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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0일 화요일

노블코어 축전

노블코어에 보낸 축전입니다.

 

포샵 하는 법 배우면서 건드렸던 노가다의 산물

 

모님 왈 "대체 왜 이렇게 하는 건데!"

 

2008년 12월 5일 금요일

용들의 전쟁 [일합편] 2

투두둑.

 

어젯밤 바람이 실어온 흙먼지가 이후식의 손길에 의해 흩어졌다. 막사 입구를 덮은 가죽이 단 한 번도 미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이후식은 막사 안 금사희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었다. 금사희는 좌불처럼 침상에 누운 채 글을 읽던 중이었다.

 

“무엇을 읽고 계십…… 아니, 그건 강호비사(江湖悲史)가 아닙니까.”

 

강호비사는 동방량의 아버지이자 전대 정도맹주였던 맡았던 동방제(東方帝)가 쓴 글이었다. 동방성이 검을 든 이후, 강호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싸움들을 기록한 책이었으니 역사서라고 봐야 옳았다.

 

“저는 이 글이 좋습니다.”

 

금사희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수하를 시켜 각지의 사건들을 수집했던 정보만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겠지요. 이 책은 살아있습니다, 이교주.”

 

“살아있다고요?”

 

“그렇지요. 순수합니다. 최근 역사서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간교하고 조잡하지요. 말로는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기전체(紀傳體)라지만, 제깟 것들이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써놓고 그에 반하는 사(史)는 쏙 빼놓지 않습니까? 생기 없이 수작만 잔뜩 부린 책들보다 이 책이 몇 배 더 낫습니다.”

 

“어떠합니까?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글이 싸움을 싫어합니다. 피에 눈살을 찌푸리고 상처에 신음을 흘립니다.”

 

“읽었다가는 무림을 떠나야겠군요.”

 

이후식의 농담에 금사희가 호탕하게 웃었다. 금사희는 머리맡에 책을 두고 천천히 상체를 세웠다. 침상에 앉은 저 모습은 어찌 보아도 사도맹을 이끄는 자라 여기기 어려웠다. 도인화(道人畵) 한 폭을 보는 듯하구나! 이후식은 내심 감탄하며 금사희를 바라보았다. 도인이 가볍게 기지개 켰다.

 

“이 싸움이 끝나면 글을 쓸까 합니다.”

 

“글이라고요?”

 

“짧은 글을. 하지만 세월이 담긴 글을 쓸 것입니다. 시작을 알리는 글이며 계속 살아서 걷는 글이겠지요. 저는 글에 없으나 제가 속에 있는 그런 글입니다.”

 

“전대 정도맹주처럼 사서(史書)를 쓰실 겁니까?”

 

“사서라… 허허허.”

 

금사희는 쓰게 웃더니 시가를 읊듯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동방성이 가문의 검을 들어 창천이 혈천으로 바뀌고 속세를 떠난 자들까지 혈호(血湖)에 몸을 담았노라. 중소세력은 거대세력에게 규합되었고, 약육강식의 길만 하늘을 가로지르네.

 

천하가 삼분되니 정과 사와 마로다.

 

정도여!

 

근본을 추구하고 거짓을 멀리하며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정신이로다. 올곧구나. 작은 수작에 현혹되지 않고 내가 보는 저것이 바로 길임을 깨우치는 이들이로다.

 

세력이 모여 삼십사문 십삼파 육사.

무공과 무기의 변형을 인정하지 않아 사도를 불렀구나.

 

사도여!

 

세상 변화에 순응하며 하늘이 미처 내놓지 못한 길을 찾는 정신이로다. 새롭구나. 하찮은 물건도 하늘의 일부임을 알고 포용하고 가꾸는 자들이로다.

 

세력이 모여 십이문 이십일파 이곡.

무공과 무기를 변화하여 피를 불렀구나.

 

마교여!”

 

콧노래를 부르며 듣던 이후식이 갑자기 참견했다.

 

“민교(民敎)라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제가 씁니다.”

 

금사희는 딱 잘라 말한 뒤 다시 흥얼거렸다.

 

“수행, 수행, 수행! 행동의 모든 근본이 힘에 있구나. 행동을 위해 힘을 찾고 힘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정신이로다. 강하다! 하나보다 둘의 힘이 크고 둘보다 열의 힘이 크다는 것을 깨치니 이웃하는 자를 크게 늘어나도다.

 

오로지 일교!

수행을 통한 무공을 공유하고 경쟁하니 큰 힘을 얻는 자들이며 그 힘을 위해 혈풍을 외면치 않는구나.

 

이리 삼분된 천하가 오랜 시간 강호를 들끓게 하나니…….”

 

“…….”

“…….”

 

“끝입니까?”

 

“이번 싸움의 결과를 봐야 뒤를 쓸 것 같습니다. 허허허.”

 

“강호비사를 읽어야겠습니다. 금맹주의 뜻을 좀 더 알고 싶군요.”

 

“이 싸움이 끝나면…….”

 

금사희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시선을 이후식 어깨 뒤로 넘겼다. 입구를 막은 가죽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방향은 정확히 동방량 막사 쪽이었다.

 

“저놈 곁에 붙어있을 생각입니다. 미운 놈이지만 궁금한 게 많은 놈이기도 하지요.”

 

“동방맹주는 큰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교주. 저는 저놈 곁에 붙어서 그 길을 꼭 따라가야겠습니다.”

 

“하하하.”

 

이후식은 웃음과 포권을 함께 던지며 뒷걸음했다. 막사 바깥으로 나오니 찬 공기가 가시고 사방에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승천하는 중이었다.

 

“좋은 날이구나.”

 

이후식은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많아 맑은 날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늘 저편에 있을 또 다른 하늘을 생각하니 두 눈에 살기가 흘렀다.

 

“곧 때가 오겠지.”

 

 

 

둥둥둥!

 

싸움을 기다리는 북소리가 요란했다. 양 진영에서 끊임없이 북을 두드린다. 길게 이어진 금줄이 사람에게 밀려 비틀거렸다. 끊어질 듯 금줄이 늘어질 때마다 누군가 호통을 터뜨린다. 금줄은 원형으로 된 널찍한 공간을 만들었다. 안에는 동방량과 금사희, 그리고 싸움 시작을 알릴 이후식만 있었다.

 

“헛차.”

 

동방량이 목을 좌우로 몇 번 꺾더니 제자리에서 작게 여러 번 도약했다. 공간 반대편에 있던 금사희는 동방량이 몸 푸는 모습을 묵묵히 주시하고 있었다.

 

쿵!

 

이윽고 동방량이 금사희 쪽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금사희도 상체를 기울여 반응했다. 마치 동방량이 걸음으로 암기를 쏘았다고 여기듯 급박한 기울임이었다. 구경꾼들은 둘 움직임이 어떤 뜻을 가졌을지 몰라 마른침을 삼켰다.

 

휘이. 펄럭! 팍! 퍼더득.

 

금줄 안 원형 공간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금사희 옷자락이 바람을 헤치는 소리뿐이었다. 첫 내디딤 이후 동방량은 소리를 내지 않고 걸을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금사희는 몸을 뒤틀고, 팔을 휘저었다. 마치 동방량 걸음에 장단 맞춰 춤이라도 추는 듯하다.

 

투덕.

 

갑자기 동방량도 금사희처럼 몸을 흔들었다. 둘 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멋들어진 춤도 아니라서 구경꾼들이 눈매를 찌푸렸다. 절대자 둘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이유다. 좀 더, 어떻게든 둘 움직임이 지닌 뜻을 파악하기 위하여, 구경꾼들은 금줄에 배를 내밀며 열심히 눈매를 찡그렸다. 그 때까지 투장(鬪場)에 있던 이후식이 천천히 바깥을 향해 걸으며 중얼거렸다.

