때 아버지인 도우야 명인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

‘아버지!’

아주 어렸을 때. 아키라는 도우야 고요과 손을 잡고 걸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버지! 나, 바둑에 재능이 있나요?’

도우야 고요는 아키라의 보드라운 손을 놓지 않은 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바둑에 재능이 있냐고?’

도우야 고요는 웃었다.

‘하하하.’

도우야 고요는 말했다.

‘너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로선 모르겠지만…’

도우야 고요는 미소를 지었다.

빙긋.

도우야 고요는 춤췄다.

덩실.

도우야 고요는 벗었다.

‘작작 좀 해!’

그냥 말…을… 이었다. 쳇!

‘그런 재능이 없다고 해도 넌 더 대단한 재능을 두 가지 갖고 있단다.’

‘두 가지… 재능?’

‘혼인보 슈우사쿠의 바둑전서에 이런 옛구절이 있지. 명인이 숲을 걸으면 그는 오동나무 바둑판을 들고 온다. 허접이 숲을 걸으면 삽질만 하다 온다. 명인이 별을 바라보면 그는 묘수풀이좌를 만든다. 허접이 별을 바라보면 마냥 별이다. 명인과 허접의 차이를 잘 나타내는 말이지.’

‘차이요?’

‘명인은 구해버려. 돈이 될만한 것을. 허접을 구해버려. 돈이 될만한 것은.’

‘총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버지?’

어린 아키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물어본다면…’

도우야 고요는 쓸쓸한 표정으로 아키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아버지가 난감하게 되겠지. 그러니 아키라. 너의 말은 꽤 실례되는 말이었단다.’

‘저… 때릴 거예요, 아버지?’

‘하하하. 귀여운 내 아들을 때릴 이유가 없지. 그러나 한 가지는 명심해라. 최선을 다해 앞만 보며 걷는다면 허접은 되지 않는다. 넌 지금까지 잘 하고 있었어.’

‘아버지…’

‘그래, 아키라. 청춘을 향해 걸어라. 앞만 보고 가는 것이 명인의 로망이란다.’

아키라는 마음속으로 괴롭게 되뇌었다. 기원은 여전히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아키라가 주먹을 굳게 쥐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아키라는 마음속으로 괴롭게 외쳤다.

‘아버지! 저는 지금까지 아버지의 그 말을 가슴에 새긴 채 앞만 보며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제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아랫입술을 자근 깨무는 순간, 고개를 숙인 아키라의 얼굴에서 맑은 방울이 떨어졌다. 물론 당황스럽게 침이나 콧물 따위는 아니었다. 아키라는 끊임없이 바둑판 위로 눈물을 떨구며 마음속으로 아우성쳤다.

‘보이지 않는 큰 벽이!’

*

비가 그친 다음날의 하늘은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며 햇살을 고스란히 내비칠 정도로 맑았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내내 멍한 얼굴을 하고 정신을 못차리는 히카루가 안쓰러웠는지, 아카리가 집에 같이 가자며 붙잡았다. 그 때 히카루는 백치와 맞먹는 정신상태였기 때문에, 아카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우리엄마 진짜 웃긴다!”

학교를 벗어날 때까지 아카리는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주 내용은 자신의 엄마 얘기였다. 대부분 같은 레퍼토리지만 아카리는 언제나 새로운 얘기인양 떠들어대며 웃곤 했다.

“생선을 훔쳐가는 도둑고양이를 맨발로 쫓아갔거든.”

아카리의 엄마 사카키는 언제나 그랬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더라도 고양이나 개를 보면 늘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손을 물려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아줌마였다. 때문에 히카루도 가끔씩 아카리의 엄마가 손에 붕대를 매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히카루는 아카리의 엄마에 대한 동물 발견 정신증후군이나 그 동창이신 치요 아줌마가 메카닉인지 인간인지, 또는 카스가 아줌마가 오사카댁인지 부산댁인지를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다. 히카루의 머릿속은 온통 어제의 아키라 모습만이 담겨져 있었다.

“어… 히카루! 내 말 듣고있니?”

듣고 있지 않았다. 히카루는 아카리가 멈춘 것도 모르고 그대로 땅만 보며 마냥 걸었다.

“왜 그렇게 일방적으로 이긴 거야, 사이.”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걷던 히카루가 갑작스레 멈춰서며 말했다.

“왜 지난번처럼 능숙하게 이기지 않은 거냐고? 말해봐, 사이!”

곧 사이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그 아이는 단칼에 목과 몸통을 벨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 그러면 투명해지거든요. 그 땐 ‘방법2002’ 묘수기술로도 못 이겨요.]

“하아…”

히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아카리가 뭐라고 쫑알거렸지만, 히카루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카리는 결국 히카루를 포기하고 중간에 다른 길로 가버렸다. 히카루는 마치 본능적으로 발이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무의식을 담고 걸어가서 기원에 도착하고 말았다. 기원의 간판을 보는 순간, 히카루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아키라가 눈깔까지 오그라들어 가며(그, 그건… 사이가…) 처절하게 싸우던 그 모습을. 왜 그랬을까! [아키라는 왜 그깟 바둑에 필사적으로 목을 매야 했을까! 어째서! 왜! 그렇게도 내 옷을 벗기고 싶었을까?] 에?

“이 자식! 남의 생각에 꼽싸리끼지 마!”

[그러니까 고민 때려 치고 빨리 바둑두러 가요!]

“싫어.”

[인색해요!]

“인색하다고?”

[여기까지 와 놓고선!]

“지금 그럴 기분이 아냐.”

히카루가 고개를 저으며 기원에게서 몸을 돌리는 순간, 뒤쪽에서 오가타가 착지했다. 아마도 기원창문을 통해 뛰어내린 듯 싶었다. 오가타는 히카루를 잡아채며 다짜고짜 기원으로 끌고갔다.

“따라와!”

“왜 이래요!”

히카루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어른인 오가타의 힘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히카루는 오가타의 우악스런 힘에 이끌려 기원까지 끌려가고 말았다. 오가타는 기원 안에 들어가자마자 중앙의 누군가에게 고함쳤다.

“도우야 선생님! 그 아이를 잡아왔습니다!”

“자, 잡았다고? 내가 뭘 어쨌다고…”

놀라서 고함치던 히카루가 멍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했다. 도우야 명인이었다. 도우야 고요는 침묵하는 바다처럼 오가타의 고함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국을 지도하는 한수를 놓았다.

탁.

“그 아이가 아키라를 이겼다는 건가?”

탁.

