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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일 일요일

죄의식을 갖지 말자.

독자의 분노는 정당하다!

본문보다 그 아래 죽 이어진 덧글을 읽던 중, 꼭 적어야 할 부분이 생각났다. 이전에 토돌님 글을 오해하여 벌어진 나랑다투닥투닥 사건 때의 내용도 일부 언급하겠다.

근데 막상 쓰려고 보니 떨린다. 이건 뭐 이런 쪽 글을 쓰기만 하면 트랙뷁그라운드에 이오공적이 되니... -_-

뭐 오래 글 쓰고 살지는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메롱 말고 -_-)을 가진 신인작가가 있다면 알려줄 게 있다.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초딩만 이해하는 글을 쓴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옛 글 읽고 "왜 이걸 책으로 냈을까."라며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아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서 하루 공쳤네. 글 조금이라도 썼어야 했는데."라며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하지만, 내 레벨에 올라서면 죄의식 가져라. -_-)

내가 저 트랙백 건 글에서 눈여겨 본 무곡님 덧글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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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실제로 한 작가분께 그런 말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작가분의 말씀은 이렇더군요.
"대부분의 작가가 메이저 작가가 아닌 이상, 소신있게 글을 써서 망하는 것보단 시장에 맞게끔 글을 써서 이름을 알린 다음 그런 글들을 쓰는게 맞지 않느냐?" 랍디다.
한~참 개소립니다. 저런 인간이 작가라고 불리니까 제가 이렇게 짓껄이고 있는거구요.
제가 다른나라 장르문학만큼의 질을 원한답니까? 전 '최소한'의 작품으로서 존중받을 만큼의 질을 원한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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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덧글을 죽 읽어보면 무곡님께서 의도한 내용은 저 덧글 자체가 지닌 극단적 성향과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글에 소홀하는 특정 작가'를 언급했음을 밝혔으니까. 그러니 저 글과 무곡님의 진짜 의도는 다르다는 전제 하에, 단지 저 글만을 두고 적겠다.

나도 비슷하게 말한다. 바로 저 위에 적힌 말을 만나는 신인작가마다 해 준다.

그 소신이 어떠한 소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써서 망하는 것보단'이라는 전제가 들어가 있다면 그건 대중성에서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자. 대중성에서 동떨어지는 소신이라는 가정 하에 늘 그렇듯 막말하겠다.

신인작가 주제에 소신 좋아하고 있다. 네가 지금 소신 챙길 군번이냐?

일부는 대중창작가의 기본이 맞춤법이니 개연성이니 하는데, 절대 아니다. 대중창작가의 기본은 대중적인 이야기다. '대중적(또는 재미)'이라는 말이 대단히 범위가 넓어서 그 속에 작품성도 포함되어 있고 유행성도 포함되어 있으며 저질성(일반적 견해에서의 저질성)도 포함되어 있다.

대중을 공감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소신 있게 글 쓴답시고 끄적거린다면 대중창작계에 붙어있을 생각하지 말아라. 당신은 대중창작가로서 자격미달이다. 그 무엇보다 먼저 대중에게 자신의 글을 이해하게 한 뒤, 대중을 내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제대로 된 수순이다. 그 기본적인 부분은 다른 말로 '시장에 맞게 쓴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시장이 원하는 수많은 재미 중 하나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착각하는 게 있는데, '시장이 원하는 재미를 찾아 쓴다.'와 '유행을 따른다.'를 같은 뜻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절대 아니다. 시장에 숨겨진 재미는 아직 개척단계인 대중창작계에서 1/10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이것을 찾는 작업을 앞서 언급된 의미대로의 '소신 있게 쓴다.'와 결부시켜서는 곤란하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잘못된 분류법은 있을지언정 별종은 없다. 작품성과 시장성이 겹칠 수 있는 이유는 '재미'의 범위가 넓어서다. 각양각색의 재미 속에서 작품성을 따로 빼고 저질성을 따로 빼는 순간부터 별종이 나온 것이고 저런 엉뚱한 의미의 '소신'이 나와버린 것이다.

초등학생은 좋아하지만 대학생에게는 비난받는 소설을 썼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초등학생을 즐겁게 할 요량으로 개연성을 파괴했다고 하여 죄의식을 갖지 말아라. 내 옛 글이 지금보다 한참 부족하여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창피하다고 감출 생각하지 말아라. 포르노를 썼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이모티콘이 난무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지금 네가 원하는 대중에게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네가 글을 쓸 때 자신의 글이 재미있었다면 그 누구보다 훌륭한 대중창작가인 것이다.

