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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성공하는 출판사가 되는 법

마치 '1년 만에 10억 버는 법'같은 책이라도 낼 것같은 제목이군. -_-

제목은 1/10쯤 낚시고 본문에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출판사의 마인드에 대한 견해다.

목적이야 어찌되었건 이제는 관심 없다. 많은 출판사가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 작가 섭외 문제나 기타 사항으로 문의하곤 했다. 이는 대중창작 소설 분야뿐 아니라 만화, 게임 분야도 포함된다. 게임 쪽은 판타그램의 샤이닝 로어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이너만 상대했고 그마저 많은 경험을 갖지 않았기에 단정짓기 어렵지만, 만화와 소설 쪽은 의식이 굳어질 정도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날 때, 대부분 이런 형태로 대화하려 한다.

"지금 시장은 문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르다. 이런 마인드로 이렇게 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챙겨야 한다."

"출판은 이렇게 해야 한다."

"독자는 이러한 시장을 바라고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대화는 나와 죽이 잘 맞는다. 대중적인 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는 말이기에 당연히 죽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 이런 형태로 대화한다. 이중에 성공하는 출판사도 있고, 실패하는 출판사도 있다.

아니, 똑같은 마인드에 엇비슷한 자금력으로 출발하는데 왜 어딘 성공하고 어딘 실패하지?

여기서 출판사가 하는 말이 '작품을 잘 잡은 출판사는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출판사는 실패했다.' 라고 말한다면...

난 이 마인드를 지적하고 싶어서 포스팅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데,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파는 곳이지 글을 만들어 파는 곳이 아니다. 작품 잡기? 작가 잡기? 이것을 마치 '출판사의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네임밸류에 목매야 할 수밖에 없었던 대여시장(대본소 시장 포함)의 마인드를, 무려 40년도 넘는 옛 가치관을 지금까지 질질질질질질 끌어안는 꼴이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밀려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가치관으로 꾸려가다가 대박 작품 끝내 못 잡아서 사양길에 드는 출판사를 찾아가면 반드시 똑같은 말을 한다. 그게 무슨 말일 것 같은가?

"우린 다른 출판사에 비하여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다. 우리 출판사가 짱이다."

풀이해서 말하면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세간에서 어떤 소문이 돌더라도 그건 뻥이다.'라는 '변명'을 한다.(이 변명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어떠한 표현이 되건 일반적인 상황을 결코 말하지 않고 변명에 급급하는 내용이 된다.)

자. 그럼 마인드가 뭐가 잘못됐는지 지적해보자.

작가와 글을 잡는 건 계약하는 순간까지의 일이다. 작가에게 계약이란 작품의 최종에 가까운 상태이며, 출판사에게는 시작점에 가까운 상태이다. 작가가 계약하고서 원고를 넘기고 퇴고하고 교정하는 부분은 단지 계약의무의 수습과정이다. 출판사는 이러한 계약의무의 수습과정을 전담하는 '편집부'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 출판사가 바로 이 편집부에 목숨 걸면 다 끝인 줄 안다.

책을 예쁘게 내는 것? 그것도 출판사의 의무다. 일러스트가 어쩌고 저쩌고, 표지 디자인에 종이질에 아지노 제본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것은 출판사가 본격적인 업무 진행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다시 말하겠다. 계약하고 원고 받고 교정 보고 책 만드는 것까지가 출판사의 업무를 위한 기본 작업이라는 말이다.

어? 그럼 본작업이 뭔데? 그게 전부 아냐?

이렇게 말하는 출판사가 반드시 있다.(편의점 만화에서 발췌.  -_-)

출판사의 본작업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다. 책을 '잘' 파는 것이다. 또한, '글'을 잘 파는 것도 아니다.

'작가 잘 잡으면 된다'라는 마인드로 수많은 출판사가 운영되고 있다. 나는 이런 출판사가 홍보와 매장 확보를 뚫으려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 꼴을 한 번도 못 봤다. '작가 잘 잡고 원고 수정 잘 하고 책 예쁘게 잘 내는 것'은 출판사가 할 일이 아니라 편집부가 할 일이다. 어디 가서 출판사 한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 회사의 정체는 편집사다.

