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4일 화요일

크라스갈드님. -ㅁ-;;

저 맞아요. ;ㅅ;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돈 얘기.

가끔 날 놀라게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성화씨는 돈 잘 벌겠어요.'

으하하하하. 뭐라고 답하기 어려운 말이다.(날 아는 사람은 나보다 더 웃을 지도...)

근거는 있다. 어쩌다보니 내가 돈을 벌려고 작정만 하면 정말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지금 들어오는 만화 스토리 청탁만 받아들여도 무려 한 달에 660만원! 더헉! 꿈같은 돈이닷!

근데 난 만화 스토리를 전혀 손대지 않는다. 만화 스토리에 손을 댄 이후 확실히 느낀 건데, 소설을 쓰기가 힘들어진다.(확실치는 않지만, 내 추론으로는 이렇다. 만화 스토리는 아트 작가가 최대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익숙한 단어만을 기호처럼 사용하여 상황을 설명하는 게 좋다. 쉽게 만화로 표현될 수 있도록 알아보기 쉬운 문장만을 사용하는 거다. 그런 작업을 지속할수록 나는 사용하는 문장을 제한하는 버릇이 생기게되고, 어느 순간에는 특정한 소설 속 상황을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해서 글이 막힌다) 그래서 소설을 위해 만화 스토리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그 이후 내가 출간한 책은 5권이다. 게다가 난 누구에게 빚진 채 살아가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빚을 갚아가며 고료를 받겠다는 제의를 했다. 출판사측에서는 내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생활이 걱정되어 6권 분 고료까지 주셨다. 그렇게해서 받은 고료가 600만원이다.

 만화 스토리를 접은 것이 2004년 10월쯤이니까 햇수로 3년이 되어간다. 600/36= 한 달에 16만 7천원 가량의 수입으로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벌어들인 돈도 조금 있었지만, 용들의 전쟁을 쓰기도 전에 이미 떨어졌다.

내 동생에게 빌붙어살던 중 동생이 직장 위치 문제로 나왔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돈이 없어서 어찌어찌 엉겨붙다보니 약 2년 동안 한달 월세 33만원짜리 집(내 한 달 수입의 두 배였군)에서 아직도 버티고 있다.(무보증 집이라서 월세가 비싸다)

중간중간 글과 관련없는 알바를 뛰었다. 열심히 개기고 버텼다. 그래도 한계에 이르러 결국 작정하고 이사를 선택한 지금, 난 친분을 명줄로 해서 빌붙어 살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과정 중에...

담배, 커피값을 포함해서 한 달을 4천원으로 버틴 적도 있다.

밥이 없을 때는 밥같은 거 안 먹는다. 반찬이 없을 때는 맨밥을 음미하며 먹는다. 3끼 4끼를 굶어도 허기졌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숙련도가 쌓였다.

예전에 최후식 형이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저놈 밥먹는 걸 보면 무슨 전투를 하는 것 같아. 지금 못 먹으면 언제 또 먹게 될 지 모르는 사람처럼.'

음. 정말 그렇게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난 내 앞에 음식이 남는 꼴을 절대 못 본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다 쓸어먹는다. 버릇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식이형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돈을 벌 기회는 주변에 넘쳐나지만, 그 길로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늙어서 홀로 살 능력이 못되는 길이거든. 또는 후배를 등쳐먹고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는 길이거든. 그래서 가지 않는 거다. 얼마나 더러운 길인지 내 눈으로 보고, 내 몸으로 똑똑히 겪었으니까.

이게 내 연중의 변명은 절대 아니다. 영향을 끼치기는 했어도 내가 저지른 짓의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죄의 일부를 사하는 방법은 오로지 완결뿐이다. 흑흑.

순수문학 작가의 굶는 모습 이야기를 읽던 중 생각나서 적는 글이다. 생각해보면 나만큼 굶어본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다. 어쩌다가 문단에서도 친분을 쌓게 되어 순수문학 작가들을 제법 만났는데, 다 나보다 잘 살더만 뭐.(혹시 부자들만 만난 건가!)

아무튼 이 글의 주제는...

저 만나면 밥 사주세염. ㅇㅅㅇ!(비싼 밥은 체해서 싫어염. 첫만남에 룸싸롱 데려갔던 모 만화 출판사는 저한테 디지게 혼났어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중간에 글과 관련해서 420만원을 번 게 있었다! 그런 이유로 3년간 한 달 평균 수입 28만 3천원!

