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트랙백하래요!

프리덤!!! ;ㅁ;

다른 블로그로 옮기는 법 아는 분 계신가요?

예전에 이글루스에서 다른 블로그로 옮길 때, 기존 포스팅을 모두 옮길 수 있는 엔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시는 분 계신가요?

현재 공지한 약관을 수정한다해도 아무래도 언제고 해버릴 것같은 조삼모사꼴이어서 이 기회에 옮겨야겠습니다.

그간 정이 들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그들이 사는 세상

언제부터인지, 아마도 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배종옥이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왜? 라는 질문을 내게 할 때면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떠오른다. 그것은 누님 취향이다. 몇 달 전이었을까. 성향을 묻는 애니메이션 설문을 한 적이 있다. 내 나이를 적고 두 개의 애니메이션 화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내 취향이 누님쪽인지 로리쪽인지를 알려주는 설문이었다.

내 취향의 나이는 58세 누님이 나왔다. 이거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나보다 6살 연상인 배종옥을 무척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지를 냉철하게 고민하다보면 내가 배종옥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녀가 연기한 모든 인물을 사랑했음을 알게된다. 나는 노희경 작가가 이룬 배종옥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내 취향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 속 세계를 도무지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무척 좋아한다. 이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확실하게 느꼈던 것이, 이 작가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끔 만든다. 작품 속 세상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저 사람의 고민조차 부럽고 슬픔조차 부러워하게 만드는 마력이 작품 속에 있다. 90년 초반의 그리운 로망을 2008년에 자연스럽게 녹이며 그리워하게 한다. 어쩔 수없이 내 취향이다.

나는 현빈을 좋아한다. 하지만, 송혜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나는 나보다 어린 배우를 좋아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혜자, 김영애, 배종옥, 드물게도 띠동갑 어린 소녀 손예진) 이런 호불호를 작품 속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예전에 연애시대를 재밌게 본 이유가 완소감우성과 손예진이 나와서였다면, 이번에 그들이 사는 세상을 재밌게 보는 이유는 오직 배우고 나발이고 극속 인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다.

저 80년식 인간관계가 왜 그리도 공감이 가고 부러울까. 온에어도 재밌게 본 편이지만, 같은 소재를 좀 더 구식의 인간관계로 풀어나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더 내 취향이다. 나는 이것을 진솔한 인간관계라고 부르고 싶다.

노희경 작가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

하얀 늑대들 양장본

불만이면 환불하세요. - 양장본 예약한 다음 이런 소릴 듣게될 줄이야.

하늑 양장본에 직접 참여하는 부분도 있고,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현승씨 집에 찾아가 머물다 오기까지 한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대놓고 편들기가 참 뭐하다.(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쓰다 보면 대놓고 편드는 글이 되겠지. 애초에 그러려고 썼는 걸.)

내가 확실히 윤현승이라는 작가에 대하여 인지하는 부분은 그가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뎃홈의 공지사항은 얼마든지 잘 포장해서 문제가 되지 않게 꾸밀 수 있었다. 저러한 결과일 수밖에 없는 중간 과정이라는 장식품이 무척 많았으니까. 그 모든 부분들을 구구절절 엮어놓으면 예약하신 분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않을 공지가 나왔으리라고 본다.

며칠 전 현승씨가 내가 있는 작가 사무실에 와서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꺼냈던 말이 있다. '분명히'라는 말 뒤에 이어진 내용은 바로 이오공감에 뜬 위 링크글과 같은 예약자의 반응을 예상하는 부분이었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건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출판 쪽에서는 여러 모로 악재가 겹친 한 해였다. 만약 하늑 양장본을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게 된다면 예약된 금액에서 더 추가되던지, 아니면 책 질을 떨어뜨려 출간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현재 공지된 방식처럼 다른 대응방안을 반드시 고안해야 했다. 현승씨는 하늑 양장본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고, 자신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화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저 공지사항 속에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한 마디 '이벤트'는 하늑 양장본 기획의 커다란 축이다. 현승씨는 어떻게든 이벤트를 진행하여 예약자가 양장본을 손에 넣기 전까지 꾸준하게 즐거움을 기다리도록 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출판사 책 광고로 눈살을 찌푸린 분들도 많겠지만, 소식지 세뇽 타임즈는 국내 최초의 개인 무가지다. 로크미디어는 홍보라는 관점에서 무가지에 투자했고, 놀랍게도 그 대상은 고작 개인이 내는 양장본 예약구매자에 한정된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면 앞으로 무가지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작가들이 술자리에서 우리 함께 힘을 합하여 출판사를 찾아가 무가지 출간을 제안하자고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저 꿈같은 기획 단계에서, 그저 술자리 잡담용 멘트로 끝나 버렸다. 이걸 현승씨는 혼자 해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대담한 추진력을 존경한다. 게다가 이것은 하늑 양장본 이벤트의 첫 발에 불과하다.

현승씨는 더 많은 이벤트로 쉴 새 없이 다음 소식을 기다릴 독자를 만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한계와 시장변화의 한계(종이값과 인쇄비 폭등 등)에 맞딱뜨리면서 원하는 기획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은 듯 했다. 지금 현승씨는 하얀늑대들 수정본이라는 글이 있고, 준비된 이벤트 기획이 있고, 그것을 담당할 팀 구성원이 있다.(현승씨는 정을 내세워 무보수로 일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다. 일을 맡길 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준다.) 부족한 것은 돈과 시간, 그리고 윤현승씨의 체력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승씨는 로크미디어측과 협상을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루트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윤현승씨의 개인 사정이다. 예약자가 알 바 아니며, 독자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현승씨가 공지사항에 몸이 아프다느니 인쇄가가 올랐다느니 몇 마디 말로 딸랑 적었지만, 그게 이야기의 커다란 축은 아니라고 본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개인지 양장본이기에 특화할 수 있는 사건을 진행하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출판사를 통하여 양장본을 내는 것은 작가 윤현승이라면 조금도 어렵지 않다. 다만 현승씨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개인이기에 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획들로 독자와 함께 노는 것'을 해볼 셈이다. 나야 이렇게 찌질하게 잡다한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현승씨의 공지는 그런 부분들을 간단하게 적어놓았다. 그에 대한 비난글이 올라올 것을 뻔히 알면서. 뭐 현승씨야 어쩔 수 없다고 말했으니 이미 감수할 각오를 다졌다고 볼 수 있지만.

작가라서가 아니라, 친구라서가 아니라, 윤현승씨라서 나는 편을 들고 싶다. 작업을 옆에서 봐서가 아니라, 직접 돕고 웃고 떠들어서가 아니라, 현승씨가 목표로 삼고 있는 하늑 양장본 판매 속 긴 이야기들이 좋아서 편을 들고 싶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에 로크미디어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나는 로크미디어가 현승씨의 개인 양장본 발매에 저러한 지원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맙고 기쁘다. 가치 있는 글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는 모험까지 할 출판사가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 나는 이 양장본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로 끝맺기를 바라고 있다.

예약 후 모든 양장본을 손에 넣기까지 평생 다시 맛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면 독자의 마음도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같이 게으른 녀석은 꿈도 못 꿀 추진력이어서 몽상이지만, 그걸 정말 실현하여 이상으로 만든다면 무척 기쁠 것같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20일 목요일

아니야! 아니라 몇 번을 말해야...

어디서 많이 본 아이딘데....?

이건 뭐 환타 광고도 아니고... ㅠㅠ

일단 증거 확보고 뭐고 목검부터 날아올지 모르니 여권부터 끊고. -_-

나 아니야! 내가 애 이름을 저렇게 지을 것 같아? 지천에 원수가 깔렸는데 저 이름 달고 잘도 뒤치기 안 당하면서 렙업했겠다.(근데 저 님은 어떻게 한 거야? -ㅁ-;;)

누가 보면 벌써 리치킹 공대 조직했는 줄 알겠네. 몇명모잘..