출판사가 성공하려면 편집부, 홍보부, 영업부의 삼위일체가 필수 조건이다. 편집부에 큰 비중을 두는 현 출판계의 형태는 '작가와 글이라는 로또 복권'을 사는 꼴이다. 네임밸류 있는 작가를 잡으면 된다고? 그만큼 돈 더 줘야겠지. 로또 복권 많이 사면 당첨 확률 높아지는 것과 뭐가 다르지?

까놓고 말하자. 국내 대중창작 출판사 중에 홍보부와 영업부가 편집부 만큼 큰 비중을 둔 곳이 어디에 있는가. 홍보부? 유명 사이트에 배너 달면 땡. 출간하는 책 뒤에 홍보페이지 붙이면 땡. 어쩌다 대여점에 신간안내지 내면 땡. 영업부? 늘 만나는 총판분들과 술자리에서 싸바싸바 몇 마디 땡. 추가 주문 반품 주문 처리하면 땡. 창고에서 책 받아 오고 재고처리 가끔 하면 땡.

그것은 영업부와 홍보부가 아니라 도우미부라고 불러야 옳다.

이제부터 어떠한 쪽으로든 악명이 높았던 부분들을 다 제외하고 홍보쪽만 염두에 둔 출판사의 사례를 들겠다.

명상 출판사에서 비뢰도와 묵향이 출간되었다. 글의 재미는 둘째 치고 이 명상이라는 출판사의 움직임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과장된 표현으로 홍보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호기심에 책을 찾게 만들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혹시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히트쳤을 때, 관련 서적으로 판매대에 오른 '묵향'을 본 적 있는가? 반지의 제왕과 묵향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부분은 영업부가 이루어낸 성과지만, 홍보부도 책을 독자에게 인식시키려고 영업부 이상으로 뛰어다녔다. 묵향과 비뢰도가 히트친 원인 중에는 명상의 영업부와 홍보부가 이루어낸 업적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

자음과 모음이 초기에 활동했을 때, 한 달 평균 얼마를 홍보비로 사용했는지 아는가? 당시 조선일보 전면 광고비가 얼마인지 생각해보라. 자음과 모음은 2주에 한 번씩 전면 광고, 또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반면 광고를 조선일보에 실었다. 당시 금액으로 최소 천만원 이상을 광고비에 투자했다. 초기 판타지 시장을 자음과 모음이 이끌다시피 한 이유가 단지 시기적절해서라고 보기 어렵다.

황금가지의 드래곤 라자 띠지를 기억하는가? 통신 조회수를 강조하고,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드래곤 라자의 문구. 그리고 김준혁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리얼F에서 글에 대한 가치관을 말하며 그 속에 이영도씨의 작품 홍보를 꼬박꼬박 끼워넣었던 웹 홍보를 잊으면 곤란하다. 드래곤 라자가 단지 VT 인기의 위력에 힘입어 서점계에서도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출판사에서 드래곤 라자의 가치 만큼 뛰어다닌 것이다.

더 먼 옛날로 가서 나상만씨의 '혼자 뜨는 달'을 언급해보자. 웬 엄친아 뺨 까는 먼치킨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다 사랑받는 것도 부족해서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주장했던 글이 하나 있다. 이 작품 오지게 떴다. 그 이유 속에 '공중파 방송에서 예쁜 소녀가 혼자 뜨는 달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CF'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요즘 공중파에서 책광고 하는 거 본 사람?