 

“땅이다.”

 

몇몇 사람들이 이후식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후식은 금줄을 건너 밖으로 나오며 탄식했다.

 

“내 갈 길이 멀구나. 무량검 진격(震擊)도 놀랍거니와 이를 알고 회피하는 공작왕도 무섭다.”

 

말뜻을 눈치 챈 두엇 무인이 급히 신형을 낮췄다. 바닥에 귀를 댄 채 잠시 침묵하다가 기겁하며 상체를 세운다.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립니다. 이것이 진격입니까?”

 

이후식은 ‘진격은 임의로 지은 이름입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하고는 마련된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십수 명 무인들이 앞선 무인들 흉내를 내어 땅에 귀 붙였다. 그 중 내공 약한 몇몇이 불편한 얼굴로 몸을 세우다가 토악질했다.

 

이를 견식 했던 자들이 있었다. 사마 연합이 동방세가를 공격했을 때, 동방량이 바로 이렇게 발을 굴렀다. 내력이 땅을 후려쳐 금사희가 디뎌야 할 발자취를 봉쇄하는 무공인 것이다. 내력을 끌어올림이 땅에서부터 비롯되니, 만약 휘말렸다면 공격도 방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사태에 이르리라. 하지만 금사희는 휘말리지 않았다. 여러 디딤을 미리 준비하여 동방량 울림에 휘말리지 않을 발 디딤을 찾아다닌 것이다.

 

쿵!

 

동방량이 갑작스레 큰 걸음으로 다가섰다. 금사희도 빠르게 일보 나섰다. 진동이 거세지고 땅에 귀를 붙이지 않은 자들마저 토악질한다. 서로 이 보 가까이 다가섰을 때, 금사희가 우권을 당겼다.

 

“갈!”

 

콰! 콰사사!

 

우권을 당김과 동시에 걷어찬 흙덩이들이 동방량을 향해 날아갔다. 팽팽하게 우권을 당긴 채로 금사희가 신형을 날린다. 공중에서 수백 수천 개 알갱이로 흩어진 흙들이 작은 대지가 되어 금사희 발에 밟혔다. 동방량 진격을 무력화하려고 스스로 허공에 땅을 만든 것이다. 둘 거리가 순식간에 공세권으로 들어섰다. 동방량은 호선을 그리듯 검을 세우더니 급전환하여 상대 가슴을 찔렀다.

 

씨아! 학!

 

다들 공작왕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금사희가 내민 우권이 검 끝을 향한다. 마치 검을 권으로 막겠다는 듯. 놀랍게도 정말로 그러했다. 검이 금사희 우권을 뚫고 들어간다. 검신 안쪽까지 주먹이 박힐 때까지 금사희는 여전히 우권을 뻗고 있었다.

 

찌엉!

 

유리가 깨지는 청명한 소리가 들렸다. 물러선 자는 동방량이었다. 마치 춤을 추듯 검을 허공에서 여러 번 휘젓더니 다섯 보 물러섰다. 수많은 자들이 금사희 팔을 걱정하여 시선을 모았다. 놀랍게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이곳 저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게 어찌 된 거지?”

 

“조금 전에 검이 주먹을 관통하지 않았어?”

 

“설마 금강불괴가…….”

 

정도맹 무사들 얼굴에 불안감이 깃들었다. 금강불괴라니! 창백한 주변 사람들 얼굴을 보던 동방천이 답을 주지 않았다면 정도맹 사기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관통시킨 거다.”

 

“예?”

 

“공작왕은 중지와 약지 사이를 벌려서 그 사이로 검을 지났고 검신을 엄지로 퉁겨 큰 진동을 일으켰다. 조금 전에 아버님이 검무로 진동을 중화시키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아아. 휴 다행…… 헉! 그, 그 순간에 그렇게 했다는 겁니까!”

 

동방천 설명은 정도맹 사기를 ‘조금’ 떨어뜨렸다. 반면 사도맹 사기는 크게 올랐고, 여기저기서 깃발이 흔들리며 북소리가 요란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불쾌했는지 동방천은 고개를 돌렸다. 찌푸린 눈살을 마주하는 무인 한 명이 동방천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검이 손가락 사이로 지나칠 때 검신을 비틀었다면 손을 자를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 손이 잘라달라고 가만히 있어주겠느냐?”

 

“아니…… 그렇다고 해도 날을 좀 더 옆으로 틀거나 회전한다면……. 어찌되든 권은 팔과 붙어있으니 움직임이 검신을 능가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멍청하군. 상대는 금사희다. 임기응변의 변초 만을 둔다면 천하의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공작왕이란 말이다. 게다가 그런 변초에 변초를 더하고 상대가 변초에 따라 움직였다고 치자. 그것이 누구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느냐?”

 

“예?”

 

“변초를 취하는 만큼, 정공의 위력이 감쇄된다. 조금 전 공작왕이 대단했던 이유는 정공의 기를 사도의 기로 맞서서 물리쳤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님께서 변초를 썼다면 좀 더 맞서기 쉬워졌겠지. 변초에 변초라…….”

 

“아!”

 

동방천이 말하는 의미를 깨달은 자가 손뼉을 쳤다.

 

“사도의 무공에 휩쓸리는 꼴이겠군요!”

 

동방천의 시선은 이미 금줄 안으로 넘어가 있었다.

 

쐐애액!

 

검이 바람을 일으킨다. 흙먼지가 솟아오르며 뚜렷한 바람 길을 그리고 있다. 동방량과 금사희는 속에서 수를 나누었다. 정도맹 무사들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승세가 정도맹에게 있다고 여긴 두 가지 이유가 모두 무너지는 듯했다. 첫째 이유는 정도맹 편에 절대무적인 ‘무량검 동방량’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권이 제 아무리 잘났어도 검을 이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동방량이 수세에 몰리는 것처럼 보였고, 금사희는 주먹질만 하고 있지 않았다. 옷차림이 하도 정갈해서 깜빡 잊고 있었는데, 공작왕 금사희는 사도맹 대표가 아닌가! 찢어진 옷자락이 연검처럼 날카롭게 동방량 숨통을 노렸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마령화 투명사(透明絲)처럼 팽팽히 머물러 움직임을 방해한다.

 

“피다!”

 

누군가 외쳤다. 동방량 어깨에 핏물이 배였다. 금사희의 왼손 약지에도 핏물이 배였다. 누구도 보지 못했던 어느 순간에 금사희가 손톱을 뽑아 날렸던 것이다. 몇 합을 겨루었는지 모를 어느 순간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무기를 가진 자는 동방량 쪽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금사희에 비해 동방량은 그저 검이라는 또 하나의 몸뚱이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구우우!

 

꽝!

 

턱을 칠 듯 솟구치던 발이 동방량 정수리를 노리고 추락했다. 날카로운 검 끝은 틈새를 노려 사도맹주 심장으로 쏘아지던 중이었다. 정수리를 관통할 듯 추락한 발뒤꿈치가 애꿎은 땅바닥을 부쉈다. 심장으로 뻗었던 검 끝이 상대 정강이에 닿기 직전이었다. 검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나아가고, 팔다리가 어떻게 휘둘러지는 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모두 다 눈꺼풀을 껌벅이는 것조차 아쉬워서 흰자위에 실핏줄을 띄었다.

 

타탓!