흑흑 와우하고 싶다...

래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선물받은 두 서적

오늘 칙스님께서 보내신 벨로아 궁정일기 3권이 도착했다. 스샷을 찍고싶을 만큼 기분 좋은 싸인과 변함없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재미있는 글이 눅눅했던 빨랫감처럼 젖었던 기분을 말렸다.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칙스님 글은 나처럼 오도방정 날뛰는 이야기가 아니라 말린 빨래 감촉처럼 부드럽다.

회천공의 하마르티아가 도착했다. 이런 말을 하면 기분 상하실지 모르겠지만, 회천공 글을 읽을 때면 내가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글을 썼다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젖게 된다. 성향이 비슷하달까? 어쩌면 나이델(-ㅅ-!)에게 홀려서일지도.

보다 자세한 감상을 적고싶지만, 둘 다 아직 초반부만 읽었다. 하는 일이 나만 관련된 일이 아니라 다른 분의 일과도 엮여서 쉴 수가 없다. ;ㅁ; 빨리 끝내고 마음 편히 읽어야지.

장담하건대 일이 끝나도 와우보다 먼저 버닝하겠다. 오랜만에 선물 받았고 두 분 모두 좋아하니까.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통일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 동족상잔의 슬픔을 딛고 일어서 지난 몇십 년 동안 끝없이 싸웠던 우리 민족.

이제는 남북 화해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남침이라고 주장하며 끝없이 우겨대던 북측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은 과거 하나였던 민족의 분열을 반성하고 다시 그 때의 하나된 모습으로 통일하는 초석이 되리라.

북측은 분단된 민족의 슬픔을 가슴에 담고, 남측을 비난하던 수많은 인민의 외침을 설득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렸다. 북침하여 민초의 쌀을 빼앗고 살육하고 전쟁했다던 헛소문을 잠식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남북 화해와 통일의 커다란 관건은 남이 북을 흡수하여 통일하는 것만이 민족의 정기를 이어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북이 이해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이제 북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남측에 흡수되는 그 날이 진정한 통일의 날이라는 것을.

하나였던 옛날의 모든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야 한다. 북측은 남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줘야 한다. 지금 하는 것처럼. 잠시 꼬장부렸던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억지를 쓰며 일부러 뒤틀어버린 역사를 바로 잡고 하나였던 그 때가 제대로 된 세상이었음을 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통일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세금과 물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산미증식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종부세 폐지 등으로 토지조사사업 또한 옛날처럼 잘 진행되고 있으며, 뉴 라이트를 통해 북측이 잘못 알던 통일된 시대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시대가 왔다. 분단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떨어져나간 북측은 이제 한일합방의 통일시대로 접어들어 내선일체로 하나되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터무니없는 기술로 인하여 쇠퇴하고 변질되었던 문화를 바로잡으려고 뉴라이트라는 이름의 청구학회 계승자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당시 조선교육령이 추구하던 세상을 그대로 되살릴 것이다. 통일의 그 날, 황국신민은 천황폐하를 위하여 미국대신 세계 각지에 군사를 주둔하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남북통일. 아아, 이름만 들어도 기쁘지 아니한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다른 건 바라지 않겠다.

정책변경에 대한 이글루스 운영팀의 입장을 듣다

이글루스의 인수 때부터 이런 과정을 거치리라고는 이미 짐작했으니까.

내가 바라는 것은 이글루스의 정책 변경으로 인하여 이곳 유저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초심을 버리도록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글루스가 초심을 잃느니 어쩌니 하는 거야 그쪽 마음이지만, 유저에게까지 초심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14-18세가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포스팅을 마구 커팅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와 관련한 포스팅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도록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기능에 19금 체크 사항을 넣고, 그것의 이미지파일에 대한 반공개형태(19세 미만은 열람할 수 없는 형태)로 포스팅이 가능하게 만들자. 만약 이게 싫다면 19금 포스팅에 제재를 가하지나 말던가.

즉, 여기서 늘 살던대로 살아도 문제되지 않는 환경을 유지시켜 달라는 얘기다.

또 한 가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유저들의 활동제한이다. 많은 인구가 몰려들 경우, 포스팅의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발생의 소지가 넓어진다. 신규 가입 유저들이 기존 유저의 분위기에 적응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전에 저작권 개무시당한 채 널리 퍼뜨려진 저작물의 피해는 어쩔 셈인가. 저작권 보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서 이렇게 연령제한을 서둘러 시행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것도 물론 살던대로 살아도 걱정하지 않을 환경을 유지시켜 달라는 얘기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과 좀 다른게, 절이 될 줄 알고 공양해서 절 짓게 했더니 어느날 불상 치우고 피카츄상(마리아상이라고 쓰려다 논란이 될까봐 급 전환... -_-)을 세우네? 그럼 사기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성공하는 출판사가 되는 법

마치 '1년 만에 10억 버는 법'같은 책이라도 낼 것같은 제목이군. -_-

제목은 1/10쯤 낚시고 본문에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출판사의 마인드에 대한 견해다.

목적이야 어찌되었건 이제는 관심 없다. 많은 출판사가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 작가 섭외 문제나 기타 사항으로 문의하곤 했다. 이는 대중창작 소설 분야뿐 아니라 만화, 게임 분야도 포함된다. 게임 쪽은 판타그램의 샤이닝 로어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이너만 상대했고 그마저 많은 경험을 갖지 않았기에 단정짓기 어렵지만, 만화와 소설 쪽은 의식이 굳어질 정도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날 때, 대부분 이런 형태로 대화하려 한다.

"지금 시장은 문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르다. 이런 마인드로 이렇게 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챙겨야 한다."

"출판은 이렇게 해야 한다."

"독자는 이러한 시장을 바라고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대화는 나와 죽이 잘 맞는다. 대중적인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는 말이기에 당연히 죽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 이런 형태로 대화한다. 이중에 성공하는 출판사도 있고, 실패하는 출판사도 있다.

아니, 똑같은 마인드에 엇비슷한 자금력으로 출발하는데 왜 어딘 성공하고 어딘 실패하지?

여기서 출판사가 하는 말이 '작품을 잘 잡은 출판사는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출판사는 실패했다.' 라고 말한다면...

난 이 마인드를 지적하고 싶어서 포스팅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데,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파는 곳이지 글을 만들어 파는 곳이 아니다. 작품 잡기? 작가 잡기? 이것을 마치 '출판사의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네임밸류에 목매야 할 수밖에 없었던 대여시장(대본소 시장 포함)의 마인드를, 무려 40년도 넘는 옛 가치관을 지금까지 질질질질질질 끌어안는 꼴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밀려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가치관으로 꾸려가다가 대박 작품 끝내 못 잡아서 사양길에 드는 출판사를 찾아가면 반드시 똑같은 말을 한다. 그게 무슨 말일 것 같은가?

"우린 다른 출판사에 비하여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다. 우리 출판사가 짱이다."

풀이해서 말하면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세간에서 어떤 소문이 돌더라도 그건 뻥이다.'라는 '변명'을 한다.(이 변명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어떠한 표현이 되건 일반적인 상황을 결코 말하지 않고 변명에 급급하는 내용이 된다.)

자. 그럼 마인드가 뭐가 잘못됐는지 지적해보자.