“그것도 두 번이나… 아키라를…”

갑자기 도우야 명인의 싸늘한 눈이 히카루를 향했다. 숨이 멎을 정도의 위압감! 폭풍처럼 몰아치는 위압적인 기운이 히카루의 전신을 휘감았다. 히카루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며 긴장했다. 하지만 사이는 달랐다. 명인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에 휘말리자, 사이 또한 타오르는 눈빛으로 도우야를 응시했다. 사람을 보면서 나체를 상상하는 건 사이에겐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히카루는 더 큰 불안감을 느꼈다.

“네 실력을 알고싶다.”

도우야 명인이 빈자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또 한 번 차가운 위압감이 히카루의 전신으로 몰아쳤다. 동시에 사이도 들끓는 열기의 눈동자를 빛내며 표정을 굳혔다.

“아, 아니… 전…”

히카루가 주춤 물러서며 손을 휘젓는 순간,

[히카루!]

활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운 위압감이 사이에게서 흘러나왔다.

[그와 겨루십시오!]

“…….”

[‘혼인보 슈우사쿠’였던 나에게 도전했던 호적수…]

“어어…”

[이 자의 기백은 그와 똑같다!]

“난… 싫어.”

히카루가 고개를 저으며 또 한 발 물러서는 순간, 사이의 목소리가 다른 의미로 뜨거워졌다.

[귀에 혀… 들어갑니다?]

히카루는 잽싸게 앉았다. ㅡㅡ;;

“세 점 깐다. 내 아들도 그랬다.”

“…….”

히카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3개의 화점 위에 돌을 놓았다. 그리고 조이는 가슴을 억제하기 위하여 조심스레 숨을 들이켰다.

따악!

제대로 숨을 들이켜기도 전에 도우야 명인의 날카로운 일격이 바둑판을 강타했다. 히카루의 가슴이 무저갱을 뚫고 맨틀을 지나 핵 관통 다시 맨틀 뒷동네 무저갱에 뜻밖의 심해를 거쳐서 칠레 산간지방을 뚫고 대기권으로 날아갈 만큼 철렁 내려앉았다. 단지 백돌을 바둑판에 올려놓았을 뿐인데도 엄청난 위압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히카루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사이가 외쳤다.

[5의 3 공격!]

“…….”

히카루는 사이가 말한 지점으로 조심스레 돌을 놓았다. 자신이 돌을 놓는 손을 보니 조금 전 도우야 명인이 내려놓을 때와 비교하여 단연코 쪽팔렸다. 히카루가 막 돌을 내려놓자마자 도우야 명인은 백돌을 들었다.

따아악!

“아키라한테는 2살 때부터 바둑을 가르쳤다.”

도우야 명인의 손가락 끝이 빛나는 것만 같았다. 한 수 한 수마다… 어느 순간부터 히카루는 사이가 지시해서가 아니라 도우야 명인이 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돌을 내려놓고 있었다.

딱!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아키라를 이긴 아이가 있다는 걸…”

손가락이 돌을 집는다. 손가락이 휘어진다!

따악!

“나로선 믿을 수 없다.”

손가락이… 바둑판에 돌을 놓는다! 빛나는 손가락! 빛나는 손!

따아아아!

도우야 명인의 백돌이 바둑판의 일점을 맹렬하게 후려쳤다.

우주이상류(宇宙理想類) 천추행마(天樞行馬)!

사이가 흠칫하며 바둑판의 형세를 살피다가 급히 말했다.

[저자는 강합니다, 히카루! 일단 방어에 들어가야겠어요. 10의 16 화점에 두세요.]

나도… 히카루의 손이 통에 들어있는 흑돌을 매만졌다. 나도… 나도!

[히카루! 10의 16!]

‘나도 저렇게 둔다면!’

히카루는 흑돌을 쥔 손을 번쩍 치켜들며 힘차게 바둑판으로 날렸다.

콰콰콰쾅!

도우야 명인과 사이의 눈이 경악으로 치켜떠졌다. 히카루가 돌을 놓은 곳은 사이가 말했던 10의 16지점이 아니었다. 뜻밖의 곳! 그러나 그 한 수로 인하여 흑돌은 뜻밖의 형세를 만들었다.

폭렬지옥류(爆裂地獄類) 염라행마(閻羅行馬)!

사이, 도우야 명인! 3명 모두가 바둑판에 박혀서 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흑돌을 응시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계가

[연재] [호스트 바둑왕] 5국. 칼을 가는 아키라

제5국 칼을 가는 아키라

덜컹.

전동차가 몇 번씩 좌우로 흔들렸지만, 아키라는 자신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히카루는 조심스레 아키라의 눈치를 살폈다. 아키라는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곧 시작하게될 대국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히카루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이.’

히카루의 속삭임에 사이가 살짝 다가와 말했다.

[웃흥♡]

‘게에엑! 하지 마!’

[왜 불렀어요, 히카루?]

‘정말로 이길 수 있겠어? 너 지난번에 저 애하고 대국해서 돌만 열심히 따먹었지, 결과는 두 집 차이로 겨우 이겼었잖아.’

사이가 힐끗 아키라를 돌아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건 유도바둑이었어요. 어린아이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승부를 벌일 수는 없죠.]

‘유도바둑?’

[유도바둑이란 상대를 바른 호스트로 이끌어주는 게 목적입니다. 말은 필요 없습니다. 한 수 한 수가 가르치는 겁니다. 또한 승패에 얽매인 어리석은 바둑은 결코 두지 않습니다! 그 때 그 때 피를 토하는 모습만 봐도 만족하니까요.]

히카루는 안도하며 아키라를 주시했다.

‘흠… 그렇다면 일단 저 녀석보다는 강하다는 얘기지?’

[아까 말했잖아요, 히카루. 저에게 다 방법이 있다고.]

‘뭐… 하긴…’

히카루가 빙긋 웃으며 생각했다.

‘나하고 똑같은 6학년의 평범한 아이니까 사이가 이기는 게 당연하지.’

순간, 사이의 싸늘한 음성이 히카루의 머릿속을 자극했다.

[지금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히카루! 평범한 아이라고요?]

“응?”

[당치않은 소리입니다. 저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랍니다!]

“뭐?!”

놀라 외치는 히카루 덕분에, 아키라는 머릿속 계산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키라의 싸늘한 눈빛이 자신에게 고정되자, 히카루의 가슴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사이가 말을 잇는 동안 아키라의 매서운 눈매는 히카루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 아이는 미숙하지만 아주 빛나는 수를 두고 있습니다. 상당한 고수들도 저 아이의 옷을 벗기기는 어려울 겁니다.]

적의를 드러내는 아키라의 몸이 갑자기 나체로 보였다. 히카루는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렸다.

“바둑 쪽으로만 집중시켜줘, 사이.”

[아무튼… 저 아이의 한 수에 제 자신도 많은 반성을 했답니다. 저 아이가 성장한다면…]

“성장한다면?”