그러한 노력으로 대중이 네가 되고 네가 대중이 되었을 때는, 저 의미대로의 '소신 있는 글'을 써도 자연히 대중을 감싸게 된다.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이 대가다.

저 의미대로의 소신은 추상화와 같다. 신인때부터 열심히 추상화를 그려대며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꼴이다. 추상화부터 그릴 생각이었다면 사람들이 인정하기를 바라지 마라. 아주 노골적인 말로 넌 지금 일기장 쓰는 거다. 피카소 추상화를 보고 감명받아서 열심히 추상화 그려대는 꼴이란 거다. 피카소 추상화는 하루 100장 이상의 정밀 데생 수련으로 쌓아올린 액기스 중의 액기스다. 피카소가 추상화를 그리기 전에 얼마나 많은 대중적 그림을 그렸는지 직접 알아봐라.

대중창작가에게 있어서 시장에게 인정받을 자신이 없는 소신은 '수많은 인정을 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다. 일부 독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일부 작가까지 이걸 인정하지 않아서 당혹스럽다. 대중과 공감하는 글을 쓰는 게 직업이면서 왜 대중과 공감하는 것을 죄스러워해야 하는 거냐. 네가 재밌고 네가 원하는 독자가 재밌어하면 당신은 죽어도 천국 간다. 당신은 훌륭한 작가다. 네가 원하던 독자가 아닌 다른 독자가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싫어하는 독자도 반드시 있다. 그들의 비난에 왜 괴로워하는 거냐? 글 한 편 쓰고 뒈질 것도 아닌데, 그들의 비난이 그렇게 신경쓰이면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쓰면 될 것 아닌가. 네가 하나님도 아니고 네 글이 성경도 아닌데 대체 얼마나 포괄적으로 독자를 확보하려는 거냐.

그런 의미에서 적겠다.

메이저 작가가 아니라면 망할 글 쓰지 말고 시장에 맞게 글 써라. 망할 글 써놓고 소신이니 뭐니 헛소리 말아라. 그건 소신이 아니라 딸딸이다.

그 다음 죄의식 부분은 특정 작가에 한한다. 분명 해당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재미있는 글을 쓰는 방법 중에 '대중과 같이 즐거움을 공유하다가 자기가 재밌는 글을 쓰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즐거움을 공유하던 대중도 재밌어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가 유형은 놀지 않으면 재미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저러한 작가 유형 중 상당수가 작가를 직업으로 삼게 되는 순간부터 노는데 소홀하게 된다. 책도 예전보다 덜 읽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연재글도 잘 안 읽는다. 친구와 만나는 시간도 많이 줄고, 독자와 만나거나 작가들 몇몇이 끼리끼리 논다. 독자와 만나는데 집중하면 글의 영역이 편협해질 우려가 있고, 작가들 몇몇이 끼리끼리 놀다보면 뇌속에 경쟁심리가 인장으로 찍혀버려서 문화를 즐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즉, 자기가 쓴 글의 줄기만을 따라서 인맥과 시간을 형성해서 벌어지는 문제에 휘말린다.)

글을 쓰기 전에 즐겼던 것, 또는 그 이상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즐기는 것을 소홀하면 자신의 글은 점점 재미를 잃는다. 그 상황에 접하게되면 갑자기 조급해져서 오히려 더 글에 매달리게 된다. 당연히 글은 더 재미를 잃는다. 그럼 더 매진해서 병진된다. -_-

노는 것을 소홀하지 말아라. 특정 작가에게는 그것이 글의 원천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겨야 글도 즐길 수 있다.

노느라 글 안 썼다고 괴로워하지 말아라. 특히, 글에게서 도망치지 말아라.(가끔 사람에게까지 도망치는 작가도 있다. 마감날 출판사 전화 무섭다고 안 받거나 하지 말아라. 걍 솔직히 말하고 통조림 당해라. -_-)

물론 덧글에서 상당한 퍼센테이지를 차지할 특정 내용에 대비하여 다시 언급하자면, 아무리 그래도 나처럼 메롱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말아라. 난 평생 안생겨요에 늘 거지에 늘 병자에 늘 구박데구리다. 내 경우는 죄의식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지. 이렇게 살고 싶으면 해 보던가.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