2007년 9월 3일 월요일

어떻게 된 거지? -_-

15시간을 기절하듯 잤다. -_-;;

특별하게 피곤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뭔일이래.

아이고 허리 아파. ㅠ_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7년 9월 2일 일요일

이사계획!

며칠 전부터 이사 갈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번 이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간 내 주변에 머물던 모든 집기들을 다 처분할 계획이어서다. 텔레비전이니 냉장고니 세탁기니하는 건 다 동생한테 넘겨버렸고, 컴퓨터도(특히 모니터 두 마리!) 하드 내 창작관련 파일만 백업하고 처분할 계획이다.

문제는 책.

주변에 탐문수사(-_-;;)를 하며 책을 방출하는 중이다. 꽤 레어인 책들도 있지만, 자료가 아닌 책은 몽땅 다 방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권 가량 방출했는데 한 권도 방출된 것 같지가 않앗! 이놈의 책장 왜 그 모습 그대로인 건데!

책상도 방출. 옷은 계절별로 필요한 놈 3벌씩만 가져갈 생각이다.('세탁하고' '말리고' '입고'의 사이클을 유지해야 되니까)

가급적 내 몸이 자유롭게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짐을 꾸리는 중인데 의외로 쌓인 짐이 많다. -ㅁ-;;

그래도 뭐...

9월 중순 내로 인간하우스가 되어버리고 말테닷! 난 떠돌고 싶다구!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7년 9월 1일 토요일

나이 40이 다 되어가는 녀석의 생각입니다.

나이 30을 넘기지 못했다면 자신을 작가라 칭하지 마라.

읽었습니다. 같은 생각도 있지만 다른 생각도 꽤 있네요. 하필이면 타이틀이 다른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분의 글도 아닌, 선배의 글이니 반말로 찍찍 써댈 수야 없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40나이 되어가면서 느꼈던 것 중에 인상적인 게 하나 있습니다. 뜻이 있는 어떤 단어에 유행을 따른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신봉하는 모습입니다. '재미'라는 단어가 비하되고, '순수'를 높게 칭송하고, '무협지'라는 재미 있는 단어를 쓰레기의 대표적 단어로 규정시키고, '작가'라는 단어의 위상을 하늘에 두고, '글쟁이'에 비하의 뜻이 담겨지는 이 모든 세태에 대하여 전 솔직히 고깝습니다. 이 단어들은 모두 다 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니까요.

순수문학이 대중문학에 비해 더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오랜 역사를 거쳐 쌓아온 금자탑이어서입니다. 그 외의 무엇은 없습니다. 순수문학도 마찬가지로 재미를 위한 글입니다. 그 속에 담겨진 '다양한 재미, 또는 공감의 재미'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그래서 문학인 겁니다) 사람들이 많을 뿐입니다. 대중문학으로 구분했지만, 현재 순수문학으로 불리는 작품의 상당수도 대중문학입니다. 애초에 순수문학이라는 줄기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 머물며 창작된 작품만이 순수문학일 뿐이죠. 만약 창작의 순수성을 따진다면 순수문학이라 불리기 위해 창작된 작품이 가장 불결하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창작의 종을 결정할 뿐 아니라 창작계의 정치적 계단까지 염두에 두고 쓴 그 작품을 두고 순수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군요.

작가는 작가일 뿐입니다. 창작으로 일가를 이룬다? 그런 뜻 아닙니다. 그럼 한 때 만화가셨던 고우영 화백이나 김수동 화백께서는 왜 만화가가 아닌 화백으로 불리셔야 했겠습니까. 의사의 '사' 청소부의 '부' 공무원의 '원'처럼 직업의 구분을 두는 일종의 직책규정명칭에 불가하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창작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바로 작가입니다. 그 때문에 창작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지도 않고 그냥 취미로 창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작가'라 칭할 수 없는 것이고요.