[파티마가 될지… 서태웅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바둑 쪽으로만 집중…”

히카루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쥐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이의 말을 듣지 않아도 도우야 아키라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가 보통의 평범한 어린애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키라의 주변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선 것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 속에 갈고있는 칼날이 당장이라도 히카루의 가슴을 찌를 것만 같았다. 히카루는 한숨을 쉬며 전동차 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주시했다. 행여나 저번처럼 피만 토하게 하고 결과는 패배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지독한 욕을 뱉은 녀석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히카루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꼭 이겨야 해, 사이.’

[웃흥♡]

“거기다 입김 좀 불지 마!”

기원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의 손님들이 기겁하며 모여들었다. 모두가 아키라와 히카루의 대국을 기억하는 어른들이었다. 히카루는 주변의 소란에 부담을 느끼며 어깨를 움츠렸지만, 아키라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지금의 소란이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자세로 바둑판을 앞에 두고 있었다.

‘이 녀석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나 봐. 역시 보통 아이가 아냐, 사이!’

[아까 내가 말했잖아요!]

‘정말 이길 수 있어?’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요!]

‘좋아! 너만 믿을게, 사이.’

히카루도 침착을 되찾고 바둑판을 사이에 둔 채 아키라와 마주했다. 아키라가 통에 든 백돌을 쥐며 말했다.

“맞두면 되겠지? 흑은 누가 잡을까?”

“잡는다고?”

“홀짝해서 이기는 사람이 흑이야. 자!”

아키라가 백돌을 가득 쥔 손을 내밀었다. 히카루는 잠시 아키라의 손을 응시하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달각. 틱. 티틱.

아키라의 손에서 바둑알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히카루의 귀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히카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짝!”

순간 아키라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주먹을 쥔 손에서 중지를 가볍게 퉁기자, 손아귀에 쥐어진 바둑알 중 하나가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아키라는 바둑알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세어볼까? 하나, 둘… 컥!”

12개의 조각. 소매로 돌을 퉁길 때 부딪쳤던 녀석이 반으로 쪼개졌던 것이다. 아키라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흑이야. 덤은 다섯집 반이다.”

“덤?”

[덤?]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니까 백이 처음부터 다섯 집 반을 가지고 시작하는 거지. 다시 말해서 마지막에 50집 대 50집으로 비기면, 백이 다섯 집 반을 이긴다는 얘기야.”

[커헙!]

입가에 선혈을 흘리는 사이를 보자, 히카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넌… 몰랐냐, 사이?’

[혼인보 슈우사쿠 시절엔 그런 규칙이 없었거든요.]

‘흑을 갖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니?’

히카루가 한숨을 쉬며 질문하는 순간 사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전 흑을 갖고서 못 벗긴 사람이 없습니다!]

‘잘났다. 지면 네가 벗으렴.’

히카루의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었을 때, 갑작스레 아키라가 외쳤다.

“그럼… 부탁합니다!”

정색을 하는 아키라의 모습에 당황한 히카루도 조심스레 “부탁합니다.”라고 답했다. 히카루는 통에서 흑돌을 하나 꺼내며 사이의 눈치를 살폈다. 사이는 부채를 힘껏 뻗으며 말했다.

[오른쪽 위 소목!]

주위의 어른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키라는 바둑판 위에 놓인 한 개의 흑돌을 오랫동안 주시하다가 천천히 백돌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남아있는 나머지 하나의 소목 위에 올려놓았다. 사이는 아키라의 수에서 날카로운 칼날의 예리함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다섯 집 반의 부담이라… 이 아이를 상대로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겨룬다면 꽤나 부담스럽겠군. 한수한수 움직임에 신경전을 벌이지 않으면…]

순간, 사이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룩(--;;)에 봉인된 채 보내왔던 오랜 시간들. 이제 사이는 더 이상 바둑을 두지 못하여 괴로워할 일이 없는 것이다. 최선의 한 꺼풀 벗기기… 이렇게 기쁠 수가… 장수하렴, 히카루.

딱!

아키라의 일수! 사이는 가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날을 느끼며 흠칫했다. 형세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사이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힘껏 부채를 뻗으며 외쳤다.

[15에 16! 어택!]

따악!

히카루의 일수가 매섭게 펼쳐졌다. 14에 15. 사이가 발광하며 히카루의 머리통을 부채로 두들겼다.

[15에 16이라고요! 거긴 14에 15잖아요!]

“이 칸들을 언제 다 세! 대충 놔도 상관없는 것 아냐?!”

[바둑에 대충이 어디 있어요? 거긴 오목으로도 쓸모 없는 자리라고요!]

따학!

설전을 벌이던 사이와 히카루는 청명하고도 묵직한 바둑판의 외침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아키라가 맹공격을 노골적으로 가한 것이다. 사이는 힘껏 부채를 뻗으며 히카루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한 수를 지시했다.

[X좌표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그리고 Y좌표 하나 하나…]

“크아악!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처음 패턴으로 불러!”

[16에 16!]

드디어 둘의 불꽃튀는 접전이 벌어졌다. 초반의 형세는 의외로 히카루가 쉽게 잡았다. 그러나 중반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아키라의 힘이 점점 더 흑돌을 압박하고 있었다. 10개의 돌을 한꺼번에 따먹어도 아키라는 피를 토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까지 지으며 형세의 유리함에 대한 확신의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히카루는 아키라의 미소를 보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 사이? 지금 우리가 이기고 있는 것 맞아?’

[4집 반을 지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우리가 져요.]

‘헉! 그럼 어떻게 해?!’

파랗게 질린 히카루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사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뱉었다.

[어려워요. 저렇게 칼을 가는 아키라의 수라면 만만치 않을 거예요.]

‘말도 안 돼, 사이! 분명히 아까는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훗!]

사이가 빙긋 웃었다.

[마침 저도 그 방법을 쓰고있는 중이에요.]

그 순간 아키라가 비명을 질렀다.

“헉?! 손발이 오그라든다!”

히카루는 아키라가 자신의 오그라드는 손발을 보며 파랗게 질리는 것을 응시한 채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저런 종류의 방법이란 거였어?”

[에? 방법이라는 게 저거말고 또 있어요?]

“바둑과 관련이 있는 필살기를 쓰자는 얘기야. 신의 한 수 같은 거 없어?”

[그런 게 있으면 벌써 성불했죠.]

“아무튼…”

“크헉! 얼굴도 오그라든다!”

“저 방법 좀 풀어! 쟤를 보면 바이오 해저드 패러디같아!”

사이가 방법을 풀기는 했어도, 아키라는 이미 강한 압박에 시달린 상태라서 소피티아처럼 멍한 지점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히카루가 조심스레 흑돌을 놓자, 아키라는 비로소 바둑판으로 시선을 떨구고 고구마 장사가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히카루는 사이를 향해 이를 갈았다.

