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울컥해서 짤막하게 적고 사라졌지만, 오늘은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쓴다.
일단 어제 포스팅은 내가 욱해서 적은 거다. 사실 30대나 20대나 오십보 백보지 뭐. 게다가 투표율만 따지고 보면 어디서든 꼬투리 잡을 수 있다. 내 경우 인천에서 투표했으니 인천 투표율 가지고 따지면 버로우 해야 한다.
어떤 분 말마따나 30대, 40대가 20대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 있다. 밟을 곳, 이른바 터전을 일군 사람이니까.
말로 누군가를 설득하기란 어렵다. 상반된 견해를 가진 관계라면 더더욱.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론은 중구난방이 될지라도 생각하는 말을 모두 꺼내야겠다는 쪽으로 내렸다.
투표율은 어쩔 수 없다.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냐? 이게 정답이고 현실이다. 투표율을 높이려면 안 해도 되지만 해야겠다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고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거다.
난 1970년생. 올해 39살이다. 40대에 가까운 나이답게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여 전철 타고 인천 투표소를 7시쯤 찾아가 투표했다. 어릴적 나는 6.29선언을 이끌었던 커다란 사건 경험자여서 현재 10대 20대가 월드컵 4강 신화를 겪고 박지성에 열광하는 것처럼 투표에 열광했다. 대학시절 학생회 활동까지 하다 보니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 없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 문제다. 나는 안 해도 되지만 해야겠다는 의식이 머릿속에 박힌 녀석인 거다.
20대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를 내 나름대로 고민했던 사항은 잠시 후에 적고, 일단 한나라당 50%라는 수치에 대해 생각한 것을 적겠다.
사람 열 명 중에서 아홉 명은 나라보다 가정이 먼저다. 아홉 명 중에서 여덟 명은 가정보다 내가 먼저다. 개인주의를 논외로 치더라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내 가까이 있는 가정 우선주의는 20대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본다. 이것은 20대가 한나라당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기준점을 억지로 외면하는 자기만족 평가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논리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얼마 전에 포스팅 했듯, 아버지 동생뻘인 문중 어르신이 내가 있는 곳 지역구 한나라당 의원으로 출마했다. 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그 분을 찍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예전에 내 주장을 받아들여 노무현을 찍었다. 정당한 거래라면 이번에는 내가 아버지 뜻을 받아들여 한나라당 의원을 찍었어야 옳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그분을 찍겠다고 말하고서 견제세력인 통일민주당을 찍었다. 나는 배신한 것이다.
문제는 내가 도장을 찍기 전에 10초 가량 고민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러했다. 생활 상당수를 부모에게 의지하는 이가 많은 20대는 어땠을까? 그깟 몸에 와 닿지도 않는 가치관을 위하여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당을 찍지 않고 다른 당을 선택할 의지가 20대에게 얼마나 있을까. 투표를 한 20대 다수가 부모님과 동행했을 수도 있다. 출구조사원이 물었을 때, 부모님을 옆에 두고 당당하게 '우리 엄마 아빠는 한나라당 찍었지만, 저는 견제를 위해 다른 당 찍었어요.'라고 말할 20대가 얼마나 있을까.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위하여 가정불화를 야기할 20대가 천 명은 넘으려나?
이것이 내 억측이고, 대다수 20대가 정말 한나라당을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보기에 한나라당이 경제적인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 여기는 20대가 많을 수 있다. 인터넷상 정보를 조중동급 언론조작으로 여기며 반발심리로 선택했을 지도.(이건 맹목적으로 주장했었던 내가 찔끔해서)
확실한 건 가정이 우선이다. 나라가 우리를 먹여살렸나, 나라가 어찌되든 필사적으로 살아갔던 부모님이 우리를 먹여살렸지. 20대가 가정적 문제로 영향을 받고 투표했다면 그건 틀린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젊은 세대는 아직 인터넷의 인자도 모르는 늙은 세대보다 못 하다.
투표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무려 20년 가까이 투표하면서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그 장면은, 바로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언제나 투표장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말로 새마을 운동을 떠들 때, 떠들 입을 막걸리 한 사발로 닫아버리고 몸으로 새마을 운동을 주장한 분들이다. 이분들에게는 거품이 없다. 젊은이들이 인터넷 여론조사라면, 이분들은 투표소 여론조사다. 한 마디 말이 곧 몸이니, 한 마디 말이 말뿐일 수 있는 젊은이들과는 다르다. 아들 등에 업혀 와서 투표하는 할머니를 본 적 있는가.(난 봤다. -ㅁ-;;)
젊은이들이 모니터로 주장할 때, 20대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곁에서 행동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찍은 20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견제당을 찍은 나머지 20대에게 감탄하는 게 정상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20대에게서 원하는 표를 얻을 만큼 세상을 가꾸지 못했다. 그러니 더는 비난하지 말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고자 더 노력하는 게 좋겠다.
같은 거품론의 의미로 투표율에 대해 적겠다.
