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8일 토요일

대여점과 출판계

대여점 문제 1

 

대여점 문제 2

 

대여점 문제 3

 

대여점 문제 4

 

예전에 적었던 페이퍼백 관련 사항을 제외한 대여점 관련 글이다. 몇년 전 글인 데에다 저 글의 원문은 1999년도에 자검댕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시대가 꽤 지났지만, 여전히 저 말이 통용되고 있으니 창작 시장이 얼마나 제 자리 걸음을 했는지 짐작이 간다. 10년이나 지났다니...

 

각설하고 임달영님 대여점 관련글에서부터 일파만파로 확장된 여러 가지 이야기에 대하여 몇 가지 적겠다.

 

전대협이 저지른 일은 그야말로 지적 병신이 똥오줌 못 가리고 싸지른 외침이다. 전권 반품 불가도 아니고 2권 반품 불가에 그렇게 거품을 물며 떠드는 것이 그간 출판사와 총판이 얼마나 오냐오냐해줬는지 눈에 선하다. 뭐... 정신상태가 그쯤 되었으니까 신인작가 기성작가 가리지 않고 '뭘 하건 대여점 장사 잘되는 걸 우선해야 해.'라는 반 협박 메일이나 보냈겠지.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의 진행이다.

 

1. 전대협과 오비디오의 막장돌격.

대원이 작가를 대거 짤랐다느니, 그래서 뒷권이 붙지 않았다느니 하며 여론을 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글 관련 사업을 하면 주제 정도는 인식하며 떠들자. 이야기의 주제는 '반품'이었지, '대원의 또 다른 잘못'이 아니었다. 애초에 전대협의 선언문에 반품 얘기와 그 벙찌는 페이지수 얘기 말고 다른 게 있었던가? 말 돌리지 말자. 너희는 반품에 거품을 물었고, 여론의 방향이 심상치 않아서 뒤늦게 누구처럼 '허허허. 오해입니다.'를 쫑알대는 거다.

 

다 필요없고 반품 안 받아주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라. 출판사와 작가에게 반품이 도움되는 이유를 말해라. 대여점이 잘 되야 출판사랑 작가가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 말고 반품이 왜 이 시장에서 도움이 되는 건지 제대로 말해라.

 

난 반품이 이 시장에서 왜 해가 되는지 말할 수 있다.

 

 

2. 대여점을 없애자?

서명운동까지 하더라. 이건 오버다. 대여점이 반품질을 한 건 분명히 잘못이지만, 대여점을 차린 것은 잘못이 아니라 시장변화에 따른 수순이었다. 대여점은 없어져야 할 출판시장의 해충이 아니고, 그 사이에 낑긴 여러 가지 제도 변화라는 기생충이 대여점을 중심으로 달라붙어서 해충 역할을 한 것이다. 언제고 대여점은 없어지겠지만, 그것은 대여점이 없어져야 할 존재라서 죽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대신할 새로운 대여 시장의 형성 때문에 퇴화해서다.

 

예전에 적었던 글 그대로다. 대여점이 문제가 아니라 판매 시장과 대여 시장이 겹치면서 벌어진 시장균형의 파괴가 출판시장을 이꼴로 만들었다. 대여점은 죄 없다.

 

게다가...

 

그냥 마음에 안 드니까 없애자는 소리 같던데, 그 말에 책임은 질 수 있는 걸까? 마치 대여점을 도둑 집안으로 취급하는데, 도둑은 반품제도지 대여점이 아니다. 대여 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출판사와 작가가 없다면 모를까, 그게 있다면 생산자-유통망-소비자의 구조가 모두 갖춰진 하나의 시장이 된다는 얘기다. 누구 마음대로 이것을 없애지?