“정신도 제대로 돌려놔.”

[그건 저도 못해요. 저 아이의 의지력에 달려있죠. 걍 저렇게 정신 없을 때 덮칠까요?]

“제에발!”

히카루가 벌떡 일어서며 고함을 지를 때였다.

따악!

바둑판을 때리는 매서운 소음이 히카루와 사이를 놀라게 했다. 도우야 아키라가 싸늘한 눈으로 히카루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키라의 입술 틈으로 한줄기 피가 흘렀는데, 그것은 정신을 차리기 위하여 스스로의 입술을 깨물었기 때문이었다. 아키라가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안자, 히카루. 꼐속 두자.”

[헉! 위기의 순간에서 정신을 차리더니 레벨이 올랐어요! 지금의 아키라는 졸라 짱 세요!]

“이, 이런…”

히카루는 자리에 앉으며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키라의 눈동자가 투명해지며 날카로운 한기를 폭풍처럼 쏘아댔다. 바둑판을 향하는 사이의 부채도 조금씩 떨고 있었다.

[유… 육에 10.]

탁.

따항!

[쿨럭. 파… 팔에 10.]

톡…

따하황!

[커러럽! 구… 구… 구에…]

파랗게 질린 사이가 부채조차 주체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히카루는 들고있던 흑돌을 통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사이를 향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이…”

[흑흑흑. 예… 에. 히카루…]

“방법 써.”

순간 사이의 떨림이 멎었다. 사이는 부채를 턱 아래 가져가며 빙긋 미소를 짓더니 바둑판을 거만하게 깔아보며 명령했다.

[아무데나 두세요, 히카루.]

“에? 그래도 돼?”

히카루가 멍한 얼굴로 사이를 바라보면서 바둑판 위에 흑돌을 올려놓았다. 현재의 국면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수였다. 주변의 모든 어른들도 히카루의 수가 패착이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아키라는 눈을 부릅뜬 채 10분이 지나도록 히카루의 수를 주시하고서야 비로소 패착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한 순간의 방심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자신의 의지때문이었다. 아키라는 자신있게 백돌을 쥔 손을 치켜들며 외쳤다.

“끝났어, 히카루!”

휘이이이익!

아키라의 손끝이 바둑판을 향하여 매섭게 날아갔다. 그 순간 아키라의 손가락이 오른쪽으로 오그라들었다.

“…….”

백돌은 아키라가 놓으려고 했던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2칸 이동한 지점에 정확히 떨어져 있었다. 어른들이 보건대 히카루의 수와 비교하여 만만치 않은 허접수였다. 사이가 절도있는 동작으로 부채를 촥 펼치며 미소를 흘렸다.

[방금 그 돌 옆에 빈 곳 있죠? 거기에 하나 톡 떨구세요. 그리고 중요한 건…]

“중요한 건?”

[제가 늘 하는 ‘웃흥♡’ 기억하시죠? 그 톤에 맞춰서 ‘단수♡’하시는 거 잊으시면 안돼요.]

“단수♡”

정상적으로 돌아온 손을 매만지던 아키라가 급히 ‘꿀꺽!’하며 뭔가를 삼켰다. 거의 장악했던 우상변이 지금의 일격으로 인하여 전세가 뒤집혀진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대마를 살리는 것에 더 고민을 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키라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열심히 바둑판의 형세를 체크했다. 무려 20분이 지나서야 아키라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유일한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다시 전세를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을만큼 중요한 한 수가! 아키라는 백돌을 쥔 손을 바둑판으로 뻗었다. 그리고 외쳤다.

“또 오그라드냐!”

아까는 갑작스런 방법에 당황하여 일수불퇴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키라는 왼쪽으로 오그라드는 손가락에 최대한 힘을 주며 자신이 노린 지점으로 백돌이 향하도록 유도했다. 온몸에 열기가 흐르며 끊임없이 땀방울이 솟구쳤고, 팔에 힘을 줄 때마다 찢어질 듯한 고통이 전신을 강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키라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백돌을 놓는데 성공했다.

툭.

“어떠냐, 히카루! 이제는 정말로 끝이다!”

아키라가 호탕하게 웃으며 히카루를 노려봤다. 하지만 히카루의 표정에는 절망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의 어른들이 떠드는 소리.

“저런 패착이 있나, 끌끌끌…”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는 구만. 아키라 선생님 맞아?”

“왜, 왜들 그러지?”

아키라는 뒤늦게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바둑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자신이 놓은 백돌은 최고의 지점에 있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아키라가 고민하고 있을 때, 대국을 보기 위해 카운터를 비웠던 이치카와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키라… 너… 눈깔이 오그라들었어.”

“끄허헉?!”

비켜비켜! 목구멍에 걸쳐진 성대를 향해 피분수가 필사적으로 달려가며 고함을 질렀다. 손바닥에 힘을 줘서 입을 막기는 했지만, 손가락 틈새로 피식 파칙 찌식 튀어나가는 핏줄기들은 바둑판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사이가 부채를 끌어안으며 감동에 겨워 중얼거렸다.

[봐요, 히카루.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전혀 그렇지 않아. 다음 수나 말해.”

사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부채를 뻗었다.

[여기에 놓으시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 안에 있는 돌을 가져가세요. 그리고 다 가져가셨을 때 ‘훗!’하고 한 번만 웃어주세요. 아아, 기대된다.]

15개의 돌을 모두 따먹은 히카루는 사이가 시킨대로 했다. 가벼운 미소.

“훗!”

“푸헤에!!”

순식간에 기원은 피바다가 됐다. 아키라는 백돌을 쥔 손을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중앙의 대마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을 향해 내밀었다. 돌을 놓기 전에 아키라는 이치카와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호, 혹시… 지금도 제 눈이 오그라들었어요?”

“아냐. 지금은 멀쩡해.”

이치카와의 대답을 듣고 안심한 아키라는 정확한 지점에 백돌을 놓았다. 그 때 이치카와의 옆에 있던 히로세씨가 말했다.

“아니, 이치카와양! 언제 그렇게 눈알이 오그라들었어? 둘 다 왜 이래?”

“푸아아아아아압!”

기원의 창문이 깨지며 도로를 향해 피폭포가 쏟아졌다. 위층의 헌혈룸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온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계가

[연재] [호스트 바둑왕] 4국. 용서할 수 없는 폭언

제4국 용서할 수 없는 폭언

※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위하여 이번 회의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으로 했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다 가명으로 되어있으니 알아서 감지하시기 바랍니다.