 

금사희는 정강이를 보호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검은 땅을 퉁겨 다시 허공으로 솟는가싶더니 주인 등 뒤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동시에 동방량이 외쳤다.

 

“허야!”

 

경호성이 젊은이 것 못지않게 맑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금사희 조차 눈을 의심했다. 검이 세상을 가르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이 한 폭 그림이며, 그림이 그려진 화폭을 검이 찢어버리는 것처럼.

 

지이이이!

 

“핫!”

 

짜아!

 

수직세로 내리치는 일검은 찢겨진 공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마치 굵직한 암흑 몽둥이로 내리치는 것 같다. 금사희는 저 위세를 결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짙은 어둠에 싸인 검기 때문에 뒤로 회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암흑 검신은 금줄을 넘어설 정도로 길 것이다. 흑기(黑氣)가 위세 강하여 측면 회피세 밖에는 길이 없는데, 좌우측 생로 모두가 묘하게 간지러웠다. 뭔가 숨겨져 있다. 아니, 숨겨진 것이 아니라 동방량 일검이 그 모두를 휘감고 있구나! 금사희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혀차!”

 

이번에는 금사희의 외침. 찰나의 순간에 금사희는 일검의 정체를 알았다. 땅이 알려줬다. 그것은 거대한 검이었고, 열 명의 장정이 나란히 서 있는 넓이를 검신이 모두 감당할 크기였다. 검이 아직 반도 내리쳐지지 않았는데 땅이 비명을 지른다. 땅에서 느껴지는 파괴력을 전달받은 금사희가 그 위세에서 검의 크기를 계산했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기의 한계를 염두에 두니 가장 안전한 길은 정면이었다. 금사희는 검이 후려치는 앞을 향해 내달렸다. 세상이 찢어지는 검의 외침과 다르게 금사희의 움직임엔 소리가 없었다. 누군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무성신법! 소리를 내었다면 무성신법의 ㅁ자도 꺼내지 못할 짧은 순간이었다.

 

콰카카카카카!

 

땅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금사희의 오른손 검지가 동방량의 등줄기를 눌렀다. 금사희는 동방량의 뒤에서 낮게 말했다.

 

“앞으로 오초 후에 네 목숨은 없다.”

 

“미안하다. 혈을 바꿨다.”

 

“나도 안다.”

 

동방량이 몸을 돌려 금사희를 마주했다. 둘은 껄껄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지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북채를 든 채 입을 벌리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하자. 북을 울려라.”

 

“예?”

 

북치기가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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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언급된 금사희와 이후식의 대화는 어떻게든 살려야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역시 분량 관계 상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나하나 욕심을 부렸다가는 끝도 없이 이어질 게 뻔하니까요.

 

그래도 용들의 전쟁 전체 내용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웹 연재를 하게되면 반드시 살려야 할 장면이죠.

 

책에서 이미 짐작하셨던 분도 계시겠지만, 용들의 전쟁 서장은 전지적 시점에서의 언급이 아닙니다. 어느 누군가의, 또는 그저 역사적 기록에서의 언급으로 간략하게 기술하여 본문 진행과 엇나가는 부분이 많도록 유도했습니다. 서장의 일반적 시각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가 용들의 전쟁 '쟁탈편'과 '불꽃편'이거든요. 아무래도 그것마저 온전하게 보여주지는 못할 듯합니다. 막당과 곽성린, 녹지현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요.

 

지금 올린 본문은 공작왕 금사희가 강호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기술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금사희의 역사서 수정판이 서장의 내용입니다. 6권에서는 나오지 않겠지만, 자연과의 싸움에 들어간 동방량 옆에 항상 금사희가 붙어 있으면서 사서를 쓰는 데 열중합니다. 특히 동방량의 임종시, 금사희도 극한의 청경에 이르러 같은 꿈 속에 들어갑니다. 금사희는 동방량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게 되지만, 정작 동방량이 왜 적룡에게 돌을 던지고 탄식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금사희는 그것을 동방량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후 벌어질 동방가 자식들의 이야기는 원하는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부분을 지우는 만큼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아쉬운 건 마령화의 과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모두 삭제하여 구천대제 권가연은 그저 미친년(-_-;;) 정도로 결론짓게 된다는 부분입니다.(사실 이 부분은 조금 다행입니다. 저렇게 맛탱이가 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과거였거든요. 웹 연재를 새로 하게되면 권가연의 과거를 재수정하여 일심법사와 연동시킬 생각입니다.)

 

일합편의 뒤이은 내용은 좀 더 조각조각 뜯어보고서 괜찮겠다싶으면 나머지도 올리겠습니다.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2월 4일 목요일

단편 작업 목록

1. 버그 찾는 소녀

로오나공 소개로 쓰기 시작한 단편이다. H출판사에서 단편집을 준비중이기에 관련하여 구상했던 글인데 어쩌다 보니 목적은 저 세상 너머로 가 버리고, 지금은 재미있어서 쓰는 중.

 

2. 흔적

'귀신'을 파기한 후, 오랜 시간 쓰지 않았던 환상단편 시리즈(공포 단편이라기엔 좀...)에 다시 욕심이 생겼다. 뭘 쓸까 고민하면서 길 걷다가 갑자기 떠오른 단편. 쓰다보니 복잡해지고 있어! 이거 완결할 수 있을까?

 

3. 병 #1

P출판사에게 넘길 원고의 구상을 마치고서 곰곰이 생각하니 지금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연중할 게 뻔하다 싶었다. 좀 더 몰입할 필요가 있어서 같은 설정으로 여러 편의 습작 단편을 쓰기로 결정했다.

 

4. 악연

풍선검은해태제과 이후로 더는 쓰지 않으려 했던 무협단편. 10년 전에 쓰다 말았던 소설 '우화등선(촌부 네 이놈... -_-+)'의 주 에피소드를 정리할 겸 쓰는 습작.

 

5. 메모리

R출판사에 넘기려던 1300매 가량의 원고였는데, 막상 쓰고보니 이 정도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늘려 썼을까 싶어서 그냥 습작으로 돌리고 와방 줄이는 중. 300매 이내로 줄여봐야짓. -_-

 

봐요. 레디는 바쁩니다요.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근데 완결은 없다. -_-)y-~

2008년 12월 2일 화요일

에피메테우스 루트 준비중입니다.

N사이트에서 연재하게 될 라이트노벨 계열 창작으로 에피메테우스 루트와 Keeper Of the Friend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그들이 사는 세상

언제부터인지, 아마도 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배종옥이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왜? 라는 질문을 내게 할 때면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떠오른다. 그것은 누님 취향이다. 몇 달 전이었을까. 성향을 묻는 애니메이션 설문을 한 적이 있다. 내 나이를 적고 두 개의 애니메이션 화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내 취향이 누님쪽인지 로리쪽인지를 알려주는 설문이었다.

내 취향의 나이는 58세 누님이 나왔다. 이거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나보다 6살 연상인 배종옥을 무척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지를 냉철하게 고민하다보면 내가 배종옥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 그녀가 연기한 모든 인물을 사랑했음을 알게된다. 나는 노희경 작가가 이룬 배종옥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내 취향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 속 세계를 도무지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무척 좋아한다. 이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확실하게 느꼈던 것이, 이 작가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끔 만든다. 작품 속 세상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저 사람의 고민조차 부럽고 슬픔조차 부러워하게 만드는 마력이 작품 속에 있다. 90년 초반의 그리운 로망을 2008년에 자연스럽게 녹이며 그리워하게 한다. 어쩔 수없이 내 취향이다.

