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5일 수요일

불법 시청기

불법을 자행했다.

 

계획대로라면 어젯밤에 사무실을 탈출하여 ESPN이 나오는 친구 집에서 하루 보낼 계획이었는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먹자 릴레이에 떡실신. 그대로 사무실에서 날밤을 새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에 아프리카로 출발하여 맨유vs인터밀란이라는 2009 세기의 대결을 불법으로 보았다. 죄진 거 잘 알기에 어지간하면 블로그에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랄까... 보통 경험이 아니어서... -_-

 

프리미어 리그는 문제가 없으나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이 없는 나우콤은 시합 시작을 몇 분 남기고 맨유vs인터밀란전을 방영하는 모든 방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방폭이라 불리는 운영자의 무서운 칼날 속에 덜덜 떨며 여러 번 방을 옮겼다. 방장은 별별 방법을 다 써가며 운영자의 방폭 신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리저리 떠돌며 짤리고 짤리다가 잠시 정착한 곳은 스타크래프트방. 방장이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스타크래프트 대기방 화면에 아프리카 채팅 내용이 뜨도록 조작되어 있었다. 장시간 지속되는 유즈맵 게임을 선택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스타크래프트방인척 하면서 챔스리그를 보여줄 계획인 듯 했다.

 

이 작전은 한동안 성공인 것처럼 보였다. 약 10여분을 감상하는데 성공했으나 운영자의 예리한 칼날이 뒤늦게 몰아쳐서 방폭. ㅠㅠ 운영자는 아마도 특정한 영상코드로 검색하여 방을 폭파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방황했다.

 

대여섯 개의 방에 들어갔다 터졌다를 반복하다가 내가 들어간 곳은 오늘의 메인이벤트방.

 

들어갔더니 웬 잘 생긴 소년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BL방인가 싶어서 멀뚱하니 보고 있었는데, 그 소년이 뭔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캠에 자신의 얼굴을 잔뜩 채운 채 열심히 뭔가 조작하던 소년은 잠시 후 화면의 방향을 틀었다.

 

캠은 소년의 방 한 구석에 있는 텔레비전을 비추기 시작했다. 영상코드로 폭파할 수 없도록, 동영상을 트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을 캠으로 보여주는 방이었던 것이다. 화면이 반전되어 나왔기에 나는 벌써 후반전인줄 알았다. -_-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달은 나는 미친듯 웃으며 최고를 연발했다. 화질은 극악이었지만 방이 폭파되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 나는 채팅으로 방장에게 감사했다. 그러자 방장이 나를 매니저로 승격시켰다. -ㅁ-

 

문제는 소리가 나지 않는 방송이었다. 방장이 뭔가 행동할 때 큰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텔레비전 볼륨을 높이기만 하면 분명히 들릴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채팅창에서 모두 소리 좀 높여 달라고 아우성쳤다. 보는 것만도 어디냐고 하는 사람과 소리 좀 들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이 반씩 떠들자 방장이 한 마디 적었다.

 

- 부모님 크리요.

 

모두 숙연해졌다. 방장은 용기를 내어 볼륨을 1에서 2로 올려줬고, 우리들은 그것만으로도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이 더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마다 제일 먼저 '후반전이냐?'고 물었다. 나를 비롯한 네 명이 그 때마다 화면 반전이라고 대답하고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임을 역설했다. 대부분 수긍했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온 누군가가 '쌍팔년대도 아니고 이게 뭐야 ㅋㅋㅋ'로 시작해서 방장이 기분 상할만한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잘하면 욕설까지 갈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 매니저 중 한 명이 그 사람을 강퇴시켰다. -ㅁ-!

 

그 강력한 반응에 방장이 감동했는지...

 

볼륨을 3으로 높였다. 다들 우오오오오오! 하며 감격. 누군가가 울며 말했다.

 

- 이러다가 부모님 크리 터지면 어케요. ㅠㅠ

 

축구경기가 어찌되건 우리는 울었다. 방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힘내라는 응원메시지로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이에 감동한 방장은

 

볼륨을 4로 높였다!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는 순간.