히루세는 오늘도 기원을 향해 걷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보도블록엔 껌딱지 하나 없이 깔끔했으며, 뛰노는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군침이 돌았다. 히루세는 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2개의 간판이 보였다. 일직선으로 흘러내리는 피와 함께 헌혈룸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었고, 그 아래 기원(돈 내고 바둑을 두는 곳)이 있었다. 당연히 히루세는 기원을 선택했다.

“아키랑 선생님 계셔?”

인사대신 던진 히루세의 말에 이치카라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히루세는 짐작한 듯 반짝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이치카라가 아키랑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또 복기하고 있어요.”

“지난주, 동년배 남자아이에게 두 집 차이로 무너졌던 거 말이지? 복기가 재미있대?”

“아닐 걸요? 배경 스크린톤이 SSE-409번이잖아요. 저기만 저렇게 어둡다고요. 저거 봐요. 방금 이마에 철십자 마크 솟았던 것 보셨죠? 저러다가 가끔 피도 토해요.”

“그래? 그래서 저렇게 마스크를 하고 있는 거야?”

“마스크 아니에요. 제가 빌려줬어요. 아직 어려서 많이 놀랐을 거예요.”

얼굴을 붉히는 이치카라를 향해 히루세가 으르렁거렸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성희롱이야. 당장 치우지 못해? 여자만의 물건을 어디다 갖다 붙이는 거야?”

히루세는 이치카라가 아키랑의 입에서 거시기를 떼어내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쉬었다. 1주일 전부터 도우야 아키랑은 아무하고도 대국을 하지 않은 채, 시카루와의 대국만을 수도 없이 복기 할 뿐이었다. 히루세는 아키랑과의 대국을 포기하고 귀퉁이의 바둑판으로 쓸쓸히 걸어갔다.

‘이 한수도… 이 한수도…’

아키랑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바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뽀록이다! 이게 혹시라도 그 아이의 실력이라면…’

곧 아키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이의 실력이 그 정도일 리가 없어!’

“신도우 시카루…”

아랫입술을 문 아키랑에게서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을 때였다.

“어린이 사마, 어린이 사마. 꼭 한 번 들러 주십시오.”

“에?”

아키랑은 자신의 얼굴 앞에 날아든 찌라시에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심각한 패션이 아키랑에게 빙긋 웃으며 찌라시를 흔들고 있었다. 찌라시를 본 아키랑은 바둑알을 쥔 손이 그려진 중앙에 시선을 고정하며 잠시 침묵했다. 손인지 구데기 기어가는 야구공인지 알 수 없는 그림. 세상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다카하시 오바토와 아키랑의 아버지인 도우야 구요뿐이었다. 아키랑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래! 아버지에게 물어보자!”

한편 시카루는 등짝을 어루만지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시가 옆에서 오도방정을 떨며 서럽게 울어댔다.

[시카루,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

“시끄럿! 한 번만 말해도 다 알아들어!”

[훌쩍! 어린이와의 대국을 즐겨보려 했을 뿐인데…]

“그걸 누가 믿어?! 이게 다 네가 쓸 데 없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야!”

[너무해요, 시카루! 손해본 건 누군데요? 안되겠어요. 시카루 고추라도 보여줘요!]

“죽을래, 너?! 자꾸 그러면 바둑 따위 안 둘 거야!”

시카루가 허공의 사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주위의 시선을 받을 때였다.

“신도우…, 신도우 시까루!”(까? 뭐… 가명인데 아무렴 어때. --;;)

갑작스런 외침에 놀란 시까루(이걸로 정착됐군. --;;)가 고개를 돌리니 도우야 아키랑이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까루는 멍한 얼굴로 아키랑을 응시했다.

“도우양…”(--??)

시까루는 반가운 얼굴로 도우양에게 걸었다.

“도우양이구나! 웬일이니?”

아키랑은 주춤 물러서며 반문했다.

“너, 너야말로 어쩐 일이지? 설마 바둑대회에 갔었던 거야?”

“나? 난 그냥 놀러갔었어.”

도우양은 잠시 시카루(하나만 해!)의 얼굴을 응시했다. 시카루 또한 도우양을 멍하게 응시하며 멋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곧 시카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봤더니 굉장하더라. 그런 경험은 처음이야. 나보다 어린애들이 엄청 많이 모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신중하더라고.”

도우양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을 능가하는 실력자의 입에서 그런 뜻밖의 말이 나온 것은 의외였다. 시카루가 말을 이었다.

“진짜 놀랐어. 감동도 약간 받았고.”

“감동?”

도우야가 당황하며 물었다.

“너… 넌 진지하게 바둑을 둬본 적이 없니?”

“진지?”

시카루는 미친놈이라도 보듯 도우양을 응시하며 코웃음을 쳤다. 도우양은 좀 더 곤혹한 얼굴이 되어 시카루의 손을 잡아챘다.

“손 좀 보여줄래?”

“손?”

시카루의 손은 손톱조차 닳지 않은 초보자의 그것이었다. 도우양은 더욱 난감해졌다. 시카루는 쌩초보였던 것이다. 내가 이런 놈에게 깨지다니! 혹시나 싶어서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혀끝으로 얼마나 거친가를 감상했지만, 여전히 쌩초보의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 뿐이었다.

“왜, 왜 이러니!”

시카루가 기겁하며 도우양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곁에서 [나도 시카루의 손가락이 되고싶어요…]며 중얼거리는 사시에게 발길질을 했다. 그 때 도우양이 말했다.

“넌… 프로기사 되고싶니?”

“프, 프로?”

시카루는 갑작스런 말에 충격을 먹은 듯 한동안 입을 벌린 채 말을 못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풉!”하고 헛바람을 뿜으며 미친듯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내가 프로?! 진심으로 말한 거야? 프로기사따위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 넌 정말 예상외로 재미있는 친구구나?!”

“3천 8백만 엔.”

시카루의 웃음이 멈췄다. 도우양이 말을 이었다.

“명인전 타이틀의 상금이지. 그리고 기성전이라면 3천 3백만 엔.”

정확하게 시카루의 맥을 찌르는 말이었다. 시카루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당황하며 외쳤다.

“자, 잠깐! 타이틀전이라는 게 몇 개나 있는 거냐? 전부 우승하면 얼마를 받는 거야?”

“모든 대회에서 상금을 받는다고 치면 1억 2천만 엔 정도…”

차르르륵 덜컹. ¥

차르르르… 덜컹! ¥

1억 2천만 엔. 2002년 9월 23일 16시 47분 현재. 고시 시각 16시 33분에 이루어진 4번째 고시회차의 환율로 따진다면 1억 2천만 엔은 한화로 12억 1천 58만 4천원. 출판사 잘못 걸린 작가가 하루 한 회 꾸준하게 연재를 해서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해도 딱 101년 만에 벌 수 있는 금액이다. 시카루는 이성을 잃고 사시에게 흥얼거렸다.