나는 현빈을 좋아한다. 하지만, 송혜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나는 나보다 어린 배우를 좋아하는 경우가 드물다. 김혜자, 김영애, 배종옥, 드물게도 띠동갑 어린 소녀 손예진) 이런 호불호를 작품 속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예전에 연애시대를 재밌게 본 이유가 완소감우성과 손예진이 나와서였다면, 이번에 그들이 사는 세상을 재밌게 보는 이유는 오직 배우고 나발이고 극속 인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다.

저 80년식 인간관계가 왜 그리도 공감이 가고 부러울까. 온에어도 재밌게 본 편이지만, 같은 소재를 좀 더 구식의 인간관계로 풀어나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더 내 취향이다. 나는 이것을 진솔한 인간관계라고 부르고 싶다.

노희경 작가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11월 9일 일요일

용들의 전쟁 [일합편]

용들의 전쟁을 단 한 권으로 완결짓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줄거리만 1권 반 분량...)

이것저것 쪼개고 부수고 없애던 과정에서 제일 먼저 지워진 부분이 세세한 싸움장면입니다. 일대 전쟁까지 포함하면 최소 10여 번 이상의 싸움이 있는데, 이것들을 아예 이야기에서 빼거나 간단히 결과만 소문으로 전해지는 형태로 바꿨네요. 대부분 이야기가 상당히 축소되고 단순화되어서 어쩌면 6권은 줄거리를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급적 그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심하겠지만.

아무튼 여기에 잠깐 연재할 내용은 6권을 쓰던 중 삭제했던 동방량과 금사희의 결투장면. 나중에 특별히 할 일 없을 때 마저 연재할 생각입니다.(여기에 올인하면 그것도 또 일이 되어버려서... -_-)

이 내용은 차후 4부작으로 리메이크될 용들의 전쟁 인터넷 연재본에서 수정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내용 진행으로 보아 2부 불꽃편의 중반 쯤에 나오겠네요.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일합(一合) -1

둥. 둥. 둥!

“와아아아아아!”

그믐이 가까워지고 있다. 곧 시작될 오월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여러 번 사신이 오가며 싸움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월 초하루!

수많은 세력들 문서가 바쁘게 오가는 중이었다. 소식 끊긴 동방진양이 무당산에 나타나더니 청성파와 아미파 답신을 건넸다. 드디어 정도 삼십사문 십삼파 육사 서신이 모두 도착한 것이다. 각서였다. 이번 비무에 문파의 명운을 걸겠다는 내용.

아직 사도맹의 일부 세력은 답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공작왕이라 해도 천하제일인 무량검을 상대하여 이길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이유다. 금사희는 서신을 보내지 않은 세력에 제자들을 보냈다.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공작천이 뭔지 가르쳐주라는 명령을 가슴에 품게 하고.

둥! 둥! 두두둥!

북소리는 쉬지 않았다. 소리로 기선을 잡으려는 듯 양진영이 끝없이 북을 쳤다. 소리가 높고 멀어 하늘을 뒤덮고 무당산까지 이를 정도였다. 사월 말 구름이 빠르게 흘렀다. 초여름 모래바람은 매섭게 가라앉았다. 달이 시커먼 하늘에게 갉혀 빛을 잃으니, 월광 위세가 누그러진 틈을 타서 매서운 북풍과 무거운 남풍이 기세 좋게 대지를 휘감았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들린다. 추락하던 바람 소리는 함성에 먹혔다. 땅이 보이지 않았다. 무복(武服)과 병장기가 땅을 대신하여 하늘 밑을 채웠다. 함성이 좀 더 커진다. 무사들은 바람이 몰고 지나가는 그 어느 곳에도 보였다. 대지를 메운 무사와 깃발이 한 지점으로 기를 모은다. 천하 무사들이 바라보는 그 지점은 흑구름에 짓눌린 달을 비웃듯 만월 형상으로 땅을 드러냈다. 중앙에 동방량과 금사희가 자그마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빨리 싸웠으면 좋겠다.”

“급한 성질은 여전하구나.”

둘 다 잔을 들었다. 동방량은 힘차게 뻗었고, 금사희는 잔을 버릴 듯 퉁명스레 뻗었다. 멈추는 잔의 순간이 격렬했으나, 누구도 술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다.

찡.

맑은 공명음이 서로의 잔 끝에서 흘러나왔다. 둘 다 단숨에 술을 마셨다. 봄은 떠났으나 찬 기운이 아직 남아서 둘의 입김이 하늘로 흐른다.

“하나만 묻자.”

동방량이 반쯤 고개를 기울이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금사희를 응시했다. 마치 시비를 거는 시정잡배처럼.

“정말로 네가 이길 것이라 여기냐?”

“네 질문은 늘 주접이구나.”

금사희는 자신의 빈 잔에 술을 채우며 중얼거렸다. 그 질문을 할 사람이 누군가. 동방량도 금사희도 서로의 성격을 잘 안다. 만난 적은 한 번 뿐이지만, 얼마나 많은 소문들이 귀에 들어왔는가. 이길지 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싸움을 벌이는 자가 있다면 단연코 동방량이었다. 금사희는 패배할 싸움에 발을 내밀지 않는 자였다. 동방량도 그것을 알기에 이죽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

“초하루에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 그런데…….”

금사희는 술을 마시려다말고 인상을 찌푸렸다. 술 대작은 서로 기운을 재고 결전 위해 건배할 목적뿐이다. 금사희는 술 대작에서 술을 뒷전으로 돌리고 주절대는 꼴이 보기 싫었다.

“술 좀 마시자. 자꾸 귀찮게 굴면 일어나겠다.”

“그런 거야 네 마음이고…….”

동방량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더니 끝내 질문을 마쳤다.

“다른 문파들이 맹약을 한다고 해서 정말 전쟁이 끝날까?”

그 말에 금사희의 찡그려진 인상이 펴졌다. 금사희는 단정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늙었구나. 너답지 않은 물음이다.”

“그렇군. 늙어버린 건가.”

“네가 답해라.”

동방량이 입가에 미소를 띠더니 던졌던 질문에 자답했다.

“알 바 아니지. 나는 너와 싸우러 왔다.”

“옳지. 그래야 무량검이지.”

금사희가 다시 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둥둥둥!

북소리가 거세졌다. 사도맹 측 북이 힘을 다해 노래했다. 둘은 사도맹 진영으로 시선을 옮겼다. 깃발이 세워진다. 금사희가 잠시 고민하다 냉소했다.

“제일 골치 아픈 깃발이 세워지는 구나.”

귀암곡과 함께 사도맹 양대 곡으로 명성을 떨치던 사망곡이 드디어 서명한 것이다. 사도 십이문 십팔파 이곡 기가 힘차게 펄럭거렸다. 이제 깃발 셋만 세우면 이곳 초하루는 백 년 강호를 들끓게 할 역사(歷史)리라. 동방량은 사망곡 깃발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술병을 들었다. 술을 따르려다 갑자기 우수를 휘젓는다.

탕!

잔이 탁자를 떠나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동방량은 앙천하며 크게 입을 벌리더니 병째 술을 들이켰다. 병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몸속으로 들어가 초여름 찬바람을 씻은 듯 지웠다.

“타하!”

동방량은 흥겨웠다. 땅을 박차고 탁자를 멀리하여 달빛 어스름한 허공에 몸을 내맡기니 흥이 더욱 오른다. 떠나기 전에 금사희와 싸울 수 있음이 좋았다.

“내 검을 다오!”