 

문제는 이 시장이 또 하나의 시장에 영향력을 주는 불안정성이 10년 간 이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대협이니 오비디오니 하는 일부 단체가 대놓고 '다른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즉, 대여점과 대여점 기반 총판이 출판사와 작가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시장 원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은근슬쩍 막아버리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형 수작'이 아닌, '야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 그러는 거 나 정말 싫다능!'이라고 외치는 '초딩 깡패가 반 애들 밟아버릴 때나 사용하는 기본 전술'로 막고 있다. 아놔. 이쯤 되면 가슴이 아파서라도 저님들한테 모사 하나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 솟는다능... -_-;;

 

반품과 판매시장을 막는 행위만 두들겨 패고 대여점은 좀 냅둬라. 그런 논지라면 옛날 만화가게도 없앴어야 했다. 허영만, 이현세, 황미나, 강경옥 같은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다.(이분들은 길창덕, 신문수 등과 달리 대여 시장에서 데뷔한 작가들이다.)

 

3. 언제나 동네북 '저퀄리티 작품'

뭔가 핑계를 댈 때면 반드시 등장하는 우리들의 동네북.

 

이 나라 역사에 저퀄리티 작품이 없었던 날이 있다면 그 날짜 좀 알려줘라. 그런 날이 있기는 있었던가? 조선시대에도 표절작 도댕기더만.

 

출판사가 대가리에 총 맞아서 아무 글이나 양산하는 게 아니다. 계약서 보내기 전에 출판사 관계자는 반드시 이 한 마디를 한다. '이거 팔리겠는데?'

 

누군가 보니까 책으로 나오는 거다. 그게 대여 시장의 수준이 낮아서라고? 만만한 대여점이 계시니까 그거 믿고 출간하는 거라고?

 

조까라. 보는 독자가 있으니까 출간하는 거지 대여점이니 뭐니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만약 대여점이 없었다면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작품군에 들어갔을 거다. 뭔 짓을 해도 나올 놈은 나온다.

 

게다가 과거 구무협에 비하면 최근 대여서적은 고퀄리티다. 김용 글을 자기 이름 달고 그대로 내놓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가 쓴 글을 캐릭터 이름만 바꿔서 다른 글인양 내놓던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나아지고 있는 거다. 단지 과거에 비하여 더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재미없어서 사장된 작품'을 기억하지 못해서다. [과거에 좋아했던 작품 수가 지금 좋아하는 작품 수보다 많았으니까] 지금 작품이 병맛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대의 변화를 조금도 감안하지 않은 꼬장 독자인 거다.(이 꼬장독자에 대하여 불평하고 싶다면, 일단 []표시를 한 전제조건을 다시 읽어라.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거기에 뭔가 상상력을 추가해 넣어서 딴지 걸지 말고)

 

이렇게 대여점과 출판사와 작가와 독자가 옹기종기 싸우는 꼴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출판계의 커다란 적은 출판계에 없다.

 

왜 요즘 글이 재미없을까? 그것이 단지 글의 수준이 예전에 비해 떨어져서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의 재미를 초월하는 수많은 매체가 사방에 널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유명한 게임 쪽만 봐도 그렇다. 가격대 성능비를 따져보자.

 

와우 1개월 정액 끊으면 2만원이 약간 안된다. 하루 천원도 안 된다. 늘 말하는 시간 떼우기의 관점에서 보면 대여점에서의 책 대여료 800원으로 1-2시간 보내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힌다.(인터넷 값을 포함하여) 게다가 와우가 재미있냐 책이 재미있냐를 물으면 이쪽 저쪽에 한 뭉텅이가 주르륵 모이며 장단점을 외칠 만큼 편애하는 취향이 각각 존재한다.

 

인터넷 값만 지불하면  수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블로그. 수많은 정보의 보고인 포탈 사이트. 웹툰 등이 사방에 널렸다. 1시간은 미친듯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공짜로 올리는 뛰어난 아마츄어 작품이 웹에 깔려있다. UCC만 봐도 하루가 간다.

 

이 모든 것에 창작이 담겨져 있다. 창작에 통용될 센스가 들어가 있다. 그 모든 것과 싸워야 하는 것이 지금의 출판 창작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출판 창작물의 퀄리티가 떨어진 게 아니라, 독자의 수준이 안드로메다로 달려간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서도 독자를 휘어잡는 작품을 내는 작가가 있다는 것이 더 대단하다.