작가와 글을 잡는 건 계약하는 순간까지의 일이다. 작가에게 계약이란 작품의 최종에 가까운 상태이며, 출판사에게는 시작점에 가까운 상태이다. 작가가 계약하고서 원고를 넘기고 퇴고하고 교정하는 부분은 단지 계약의무의 수습과정이다. 출판사는 이러한 계약의무의 수습과정을 전담하는 '편집부'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 출판사가 바로 이 편집부에 목숨 걸면 다 끝인 줄 안다.

책을 예쁘게 내는 것? 그것도 출판사의 의무다. 일러스트가 어쩌고 저쩌고, 표지 디자인에 종이질에 아지노 제본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것은 출판사가 본격적인 업무 진행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다시 말하겠다. 계약하고 원고 받고 교정 보고 책 만드는 것까지가 출판사의 업무를 위한 기본 작업이라는 말이다.

어? 그럼 본작업이 뭔데? 그게 전부 아냐?

이렇게 말하는 출판사가 반드시 있다.(편의점 만화에서 발췌.  -_-)

출판사의 본작업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다. 책을 '잘' 파는 것이다. 또한, '글'을 잘 파는 것도 아니다.

'작가 잘 잡으면 된다'라는 마인드로 수많은 출판사가 운영되고 있다. 나는 이런 출판사가 홍보와 매장 확보를 뚫으려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 꼴을 한 번도 못 봤다. '작가 잘 잡고 원고 수정 잘 하고 책 예쁘게 잘 내는 것'은 출판사가 할 일이 아니라 편집부가 할 일이다. 어디 가서 출판사 한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 회사의 정체는 편집사다.

출판사가 성공하려면 편집부, 홍보부, 영업부의 삼위일체가 필수 조건이다. 편집부에 큰 비중을 두는 현 출판계의 형태는 '작가와 글이라는 로또 복권'을 사는 꼴이다. 네임밸류 있는 작가를 잡으면 된다고? 그만큼 돈 더 줘야겠지. 로또 복권 많이 사면 당첨 확률 높아지는 것과 뭐가 다르지?

까놓고 말하자. 국내 대중창작 출판사 중에 홍보부와 영업부가 편집부 만큼 큰 비중을 둔 곳이 어디에 있는가. 홍보부? 유명 사이트에 배너 달면 땡. 출간하는 책 뒤에 홍보페이지 붙이면 땡. 어쩌다 대여점에 신간안내지 내면 땡. 영업부? 늘 만나는 총판분들과 술자리에서 싸바싸바 몇 마디 땡. 추가 주문 반품 주문 처리하면 땡. 창고에서 책 받아 오고 재고처리 가끔 하면 땡.

그것은 영업부와 홍보부가 아니라 도우미부라고 불러야 옳다.

이제부터 어떠한 쪽으로든 악명이 높았던 부분들을 다 제외하고 홍보쪽만 염두에 둔 출판사의 사례를 들겠다.

명상 출판사에서 비뢰도와 묵향이 출간되었다. 글의 재미는 둘째 치고 이 명상이라는 출판사의 움직임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과장된 표현으로 홍보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호기심에 책을 찾게 만들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혹시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히트쳤을 때, 관련 서적으로 판매대에 오른 '묵향'을 본 적 있는가? 반지의 제왕과 묵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부분은 영업부가 이루어낸 성과지만, 홍보부도 책을 독자에게 인식시키려고 영업부 이상으로 뛰어다녔다. 묵향과 비뢰도가 히트친 원인 중에는 명상의 영업부와 홍보부가 이루어낸 업적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

자음과 모음이 초기에 활동했을 때, 한 달 평균 얼마를 홍보비로 사용했는지 아는가? 당시 조선일보 전면 광고비가 얼마인지 생각해보라. 자음과 모음은 2주에 한 번씩 전면 광고, 또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반면 광고를 조선일보에 실었다. 당시 금액으로 최소 천만원 이상을 광고비에 투자했다. 초기 판타지 시장을 자음과 모음이 이끌다시피 한 이유가 단지 시기적절해서라고 보기 어렵다.

황금가지의 드래곤 라자 띠지를 기억하는가? 통신 조회수를 강조하고,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드래곤 라자의 문구. 그리고 김준혁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리얼F에서 글에 대한 가치관을 말하며 그 속에 이영도씨의 작품 홍보를 꼬박꼬박 끼워넣었던 웹 홍보를 잊으면 곤란하다. 드래곤 라자가 단지 VT 인기의 위력에 힘입어 서점계에서도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출판사에서 드래곤 라자의 가치 만큼 뛰어다닌 것이다.

더 먼 옛날로 가서 나상만씨의 '혼자 뜨는 달'을 언급해보자. 웬 엄친아 뺨 까는 먼치킨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다 사랑받는 것도 부족해서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주장했던 글이 하나 있다. 이 작품 오지게 떴다. 그 이유 속에 '공중파 방송에서 예쁜 소녀가 혼자 뜨는 달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CF'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요즘 공중파에서 책광고 하는 거 본 사람?

그리고 서점계로 뛰어든 종목 중에 가장 눈에 띄고 이슈가 되는 브랜드인 시드 노벨도 이전에 없었던 창의적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잘' 파는 것은 이런 거다. 작품성이 좋으면 입소문이 돌아서 독자가 알아서 잘 살 거라고? 절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웹상에서 극찬하는 망작이 나올 수가 없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분신인증은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리지 않는가? 작품이 큰 몫을 하기는 해도 그것이 시장에서 잘 팔리려면 홍보와 영업망 창조(있는 영업망 붙잡는 것으로는 어림 없다. 새로 뚫는 게 영업부가 할 일이다. 일단 뚫으면 어지간해서 다시 막히지는 않으니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제발 '작품 잘 잡으면 땡'이라는 사고방식 좀 접어라. "우리 책이 제일 재밌어. 이거 안 팔린 건 정말 아까워."라고 말하면서 '세상이 왜 이 따위야?'라는 의미를 갖지 말란 말이다.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다면 재밌는 책을 못 판 출판사로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견제 의견 나올 얘기겠지. 그럼 작가는 뭐 잘 하는 줄 아냐? 등등의... 특히 나라면. -_- 덧글 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미리 적겠다.

성공하는 작가가 되는 법 제1장. 텀 없이 꾸준하게 완결까지 쓰거나 아니면 완결된 원고를 들고 가라. 이것 말고도 내게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으며, 그것을 인지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중이다. 독자와 출판사에게 늘 죄송하게 여기고 있어서 E-Book계약을 출판사가 상의 없이 해도 아무 말 않고, 어떠한 법무법인과도 불법파일 관련 계약을 하지 않는다. 완결 전에는 그럴 자격이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늘 죄스럽게 생각한다.

그러한 부분과 별개로 적는 거다. 제목에 적었듯 '성공하는 출판사가 되는 법'을 말하고 싶은 거지, '출판사의 이런 마인드는 까야 제 맛'이라는 주장을 하고싶은 게 아니다.

우린 아무 글이나 출판하지 않아. 우리 출판사는 재미있는 글만 출판해.

이건 자랑이 아니라 당연한 거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재미있지도 않은 글을 왜 계약한단 말인가. 앞으로의 재미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출간하는 경우나, 현재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것을 알아도 '특정한 재미(또는 수준이 높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를 인정하여 출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미있는 글을 계약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걸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작가에게 과한 대접을 하는 출판사를 좋게 보지 않는다. 차라리 작가에게 쫄면 한 그릇 대접하고 나머지 돈을 모아서 창의적이거나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굳이 과한 대접을 하고 싶으면 홍보나 제대로 좀 하고서 하던가.(심지어 대접은 과하게 해주면서 원고료는 안 주는 출판사도 있다. 이거 어쩔 -_-)

결론을 내리자면 '성공하고 싶은 출판사는 홍보와 영업에 창의성과 근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요즘 어떤 글이 뜰 거라느니, 이런 내용이 재미있을 거라느니 하는 건 작가의 몫이다. 조금 보태면 편집부까지의 몫인데, 이걸 출판사와 작가의 몫이라고 싸안으면 곤란하다.