술 대작을 위해 명옥향에게 잠깐 맡겼던 검이 주인을 찾아 날아왔다. 동방량은 착지하기도 전에 거침없이 검을 뽑았다. 놀란 사도맹 무리들이 술렁거렸다. 금사희가 술을 마시며 우수를 치켜들었다. 동방량에게 반응한 것이 아니라 뒤에 있던 사도맹 무리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부끄러워 죽겠다. 얌전히들 있어라.”

사도맹이 조용해지는 순간, 동방량이 땅을 박차며 다시 도약했다. 마지막이다. 이게 이곳의 마지막이다! 동방량은 이 싸움을 끝으로 자연에게로 떠날 생각이었다. 낙랑을 통해 보았던 그곳을 다시 한 번 가려는 것이다. 공기(空氣)의 무한한 내력에 맞서고, 바람과 물과 나무와 흙과 쇠의 위세를 제압하고 시공 결계를 반드시 뚫으리라. 자연을 거치면 또 다른 무엇이 기다리고 있겠지. 검날에 달빛이 머물더니 곧 찬연히 밝아졌다. 구름에 지워지던 달이 이제는 곱게 흘기는 여인의 눈이 되어 세상을 유혹했다.

검은 곧고 길며 가볍다. 그 끝이 한 점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검집이 무겁다 말하지 말라. 검을 하늘 향해 뻗기 위함이니.
어이쿠야! 세상에 검을 두니 더 이상 갈 길이 없구나.
그렇다면 어떠한가. 하늘에 길이 있으니 천리를 거슬러(逆天)보자.

나(俺)는 곧고 굳세며(壯) 높다(京). 그 끝이 독존(獨尊) 행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내 검이 무정하다 말하지 말라. 천하에 검을 두기 위함이니.
어리석다! 품안에 검을 두고 길을 헤매지 말거라.
어찌할까 어찌할꼬. 내 검에 길이 있으니 그것이 천리가 아니더냐.

좋구나. 검이로구나! 달빛 머금어 검이로구나.
좋구나. 검이로다! 몇 생, 피를 담아도 무량(無量)하구나.
검이다! 검이로다! 천하에 으뜸은 검이로다!
검이다! 검뿐이로다! 검에 길이 있어 다음이 인생이로다!

정도맹 뿐 아니라 사도맹 무리들까지 검무를 넋 잃고 바라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가슴을 조이는 힘이 담겨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볍게 지나치는 바람을 검풍이라 여겨 소스라치는 자들도 있었다. 금사희는 술을 마셨다. 상대의 검무를 즐기듯 이따금 술병 바닥으로 탁자를 때리며 장단 맞추기도 했다. 검무가 끝나기 전에 사도맹에서 또 하나 깃발이 솟구쳤다. 북소리가 커졌지만, 동방량의 노래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자신만만하구나.”

금사희는 검무에서 눈을 떼어 탁자 옆을 흘겼다. 두 사람 것이 아닌 또 하나 의자에 작은 함이 놓여 있었다. 원래는 이후식 자리였지만, 마교주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앉지 않았다. 금사희는 함을 열었다. 종이 한 장이 달빛을 받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금사희’라는 이름이었다.

생사결(生死決)의 인장(印章).

동방량 이름도 있었다. 검무를 추는 자는 초하루 생사결을 가슴에 담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금사희는 미안해졌다. 저 어리석은 자는 ‘자기 전쟁’이 진리인 양 기뻐하고 있다.

“네 전쟁은 결코 없을 것이다.”

금사희는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오월 초하루가 되었다. 구름이 많아서 땅과 맞닿은 일출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횃불들이 주변을 아침 햇빛처럼 붉게 물들였다. 결전장은 이제껏 강호에서 보아왔던 그 어떤 곳보다 널찍했다. 수장급이 아닌 자들은 싸움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선배들이 후배 목을 타고 안력을 돋우는 장면이 많았다. 문파 여제자들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흠모하던 이나 친한 동료의 목을 탄 채 결투장을 기웃거렸다. 모두가 흥분하여 북을 치고 함성을 질렀다.

“이것으로 전쟁은 끝이다!”

마교주 이후식이 장 한복판에 서서 외쳤다. 정사 맹주가 배려하여 이후식이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전이 정해졌을 때부터, 정도맹과 사도맹은 이상하다 여겼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마교는 승자에게 복속된다. 어째서일까. 대부분 그 이유를 낙랑과 결부시켰다. 낙랑이 죽은 뒤, 마교 세력이 크게 약화되어 자포자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나 이미 결정된 패자지왕(敗者之王)은 승자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그대들은 검과 왕의 생사결이 어떤 결과를 낳더라도 승복하겠는가!”

“와아아아아!”

둥둥둥둥둥!

사방에서 북소리와 함성이 크게 울렸다. 이후식은 쌍수를 들었다. 모든 소리가 지워질 때까지 침묵하던 이후식은 바람소리만 새벽을 떨치자 다시 입을 벌렸다.

“이제 기다려라! 누구도 말하지 말고 누구도 북을 치지 말아라! 무림을 짊어진 두 역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예를 갖춰라!”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후식은 동방량이 있는 막사로 걸었다. 정도맹 위세를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둘 성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누구에게 먼저 가건 금사희는 신경 쓰지 않으리라. 하지만 동방량은 자존심이 상했다며 화낼 것이 뻔했다. 이후식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니, 좌선하던 동방량은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이후식은 포권했다.

“어떻습니까?”

“금가한테나 가서 마지막 안부를 물어보시오.”

“예. 그러지요.”

이후식이 공손히 읍한 뒤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교주.”

막사 출구로 몸을 돌렸던 이후식이 동방량 부름에 고개만 돌려 답을 기다렸다. 미소 어린 입가가 동방량 질문을 이미 예상한 듯싶다.

“금맹주께서 이 싸움을 주도한 자가 저라는 얘기를 했나 보군요.”

동방량은 잠시 침묵했다. 외모만 따지면 이후식은 평범했다. 어디 시장 같은 데 가면 호객하는 상인중 반드시 저 얼굴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방량은 마교주 눈동자 속에서 다른 것을 보았다. 우물이었다. 동공이 깊고 깊어서 도무지 끝을 알기 어렵다. 두터운 눈꺼풀은 어찌 보면 다정하고 어찌 보면 간교한 늙은이 것과 비슷했으나, 속에 담긴 검은 동자는 마흔 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투명하고 맑았다.

“그렇소. 나는 이 싸움이 천외천 수작에서 비롯되었다 여기고 있던 터인지라 그 말을 믿기 어렵소이다.”

“결론은 다르나 원인은 그렇습니다. 천외천 수작이지요. 허나 원인과 결과가 어찌되든 두 분 선택은 여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금맹주를 찾아뵙고 동방맹주와 맞서야한다는 조언을 했을 뿐입니다.”

“원인이라 했소?”

“제게 있어서 무림은 모두 동도 하나며, 교인 하나입니다. 애초에 마교는 세력을 구분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무림인이 아닌 자가 무림에 들어섰으니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그것이 천외천이구려.”

동방량은 낮게 신음했다. 이후식이 고개를 끄덕이기 위해 몸마저 동방량 쪽으로 돌렸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괘념치 마십시오. 제가 천외천 뜻을 따라 결전을 권한 것이 아니라, 천외천 뜻을 알아 결전을 권한 것입니다. 원인은 같으나 천외천에 대항하려는 방편이니 결과가 다르지요.”

“천외천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소이까?”

“선대 낙교주께서 놈에게 당했을 때부터입니다. 그때는 정체를 몰랐으나 지금은 알고 있지요.”