 

웹상에서 창작수준에 공감하는 연령폭이 넓어졌다. 같은 문화를 공유해서다. 하지만, 그 중 다수가 공짜 문화습득에 익숙해져서(인터넷이 창작을 선전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이 10년 넘게 지속된 탓이다) 오프라인의 창작물에 대해 투자를 소홀히 한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난 오프라인 창작물이 그나마 힘을 내고 있다. 인터넷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소홀한 독자, 다수 창작정보 습득이 어려운 독자를 상대하는 오프라인 창작물. 그것이 뭘까?

 

아동 도서다. 해리포터에서 그리스 로마신화까지 아동을 상대하는 출판물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웹상에서 펼치는 창작정보의 영향력이 이들 독자에게까지 미치지 않아서다.

 

얘기가 엄하게 갈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자면...

 

최근 출간작이 못난 게 아니라 당신이 잘 난 거다.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투자하는 출판사와 작가군이 있기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전대협과 오비디오와 일부 총판이 열심히 막고 계신다. 어떻게 막냐고?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투자하는 거. 좋아. 해 봐.

그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거. 좋아. 해 봐.

 

근데 그 덕은 우리가 봐야 하는 거 잊지 마. 우리 빼고 딴 데 가서 그러면 죽어.

 

이러고 있거든. 다른 건 몰라도 대여점이 저퀄리티 운운하는 거 조낸 웃긴다. 그게 원래 너네 시장 퀄리티가 맞다. 너희는 그 퀄리티로 어떻게 독자를 설득할 건지, 어떻게 잘 대여하게 할지를 고민하고 연구했어야 했다. 장사 어떻게 할지 고민은 좆도 안 하고 제품 탓만 하고 있으니 그 꼴 났지. 평소 나답게 오늘의 막말. 너넨 망해도 싸.

 

그러니 대여시장에서 작품활동하는 작가들은 주눅들지 말고 더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해라. 더 재미있게 쓰게 되면 당당하게 판매시장으로 진출하고 더 재미있게 쓸 수 있게 되면 해외시장 가라. 자신의 글 성향이 대여시장에 맞다고 생각한다면 대여시장에서 영원히 작품활동을 해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당신이 작가취급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또한 한국을 빛낼 위대한 작가에 속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작가는 어떤 문화와 어떤 감정을 독자와 공유하느냐의 차이지, 퀄리티 운운하는 거 까놓고 말하자면 다수와 소수의 잘난 계급의식에 불과하다. 그 순간의 진실을 망각한 채 자기 시대의 정론만을 옳다고 여기는 다수의 횡포가 고퀄리티 작품군에 대한 인식이다.(초등학생의 심각한 연애고민을 귀여운 고민으로 치부하고, 이명박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무지한 늙은이의 추태로 여기는 것처럼. 그 사람이,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심각하고, 왜 그렇게 믿는지에 대하여 감정까지 곁들여 확실하게 이해하기 전에는 본인도 우민군에 속한다. 그저 주변에서 문화를 공유하는 많은 사람이 '진실 혹은 높은 수준'의 기준으로 저들을 귀엽거나 노망으로 몰아붙일 뿐. 정작 그 마음에 목숨을 걸거나 죽을 병에 걸렸어도 투표하는 행동가는 저쪽 사람들이 더 많은데 이거 어쩔...)

 

또 샛길로 빠지려고 해서 짤막하게 정리한다.

 

저퀄리티 까지 마라.(너무 급정리했나? -_-)

 

4. 찌질한 대여점.

아직도 안 망한 게 신기한 게...

 

나는 살다살다 이렇게 노력 안 하는 시장군은 처음 봤다. 구멍가게야 돈이 없어서 대형마트에 발려 고사중이지만, 얘들은 조금만 연구하고 노력했으면 분명히 잘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이 모양이다. 기껏 생각했다는 게 남 등쳐먹는 반품제도였으니 오죽할까.

 

가난한 집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엄마에게 쌀 한 줌 줬다. 엄마는 그것으로 네 명 식구 먹기 어려울 것 같아서 풀 좀 뜯고 죽으로 만들어 양을 늘렸다. 그렇게 네 그릇 만들었더니 자식놈 하나가 엄마 밥그릇 아빠 밥그릇에 숟갈 퍽퍽 넣어서 자기 밥그릇에 담고 배불리 먹는다.