 

덜컥.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 뭐 해?

 

경상도 사투리의 나이 지긋한 여인 목소리가 들렸다. 채팅창은 헉! 하고 숨 들이켜는 소리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는 이모티콘이 난무했다.

 

내 생애 이렇게 긴장된 축구경기는 월드컵 한국 이탈리아전 이후 처음이었다. -_-

 

방장은 당황했음이 분명한 경상도 사투리로 지금 방송중이라고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잘 들리지도 않았던 아나운서와 해설자 멘트를 아예 외면하고 모든 사람이 방장과 엄마의 대화에 집중했다. 둘 다 차분하게 대화하며 타협단계에 들어가더니 결국 엄마가 방장의 뜻을 존중하고

 

옆에 앉았다. -_-

 

방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볼륨을 6으로 높였다. 이제 아나운서와 해설자 멘트가 뚜렷하게 '엄마 목소리와 함께 -_-' 들렸다.

 

엄마는 이렇게 방송하는 것이 신기한 듯 캠을 몇 번 건드렸다. 화면이 확확 흔들리고 사람들은 아우성쳤다.

 

- 안데에에에!

- 엄마 좀 어케 해주세요!

- 캠이 얼마나 민감한지 누가 설득 좀 해봐.

 

다행히 그 때마다 방장이 화면을 바로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전반전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 때의 감동이란... ㅠㅠㅠㅠ

 

그리고 광고 도중에 운영자의 칼날이 날아왔다. 여기마저... -_-

 

후반전 시작할 때 즈음 나는 다시 방황했다. 이제는 방도 몇 개 없었고, 있는 방은 폭파되거나 풀이었다. 비밀방도 폭파하는 것 같았다.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박지성아들이라는 방이 나타났다. 이런 방제목이라면 분명 인터밀란전이리라 여기고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듯 운영자도 곧 칼을 들고 들어오겠지. ㅠ_ㅜ

 

하지만...

 

다시 캠소년이 보였다! 검색에서 벗어나려고 방제목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작전을 짜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소년은 텔레비전 화면에 ESPN이라는 글자, 그리고 스코어 등을 테이프로 붙여 가렸다. 그것이 검색영상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정말로 그런 건지 후반 30분이 되도록 방이 폭파되지 않았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전반전이네?'라고 말해서 화면 반전에 대한 설명을 줄기차게 해야 했다.

 

그렇게 30분간 보다가 방이 폭파되어 다시 나갔고... 결국 외국방송을 틀어주는 방을 만나 끝까지 봤다. 경기 내용보다 외적 부분에 더 많은 감동을 느낀 새벽이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9년 2월 24일 화요일

무기력증

사인회날 술을 마셨던 탓인지, 아니면 그 날 후로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지금껏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마치 마약을 끊은 사람처럼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데 뭔가가 뭔지를 모르고 있다. 많이 지쳤다.

 

넋 반 쪽을 어디에 두고 온 듯한 느낌. 아, 혹시 누가 사인받는 척하며 내 혼 빼갔나? -ㅁ-;;

 

이렇게 질질 끄느니 일주일 가량 어디 가서 푹 쉬었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치솟는데, 문제는 내가 불안해서 그렇게 못한다는 거.

 

딜레마에 빠졌다. ㅠㅠ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생존신고

살아 있습니다. -ㅁ-/

 

용들의 전쟁을 마치기 전에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아예 블로그에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영문 좌르륵 늘어놓은 스팸 덕에 어쩔 수 없이 글 남깁니다.