편집부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홍보와 영업까지 넘나드는 편집부의 권한으로도 부족하여 편집부 자체가 출판사인 곳은 지금 제대로 운영중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들 그런다.

이 말이 참 문제다. 출판사가 출판사만 보며 영업한다. 독서 인구가 게임으로 가고 블로그로 가고 영화로 가고 다운로드족으로 변모하는 시점에서 출판사끼리만 오손도손 바라보며 "쟤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면 어쩌자는 거냐. 게임방송에 게임광고가 나오고 심지어 게임홍보용 본방송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저쪽은 돈 많은 기업이니까'라고 위안하지 말자. 그래서 시장을 빼앗기는 거다. 도서방송국 생길 일은 거의 없으니, 지금이라도 게임방송 애니방송 달려가서 홍보망 뚫어라. 홍익매점 편의점 학교 앞 문구점에 달려가서 영업망 뚫어라. 정말로 팔 자신이 있다면 전국 게임방에서까지 책을 팔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출판사가 안 했으니 우리도 안 한다."라는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대중창작 출판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런 걸 보고 투자라고 한다. 책 예쁘게 내고 괜찮은 작가 잡는 데에 돈 쓰고서 "투자 다 했다."라고 말하지 말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9일 일요일

어제 아스날 전에서 맨유팬이 그린 선수 움직임 예상도

아스날 전이 있기 전에 공식 선발라인업이 정해지자, 맨유팬이 각 선수에게 주어진 임무를 경로로 그렸다.


...

레디 오스 성화 펌(출처: 네이버 맨유 카페)

박지성은 이번 아스날전에서 웰치 봉쇄 임무도 잘 수행했고, 보너스 어택도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건 선발무패가 드디어 깨졌다는 거. ㅠㅠ

용들의 전쟁 [일합편]

용들의 전쟁을 단 한 권으로 완결짓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줄거리만 1권 반 분량...)

이것저것 쪼개고 부수고 없애던 과정에서 제일 먼저 지워진 부분이 세세한 싸움장면입니다. 일대 전쟁까지 포함하면 최소 10여 번 이상의 싸움이 있는데, 이것들을 아예 이야기에서 빼거나 간단히 결과만 소문으로 전해지는 형태로 바꿨네요. 대부분 이야기가 상당히 축소되고 단순화되어서 어쩌면 6권은 줄거리를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급적 그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겠지만.

아무튼 여기에 잠깐 연재할 내용은 6권을 쓰던 중 삭제했던 동방량과 금사희의 결투장면. 나중에 특별히 할 일 없을 때 마저 연재할 생각입니다.(여기에 올인하면 그것도 또 일이 되어버려서... -_-)

이 내용은 차후 4부작으로 리메이크될 용들의 전쟁 인터넷 연재본에서 수정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내용 진행으로 보아 2부 불꽃편의 중반 쯤에 나오겠네요.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일합(一合) -1

둥. 둥. 둥!

“와아아아아아!”

그믐이 가까워지고 있다. 곧 시작될 오월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여러 번 사신이 오가며 싸움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월 초하루!

수많은 세력들 문서가 바쁘게 오가는 중이었다. 소식 끊긴 동방진양이 무당산에 나타나더니 청성파와 아미파 답신을 건넸다. 드디어 정도 삼십사문 십삼파 육사 서신이 모두 도착한 것이다. 각서였다. 이번 비무에 문파의 명운을 걸겠다는 내용.

아직 사도맹의 일부 세력은 답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공작왕이라 해도 천하제일인 무량검을 상대하여 이길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이유다. 금사희는 서신을 보내지 않은 세력에 제자들을 보냈다.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공작천이 뭔지 가르쳐주라는 명령을 가슴에 품게 하고.

둥! 둥! 두두둥!

북소리는 쉬지 않았다. 소리로 기선을 잡으려는 듯 양진영이 끝없이 북을 쳤다. 소리가 높고 멀어 하늘을 뒤덮고 무당산까지 이를 정도였다. 사월 말 구름이 빠르게 흘렀다. 초여름 모래바람은 매섭게 가라앉았다. 달이 시커먼 하늘에게 갉혀 빛을 잃으니, 월광 위세가 누그러진 틈을 타서 매서운 북풍과 무거운 남풍이 기세 좋게 대지를 휘감았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들린다. 추락하던 바람 소리는 함성에 먹혔다. 땅이 보이지 않았다. 무복(武服)과 병장기가 땅을 대신하여 하늘 밑을 채웠다. 함성이 좀 더 커진다. 무사들은 바람이 몰고 지나가는 그 어느 곳에도 보였다. 대지를 메운 무사와 깃발이 한 지점으로 기를 모은다. 천하 무사들이 바라보는 그 지점은 흑구름에 짓눌린 달을 비웃듯 만월 형상으로 땅을 드러냈다. 중앙에 동방량과 금사희가 자그마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빨리 싸웠으면 좋겠다.”

“급한 성질은 여전하구나.”

둘 다 잔을 들었다. 동방량은 힘차게 뻗었고, 금사희는 잔을 버릴 듯 퉁명스레 뻗었다. 멈추는 잔의 순간이 격렬했으나, 누구도 술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다.

찡.

맑은 공명음이 서로의 잔 끝에서 흘러나왔다. 둘 다 단숨에 술을 마셨다. 봄은 떠났으나 찬 기운이 아직 남아서 둘의 입김이 하늘로 흐른다.

“하나만 묻자.”

동방량이 반쯤 고개를 기울이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금사희를 응시했다. 마치 시비를 거는 시정잡배처럼.

“정말로 네가 이길 것이라 여기냐?”

“네 질문은 늘 주접이구나.”

금사희는 자신의 빈 잔에 술을 채우며 중얼거렸다. 그 질문을 할 사람이 누군가. 동방량도 금사희도 서로의 성격을 잘 안다. 만난 적은 한 번 뿐이지만, 얼마나 많은 소문들이 귀에 들어왔는가. 이길지 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싸움을 벌이는 자가 있다면 단연코 동방량이었다. 금사희는 패배할 싸움에 발을 내밀지 않는 자였다. 동방량도 그것을 알기에 이죽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

“초하루에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 그런데…….”

금사희는 술을 마시려다말고 인상을 찌푸렸다. 술 대작은 서로 기운을 재고 결전 위해 건배할 목적뿐이다. 금사희는 술 대작에서 술을 뒷전으로 돌리고 주절대는 꼴이 보기 싫었다.

“술 좀 마시자. 자꾸 귀찮게 굴면 일어나겠다.”

“그런 거야 네 마음이고…….”

동방량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더니 끝내 질문을 마쳤다.

“다른 문파들이 맹약을 한다고 해서 정말 전쟁이 끝날까?”

그 말에 금사희의 찡그려진 인상이 펴졌다. 금사희는 단정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늙었구나. 너답지 않은 물음이다.”

“그렇군. 늙어버린 건가.”

“네가 답해라.”

동방량이 입가에 미소를 띠더니 던졌던 질문에 자답했다.

“알 바 아니지. 나는 너와 싸우러 왔다.”

“옳지. 그래야 무량검이지.”

금사희가 다시 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둥둥둥!

북소리가 거세졌다. 사도맹 측 북이 힘을 다해 노래했다. 둘은 사도맹 진영으로 시선을 옮겼다. 깃발이 세워진다. 금사희가 잠시 고민하다 냉소했다.

“제일 골치 아픈 깃발이 세워지는 구나.”