일순, 동방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낙랑은 동방천이 동방인 계획을 따라서 급습하여 죽였다. 그것이 천외천에 의한 죽음이라면 동방천과 동방인, 어쩌면 둘 다가 천외천 첩자라는 얘기가 된다. 동방량은 다가올 결전을 위한 평정심과 호승심을 갈무리한 채 태연히 물었다.

“천이요, 인이요?”

“결전이 끝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를 궁금하게 여기시는 것은 잠시 묵혀둘 수 있겠으나, 결과를 아시고 그 뒤를 고민하는 것은 묵혀둘 수 없겠지요. 결전에 방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나를 우습게보시는 구려.”

불평하면서도 동방량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후식은 인사를 마치고 막사를 나갔다.

“진양이가 아니란 말이지?”

동방량은 미소 지었다. 네 명 중에 동방진양은 자기 자식이 아니다. 그로 인하여 첩자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동방진양을 제일 먼저 의심했다. 또한 안타까웠다. 동방진양은 이제껏 보던 누구보다 뛰어난 자질이 있었으며 성정도 올 곧았다. 만약 동방진양이 친자였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후계자라 선언했을 것이다. 아니, 친자가 아니더라도 후계자 계획을 잡던 터였다.

“으음…….”

정의신검 상관호 일가가 쑥대밭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다. 동방량은 만천신장 우양호 때부터 내부 권력자가 수상한 짓을 꾸민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자식들에게서부터 비롯되었음도 짐작했다. 모두 의심할만한 구석이 있었다. 동방천은 숙청을 직접 행했다. 동방인은 계교가 뛰어나 동방천을 조종할 수 있다. 동방진상은 따르는 이가 많아 모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동방진양은 명성과 실력이 나이답지 않아 제일 수상했다.

“정리해야지. 이번 싸움이 끝나면 정리해야겠어. 정리하자.”

동방량은 여러 번 뇌었다. 누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소리로. 개인적으로 동방진양이 제일 미웠다. 사랑하는 아내를 자학하게 만든 원흉이다. 동방진양 친부를 끝내 밝히지 않고, 이제는 대화조차 거부하는 황세희마저 야속했다. 정리가 우선이다. 동방량은 주먹을 쥐었다. 인간 주제에 감히 삼라만상과 싸울 준비를 하는 나다. 고민 따위를 짊어진 채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동방량은 정리를 다짐하며 주먹을 쥐락펴락 하다가 그러한 생각마저 떨쳤다. 삼라만상에 앞서 금사희가 우선이었다.

일합-1 끝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단편 원고 끝나고...

수정사항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다음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매달리고 싶은 일을 되려 지인이 부탁해서 거만하게 받아들였네요. 며칠 정도 이 일에 열폭할 것 같습니다.(늦어져서 "당신, 하지 마!" 그럼 골룸)

용들의 전쟁 원고를 다시 열고, 오랜만에 오컬트 원고(이 원고는 큰일났습니다. 얼마전 모 출판사의 모님께 언급했었는데 그 전에 다른 출판사분께도 언급했었네요. 가진 글이 많아서 "자, 물건 많습니다. 골라요, 골라!"를 외치다 보니 이런 일이... 일단 써놓고서 성향에 맞을 출판사 쪽과 얘기하고, 다른 출판사에게는 "이 물건이 더 낫지 않겠어요?" 라고 꼬드겨야 할 상황...)를 재검토하고, 파 나노스 원고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건 파 나노스 미완성 지도(클릭하면 조낸 큼... -_-)


용쓰워 완결 전에 출간될리 없겠지만(...) 가급적 빨리 열폭해야 할 글입니다.

파 나노스는 오디세이 풍의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로마, 북구 신화처럼 신화를 따로 만들어서 각 장마다 첫 단원에 부록처럼 넣을 계획이고, 본문은 본문대로 따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초깡패는 없지만(...) 리나 인버스급 파티는 있습니다.(...)

내용상 제목을 '신 라그나로크'라고 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K.O.G처럼 노골적으로 웃기려 들지는 않겠지만, 가급적 즐겁게 웃을 글로 쓸 계획입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묵시강호창과 타락고교창은 날마다 열면서도 진전이 없네요. ㅠㅠ

2008년 8월 7일 목요일

배트맨 다크나이트 짤막 감상

보통 히어로물이 "꺄아아아악! 최고야!" 라면,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경우는 "음으후후흐후. 좋아." 가 되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4월 13일 일요일

[K.O.G] 나 디졌다...

S*R님 일러스트가 무척 좋다. K.O.G open권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어서 데헷거렸는데, Close권 일러스트는 아예 넋을 뺀다.

그래서 에피소드 못 쓰고 있다.(농담...일까나? 까나?)

내가 써놓고 개인적으로 데헷거리는 사시미맨 일러스트.

그 탐스러운 허리와 표정 때문에 정신이 몽롱하야 에피소드 내용까지 휘꺼덕거려서 잠시 방황했던 건 논외...(고민하다가 원고 전체를 파기했다. 출판사가 실어줘야 원고지. 禁딱지 붙여서 낼리야 없을 테고. -ㅅ-;;)

지금은 골자가 잡혀서 다른 에피소드(두 번이나 파기한 끝에 이 놈 나왔다...)를 속 편히 두드리고는 있는데, 재미에 신경쓰다보니 우리애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ㅠ_ㅜ

그러다가 조금 전에 본 일러스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감에 헬렐레 파워 작렬 연출! 침 질질 흘리며 봤다. -ㅁ-;;

에피소드 어뜩하지. 막 죄송해지고 있어! 현재 절반 가까이 썼는데 애가 아직 안 나왔다. 우아! 어쩌지? 어쩌지?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오늘 배급분량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저녁 때가 두렵다.(게다가 오늘은 1.2센티미터 잘려서 배급받는다.)

내일 오전까지 에피소드 못 끝내면 그냥 낸다는데 이거 어카지?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4월 5일 토요일

반재원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인천 연수성당(초인동맹에 어서 오세요 2권에서 박쥐여인과 대 전투가 벌어진 곳이죠)에서 오늘 오후 1시 30분에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작가분들과 출판사 관계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신랑 반재원님과 신부에이카님의 행복이 폭발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모로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결혼식이었네요.

1. 뱀을 푸는 역할을 담당하셨던 아X님은 어젯밤 급히 내공이 필요하신 관계로 잡아 드셔서 실패했습니다.

2. 금발의 반재원님이 아닐까 잠시 착각할 정도로 꽃미남이셨던 에이카님께서는 꿋꿋하게 눈물 한 번 없이 반재원님을 보내드렸습니다. S*R님 옆자리라는 얘기를 직접 들으니 제가 눈물이...(쿨쩍. S*R님 한 번도 못 봤...)

3. 주례를 맡으신 신부님(반재원님과 오늘 몰디브로 떠나시는 그 신부님 말고, 성당에서 하느님 말씀을 전하시는 그 신부님)께서 반재원님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소설을 쓰시는 분이라고 소개하시고서 '초인동맹에 어서 오세요를 선물 받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파파파파파파팍!

제 옆 아크님을 포함하여 앞열에 계시던 시드노벨 편집부 일동이 바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모두가 흔들림 강한 눈동자로 외쳤습니다. '반재원씨! 당신, 미친 거야? 연수성당 템플나이트에게 우리를 제물로 바칠 일 있어?' 아크님은 핸드나이프를 슬그머니 꺼내며 불안정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셨고, 저는 나이프에서 슬그머니 흘러나오는 검기에 빗장뼈를 베이고 말았습니다.