 

하도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니 경어를 다 쓰네. 다시 다시. -_-

 

사인회에 다녀왔다. 다른 책 사인 받겠다는 분이 계셔서 1시간 반 가량 일찍 도착. 거기서 꿈을 걷다를 읽던 중, 책을 보고 사인회 오셨냐고 살갑게 대하시는 분과 즐겁게 얘기했다. 결국 커피 전문점에 같이 가서 맛나게 핫쵸코 먹느라 사인회에는 정시에 가깝게 도착한 꼴이 되었다. 현승님의 광팬이셨던 그 분께서 이 글을 보시면 만나서 반가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MT까지 포기하며 사인회에 오시다니... ㅠㅠ)

 

순서가 죽 이어지는 사인회여서 그림은 꿈도 꾸지 못하고-이 꿈을 걷다 덕에 그림 없이 사인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매 책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을 사인을 열심히 끄적거렸다. 10년 넘게 써오는 내 사인이지만 늘 다르게 생겼어. 좀 단순하게 만들 걸 그랬나. oTL

 

사인회 오신 분 중 절반이 아는 분이었다. 트윈픽스님은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블로그 주인이어서 뵙게되면 인사하고 싶었는데 음흉하게 몰래 사인받으셨다. 이름을 적지 않은 몇몇 분 중에 숨어있었던 듯.

 

시간이 꽤 지났지만, 박현아님 쵸콜릿 감사합니다. 행복했어요. ^^(초록불님 말씀을 들어보니 리체님이시라던데, 맞나요? 라고 묻자니 여기를 오시는지 알 길이 없...)

 

판갤에서 자주 까이건만, 왜 그렇게 판갤 분들을 보면 반가운 건지 모르겠다. 내가 M끼가 있나...;;(있지. -_-) 그러고보니 어떻게든 시간 내어서 아밤횽 한 번 만나야 할 텐데.

 

사아기님 부탁으로 책을 가져가 선배분들께 사인 받고, 내가 받은 책에도 사인 받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는 것이 기억난다. 한상운 선배께 사인 받을 때는 사아기님 책에 '홍성화님께'라는 문구를 받아버려서 급당황. 그래서 다시 부탁하여 그 밑에 '부탁받아서 이진곤님께'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_-

 

좌백님, 진산님, 이재일님과 이렇게 오랜 시간 소통한 건 처음인 듯. 정말이지 꽤 오래전부터 이런 날을 기다렸는데 말이지. ㅠㅠ 현승님은 자주 봐도 반갑고, 무쟈게 오랜만에 본 진행이형은... 이 사람 안 늙어... ㅠㅠ 하지은님도 막내답게 앳된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초록불님은 아무리 봐도 늘 보아왔던 분처럼 익숙해서 두 번 만난 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뒤늦게 도착한 아울이... 진행이형에게 왕년미모 크리먹고 떡실신.

 

날밤 새고 간 터라 녹초가 되어 돌아왔... 을 뻔 했는데, 전철 한 정거장 갔을 즈음에 아련이에게 전화가 왔다. 따로 모였으니 거기서 나왔으면 어여 오라고. -_- 비척비척 걸어가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와 뻗었다. 박언니도 등장하셔서 원고 얘기가 나올까 봐 긴장했심.

 

그리고 꿈을 걷다를 마저 읽었다. 내 글까지.

 

역시 한 번 더 수정했어야 했다. 한 번 읽었을 뿐인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네 개나 찾아내어 가슴이 아팠다. ㅠㅠ 다른 분의 단편을 읽으며 여러 모로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성향이 판타지여서 그럴까? 개인적으로 전민희님의 단편과 윤현승님의 단편, 진산님의 두 왕자와 시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 웬걸. 국내 작가 단편집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단편이 많았던 책이다.(내 글이 덕봤다. 아니, 혹시 그래서 맨 끝에 넣은 걸까? 책의 완성도를 위해 언제든 떼어버릴 수 있도록. ;ㅁ;)

 

이게 용들의 전쟁에 영향을 끼쳤는지 글이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문장이 이어지지 않다니... 나 글쓰는 직업 가진 거 맞아?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펌] 눈물이 앞을 가리는... ㅠㅠ

판갤 도댕기다가 발견한 만화인데 정말이지 눈물이... ㅠㅠ

 

프로그래머 대신 다른 직업을 넣어도 싱크로될 것 같다.

 

노블코어 축전

노블코어에 보낸 축전입니다.

 

포샵 하는 법 배우면서 건드렸던 노가다의 산물

 

모님 왈 "대체 왜 이렇게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