“히히히히. 사시? 네 실력이라면 명인전같은 건 우습지?”

[시카루! 돈 때문에 바둑을 두겠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바둑이 진짜 그렇게 돈 잘 버는 건지 몰랐어. ¥♡ 그래서…”

[저질! 시카루 저질!]

“이봐, 사시… 네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냐…”

시카루가 불평하며 손을 휘저었다.

“돈 때문이라면 아주… 가끔이라고, 사시.”

그 말을 들은 아키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가끔?”

“어? 아니 그냥 프로가 된 후, 간간이 타이틀이나 하나둘 정도 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시카루의 대답에 아키랑은 할 말을 잃었다.

“그냥… 프로가 되어… 간간이 타이틀이나 하나둘 정도 따겠다고…?!”

그러니까…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아키랑… --+

턱.

아키랑은 위협적으로 발을 내밀었다. 시카루가 움찔하며 물러섰지만, 아키랑과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아키랑이 좀 더 가깝게 다가가며 눈을 부릅떴기 때문이다.

“그 말… 프로기사 모두를 모욕하는 말이다.”

“어… 나?”

“넌… 바둑을 좋아하지 않아! 바둑을 두는 사람이 그런 폭언을 할 리가 없어!”

시카루가 당황하며 몸을 기울였다. 시카루는 긴장하며 사시에게 속삭였다.

“사, 사시. 내가 뭐… 잘못 말했나?”

[당연하죠! 바둑을 그렇게 우습게 보시면 안돼요, 시카루! 자신의 정조와 바꿀 만큼 바둑은 위대하다고요!]

“전혀 잘못 말한 게 아니었군…”

시카루가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을 때 아키랑이 고함쳤다.

“그냥 프로나 돼 보겠다고? 프로기사의 존엄성과 명예를 알기나 하니!? 인내, 노력, 고통, 좌절…! 절망까지 뛰어넘어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바둑인들이 대부분이야!! 아버지 곁에서 그런 기사들을 수없이 봐왔었지!! 그런데 넌…”

아키랑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왜 내가 이런 녀석 따위에게 진 거지? 분하다, 분해!

“나도 그걸 각오하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왔다!! 어려서부터 매일매일, 몇 시간씩 바둑을 두면서 자랐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운명처럼 바둑을 뒀다!!”

“근데 그렇게 허접이야?”

“쿠릅!”

아키랑은 입술 틈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피를 손바닥으로 급히 막으며 허리를 굽혔다. 씹탱이! 그래! 그 때 진 건, 내가 방심했기 때문이야. 초보자라 생각하고 깔 본 내가 패배를 자초한 거야. 아키랑은 피가 고인 손을 불끈 움켜쥐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지금부터… 우리… 다시 한 번 승부를 가르자.”

“뭐?”

“난 프로가 될 거다.”

“…….”

“언젠가 네가 쉽게 프로가 된 후, 쉽게 타이틀을 쟁취하려고 한다면 지금 나한테 진다는 건 말이 안되지!! 피하지 말고 지금 겨루자!!!”

힘껏 손을 내미는 아키랑의 눈빛은 도전적으로 불타고 있었다. 시카루는 당황감을 못 이겨 주춤 물러섰다.

“싫어.”

“싫다니! 그런 폭언을 해놓고도 너무하지 않아?!”

“너무한 건 너야! 이번 회의 네 대사들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봐! 아키랑, 너의 대사는 거의 네타 수준이라고! 이 정도면 비뢰도나 묵향을 타자로 쳐서 인터넷에 올리는 거와 뭐가 달라?!”

“그렇다고 지금까지 쓴 걸 다시 편집할 수는 없는 일이야! 겨루자, 시카루!”

“싫어!”

“겨루자니까!”

“싫다니까!”

시카루는 야멸치게 몸을 돌리며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키랑의 분노에 어린 눈이 시카루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봤다. 아키랑은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열며 싸늘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도망가지 마라, 오노.”

뚝. 시카루의 뒷목 안에서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카루는 세계 최고의 메카닉 선행자라도 된 것처럼 버벅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저기… 방금 내 이름이 뭐라고?”

“도망가지 말라고 했다. 이회창의 탈을 쓴 부시야!”

풉! 퍼래랩! 재빨리 손을 들어 입을 막기는 했지만, 피분수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다. 시카루는 비틀거리다가 보도블록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저었다. 산만한 세상이 이리저리 휘어지고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툭. 투둑! 투둑!

쏴아아아아!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금세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보도블록엔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시카루는 보도블록의 한 귀퉁이에 고여있는 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었다. 조지 부시가 씨익 웃으며 이회창의 인피면구를 뜯고 있었다. 시카루는 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닦으며 매서운 눈으로 아키랑을 노려봤다. 그리고 사시에게 물었다.

“사시… 저 자식이랑 또 한 판 해도 이길 수 있어?”

[물론입니다. 제게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사시 또한 아키랑을 노려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시카루는 아키랑이 내민 손으로 자신의 손을 뻗었다.

“좋아. 한 판 뜨자. 어떻게 나를 그따위 것들과… 절대… 네 폭언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아키랑!”

“훗, 김성모.”

“커헙! 쿨르억!”

손가락 틈으로 쿨럭쿨럭 쏟아지는 피를 무시한 채, 시카루는 아키랑의 손에 도움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쏴아아아아아!

둘은 달렸다. 앞서 달리는 아키랑의 눈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그래. 내가… 내가 신의 한수를 추구하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여기서 질 수는 없어!! 세찬 빗줄기가 얼굴을 후려쳤지만, 아키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천히 가!”

시카루가 소리쳤지만, 아키랑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방심? 훗! 신도우 시카루는 초보자가 아니다. 방심하지 않는다!! 그의 특징이라면 특이하게도 오래된 정석을 쓴다는 것. 슈우사쿠의 행마같은! 그 슈우사쿠의 수는 현대와는 규칙이 다른 옛날, 공제없던 시대의 바둑이었으니까 선수가 ‘좋은 수’였던 것이다!! 그거다!! 거기에 이 녀석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해답이 있어!!

“너… 또 네타야. 평소에 느낌표 두 개나 찍고 그러던 애, 아니었잖아? 이러면 원본을 누가 사겠냐?”

“생각같은 건 읽지 마!”

아키랑은 기원을 향해 달리면서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것은 시카루도 마찬가지였다. 용서할 수 없는 폭언을 던진 아키랑의 입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아, 시카루. 사시는 행복해요♡]

“시꾸랏!”

시카루에게 있어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을 지도… 이봐, 그 길이냐? 그 길로 가는 것이냐, 시카루!