 

아빠 엄마 배고파서 쌀 벌 힘도 없고 풀 뜯어 요리할 힘도 없어졌는데 여전히 두 분 밥그릇에 숟갈 퍼 넣는 자식.

 

"엄마 아빠도 배 불러야 힘내서 먹을 거 많이 구하니 이제 그만 뺏으렴."

 

이랬더니 개 난리 피운다. 배고프다고 난리다.

 

애초에 너도 밥을 불릴 법을 찾았으면 좋았잖아! 쌀은 구하지 못하더라도 엄마처럼 풀을 구하건 죽을 만들건 불리는 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이게 반품 얘기다. 반품은 대여점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며(만약 반품이 없었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대여 시장은 무난하게 돌아갔을 거다) 두 번째는 대여 시장을 포함한 출판 시장이 여타 문화와 대적할 수 있는 확장력을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아니, 오히려 방해했다는 데 있다.

 

지금은 1년만 발전하지 않아도 90년대에 10년을 퇴보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된다. 주변이 그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10년이나 발전을 거부했으니 아직 안 망한 게 신기하다.

 

적어도 5년 전에 댁들은 대여점을 '대중창작 전문점'등 다양한 추가 업종으로 변화시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모티콘 소설류의 흥행은 여전히 지속되었을 것이고 당신들의 점포는 그 덕을 톡톡히 봤을 것이다. 라이트 노벨의 흥행이 당신들 점포에 큰 소득을 주었을 것이다. 일본직영으로나 간신히 구하는 애니메이션 상품, 피규어, 게임 시디 등이 용산이나 인터넷이 아닌 당신들 점포에서 판매되게 할 수도 있었다. 전국에 고루 분포된 당신들 점포를 통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본 수익을 확보하여, P2P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던 애니메이션 CD를 정품으로 직접 구매하는 라이센스 획득의 바탕을 깔 수도 있었다. 아무런 변화도 원치 않았던 당신들이 이런 복을 발로 걷어찼다.

 

당신들이 그렇게 만든 연합체가 공동으로 힘을 합하여 출판사 총판 등과 협의하여 그런 루트를 개척한다면 위에 언급한 내용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런 움직임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고 오직 작가와 출판사가 하는 행동이 자기에게 해가 되는지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주제에 여전히 떠든다.

 

너희 새로운 길을 모색했어? 그럼 나도 데려가야 하는 거 알지? 잊지 마.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해봐라. 내가 대여점을 차렸다. 근데 친구가 며칠 살겠다고 죽치더니 호객으로 손님을 끈다. 덕분에 손님은 많아졌는데 친구가 상대하는 손님의 대여료를 친구가 다 먹네? 그래놓고 손님이 많아졌으니 고마워하라고 말한다.

 

그 꼴 보기 싫고 이러다가 망할 것 같아서 이사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따라온댄다.

 

당신이라면 그 친구 데려가고 싶을까?

 

오비디오니 전대협이니 만든 건 정말 잘했다. 하지만, 그걸 '뭐가 잘 나가요?' '이런 손님 어떻게 처리하나요?' '아놔. 반납을 안 하네요.' '그런 놈 참 나빠효.' '이런 작가 조지죠?' '이 출판사 발라버리죠?' 같은 자기 살 잘라먹는 짓에 써먹다니... 당신들은 정말 바보다. 연합을 만든 의미가 없잖은가? 대여할 독자들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출판시장에 대한 관심을 끊게 할 일들만 잔뜩 벌였으니...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9년 2월 25일 수요일

불법 시청기

불법을 자행했다.

 

계획대로라면 어젯밤에 사무실을 탈출하여 ESPN이 나오는 친구 집에서 하루 보낼 계획이었는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먹자 릴레이에 떡실신. 그대로 사무실에서 날밤을 새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에 아프리카로 출발하여 맨유vs인터밀란이라는 2009 세기의 대결을 불법으로 보았다. 죄진 거 잘 알기에 어지간하면 블로그에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게 뭐랄까... 보통 경험이 아니어서... -_-

 

프리미어 리그는 문제가 없으나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이 없는 나우콤은 시합 시작을 몇 분 남기고 맨유vs인터밀란전을 방영하는 모든 방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방폭이라 불리는 운영자의 무서운 칼날 속에 덜덜 떨며 여러 번 방을 옮겼다. 방장은 별별 방법을 다 써가며 운영자의 방폭 신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리저리 떠돌며 짤리고 짤리다가 잠시 정착한 곳은 스타크래프트방. 방장이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스타크래프트 대기방 화면에 아프리카 채팅 내용이 뜨도록 조작되어 있었다. 장시간 지속되는 유즈맵 게임을 선택해 들어가는 것을 보니, 스타크래프트방인척 하면서 챔스리그를 보여줄 계획인 듯 했다.