귀암곡과 함께 사도맹 양대 곡으로 명성을 떨치던 사망곡이 드디어 서명한 것이다. 사도 십이문 십팔파 이곡 기가 힘차게 펄럭거렸다. 이제 깃발 셋만 세우면 이곳 초하루는 백 년 강호를 들끓게 할 역사(歷史)리라. 동방량은 사망곡 깃발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술병을 들었다. 술을 따르려다 갑자기 우수를 휘젓는다.

탕!

잔이 탁자를 떠나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동방량은 앙천하며 크게 입을 벌리더니 병째 술을 들이켰다. 병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몸속으로 들어가 초여름 찬바람을 씻은 듯 지웠다.

“타하!”

동방량은 흥겨웠다. 땅을 박차고 탁자를 멀리하여 달빛 어스름한 허공에 몸을 내맡기니 흥이 더욱 오른다. 떠나기 전에 금사희와 싸울 수 있음이 좋았다.

“내 검을 다오!”

술 대작을 위해 명옥향에게 잠깐 맡겼던 검이 주인을 찾아 날아왔다. 동방량은 착지하기도 전에 거침없이 검을 뽑았다. 놀란 사도맹 무리들이 술렁거렸다. 금사희가 술을 마시며 우수를 치켜들었다. 동방량에게 반응한 것이 아니라 뒤에 있던 사도맹 무리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부끄러워 죽겠다. 얌전히들 있어라.”

사도맹이 조용해지는 순간, 동방량이 땅을 박차며 다시 도약했다. 마지막이다. 이게 이곳의 마지막이다! 동방량은 이 싸움을 끝으로 자연에게로 떠날 생각이었다. 낙랑을 통해 보았던 그곳을 다시 한 번 가려는 것이다. 공기(空氣)의 무한한 내력에 맞서고, 바람과 물과 나무와 흙과 쇠의 위세를 제압하고 시공 결계를 반드시 뚫으리라. 자연을 거치면 또 다른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지. 검날에 달빛이 머물더니 곧 찬연히 밝아졌다. 구름에 지워지던 달이 이제는 곱게 흘기는 여인의 눈이 되어 세상을 유혹했다.

검은 곧고 길며 가볍다. 그 끝이 한 점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검집이 무겁다 말하지 말라. 검을 하늘 향해 뻗기 위함이니.
어이쿠야! 세상에 검을 두니 더 이상 갈 길이 없구나.
그렇다면 어떠한가. 하늘에 길이 있으니 천리를 거슬러(逆天)보자.

나(俺)는 곧고 굳세며(壯) 높다(京). 그 끝이 독존(獨尊) 행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내 검이 무정하다 말하지 말라. 천하에 검을 두기 위함이니.
어리석다! 품안에 검을 두고 길을 헤매지 말거라.
어찌할까 어찌할꼬. 내 검에 길이 있으니 그것이 천리가 아니더냐.

좋구나. 검이로구나! 달빛 머금어 검이로구나.
좋구나. 검이로다! 몇 생, 피를 담아도 무량(無量)하구나.
검이다! 검이로다! 천하에 으뜸은 검이로다!
검이다! 검뿐이로다! 검에 길이 있어 다음이 인생이로다!

정도맹 뿐 아니라 사도맹 무리들까지 검무를 넋 잃고 바라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가슴을 조이는 힘이 담겨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볍게 지나치는 바람을 검풍이라 여겨 소스라치는 자들도 있었다. 금사희는 술을 마셨다. 상대의 검무를 즐기듯 이따금 술병 바닥으로 탁자를 때리며 장단 맞추기도 했다. 검무가 끝나기 전에 사도맹에서 또 하나 깃발이 솟구쳤다. 북소리가 커졌지만, 동방량의 노래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자신만만하구나.”

금사희는 검무에서 눈을 떼어 탁자 옆을 흘겼다. 두 사람 것이 아닌 또 하나 의자에 작은 함이 놓여 있었다. 원래는 이후식 자리였지만, 마교주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앉지 않았다. 금사희는 함을 열었다. 종이 한 장이 달빛을 받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금사희’라는 이름이었다.

생사결(生死決)의 인장(印章).

동방량 이름도 있었다. 검무를 추는 자는 초하루 생사결을 가슴에 담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금사희는 미안해졌다. 저 어리석은 자는 ‘자기 전쟁’이 진리인 양 기뻐하고 있다.

“네 전쟁은 결코 없을 것이다.”

금사희는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오월 초하루가 되었다. 구름이 많아서 땅과 맞닿은 일출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횃불들이 주변을 아침 햇빛처럼 붉게 물들였다. 결전장은 이제껏 강호에서 보아왔던 그 어떤 곳보다 널찍했다. 수장급이 아닌 자들은 싸움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선배들이 후배 목을 타고 안력을 돋우는 장면이 많았다. 문파 여제자들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흠모하던 이나 친한 동료의 목을 탄 채 결투장을 기웃거렸다. 모두가 흥분하여 북을 치고 함성을 질렀다.

“이것으로 전쟁은 끝이다!”

마교주 이후식이 장 한복판에 서서 외쳤다. 정사 맹주가 배려하여 이후식이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전이 정해졌을 때부터, 정도맹과 사도맹은 이상하다 여겼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마교는 승자에게 복속된다. 어째서일까. 대부분 그 이유를 낙랑과 결부시켰다. 낙랑이 죽은 뒤, 마교 세력이 크게 약화되어 자포자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나 이미 결정된 패자지왕(敗者之王)은 승자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그대들은 검과 왕의 생사결이 어떤 결과를 낳더라도 승복하겠는가!”

“와아아아아!”

둥둥둥둥둥!

사방에서 북소리와 함성이 크게 울렸다. 이후식은 쌍수를 들었다. 모든 소리가 지워질 때까지 침묵하던 이후식은 바람소리만 새벽을 떨치자 다시 입을 벌렸다.

“이제 기다려라! 누구도 말하지 말고 누구도 북을 치지 말아라! 무림을 짊어진 두 역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예를 갖춰라!”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후식은 동방량이 있는 막사로 걸었다. 정도맹 위세를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둘 성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누구에게 먼저 가건 금사희는 신경 쓰지 않으리라. 하지만 동방량은 자존심이 상했다며 화낼 것이 뻔했다. 이후식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니, 좌선하던 동방량은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이후식은 포권했다.

“어떻습니까?”

“금가한테나 가서 마지막 안부를 물어보시오.”

“예. 그러지요.”

이후식이 공손히 읍한 뒤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교주.”

막사 출구로 몸을 돌렸던 이후식이 동방량 부름에 고개만 돌려 답을 기다렸다. 미소 어린 입가가 동방량 질문을 이미 예상한 듯싶다.

“금맹주께서 이 싸움을 주도한 자가 저라는 얘기를 했나 보군요.”

동방량은 잠시 침묵했다. 외모만 따지면 이후식은 평범했다. 어디 시장 같은 데 가면 호객하는 상인중 반드시 저 얼굴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방량은 마교주 눈동자 속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우물이었다. 동공이 깊고 깊어서 도무지 끝을 알기 어렵다. 두터운 눈꺼풀은 어찌 보면 다정하고 어찌 보면 간교한 늙은이 것과 비슷했으나, 속에 담긴 검은 동자는 마흔 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투명하고 맑았다.

“그렇소. 나는 이 싸움이 천외천 수작에서 비롯되었다 여기고 있던 터인지라 그 말을 믿기 어렵소이다.”

“결론은 다르나 원인은 그렇습니다. 천외천 수작이지요. 허나 원인과 결과가 어찌되든 두 분 선택은 여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금맹주를 찾아뵙고 동방맹주와 맞서야한다는 조언을 했을 뿐입니다.”