계가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회의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으로 했습니다. 행여나 눈에 익은 이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가명으로 전환한 이름임을 먼저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연재] [호스트 바둑왕] 3국. 사활의 급소

제3국 사활의 급소

“어린이 사마, 어린이 사마. 꼭 한 번 들러 주십시오.”

“예?”

히카루는 머리를 온통 금색 무쓰로 떡칠하고 같잖은 몸빼양복에 마녀 신발짝같은 구두를 신은 녀석이 내민 찌라시를 받았다. 히카루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것을 보지도 않고 버리려고 했다.

[히카루, 안돼요!]

“응? 악! 하지마!”

사이가 히카루의 귓불을 살포시 무는 동안, 히카루는 자신이 구겼던 찌라시를 펼쳐 재빨리 읽었다. 며칠 간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경우 사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혀가 들어온다.

“어린이… 바둑대회?”

[가요, 가요! 히카루! 어서요!]

사이가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할 때, 히카루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방향을 돌렸다. 며칠 전 히카루는 링을 보며 울었다. ‘차라리 쟤가 나’라고 중얼거리며.


제19회 어린이 바둑대회.

“우와.”

그곳에 수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히카루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며 그들의 진지함을 감상했다. 아이들은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바둑판에 열중했는데, 학부형들은 잔뜩 긴장한 채 자식들의 한 수 한 수에 침을 꿀꺽 삼켰다. 바둑에 일가견이 있는 학부형은 입술 사이로 ‘거기다 두면 먹히지! 복날인데 잡혀볼래?’라며 불평하기도 했다. 히카루는 바둑을 두는 아이들의 무리로 걷기 시작했다.

“사이… 대단하다.”

사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신나요!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천년 전 바둑을 향한 내 열정도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의 뜨거운 열기와 똑같았어요!]

“너가 그런 말을 해 봤자 신빙성이 없어.” 히카루가 불만스런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이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는군요. 천년 후 미래 바둑의 열기도 지금과 똑같을 거라고…]

“그러니까… 사이? 네가 그런 말을 해봤자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니까.”

[근데 히카루? 왜 다들 옷을 입고 있죠? 아직 먹힌 돌이 없나봐요.]

“그래. 앞으로는 그 말부터 해. 하아아.”

“아 참. 그 애.” 히카루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봤다. “도우야 아키라는 여기에 없나?”

[없어요. 엇!]

“엇? 또 뭐야?”

[저기요, 저기. 까딱 잘못하면 흑이 죽게 됩니다.]

히카루는 사이가 가리킨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곳엔 히카루 또래의 소년이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서로가 신중하게 집중하며 한 수 한 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히카루는 말없이 그들의 바둑판 옆에 섰다. 사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히카루도 사방의 길이 막히면 알이 죽는다는 것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히카루가 속삭였다. “우상변의 흑돌 말이지? 17의 3.”

[아녜요. 그곳이 아니라 히카루한테서 좌상변이에요. 1의 2가 급소입니다.]

“왜? 17의 3에 두지 않으면 먹히잖아?”

[거긴 먹혀봤자 1개 짜리에요. 문제는 좌상변의 돌들이죠. 저기는 무려 24집 짜리 대마라고요.]

“에? 저기 흑이 다 먹혀봤자 대여섯 집 밖에 안될 것 같은데?”

[그 흑이 살면 그 집도 없겠죠. 오히려 안쪽의 백이 죽을 거예요. 따낸 돌과 빈 공간과 백이 살아남을 것까지 감안하면 24집이에요.]

“하지만 나는 우상변의 돌이 더 맛있어 보이는걸?”

[원래 맛있어 보이는 게 더 허접해요.] 사이가 불평했다. 하지만 히카루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시끄러. 17의 3이야.”

[1의 2라고요!]

“17의 3!”

[1의 2!]

사이의 목소리야 들릴 리가 없겠지만, 히카루의 목소리는 꽤 메가폰틱했다. 그 앞에서 바둑을 두던 두 소년이 대단히 티꺼운 표정으로 히카루를 주시했다.

탁.

소년은 히카루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1의 3에 두었다. 그곳의 패는 대단히 위험해서 소년이 선택한 것은 먹여치기의 공격법이었는데, 사이가 말했던 1의 2에 두지 않으면 안쪽의 백이 살아나서 개작살나는 형세였다. 히카루는 물끄러미 그것을 보다가 백돌의 소년이 수를 두기 직전에 말했다.

“아깝다. 여기 두면 안돼! 그 16칸 위라고.”

순간 소년이 움찔하며 “어!”하고 외쳤다. 곧 백돌을 쥔 소년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히카루를 돌아봤고, 히카루도 뒤늦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히카루가 스스로의 손으로 입을 막으며 당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너!”

콰악! 아까부터 긴장한 얼굴로 히카루를 주시하던 감독관 모리가 급히 달려와 그를 잡고 외쳤다.

"뭐 하는 짓이냐! 대국 중에 훈수를 두다니! 이게 장난인 줄 아니!"

"아! 미, 미안해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정도로 큰 소란이 벌어졌다. 히카루는 당황해서 눈물까지 찔끔할 정도였는데, 그 옆에서 사이가 "난 몰라요."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모리가 히카루에게 뭐라고 다시 외치려하자, 그 뒤에서 누군가가 낮게 말하며 그의 입을 막았다.

"모리씨, 조용히 처리하세요."

아무도 원문의 대사가 19금이라는 것을 몰랐다. 모리는 오가타의 지시에 따라서 사시미를 꺼내며 말했다.

"오가타 선생님. 이 아이는 저 쪽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살려주세요!" 히카루가 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오가타를 봤다. 하지만 오가타는 냉담하게 말했다. "부탁해요."라고.

"으앙!"

히카루가 끌려간 뒤, 오가타는 낮게 한숨을 뱉었다.

"거 참." 그는 히카루가 훈수를 두었던 바둑판을 보며 두 소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래?"

흑돌의 소년은 자신이 돌을 놓았던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여기에 놓으니까 저 애가 '아깝다! 바로 16칸 위야.'라고 말했어요."

오가타는 소년이 가리킨 지점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음. 여긴 어려운 형국이군. 프로인 나로서도 손이 멈춰진다.'

그는 시선을 옮겨 히카루가 훈수를 두었다는 17의 3을 보았다.

'뭐 하자는 플레이지? 훈수야 꽁수야?'

오가타는 픽 웃으며 소년에게 물었다.

"넌 이 훈수의 의미를 파악했니?"

"혹시 이 새끼 친구가 아닐까요? 여기다 뒀다면 짤 없이 질 텐데."

오가타는 싸늘한 눈으로 백돌의 소년을 봤다.