말로는 투표가 중요하니 뭐니 떠들어도, 실제로 투표가 왜 중요한 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한나라당이 200석이면 어떻고 올 클리어면 어떠냐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 의석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경험한 20대는 많지 않다. 하필 전대 총선은 역대 총선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배합을 이룬 결과를 보였다.
그러니 과반 의석으로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말로는 알아들어도 몸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언론이 있고 국민이 있는데 지들이 막 나가면 얼마나 더 막 나가겠어?라는 생각으로 투표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내가 보기에는 많다. 포스팅에는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적어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이렇게 포스팅하는 게 최선이야. 내 투표로 뭘 바꿀 수 있다고. 다 같이 단체를 결성해서 커다란 이벤트화하면 또 모를까.'라는 심리가 많이 깔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견해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선배들이 만든 터전, 이른 바 '네트워크 문화'가 아직 덜 성숙했다는 증거다. 네트워크의 편리함만 인식할 뿐,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찬우물, 프라자란을 비롯하여 꾸준하게 발전한 알림마당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여기던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한 투표'를 역설하듯, 나 또한 그들에게 웹 2.0 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겠다. 이제 알림마당의 거품을 지울 때가 왔다. 다양한 정보들이 알림마당에 올라오면 그 중 정확한 정보들을 최단 시간에 인식하도록 정리하여 오프라인에서 몸으로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알림마당이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완성형은 '가장 효율적으로 몸을 사용할 수 있다.'가 되어야 한다. 그저 네트워크를 지식과 앎의 도구로만 사용하면 안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는 어제 올린 포스팅과 맥을 같이 한다.
뭐가 되었든 움직여라. 구구절절 설명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가능성이 높으니 결론만 적었다. 움직여라. 당신이 움직이면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건 그나마 원하는 것을 얻는다. 나라가 어려운 것을 걱정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1회 움직여서 얻을 수익 분배가 국가 사정에 따라 달라서다. 기왕 움직이는 거 똑같이 움직여서 더 얻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이유로 나라가 잘 되건 못 되건, 당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상관없는 문제다. 움직여라. 꼭 움직여야 한다.
20대를 위해 꼭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져서 적었다.
어제 불평했던 포스팅에 대해서는 사과 드립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저는 한참 요즘 20대(흔히들 88만원 세대라고 부르는)의 어정쩡한 포지션에 좌절하기도 하고 마음 깊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투표하는거 보고 한방에 식어버렸달까요. 확실히 모든걸 뒤집는 방법이 없다는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그걸 떠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자포자기가 너무 짙어진것 같아요. 휴..이것도 교육 잘못 시킨 기성세대 탓일까요 ㄱ-)
답글삭제아. 방금 이글루스에서 본 정보인데요. 20대 투표율에 대해 큰 오해가(여기서마저... -_-;;) 있었군요.
답글삭제20대 중 19%만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전체 투표자 중에 20대가 19%라는 얘기였는데, 그것이 와전된 듯 해요.(갑자기 기분이 업! -ㅁ-;;)
"어쩐지!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면 제가 너무 간사할까요? -ㅅ-;; 이 울적한 포스팅도 뻘글이 되어 버렸닥.
요즘보면 기술의 발전에 인간의 정신이 못따라가고 있는게 확연히 보입니다.
답글삭제문명이 발전할수록, 그에 맞는 의식성장이 뒤따라줘야 하는데, 이런 의식성장에 관련된 교육은
전무하다시피 하니...;
엘빈 토플러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답글삭제제 생각에 그러한 문제라고 봐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네트워크와 휴대전화 문화가 너무 급속하게 성장하여 일명 '변화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변화를 쫓아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 편으로는 지나가는 변화를 정리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라고 보고 있어요. ^^
전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평통가당 이 세 개 덜렁 있는 거 보고 마치 에일리언이 좋아 프레데터가 좋아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하얀 용지는 버렸습니다. ...
답글삭제그나저나 중간에 '통일민주당' ... 음... ... 이거 90년대 초반 당명인데요... ... ...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 나라 민주주의 국가가 된 지 100년도 안 되었는데요 뭘. 너무 급하게 변하려 하지 말고 천천히 지켜 봅시다. 아 물론 국민의 권리는 성실히 행사하면서.
답글삭제우리나라말고 투표율이 진짜 낮은 나라 1위가 있습니다.
답글삭제바로 스위스...... 그런데 거긴 너무 살기 좋아서, 국민들이 더 바랄 게 없어서 투표를 안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나라가 X판이라서 투표를 안 하는 이 아이러니를 어찌 하오리까.
저는 부모님에게 말해서 해결봤죠. "제가 정동영 권영길 몽창 다 싫고 금민은 좋기는 한데 당 지지기반이 너무 없는데다 홍보용으로 나온거라 MB찍긴 찍어 드리는데 말입니다. 저 여기까지만 따르고 이후부터는 제 판단대로 합니다" 부모님은 OK 니맘대로 해.
답글삭제저 그래서 이번에 지역구 의원은 현역 찍었지만(솔직히 나온게 너무 ㅁㄴㄹㅇㄹ), 비례대표는 제가 지지하는 한국사회당을 :D 어머니도 비례대표는 찍어주셨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