“원인이라 했소?”

“제게 있어서 무림은 모두 동도 하나며, 교인 하나입니다. 애초에 마교는 세력을 구분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무림인이 아닌 자가 무림에 들어섰으니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그것이 천외천이구려.”

동방량은 낮게 신음했다. 이후식이 고개를 끄덕이기 위해 몸마저 동방량 쪽으로 돌렸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괘념치 마십시오. 제가 천외천 뜻을 따라 결전을 권한 것이 아니라, 천외천 뜻을 알아 결전을 권한 것입니다. 원인은 같으나 천외천에 대항하려는 방편이니 결과가 다르지요.”

“천외천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소이까?”

“선대 낙교주께서 놈에게 당했을 때부터입니다. 그때는 정체를 몰랐으나 지금은 알고 있지요.”

일순, 동방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낙랑은 동방천이 동방인 계획을 따라서 급습하여 죽였다. 그것이 천외천에 의한 죽음이라면 동방천과 동방인, 어쩌면 둘 다가 천외천 첩자라는 얘기가 된다. 동방량은 다가올 결전을 위한 평정심과 호승심을 갈무리한 채 태연히 물었다.

“천이요, 인이요?”

“결전이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기시는 것은 잠시 묵혀둘 수 있겠으나, 결과를 아시고 그 뒤를 고민하는 것은 묵혀둘 수 없겠지요. 결전에 방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나를 우습게보시는 구려.”

불평하면서도 동방량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후식은 인사를 마치고 막사를 나갔다.

“진양이가 아니란 말이지?”

동방량은 미소 지었다. 네 명 중에 동방진양은 자기 자식이 아니다. 그로 인하여 첩자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동방진양을 제일 먼저 의심했다. 또한 안타까웠다. 동방진양은 이제껏 보던 누구보다 뛰어난 자질이 있었으며 성정도 올 곧았다. 만약 동방진양이 친자였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후계자라 선언했을 것이다. 아니, 친자가 아니더라도 후계자 계획을 잡던 터였다.

“으음…….”

정의신검 상관호 일가가 쑥대밭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다. 동방량은 만천신장 우양호 때부터 내부 권력자가 수상한 짓을 꾸민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자식들에게서부터 비롯되었음도 짐작했다. 모두 의심할만한 구석이 있었다. 동방천은 숙청을 직접 행했다. 동방인은 계교가 뛰어나 동방천을 조종할 수 있다. 동방진상은 따르는 이가 많아 모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동방진양은 명성과 실력이 나이답지 않아 제일 수상했다.

“정리해야지. 이번 싸움이 끝나면 정리해야겠어. 정리하자.”

동방량은 여러 번 뇌었다. 누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소리로. 개인적으로 동방진양이 제일 미웠다. 사랑하는 아내를 자학하게 만든 원흉이다. 동방진양 친부를 끝내 밝히지 않고, 이제는 대화조차 거부하는 황세희마저 야속했다. 정리가 우선이다. 동방량은 주먹을 쥐었다. 인간 주제에 감히 삼라만상과 싸울 준비를 하는 나다. 고민 따위를 짊어진 채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방량은 정리를 다짐하며 주먹을 쥐락펴락 하다가 그러한 생각마저 떨쳤다. 삼라만상에 앞서 금사희가 우선이었다.

일합-1 끝

사부님이 생겼다.

포토샵 가르쳐주신다.

맵 제작에 재미붙였...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횡설수설

일이 많아질 기미가 보인다. 날마다 포스팅을 하고싶은 욕구가 펑펑인데 마음이 조급해져서인지 일주일 한 번도 쉽지 않을 것같다.

그나마 이렇게 새 글을 쓰겠다고 클릭할 수 있는 건 각종 사이트와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불현듯 뭔가 생각났을 때다. 최근에는 창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면서 많이 썼다. 오늘도 마찬가지.

껌 좀 씹었글 좀 읽은 독자의 심기를 거슬리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설정, 비슷한 내용, 비슷한 사람, 비슷한 어쩌고 저쩌고를 버무려서 '식상'을 창조하는 작품의 경우다. 일부 독자는 그런 가치관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연출의 힘으로 설정과 이야기의 평이함을 누르는 작품까지 깐다. 더 과장하는 독자는 표절과 동등한 선상에 놓기도 한다.

구무협 시절에 암담한 사람이 몇 있었다.(아니, 좀 많았다.) 똑같은 이야기에 이름만 바꾸거나 아예 똑같은 문장에 이름만 바꾸는 사람, 김용의 글을 그대로 써먹는 사람, 남의 글을 베낀 글을 또 베끼는 사람 등등, 같은 이야기를 몇 가지 부분만 살짝살짝 바꿔서 책을 내는 사람이 있었다. 뭐 어찌해도 구무협이 욕먹는 대표적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람이 많아서다. 이때 표현된 '무협지'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이트마저 있다.(하지만, 무협지를 악용하는 이가 있었다고 하여 무협지라는 이름에 똥칠 확정마크를 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 서효원씨를 포함하여 일생을 재미있는 무협지에 매진했던 분을 욕되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이 있다. 열 번 잘 해줘도 한 번 잘못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말.

꽤 많은 사람이 불쾌한 것만 잘 본다. 어떤 작가는 칭찬하는 만 명 독자의 닉네임은 몰라도 욕하는 한 명 독자의 닉네임은 제대로 기억한다. 출판계를 언급하면서 열심히 쓰는 작가 한 명을 언급하는 이보다 재미없게 쓰는 작가 백 명을 언급하는 이가 더 많다. 개중에는 작가도 아닌 사람을 억지로 작가군에 넣어서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삼천포다. 아놔. -_-

그래도 조금은 관련되어 말하자면, 저 위에 언급한 구무협 시절과 지금의 판타지 무협시절이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여기지 말아라.

그 시절에 구무협 쓰던 사람이 시장 바뀌는 순간에 몽땅 굶어죽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직업을 바꿨을까?

이름만 바꿨다. 그들의 글은 여전히 판타지로 무협지로 출간되고 있다. 구무협 시장에서 선배의 이름을 달고 출간하던 고스트 라이터도 자기 이름을 걸고 출간중이며, 그 선배라는 사람도 본명을 내걸고 출간한다. 현재 시장 속에 구무협 시장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구무협 시절에 하던 짓을 그대로 한다. 어떤 벼락 맞을 신인쪼가리는 그게 또 뭐 그리 좋아보이는지 초출 주제에 따라한다. 커서 뭐가 되려고 못된 것만 배워 처먹는지 모르겠다.

그래. 이런 사람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슷한 형태의 글이 되면서 실상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출간되는 글도 있다. 그것은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다.

다수 신인작가는 오마주 성향으로 데뷔글을 쓴다. 어떠한 작품을 읽고 얻은 감흥이 그대로 전이되어 창작으로 표출되는 경우다. 확대된 시장은 이러한 신인작가의 글도 출간한다. 꽤 많은 작품이 비슷한 설정,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인물, 비슷한 어쩌고 저쩌고로 점철된다. 수준을 따지는 독자는 이 글과 저 위에 언급된 글을 한꺼번에 묶어서 비난한다.

나도 가끔 비난한다. -ㅅ-

하지만, 글을 비난하지 작가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꽤 많은 글이 능력껏 발휘된 글이어서다. 이 작가의 차기작이, 그리고 이후의 또 다른 작품이 어떻게 변할지 나는 모른다. 점점 좋아지는 글을 발견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 무슨 수로 작가를 비난한단 말인가. 옛 작품에 정신을 얽매일 이유가 없다. 싫어하는 작품의 인상을 지우지 않느라 좋아할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다.