그리고 서점계로 뛰어든 종목 중에 가장 눈에 띄고 이슈가 되는 브랜드인 시드 노벨도 이전에 없었던 창의적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잘' 파는 것은 이런 거다. 작품성이 좋으면 입소문이 돌아서 독자가 알아서 잘 살 거라고? 절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웹상에서 극찬하는 망작이 나올 수가 없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분신인증은 지금 생각해도 속이 쓰리지 않는가? 작품이 큰 몫을 하기는 해도 그것이 시장에서 잘 팔리려면 홍보와 영업망 창조(있는 영업망 붙잡는 것으로는 어림 없다. 새로 뚫는 게 영업부가 할 일이다. 일단 뚫으면 어지간해서 다시 막히지는 않으니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니 제발 '작품 잘 잡으면 땡'이라는 사고방식 좀 접어라. "우리 책이 제일 재밌어. 이거 안 팔린 건 정말 아까워."라고 말하면서 '세상이 왜 이 따위야?'라는 의미를 갖지 말란 말이다.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다면 재밌는 책을 못 판 출판사로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견제 의견 나올 얘기겠지. 그럼 작가는 뭐 잘 하는 줄 아냐? 등등의... 특히 나라면. -_- 덧글 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미리 적겠다.

성공하는 작가가 되는 법 제1장. 텀 없이 꾸준하게 완결까지 쓰거나 아니면 완결된 원고를 들고 가라. 이것 말고도 내게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으며, 그것을 인지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중이다. 독자와 출판사에게 늘 죄송하게 여기고 있어서 E-Book계약을 출판사가 상의 없이 해도 아무 말 않고, 어떠한 법무법인과도 불법파일 관련 계약을 하지 않는다. 완결 전에는 그럴 자격이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늘 죄스럽게 생각한다.

그러한 부분과 별개로 적는 거다. 제목에 적었듯 '성공하는 출판사가 되는 법'을 말하고 싶은 거지, '출판사의 이런 마인드는 까야 제 맛'이라는 주장을 하고싶은 게 아니다.

우린 아무 글이나 출판하지 않아. 우리 출판사는 재미있는 글만 출판해.

이건 자랑이 아니라 당연한 거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재미있지도 않은 글을 왜 계약한단 말인가. 앞으로의 재미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출간하는 경우나, 현재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것을 알아도 '특정한 재미(또는 수준이 높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를 인정하여 출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미있는 글을 계약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걸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작가에게 과한 대접을 하는 출판사를 좋게 보지 않는다. 차라리 작가에게 쫄면 한 그릇 대접하고 나머지 돈을 모아서 창의적이거나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굳이 과한 대접을 하고 싶으면 홍보나 제대로 좀 하고서 하던가.(심지어 대접은 과하게 해주면서 원고료는 안 주는 출판사도 있다. 이거 어쩔 -_-)

결론을 내리자면 '성공하고 싶은 출판사는 홍보와 영업에 창의성과 근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요즘 어떤 글이 뜰 거라느니, 이런 내용이 재미있을 거라느니 하는 건 작가의 몫이다. 조금 보태면 편집부까지의 몫인데, 이걸 출판사와 작가의 몫이라고 싸안으면 곤란하다.

편집부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홍보와 영업까지 넘나드는 편집부의 권한으로도 부족하여 편집부 자체가 출판사인 곳은 지금 제대로 운영중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들 그런다.

이 말이 참 문제다. 출판사가 출판사만 보며 영업한다. 독서 인구가 게임으로 가고 블로그로 가고 영화로 가고 다운로드족으로 변모하는 시점에서 출판사끼리만 오손도손 바라보며 "쟤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면 어쩌자는 거냐. 게임방송에 게임광고가 나오고 심지어 게임홍보용 본방송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저쪽은 돈 많은 기업이니까'라고 위안하지 말자. 그래서 시장을 빼앗기는 거다. 도서방송국 생길 일은 거의 없으니, 지금이라도 게임방송 애니방송 달려가서 홍보망 뚫어라. 홍익매점 편의점 학교 앞 문구점에 달려가서 영업망 뚫어라. 정말로 팔 자신이 있다면 전국 게임방에서까지 책을 팔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출판사가 안 했으니 우리도 안 한다."라는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대중창작 출판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런 걸 보고 투자라고 한다. 책 예쁘게 내고 괜찮은 작가 잡는 데에 돈 쓰고서 "투자 다 했다."라고 말하지 말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