10살 소년이라해도 스스로의 일생이 창작에 있다고 여긴다면 작가입니다. 어린이의 의식을 그저 초딩으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제 어린시절은 그랬으며 그 꿈을 이루고 사는 지금의 나로서는 10세도 아닌 9살 때의 의식을 무시하지 못합니다.(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창작을 제 인생의 목표로 삼아왔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죽도록 터져가면서도 이 자리를 고수했습니다. 저 스스로를 특별한 놈이라 여길만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어린이가 우리나라 팔도강산에 잔뜩 깔려있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전 만화와 화폭에 담겨진 그림을 두고 어느 것이 더 고귀하다고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이건 다릅니다. 억지로 고저를 따진다면야 역사가 깊은 화폭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이 순간에 모든 시간이 정지된다면 또 모를까,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쓰레기가 없는 공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리어왕이 호빗보다 고결한 작품처럼 보이지도 않고 어린왕자가 해리포터보다 나아보이지도 않습니다. 모두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일 뿐입니다. 코믹한 소설 얘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쉘 실버스타인의 시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창작의 경계를 순수와 대중으로 나누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전 그 모든 창작들이 재미를 위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위한 재미인가가 문제일 뿐입니다. 고결한 철학 자체에 심취하는 건 재미있어서가 아니냐고 묻겠습니다. 철저한 물리학 이론을 통해 현대 과학자들중 누구도 반론하기 어려울 만큼 철저하게 노력하여 창작된 SF소설이 정말 재미따위 다 때려치고 고결하기 위해, 순수한 SF를 위해 창작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본문의 의식에는 동조하지만 그를 위한 비유에 동조하지 않기에 이런 글을 적는 것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전 작가입니다. '글을 쓴다'라는 말에 창작의 의미가 담겨져있으니 '글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 자체가 어거지죠. 하지만 구분을 둬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처음 첫 비유부터 반박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글은 자랑하기 위해 쓰는 겁니다. 내 자식을 가장 훌륭하게 키우는 방법은 남에게마저 인정받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이 짱입니다. 하지만 남들마저 인정하는 자식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자신의 창작을 글로 남기는 이유는 그것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입니다.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자식이 어떤 자식인지 알고 싶어서 나를 발전시킵니다. 자식키우는 법을 익히기위해 내 자식을 먼저 보이고, 키우는 법을 배우거나 스스로 깨닫고, 결국 그것으로 자식을 성장시키는게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글은 자랑하기 위해 써야 합니다.

다만 자식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자식을 내놓고 날 자랑하면 이런 병신같은 부모가 세상에 또 없습니다. 자식 키우는 법은 뒷전이고 '난 자식을 이렇게 잘 키웠어!'라며 그 자리에 안주하여 떠드는 부모를 둔 자식만큼 불쌍한 녀석도 없습니다. 그 순간 자식의 발전은 끝이니까요. 글의 발전이 거기서 멈춰 버리니까요. 더 많은 자랑을 하고싶어도 그만큼 키울 능력이 못되는 부모로 전락해 버리니까요.

'글쓰는 사람은 글로 말한다'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정말이지 다른 말이 필요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랑을 하거나, 남에 대한 트집,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인의 발전 영역이 크게 줄어듭니다.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은 그 위치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랑하는 것입니다.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그 다음의 성장을 보기 때문에 자랑할 틈이 없습니다. 좀 더 성장해서 자랑하고 싶죠. 여기서 말하는 자랑은 글 자체로서의 자랑이 아니라 주둥이로 자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글이 행동이라면 주둥이는 말입니다. 그리고 남에 대한 비난, 남의 글에 대한 비판을 일삼는 분들은 상대의 감각과 문화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또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의미로 그것은 편협입니다. 범죄라고 할 수 있는 표절에 대한 손가락질이 아닌, 문화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이라면 자신의 영역이 트여있지 못한 것을 증명하는 꼴입니다.

이우혁 선배님의 세 번째 글에 대해서는 적극 부정합니다. 작가의 인생은 글 한 편 딸랑 쓰고 인생 종치는 게 아닙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인생입니다. 그것은 곧 공부이며 문학에 열중하는 인생입니다. 처음에 언급했듯 순수한 문학이란 건 없습니다. 있다면 '순수한 문학'이라는 허울 만빵의 좁은 틀을 만들어서 그 제약을 갖고 만들어진 창작물입니다. 창작의 영역 곳곳에 자물쇠를 걸어놓고 그 안에서 낑낑대는 우물안 개구리에게 높은 평점을 주고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를 비웃듯 역사조차 짧은 한국 판타지류 소설에 '문학'의 개념을 실어주신 분이 바로 이우혁님 본인이십니다. 일명 코묻은 돈 내밀어 구매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면서도 자료조사에 충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분이 아니십니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확신하는 것까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 미래에 자신이 앉을 자리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은 아니신지 묻고 싶습니다. 궁극의 자리라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의 글이 궁극의 글이고, 먼 훗날 더 뛰어난 실력과 노력으로 창작된 글은 그 시대의 궁극의 글일 뿐입니다. 내 실력이 더 좋아졌다고해서 과거의 내가 최선을 다해 썼던 글을 쓰레기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겁니다.