 

이 작전은 한동안 성공인 것처럼 보였다. 약 10여분을 감상하는데 성공했으나 운영자의 예리한 칼날이 뒤늦게 몰아쳐서 방폭. ㅠㅠ 운영자는 아마도 특정한 영상코드로 검색하여 방을 폭파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방황했다.

 

대여섯 개의 방에 들어갔다 터졌다를 반복하다가 내가 들어간 곳은 오늘의 메인이벤트방.

 

들어갔더니 웬 잘 생긴 소년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BL방인가 싶어서 멀뚱하니 보고 있었는데, 그 소년이 뭔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캠에 자신의 얼굴을 잔뜩 채운 채 열심히 뭔가 조작하던 소년은 잠시 후 화면의 방향을 틀었다.

 

캠은 소년의 방 한 구석에 있는 텔레비전을 비추기 시작했다. 영상코드로 폭파할 수 없도록, 동영상을 트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을 캠으로 보여주는 방이었던 것이다. 화면이 반전되어 나왔기에 나는 벌써 후반전인줄 알았다. -_-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달은 나는 미친듯 웃으며 최고를 연발했다. 화질은 극악이었지만 방이 폭파되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 나는 채팅으로 방장에게 감사했다. 그러자 방장이 나를 매니저로 승격시켰다. -ㅁ-

 

문제는 소리가 나지 않는 방송이었다. 방장이 뭔가 행동할 때 큰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텔레비전 볼륨을 높이기만 하면 분명히 들릴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채팅창에서 모두 소리 좀 높여 달라고 아우성쳤다. 보는 것만도 어디냐고 하는 사람과 소리 좀 들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이 반씩 떠들자 방장이 한 마디 적었다.

 

- 부모님 크리요.

 

모두 숙연해졌다. 방장은 용기를 내어 볼륨을 1에서 2로 올려줬고, 우리들은 그것만으로도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이 더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마다 제일 먼저 '후반전이냐?'고 물었다. 나를 비롯한 네 명이 그 때마다 화면 반전이라고 대답하고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임을 역설했다. 대부분 수긍했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온 누군가가 '쌍팔년대도 아니고 이게 뭐야 ㅋㅋㅋ'로 시작해서 방장이 기분 상할만한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잘하면 욕설까지 갈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 매니저 중 한 명이 그 사람을 강퇴시켰다. -ㅁ-!

 

그 강력한 반응에 방장이 감동했는지...

 

볼륨을 3으로 높였다. 다들 우오오오오오! 하며 감격. 누군가가 울며 말했다.

 

- 이러다가 부모님 크리 터지면 어케요. ㅠㅠ

 

축구경기가 어찌되건 우리는 울었다. 방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힘내라는 응원메시지로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이에 감동한 방장은

 

볼륨을 4로 높였다!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는 순간.

 

덜컥.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 뭐 해?

 

경상도 사투리의 나이 지긋한 여인 목소리가 들렸다. 채팅창은 헉! 하고 숨 들이켜는 소리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는 이모티콘이 난무했다.

 

내 생애 이렇게 긴장된 축구경기는 월드컵 한국 이탈리아전 이후 처음이었다. -_-

 

방장은 당황했음이 분명한 경상도 사투리로 지금 방송중이라고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잘 들리지도 않았던 아나운서와 해설자 멘트를 아예 외면하고 모든 사람이 방장과 엄마의 대화에 집중했다. 둘 다 차분하게 대화하며 타협단계에 들어가더니 결국 엄마가 방장의 뜻을 존중하고

 

옆에 앉았다. -_-

 

방장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볼륨을 6으로 높였다. 이제 아나운서와 해설자 멘트가 뚜렷하게 '엄마 목소리와 함께 -_-' 들렸다.