단지 글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가끔 주변에 이런 친구가 (많이!) 보인다. 모임에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고 안 간다는 사람이나, 누군가와 불쾌한 일 한 번 있었다고 사이트와 인연을 끊는 사람, 덧글 하나에 기분 상했다고 연재 접는 사람,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친구에게 쟤 만나지 말라고 강요하는 사람(이런 사람 있다! -_-) 등등...

어지간하면 상대 기분에 맞춰 행동하는 편이어도, 가끔 이런 게 눈에 심하게 띄면 주둥이를 칵 깨물고 싶(어? *-_-*)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비중을 바꾸는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싫어하는 것=2:8' 정도로 보이는데, 8:2로 바꾸는 정도는 못되더라도 5:5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너무 손해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세상이 '저 사람에게 잘 해주자.'보다 '저 사람에게 실수하지 말자.'로 돌아가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3일 월요일

어느 전사의 이야기

나는, 태클을 걸었을 뿐이고,

오랜 옛날 미어주께써라는 사제가 세상을 떠돌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은 무섭게 성장하여 수많은 파티로부터 호평을 얻었던 환몽이라는 마법사가 각종 인던을 섭렵하고 미어-환몽 콤비로서 명성을 떨치던 시기와 일치한다.

어느날 환몽이 쪼쪼렙 오크 한 마리를 데려왔다. 킹더루비라는 이름의 이 오크는 '인던전사는 타우렌'이라는 공식을 말하자 새침 떼며 중얼거렸다.

"피통 5% 종특... 그깟것 상관없어. 전사는 뽀대야."

미어주께써는 말했다.

"여보게, 오크 소년. 자네가 아직 뒷치기를 몰라서 깝치는데 피통 5%와 쿵쿵따는 누구도 무시못할 전사의 자랑이 될 걸세. 그러니 그 시퍼러둥둥한 오크의 껍질 따위 팽개쳐버리고 타우렌의 땅에서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맛 보시게."

"싫어. 난 얘한테 정들었어."

이 안하무인 소년은 대사제의 조언에 코웃음 치며 녹템도 아닌 상점에서 구한 도끼 한 개를 들고 크로스 로드로 떠났다.

이틀 뒤, 환몽이 미어주께써를 찾았다.

"그 때 깝쳤던 오크놈이 사냥에 허덕이는 꼴이 불쌍하니 인던 한 번 돌아주자."

"그 소년, 아직도 오크요? 허어. 근성이 가상하구려. 그러십시다."

"자. 포탈을 열테니 잠시 기다려."

"아니, 여기가 오그리마인데 뭣하러 포탈을 여는 거요? 그냥 날아가면 될 걸."

"수도원이야. 언더 포탈 연다?"

미어주께써는 분개했다.

"버스에도 기본이 있소! 쪼렙이면 쪼렙답게 통곡이나 갈 것이지, 뭐 잘났다고 벌써부터 수도원이요? 그렇게 크면 애가 커서 뭐가 되겠소? 내 그 아이를 도울 마음이 사라졌으니 혼자서 크게 냅두시오!"

"쪼렙끼리 파티 모아서 통곡 다녀왔던데? 성채도 갔다 오고 가시덩굴 우리까지 쓸었더라. 수도원도 파티 모아서 가려는 걸 억지로 잡았어."

"아니, 그제 크로스 로드로 출발한 쪼렙이 뭔 깡으로 거길 다 다녀왔다는 게요? 지금 몇 렙인데?"

"36렙."

"......"

미어주께써는 환몽의 초대에 응하여 킹더루비를 확인했다. 어디서 뭘 했는지 모르겠으나 눈에 흉흉한 광채가 일고 녹템 이곳저곳이 멀쩡한 데가 없어 큰일낼 놈으로 보였다. 하지만, 외모와 다르게 말투와 행동은 대단히 싹싹했다. 미어주께써는 킹더루비가 장차 큰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를 태우는데 집중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여유를 내어 킹더루비를 살펴볼 마음을 먹었다.

"제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살펴보는 정도가 아니라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킹더루비에게서 1초라도 눈을 떼면 피통이 50이내에서 간당간당하는 순간이 반드시 왔다. 만렙 법사의 딜어그로니, 만렙 사제의 힐어그로니 다 필요없었다. 킹더루비는 도발망발 다 써가며 어떻게든 만렙에게서 어그롤 뺏고 싶어 안달난 전사였다.

"버스 타는 주제에 어그로 빼앗지 마!"

"아아, 만렙이라 그런가? 어그로 뺏기가 왜케 힘들지?"

"그러니까 빼앗지 마!"

"역시 만렙. 흑흑흑. 또 못 빼앗았다."

"내 말 좀 들어!"

"방태로 바꾸면 좀 더 나을까?"

"40렙도 안된 주제에 방태하지 마!"

미어주께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스킬창의 스킬을 모두 뽑아서 킹더루비의 레벨에 맞는 힐 스킬로 교체했다. 환몽이 병사들 잔뜩 모아서 신폭을 쓸 때보다 킹더루비가 돌진 방가 방가 도발 방가를 할 때가 더 바빴다. 쪼렙 주제에 태세교체 꼬박꼬박할래? 미어주께써는 먼 훗날 저놈이 쓰랄 형님 배때시에 사시미 박아넣을 아서스같은 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렀다. 킹더루비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채팅창에서 환몽이 어그로 뺏겼다고 투덜대는 일이 잦아졌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새 킹더루비는 만렙이 되었다. 그날부터 오그리마 은행 지붕에는 날마다 통통통 날뛰는 오크 한 마리가 하루 평균 12시간 가량 나타났다. 채팅을 촉수로 하는지 전사 구한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귓말 보내서 파티에 합류하고, 자기가 파티를 구할 때면 오그리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귓말을 들을 정도였다.

점점 오그리마가 술렁거렸다.

<듣보잡전사: 솔룸 법사 사제 구합니다.(3/5)>
<......>
<......>
<킹더루비: 솔룸 구합니다.(1/5)>
<개념법사: 손!>
<아빠쟤흙먹어: 손!>
<귓속말: 법사 손!>
<흑마유니콘: 손!>
<귓속말: ㅅ노>
<비습후슬러시무릎: 돚거손!>
<귓속말: 꼭 가고 싶습니다. ㅠㅠㅠㅠㅠ>

미어주께써는 녹템전사를 향한 주변사람의 열광적 반응에 당황했다. 용맹셋도 다 못 맞춘 전사에게 왜 이리 열광한단 말인가. 설마, 이제 갓 만렙을 단 주제에... 미어주께써가 환몽을 돌아보자, 트롤 마법사는 담배를 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 애는 벌써 어그로를 지배하는 경지에 이르렀어."

<다음 호에 계속... 그런 거 없다.>

2008년 11월 2일 일요일

죄의식을 갖지 말자.

독자의 분노는 정당하다!

본문보다 그 아래 죽 이어진 덧글을 읽던 중, 꼭 적어야 할 부분이 생각났다. 이전에 토돌님 글을 오해하여 벌어진 나랑다투닥투닥 사건 때의 내용도 일부 언급하겠다.