전 이것이 떳떳한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문학이 대중문학입니다.(본의아니게 대중문학이 되어버린 안네의 글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의 젊은 의식이 스스로를 깨닫지 못하고 취하는 행동에 대해 꾸지람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잘못도 아니고 실수도 아닙니다. 과정입니다.

옛날에 미치도록 즐겨 읽고 열광했던 작품을 향해 어느 순간 손가락질을 하며 쓰레기로 치부하는 경우는 없었습니까. 지금 당장 쓰레기라고 부르는 창작물이 있는데 시장에서는 잘 팔렸습니다. 이 소리는 이 작품을 즐겨읽는 독자층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독자층이 계속 이러한 창작물에만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여기서 비롯되어 좀 더 다른 좀 더 자신을 만족시킬 창작물의 줄기를 따라갑니다.

나이 깨나 먹은 분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중 하나죠.(물론 저도 나이 깨나 먹었지만...)

마징가Z나 로보트 태권V등이 화제에 오르면 향수에 취해 감탄사를 뱉는 세대가,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향해 유치뽕짝이라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시간을 빼버리면 작품성만으로는 요즘 것들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지금 유치뽕짝이라는 것에 열광하는 어린이들이 나중에 어른되면 지금의 저희가 열광하는 작품보다 훨씬 더 뛰어난 명작에 열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나라 판타지 무협계는 발전단계니까요.

그 때문에라도 전 어린나이에 자신을 작가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일찍부터 창작에 일생을 맡기는 분들이 많아야 제가 바라는 좋은 작품들 넘쳐나는 세상이 빨리 지나칠 테니까요.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우울한 생각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옛날.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녀석이 친구들에게 열심히 머릿속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운이 좋으면 그 이야기를 끝까지 재밌게 들어주는 친구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길고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하품한다. 또는 핑계를 대고 녀석의 이야기에게서 도망친다.

그런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날 세상이 변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공간이 생겨버린 거다.

게시판에 내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그걸 끝까지 읽는다. 게다가 재밌다고 감상도 적고 심지어 남들한테 읽어보라는 추천도 한다. 가끔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지적까지 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다. 통칭 '독자'라고 불리는 이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쌩판 남이었다.

이건 이야기하는 녀석의 입장에서 인생의 혁명이었다.

게시판은 이야기하고싶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고싶은 사람들로 가득찬다. 모이고 또 모인다. 글은 연재되고 독자는 읽는다. 독자는 읽는 기쁨을 넘어서며 작가가 되기도 한다. 어제는 내 팬이었던 사람이 오늘은 작가가 되어 팬과 함께 즐기기도 한다.

작가는 그것이 즐겁다. 영원히 그 기쁨을 누리고 싶어졌다. 즐거운 공간과 현실을 연결하고 싶었다. 그 기회는 왔다. 출판이다. 즐거움 자체가 생활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기리에 연재된 글은 출판되었다. 독자들은 작가의 글을 모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매한다. 그것이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길임을 알고 있다. 이런 생활만으로도 인생의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여긴 몇몇 작가들은 자신의 미래를 맡긴다.

어떤 작가들은 다른 판단을 한다. 읽힌 글보다 읽히지 않은 글이 더 많이 팔리는 것을 알게된다. 이미 읽은 글을 책으로 구매하지 않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출판사는 연재된 분량을 삭제해달라고 부탁한다. 게시판에서 글을 읽은 독자가 아닌 또 다른 다수의 독자들이 게시판보다 책을 먼저 찾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출판사로서는 그게 더 많이 팔리는 방법임을 알고 있다.

작가는 출간된 부분의 연재분을 삭제한다. 연재글을 읽고 책을 사던 독자들 중 일부가 이러한 모습을 좋지 않게 본다. 연재 게시판의 순수성을 짓밟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다수의 독자들은 출판사와 작가의 의도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한다.