 

엄마는 이렇게 방송하는 것이 신기한 듯 캠을 몇 번 건드렸다. 화면이 확확 흔들리고 사람들은 아우성쳤다.

 

- 안데에에에!

- 엄마 좀 어케 해주세요!

- 캠이 얼마나 민감한지 누가 설득 좀 해봐.

 

다행히 그 때마다 방장이 화면을 바로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전반전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 때의 감동이란... ㅠㅠㅠㅠ

 

그리고 광고 도중에 운영자의 칼날이 날아왔다. 여기마저... -_-

 

후반전 시작할 때 즈음 나는 다시 방황했다. 이제는 방도 몇 개 없었고, 있는 방은 폭파되거나 풀이었다. 비밀방도 폭파하는 것 같았다.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박지성아들이라는 방이 나타났다. 이런 방제목이라면 분명 인터밀란전이리라 여기고 들어갔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듯 운영자도 곧 칼을 들고 들어오겠지. ㅠ_ㅜ

 

하지만...

 

다시 캠소년이 보였다! 검색에서 벗어나려고 방제목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작전을 짜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소년은 텔레비전 화면에 ESPN이라는 글자, 그리고 스코어 등을 테이프로 붙여 가렸다. 그것이 검색영상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정말로 그런 건지 후반 30분이 되도록 방이 폭파되지 않았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전반전이네?'라고 말해서 화면 반전에 대한 설명을 줄기차게 해야 했다.

 

그렇게 30분간 보다가 방이 폭파되어 다시 나갔고... 결국 외국방송을 틀어주는 방을 만나 끝까지 봤다. 경기 내용보다 외적 부분에 더 많은 감동을 느낀 새벽이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9년 2월 24일 화요일

무기력증

사인회날 술을 마셨던 탓인지, 아니면 그 날 후로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지금껏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마치 마약을 끊은 사람처럼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데 뭔가가 뭔지를 모르고 있다. 많이 지쳤다.

 

넋 반 쪽을 어디에 두고 온 듯한 느낌. 아, 혹시 누가 사인받는 척하며 내 혼 빼갔나? -ㅁ-;;

 

이렇게 질질 끄느니 일주일 가량 어디 가서 푹 쉬었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치솟는데, 문제는 내가 불안해서 그렇게 못한다는 거.

 

딜레마에 빠졌다. ㅠㅠ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생존신고

살아 있습니다. -ㅁ-/

 

용들의 전쟁을 마치기 전에는 포스팅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아예 블로그에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영문 좌르륵 늘어놓은 스팸 덕에 어쩔 수 없이 글 남깁니다.

 

하도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니 경어를 다 쓰네. 다시 다시. -_-

 

사인회에 다녀왔다. 다른 책 사인 받겠다는 분이 계셔서 1시간 반 가량 일찍 도착. 거기서 꿈을 걷다를 읽던 중, 책을 보고 사인회 오셨냐고 살갑게 대하시는 분과 즐겁게 얘기했다. 결국 커피 전문점에 같이 가서 맛나게 핫쵸코 먹느라 사인회에는 정시에 가깝게 도착한 꼴이 되었다. 현승님의 광팬이셨던 그 분께서 이 글을 보시면 만나서 반가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MT까지 포기하며 사인회에 오시다니... ㅠㅠ)

 

순서가 죽 이어지는 사인회여서 그림은 꿈도 꾸지 못하고-이 꿈을 걷다 덕에 그림 없이 사인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매 책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을 사인을 열심히 끄적거렸다. 10년 넘게 써오는 내 사인이지만 늘 다르게 생겼어. 좀 단순하게 만들 걸 그랬나. oTL

 

사인회 오신 분 중 절반이 아는 분이었다. 트윈픽스님은 개인적으로 자주 찾는 블로그 주인이어서 뵙게되면 인사하고 싶었는데 음흉하게 몰래 사인받으셨다. 이름을 적지 않은 몇몇 분 중에 숨어있었던 듯.