근데 막상 쓰려고 보니 떨린다. 이건 뭐 이런 쪽 글을 쓰기만 하면 트랙뷁그라운드에 이오공적이 되니... -_-

뭐 오래 글 쓰고 살지는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메롱 말고 -_-)을 가진 신인작가가 있다면 알려줄 게 있다.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초딩만 이해하는 글을 쓴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옛 글 읽고 "왜 이걸 책으로 냈을까."라며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아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서 하루 공쳤네. 글 조금이라도 썼어야 했는데."라며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하지만, 내 레벨에 올라서면 죄의식 가져라. -_-)

내가 저 트랙백 건 글에서 눈여겨 본 무곡님 덧글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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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실제로 한 작가분께 그런 말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작가분의 말씀은 이렇더군요.
"대부분의 작가가 메이저 작가가 아닌 이상, 소신있게 글을 써서 망하는 것보단 시장에 맞게끔 글을 써서 이름을 알린 다음 그런 글들을 쓰는게 맞지 않느냐?" 랍디다.
한~참 개소립니다. 저런 인간이 작가라고 불리니까 제가 이렇게 짓껄이고 있는거구요.
제가 다른나라 장르문학만큼의 질을 원한답니까? 전 '최소한'의 작품으로서 존중받을 만큼의 질을 원한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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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덧글을 죽 읽어보면 무곡님께서 의도한 내용은 저 덧글 자체가 지닌 극단적 성향과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글에 소홀하는 특정 작가'를 언급했음을 밝혔으니까. 그러니 저 글과 무곡님의 진짜 의도는 다르다는 전제 하에, 단지 저 글만을 두고 적겠다.

나도 비슷하게 말한다. 바로 저 위에 적힌 말을 만나는 신인작가마다 해 준다.

그 소신이 어떠한 소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써서 망하는 것보단'이라는 전제가 들어가 있다면 그건 대중성에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자. 대중성에서 동떨어지는 소신이라는 가정 하에 늘 그렇듯 막말하겠다.

신인작가 주제에 소신 좋아하고 있다. 네가 지금 소신 챙길 군번이냐?

일부는 대중창작가의 기본이 맞춤법이니 개연성이니 하는데, 절대 아니다. 대중창작가의 기본은 대중적인 이야기다. '대중적(또는 재미)'이라는 말이 대단히 범위가 넓어서 그 속에 작품성도 포함되어 있고 유행성도 포함되어 있으며 저질성(일반적 견해에서의 저질성)도 포함되어 있다.

대중을 공감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소신 있게 글 쓴답시고 끄적거린다면 대중창작계에 붙어있을 생각하지 말아라. 당신은 대중창작가로서 자격미달이다. 그 무엇보다 먼저 대중에게 자신의 글을 이해하게 한 뒤, 대중을 내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제대로 된 수순이다. 그 기본적인 부분은 다른 말로 '시장에 맞게 쓴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시장이 원하는 수많은 재미 중 하나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착각하는 게 있는데, '시장이 원하는 재미를 찾아 쓴다.'와 '유행을 따른다.'를 같은 뜻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절대 아니다. 시장에 숨겨진 재미는 아직 개척단계인 대중창작계에서 1/10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이것을 찾는 작업을 앞서 언급된 의미대로의 '소신 있게 쓴다.'와 결부시켜서는 곤란하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잘못된 분류법은 있을지언정 별종은 없다. 작품성과 시장성이 겹칠 수 있는 이유는 '재미'의 범위가 넓어서다. 각양각색의 재미 속에서 작품성을 따로 빼고 저질성을 따로 빼는 순간부터 별종이 나온 것이고 저런 엉뚱한 의미의 '소신'이 나와버린 것이다.

초등학생은 좋아하지만 대학생에게는 비난받는 소설을 썼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초등학생을 즐겁게 할 요량으로 개연성을 파괴했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내 옛 글이 지금보다 한참 부족하여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창피하다고 감출 생각하지 말아라. 포르노를 썼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이모티콘이 난무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지금 네가 원하는 대중에게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네가 글을 쓸 때 자신의 글이 재미있었다면 그 누구보다 훌륭한 대중창작가인 것이다.

그러한 노력으로 대중이 네가 되고 네가 대중이 되었을 때는, 저 의미대로의 '소신 있는 글'을 써도 자연히 대중을 감싸게 된다.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 대가다.

저 의미대로의 소신은 추상화와 같다. 신인때부터 열심히 추상화를 그려대며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꼴이다. 추상화부터 그릴 생각이었다면 사람들이 인정하기를 바라지 마라. 아주 노골적인 말로 넌 지금 일기장 쓰는 거다. 피카소 추상화를 보고 감명받아서 열심히 추상화 그려대는 꼴이란 거다. 피카소 추상화는 하루 100장 이상의 정밀 데생 수련으로 쌓아올린 액기스 중의 액기스다. 피카소가 추상화를 그리기 전에 얼마나 많은 대중적 그림을 그렸는지 직접 알아봐라.

대중창작가에게 있어서 시장에게 인정받을 자신이 없는 소신은 '수많은 인정을 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다. 일부 독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일부 작가까지 이걸 인정하지 않아서 당혹스럽다. 대중과 공감하는 글을 쓰는 게 직업이면서 왜 대중과 공감하는 것을 죄스러워해야 하는 거냐. 네가 재밌고 네가 원하는 독자가 재밌어하면 당신은 죽어도 천국 간다. 당신은 훌륭한 작가다. 네가 원하던 독자가 아닌 다른 독자가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독자도 반드시 있다. 그들의 비난에 왜 괴로워하는 거냐? 글 한 편 쓰고 뒈질 것도 아닌데, 그들의 비난이 그렇게 신경쓰이면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쓰면 될 것 아닌가. 네가 하나님도 아니고 네 글이 성경도 아닌데 대체 얼마나 포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려는 거냐.

그런 의미에서 적겠다.

메이저 작가가 아니라면 망할 글 쓰지 말고 시장에 맞게 글 써라. 망할 글 써놓고 소신이니 뭐니 헛소리 말아라. 그건 소신이 아니라 딸딸이다.

그 다음 죄의식 부분은 특정 작가에 한한다. 분명 해당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재미있는 글을 쓰는 방법 중에 '대중과 같이 즐거움을 공유하다가 자기가 재밌는 글을 쓰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즐거움을 공유하던 대중도 재밌어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가 유형은 놀지 않으면 재미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저러한 작가 유형 중 상당수가 작가를 직업으로 삼게 되는 순간부터 노는데 소홀하게 된다. 책도 예전보다 덜 읽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연재글도 잘 안 읽는다. 친구와 만나는 시간도 많이 줄고, 독자와 만나거나 작가들 몇몇이 끼리끼리 논다. 독자와 만나는데 집중하면 글의 영역이 편협해질 우려가 있고, 작가들 몇몇이 끼리끼리 놀다보면 뇌속에 경쟁심리가 인장으로 찍혀버려서 문화를 즐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즉, 자기가 쓴 글의 줄기만을 따라서 인맥과 시간을 형성해서 벌어지는 문제에 휘말린다.)

글을 쓰기 전에 즐겼던 것, 또는 그 이상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즐기는 것을 소홀하면 자신의 글은 점점 재미를 잃는다. 그 상황에 접하게되면 갑자기 조급해져서 오히려 더 글에 매달리게 된다. 당연히 글은 더 재미를 잃는다. 그럼 더 매진해서 병진된다. -_-

노는 것을 소홀하지 말아라. 특정 작가에게는 그것이 글의 원천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겨야 글도 즐길 수 있다.

노느라 글 안 썼다고 괴로워하지 말아라. 특히, 글에게서 도망치지 말아라.(가끔 사람에게까지 도망치는 작가도 있다. 마감날 출판사 전화 무섭다고 안 받거나 하지 말아라. 걍 솔직히 말하고 통조림 당해라. -_-)

물론 덧글에서 상당한 퍼센테이지를 차지할 특정 내용에 대비하여 다시 언급하자면, 아무리 그래도 나처럼 메롱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말아라. 난 평생 안생겨요에 늘 거지에 늘 병자에 늘 구박데구리다. 내 경우는 죄의식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지. 이렇게 살고 싶으면 해 보던가.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