"너?"

"아니요!" 백돌의 소년이 급히 대답했다. "뭔가 안면이 있을 것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오가타가 생각하기에도 히카루의 존재는 그냥 깽판을 치러 왔던 얼뜨기 소년일 것 같았다. 오가타는 확인을 위해서 뒤에 있던 또 다른 감독관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참가자입니까?"

"아닙니다!"

대답은 감독관이 하지 않았다. 오가타는 뒤를 돌아봤다. 어인 아주머니께서 오가타를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오가타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지금 대국 중인 소년의 학부형임을 눈치챘다.

"전혀 관계 없는 아이입니다." 아주머니는 말했다. "명찰을 달지 않았거든요."

오가타는 고갯짓으로 그녀에게 계속 말을 하라고 지시했다. 아주머니는 대회장의 문을 가리키며 반 울상의 얼굴로 말했다.

"아까 대회장으로 들어오는 걸 봤어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우리 애가 있는 곳에 서 있구나했더니만……." 갑자기 아주머니가 눈을 부릅뜨며 흥분했다. "한참 쳐다보고는 '아깝다'라고 말해서 우리아이의 대국을 엉망으로 만들었답니다!"

순간 오가타의 눈에 들어오는 형국이 있었다. 비로소 오가타는 17의 3이지닌 사활의 급소를 눈치챘다. 오가타는 믿을 수 없는 듯 입술을 떨다가 아주머니를 향해 낮게 말했다.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오가타의 눈에 험악한 기운이 맴돌았다.

"한참 쳐다봤다고요?"


"하하하!" 히카루는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웃을 일이 아냐."

모리는 사시미를 내세우며 표정을 굳히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그의 눈빛은!

[히카루. 저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아요.♡]

사이와 같았다. 혼인보 슈우사쿠를 덮쳤다고 말했을 때 지었던 그 눈빛. 그 수많은 공간을 놓아두고, 하필 지하실에 이상한 천막이 있는 이곳까지 데려온 모리의 눈빛! 히카루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금세라도 오바이트를 할것만 같았다.

"정말 잘못했어요."

"주절거리는 건……." 모리가 천막 귀퉁이의 작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만 됐으니까 뒷문을 향해서 돌아서거라."

"싫어요!"

"돌아서라면 돌아서!"

모리가 험악한 눈을 빛내며 히카루의 어깨를 잡아 틀었다. 위험했다. 히카루는 뒷문을 향해 강제적으로 몸이 돌려졌고, 모리는 히카루의 뒤통수를 힘껏 밀어서 허리를 숙이게 했다.

***********************************************************************************

제10조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

①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은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심의를 함에 있어서 당해 매체물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소년보호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
3.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이에 해당하는 짓을 해버린 자는 2연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99.2.5>
아! 이런 씨발.
***********************************************************************************

히카루는 모리를 뒤로하고 완전히 허리를 구부린 상태가 되었다. 히카루가 울상이 되어 “왜 이러세요!”라고 외치자, 모리는 충혈된 눈을 하고 찬연히 웃으며 외쳤다.

"가만있어, 이놈아! 네 등짝 좀 보자!"

"네?" 히카루가 반문했다.

"등짝 말이다, 등짝! 난 네 등짝이 보고싶어! 등짝을 보잔 말이다, 등짝!"

"사이! 도와줘!"

[네! 그러니까…… 좌우의 다리를 좀 더 벌리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요! 고개를 반쯤 들고서 입을 살짝 벌리면 등짝을 보여주는 느낌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올 거예요!(너도 등짝이냐? ㅡㅡ;;)]

"그런 쪽으로 도와달라는 게 아냐!"

히카루가 처절하게 고함을 질렀을 때였다.

탁!

히카루는 누군가에 부딪치며 옆으로 쓰러졌다. 모리는 뜻밖의 제3자를 보고 흠칫했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당황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어. 미, 미안…… 합니다."

"조심하거라."

도우야 명인은 천천히 둘을 지나쳤다. 어째서 천막 뒤쪽에 그가 있었는 지 알 수는 없었으나, 도우야의 뒷모습은 히카루의 등짝에 대한 셋의 관심을 제거하기에 충분했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히카루가 가슴을 진정시키며 모리에게 물었다.

"도우야 고요. 현재 신의 한 수에 가장 가까운 남자다."

모리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사이의 눈에 이채가 어리며 도우야 명인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신의 한 수에 가장 가까운 남자!

덜컥.

도우야 명인이 진행사무실의 문을 열었을 때는 그곳 내부의 모두가 바둑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도우야 명인은 문을 닫으며 물었다.

"불상사가 있었다고?"

"아, 도우야 명인."

희끗한 백발의 진행자가 반색하며 말했다.

"이걸 보십시오."

도우야 명인은 그가 가리키는 바둑판을 보았다. 조잡한 수로 점철된 행마가 가득한 판이었다. 도우야 명인은 그것이 어린이 바둑대회의 내용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도우야 명인의 시선을 끄는 곳이 있었다. 우측의 전면에 걸친 행마였는데 제법 묘한 국면으로 되어 있어서 함부로 행마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물론 그것은 주변의 다른 행마로 보아 우연히 이루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여기 17의 3말입니다. 우리들 프로들로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수인데도 어린애가 훈수를 했답니다."

"아이가 초보자라면 그냥 단수를 피하기 위해서 지적한 게 아닐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참을 들여봤으니 좌하변의 경계와 우상변의 위험한 국면을 모두 감안한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참을 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도우야 명인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흑의 생사를 결정짓는 급소를 알아차리다니. 이런 능력을 갖고있는 아이가 내 아들 아키라말고 또 있었군."
그 때 막 모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우야 명인이 그를 힐긋 보며 "즐거웠는가?"라고 묻자, 모리는 당황하며 "못 봤습니다."라고 뜻 모를 소리를 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알아봤나?"

오가타가 모리를 보며 물었다. 모리는 당황하며 "죄송합니다!"라고 외치곤 고개를 숙였다. 오가타가 실망스러운 얼굴을 하자, 도우야 명인이 픽 웃었다.

"상관없어."

도우야 명인은 바둑통에서 흑돌을 하나 꺼냈다. 부드럽게. 마치 바둑알이 그의 손에 빨려들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 아이가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도우야 명인은 그것을 들고 바둑판을 향해 힘껏 일수를 뻗었다.

따아악!

"조만간에 우리들 프로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가 돌을 놓은 곳은 17의 3.5였다.

"미안하네."

도우야 명인은 얼굴을 감싸쥐고 주저앉은 모리를 향해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돌을 내려놓을 때 17의 4에 있던 흑돌이 비껴 맞으며 퉁겨나가 모리의 콧잔등을 조졌던 것이다.

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