신부님이 드디어 초인동맹에 어서 오세요를 직접 들어 보이셨습니다. 책 두께를 확인한 편집부는 안도의 숨을 쉬며 당당히 상체를 세웠습니다. 네. 신부님이 받은 책은 3권이었습니다. 1권을 받았다면 오빠의 동정은 내가..., 2권을 받았다면 박쥐여인과 싸우면서 무너지는 연수성당... 반재원님께서 결혼식은 무사히 하고 싶었나 봅니다.

평소 뵙고 싶었던 분들을 많이 만나서(대부분 첫 만남!) 즐거웠습니다. 철창 달린 집에서 마나님께 통조림 당하시는...(흑흑 눈물이 앞을 가려서... ㅠ_ㅜ) 

식당에서 국내 최고의 성실작가와 국내 최고의 메롱작가가 앉다보니 그 역류한 기운에 사이에 낑기셨던 아크님은 주화입마에 잠시 빠질뻔 했습니다. 막 불안정한 눈으로 미드와 일드 등 마감에 걸린 작가가 도피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을 마감에 걸린 작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셨습니다. 임달영님 옆에 계신 김광현님은 예상 외로 수수한 외모라서 놀랐습니다. 모범생 스타일이셨어요!

그렇게나 보고싶었던 오트슨님과 크갈리즘의 교주분을 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오트슨님은 예상 외로 젊고 미남이었으니 여기 오시는 솔로분들은 알아서 드시기 바랍니다. 아아, 맞다. 크갈님은 정말 쿨럭욱흠 반가웠습니다. 크갈님과 또 한 분과 저는 어쩌면 크갈리즘에 입각한 뭔가를 손 댈 지도...(물론 마감 끝내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2년은 기본으로 꼴딱 지나가야 할 지도...) 가우리님은 예상 외로 젊으시군요! 쳇.

저는 월요일 마감에 초재기 들어가서 일찍 나왔습니다. ;ㅅ; 가던 도중 휘긴경과 카인경과 로나공과 접선하여 편하게 왔습니다. -0-

나름 외모에 신경 쓰느라 코르셋을 입고 가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ㅠ_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4월 4일 금요일

글과 작가

많은 작가들이 글 속에 자기 사상을 투영한다. 속에 담긴 이야기를 꺼내어 글에 담고, 때로는 독자가 설득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다.

마찬가지로 글을 통해 작가를 보는 독자들이 있다. 글 속에서 보이는 사상을 신용하거나 거부하며 호불호를 가린다. 때로 거친 독자들은 글이 곧 작가라는 판단을 내려 칭송이나 비난을 선택한다. 애초에 이를 원하고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그렇지 않은 독자와 작가도 있다.

손이 거북이보다 느린 나로서는 창작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머릿속에 이야기가 많이 남는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대략적 이야기를 원고에 적어 남겨두지만 죽을 때까지 건드리지 못할 글들이 태산이다.

조금 전 이 글들을 살폈다. 어느 때 머릿속에서 지워졌던 글도 있고, 당장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글도 있으며, '아아, 이 녀석은 죽을 때까지 건드릴 수 없겠구나.'라는 판단을 내리게 만든 글도 있다. 그런 저런 생각에 빠져 글을 살피다가 깜짝 놀랐다. 대중적인 관점에 너무 치우쳤다가 뜻밖의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상적으로 비난받을 글을 뒤로 물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민족주의를 개 쓰레기로 치부하는 글,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환단빠가 된 글, 한반도 옛 역사를 깽판 놓는 글, 기독교 조낸 까는 글, 기독교 조낸 숭상하는 글, 살인과 유괴를 찬양하는 글, 예술을 조롱하는 글, 극렬 마초글, 극렬 페미 글 등, 논란의 여지가 보일 글들을 뒤로 물리고 있었다. 애초에 이야기를 만들 때는 사상이니 뭐니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정작 그것들을 다시 접할 때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것이다.

내게 사상이 있다면, 황희즘이자 박쥐론이다. 이쪽도 옳을 수 있고 저쪽도 옳을 수 있다는 관점을 선호한다. 어느 쪽이든 자기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 수 있어서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이런 사고가 흐트러진 것은 독자를 너무 신경써서가 아닐까 한다. 특히 최근 웹상의 독자 추세는 창작물이 지닌 사상에 대해 너무 몰입하여 작가의 사상과 일치시키는 성향이 크다. 정말 그러한 창작물이 존재하고, 때로 작가 스스로 독자에게 그러한 반응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난 아니다. 내 이야기가 한 사람만 주인공으로 삼아서 줄기차게 끌어가는 것도 아니고, 단 하나의 세계와 시간을 언급하는 것도 아닌데, 특정 사상 하나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런 내가 사상론에 휘말린 손으로 이야기를 분류하는 모습이 걱정되어 포스팅한다. 조심해야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19일 수요일

아서 C. 클라크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아서 C. 클라크 별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이분 작품을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당시 대단히 지루한 작품이라고 여겼죠. 이후 낙원의 샘을 읽고 홀딱 반해서 작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유명한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이분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SF소설의 거대한 별이 떨어졌습니다. 언제고 이분께서 글로 그리셨던 세상이 오게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위대한 소설가? 조지 오웰과 같은 예언가? 아니면...

인류가 걸어 갈 과학의 길을 머릿속으로 미리 걸어갔던 선각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15일 토요일

오랜만에 뵙게 된 만화라서...

감독별 연출기법

심심했던 어느 날 저 포스팅 만화에 대한 결말을 낙서한 적이 있었다. 포스팅에 올렸었군. -_-

결말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8년 3월 6일 목요일

우왕! 우리 사시미맨!

쓸 거예요! 마감이고 BL이고 반드시 쓰고 말 겁니다! 사시미맨과 고도 에피소드! ;ㅁ;

감사합니다, SR님! ;ㅁ;ㅁ;ㅁ;ㅁ;ㅁ;ㅁ;ㅁ;ㅁ;ㅁ; 계모같은 편집부가 아무리 구박해도 사시미맨을 꿋꿋하게 살려 나가는 겁니다!


데헷 데헷 ♡♡~

레디 오스 성화 올림

SR님이 사시미맨 팬픽을 그려주셨으니, 저도 사시미맨 팬픽을 쓰는 것이 인지상정!(최고의 팬은 부모다!)

2008년 2월 19일 화요일

제보랄까요... 아님 자진납세?

현재 저를 모델로 한 캐릭터들이 등장한 작품들 목록.

 

[그네 포물선 탄력을 이용해 천길 절벽으로 도주하던 성춘향을 도넛 킬러가 검기로 끌어들이던 장면이 윤씨가 본 전부였다.]



음... 이거랑...

 

[장면이 바뀌어 총탄과 검강이 난무하는 전투]


이게 아마도... 음...

뭐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이제 안심해도 되겠군요.(틀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7년 11월 25일 일요일

갑자기 기억나는 작품.

현재 소프톤 엔터테인먼트(다크에덴 개발사)에서 개발팀장으로 있는 박태욱님은 한 때 천리안에서 문단작가로 활동했었다.

당시 이분의 작품 '누라니숲'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나를 놀랬다. 소재도 소재거니와 글을 위해 투자한 정성은 경악할 정도.

분량은 책 반권이 되지않을 정도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10여 권의 전문서적을 참고자료로 사용했던 것 같다. 네안네르탈인 문화를 참조하여 오크의 생활을 그린 이야기랄까.

마이클 클라이튼이 어떤 여행자의 오래된 문서를 재집필하여 내놓았던 '시체를 먹는 사람들(13번째 전사라는 영화로도 나왔다)'을 보면, 네안네르탈인으로 추정되는 원시종족과의 조우가 언급되어 있다. 누라니숲은 이러한 종족 만남이 주제가 아니라, 아예 오크들의 생활상을 그렸다. 주인공도 당연히 오크.