그리고 출간계약된 이야기가 연재를 끝까지 마치지 않고 도중에 끊어지면 더 많이 팔린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연재게시판은 홍보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게된다. 출판사의 방침을 기준으로 계약이 되고 있기에, 확실한 자기 의도를 보여주지 못한 작가들은 그 방침대로 연재를 도중에 마친다.

오랜 옛날부터 게시판의 글을 읽고 책도 구입하던 독자들 일부가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끝까지 연재한 뒤 출간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배신감의 대상에서 빠질 뿐 아니라 배신의 손가락질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가끔 그 특정 케이스의 모습에 죄의식을 느끼는 작가도 생긴다.

논란이 가중된다. 그러는 와중에 게시판의 수가 늘어난다. VT를 넘어서며 인터넷이 등장하고 수많은 사이트에 속한 수많은 게시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도 많아지고 독자도 많아지고 출판사도 많아진다. 출판사는 가장 많이 팔리는 방법을 고민하여 작가에게 요구한다. 그것은 게시판의 연재글을 즐기는 독자들 상당수가 싫어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책을 사야만 하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래도 진행된다. 작가와 독자가 드디어 그 문제로 싸우기 시작한다.

연재란이 홍보를 위한 연재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출판사에게 컨택을 받기 위한 연재란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정도로 변화한다. 연재하다가 도중에 끊고 삭제하는 것을 독자들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다. 자칫 실수로라도 상당수 분량을 연재하면 모 단체에게 연재량이 너무 많으니 주의하라는 편지도 받는 시대가 된다. 한 편으로는 돈을 줘야 연재글을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진다.

처음 연재게시판에 글을 연재하고 그것을 재밌게 읽던 시절. 일명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것은 사라졌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한 작가와 독자들은 그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을 살아가고 있다. 회귀는 불가능하다. 일부 독자들은 이미 '불법파일'이라는 궁극의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일부 출판사들과 일부 작가들은 그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고민하며 창작하는 것이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생활이 되도록 노력한다. 순수는 깨졌다.

컨택 받으려고 연재하는 작가. 홍보하려고 연재하는 작가. 연재 안하는 작가. 그냥 연재하는 작가. 이들이 현재 한 공간 한 시대에 살고 있다. 연재글 읽고도 책을 사는 독자. 연재글 읽지 못했기에 책을 사는 독자. 연재글 읽지 못해도 책 안사고 읽는 방법으로 읽는 독자. 이들이 현재 한 공간 한 시대에 살고 있다. 각각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당연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난 옛일 회상하며 '그 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는 걸 가급적 피한다. 처음엔 그렇게 말하는 행동 자체를 좋게보지 않아서라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같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게되면 자꾸 미련이 남는다. 어쩔 수 없다.

내 컴퓨터엔 나우누리 SF란, 만사동 Story란과 하이텔 Serial란의 모든 목록을 캡쳐한 텍스트 파일이 있다. 정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 파일만큼은 여전히 지우지 않고 있다. 미련이 많다는 증거다.

난 글을 쓰면 연재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막 손이 떨리면서 연재글로 편집하고 싶은 욕구와 필사적으로 싸우게 된다. 출간이 확정된 글일 경우, 특히 연재를 해서는 안될 글이 되어버린 경우에는 글 자체를 쓰기 싫을 정도로 연재중독증이 심하다. 덕분에 연재가 가능한 단편이나 중편, 또는 출간과 인연이 없을 글들을 마구 써버린다. 그리고 내 이름을 숨긴 채 나도 처음보는 생소한 연재 게시판에 확 올려버린다. 조회수 1은 기본이고, 10이 나오면 대박인 게시판에서 내 연재글을 보며 흐뭇함에 젖을 때가 많다. 때로는 내 글이 재밌다며 누군가 감상글을 올리면 마치 나우 SF란에 다시 돌아간 것처럼 행복해진다.

내가 만약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였다면, 난 영원히 작가가 못됐을 거다. 출간하지 않고 마냥 연재만 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런 걸 보면 역시 난 아마츄어다. 솔직한 심정으로 프로라는 게 너무 싫다.

돈이 걸리면 글을 쓰기가 싫어지는 이 버릇을 고치지 않는 한, 언제고 난 서울역에서 신문지 덮고 잘 날이 오고야 말 것 같다.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9월 1일 오전 3시 25분

못참고 한 대 피러 간당.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이런 식의 포스팅을 올리는 거 싫어하는 편이니 덕분에 줄이거나 끊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