읽었을 때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상당수 내용을 잊어버려서 다시 한 번 읽고싶다. ;ㅅ;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바스타드 재간

초호화 양장본으로 재간된 바스타드! 그것도 옛 원고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원고를 다시 수정하여(또는 아예 새로 그린) 내놓은 작품이다!

2권까지만 읽으면 왜 이런 일을 벌이셨는지에 대한 작가 의도를 알 수 있다.

작가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오직 그 뿐.

액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죠. 연출을 새롭게 구성하고 싶었다? 아닙니다.

.......?

맞습니다.

......

정말 오직 그 일념만으로 재간되었다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열의 바스타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7년 11월 2일 금요일

여형사 2화...

나카마 유키에와 류시원이 출연하는 신작 드라마 여형사.

먼치킨이다 못해 수퍼 히어로급 시력+사격실력을 가진 신입 여형사의 이야기다. 시력 7.0이면 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

아무튼...

여형사를 보고 있는 분만 이해할 수 있는 얘기.

그 상황은 총을 쏴서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었어? 뭔가 이상했다고!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아무래도 이 작품은 히어로물이다. 나카마 유키에가 사격관련 히어로라면, 류시원은 머잖아 울버린이 되실 몸이었다.

2007년 11월 1일 목요일

11월이 시작됐습니다.

용들의 전쟁 6권 7권 진척사항은 다소 더딘 편입니다만, 창을 늘 열어놓고 꼬박꼬박 건드리고 있습니다. 목표는 올해 안에 최종 완결권을 출판사에 넘기는 겁니다. 마음 편히 신년을 맞이하고 싶네요.

일명 '라이트 노벨'의 취향과 어울릴 글도 썼습니다. 제 성향에 맞네요.(에피소드를 권 내에 마무리짓는 방식이며, 집필 기간도 저로서는 3개월이 적당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이 용들의 전쟁 이후 제일 먼저 선보일 녀석이리라 여겨집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KOG(Keeper Of the Gate)입니다.

일단 용들의 전쟁을 만족스럽게 끝내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만족스러운 결말을 이끌겠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들의 전쟁 두 번째 이야기인 '흑룡강림'에 대해서는 향후 5년 간 집필할 계획이 없습니다. 잘 팔리지도 않은 작품의 후속작 원고를 출판사에게 내밀 뻔뻔함이 제겐 없거든요. 용들의 전쟁이 잊혀졌을 5년 후에 출판사와 대화를 나눈 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연재할 생각입니다.(애초에 용들의 전쟁은 '쟁탈편' '불꽃편' '마존편' '용쟁편'의 4부작으로 구상했었습니다. 지금 출간되는 용들의 전쟁은 쟁탈편과 불꽃편의 짬뽕입니다. 흑룡강림까지를 포함한 완전판 용들의 전쟁은 출간문제 생각하지 않고 마음 편히 끝까지 연재하여 웹상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공부 못하는 애가 꼭 계획표는 잘 짠다고, 내년 계획을 벌써부터 적습니다.

KOG로 신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좀 더 빨라질 수도 있고요. 1, 2권 원고는 이미 마쳐서 조금씩 수정하는 중이거든요. 3개월 단위로 에피소드를 붙여줄 계획이니 내년 1월에 KOG가 나오면, 4월에 KOF(-Friend), 7월에 KOL(-Legend), 10월에 KOH(-Heaven), 후년 1월에 KOW(-World)로 진행되겠죠. 매권에서 마무리를 짓기 때문에 다음권 압박이 덜하겠지만 금전 압박은 변함없으니 계획에 어긋나지 않도록 발악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걸로 끝이냐? 아닙니다. -_-

저 속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신들의 대륙 파 나노스'를 쓸 계획입니다. 일단은 내년 내 4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보다 더 진행할 수 있도록 집중할 예정입니다. 제 주변을 몽땅 정리한 홀가분한 상황이라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또 다시 사고만 터지지 않는다면야...)

이걸로 끝이냐... 흑흑. 아닙니다. ㅠ_ㅠ

당연한 녀석이 남아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에는 꼭 타락고교와 묵시강호에 손을 댈 예정입니다. 둘 중 하나는 내년 8월쯤에 반드시 연재를 시작할 생각이며, 매 회 기간이 1주일을 넘고 각 회의 분량이 적더라도 장기간의 연중 없이 끝까지 쓰려 합니다.

용들의 전쟁을 제외하고 이 4작품이 내년의 목표입니다. 여전히 제 한글창은 이것 외에도 잡다한 녀석들을 꺼내놓지만, 그거야 뭐 우리애기 어떻게 생겼나 잠깐 얼굴만 보는 수준이니까...(라고는 해도 예전에 썼던 글들 중 라이트 노벨의 성향을 가진 글들이 제법 되어서 자꾸 꺼내 읽게됩니다. 랄라~ 읽기만 하는 거니까 뭐.) KO시리즈와 파 나노스 외의 다른 글이 출간된다면, 그건 딸랑 한 권으로 끝장을 보는 단권글이겠죠.(이 분량의 책도 출간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미저리동의 타이틀 목록이 늘어나는 게 무서워서 연재를 삼가했고, 그렇다고 분량상 출판사에게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던 짧은 장편(-_-??)이 하드를 벗어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 쪽으로 기울어지겠네요.(용들의 전쟁 완결권이 나오는 순간부터 판타지 일색이겠지만...)

그 밖의 글. 투귀류, 안티 크라이스트, 고대병기, 결혼 기념일 등은 눈물을 머금고 후년으로 미루겠습니다. 몽땅 욕심을 부려봤자 한 두 회 딸랑 쓰고 연중할 게 뻔하죠 뭐. 참. 투귀류는 끝까지 연재만 하기로 결심했어요. 지금 연재된 분량만으로도 대여점 연합에게 까일 게 뻔하니까요.

호스트 바둑왕, 드래곤 라라, 솔로부대 등등등은...(먼 산) 쓰긴 쓰겠습니다.(자살 발언)

휴. 그간 벌려놓은(특히 출판계에서) 일들을 40살 전에 모두 정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래야 50살이 되기 전에 코스모스 스토리 절반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협 소설 쪽으로의 출간 차기작은 '후한지'가 유력합니다만, 분량이라던가 자료 등의 문제로 쉽게 덤벼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문제가 걸려서 '강시대협' '마존구애록' '불가사리' '귀원' '우화등선' '권신검성' '산과 강' '십이도류' '시정잡존'중 어느 하나가 먼저 나올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쓰는 무협 소설은 무조건 한 출판사에게만 원고를 보낼 생각입니다.(특별한 사고만 없다면... -ㅁ-;;) 퇴짜맞으면 연재 고고. ㅇㅅㅇ!

아아. 이건 1년 계획이 아니다. 써놓고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짭쪼름하게 촉박한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군요.

그러고보니 공포소설도 있어. 엉엉엉.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아무튼 내년부터는 판타지 소설계 복귀입니다요.

2007년 10월 22일 월요일

유유백서 헌터헌터 블리치

1권 나오는 순간부터 광팬이 되게 만든다.

갈수록 재밌다가 배틀로 이별을 고한다.

내가 배틀만화를 싫어하게 만든 결정적 작품들.(물론 블리치를 읽기 전에 헌터헌터에서부터 질려버렸다. 블리치 너 마저도... ㅠ_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빨리 저 포스팅을 뒤로 넘겨야 해!(땀 뻘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