 

시간이 꽤 지났지만, 박현아님 쵸콜릿 감사합니다. 행복했어요. ^^(초록불님 말씀을 들어보니 리체님이시라던데, 맞나요? 라고 묻자니 여기를 오시는지 알 길이 없...)

 

판갤에서 자주 까이건만, 왜 그렇게 판갤 분들을 보면 반가운 건지 모르겠다. 내가 M끼가 있나...;;(있지. -_-) 그러고보니 어떻게든 시간 내어서 아밤횽 한 번 만나야 할 텐데.

 

사아기님 부탁으로 책을 가져가 선배분들께 사인 받고, 내가 받은 책에도 사인 받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는 것이 기억난다. 한상운 선배께 사인 받을 때는 사아기님 책에 '홍성화님께'라는 문구를 받아버려서 급당황. 그래서 다시 부탁하여 그 밑에 '부탁받아서 이진곤님께'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_-

 

좌백님, 진산님, 이재일님과 이렇게 오랜 시간 소통한 건 처음인 듯. 정말이지 꽤 오래전부터 이런 날을 기다렸는데 말이지. ㅠㅠ 현승님은 자주 봐도 반갑고, 무쟈게 오랜만에 본 진행이형은... 이 사람 안 늙어... ㅠㅠ 하지은님도 막내답게 앳된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초록불님은 아무리 봐도 늘 보아왔던 분처럼 익숙해서 두 번 만난 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뒤늦게 도착한 아울이... 진행이형에게 왕년미모 크리먹고 떡실신.

 

날밤 새고 간 터라 녹초가 되어 돌아왔... 을 뻔 했는데, 전철 한 정거장 갔을 즈음에 아련이에게 전화가 왔다. 따로 모였으니 거기서 나왔으면 어여 오라고. -_- 비척비척 걸어가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와 뻗었다. 박언니도 등장하셔서 원고 얘기가 나올까 봐 긴장했심.

 

그리고 꿈을 걷다를 마저 읽었다. 내 글까지.

 

역시 한 번 더 수정했어야 했다. 한 번 읽었을 뿐인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네 개나 찾아내어 가슴이 아팠다. ㅠㅠ 다른 분의 단편을 읽으며 여러 모로 감탄하고 즐거워했다. 성향이 판타지여서 그럴까? 개인적으로 전민희님의 단편과 윤현승님의 단편, 진산님의 두 왕자와 시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 웬걸. 국내 작가 단편집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단편이 많았던 책이다.(내 글이 덕봤다. 아니, 혹시 그래서 맨 끝에 넣은 걸까? 책의 완성도를 위해 언제든 떼어버릴 수 있도록. ;ㅁ;)

 

이게 용들의 전쟁에 영향을 끼쳤는지 글이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문장이 이어지지 않다니... 나 글쓰는 직업 가진 거 맞아?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2009년 2월 10일 화요일

[펌] 눈물이 앞을 가리는... ㅠㅠ

판갤 도댕기다가 발견한 만화인데 정말이지 눈물이... ㅠㅠ

 

프로그래머 대신 다른 직업을 넣어도 싱크로될 것 같다.

 

노블코어 축전

노블코어에 보낸 축전입니다.

 

포샵 하는 법 배우면서 건드렸던 노가다의 산물

 

모님 왈 "대체 왜 이렇게 하는 건데!"

 

2009년 1월 30일 금요일

용들의 전쟁

몇주 전, B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말했다.

 

"용들의 전쟁을 1월 말까지 쓰세요."

 

난 대답했다.

 

"네."

 

이건 최종적으로 정리된 말이고, 그 중간 과정의 설법이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대단히 다채로워서 말려들었다. 마치 삼면이 바다이며 북으로는 몇십만 대군이 둘러싼 한반도를 바다와 대군이 조금씩 포위하여 좁혀들어오는 화법이랄까? 어느 순간 나는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용들의 전쟁 작업에 착수했다.

 

그럼 뭐 해. 작정한다고 쓸 수 있었으면 진작 끝냈지. 여전히 글은 말린 상태고, 억지로 끌고 갔다가 더 말리는 결과만 생겼다.

 

하지만, 하면 된다. 인 건가!

 

내가 6권 도입부를 하나로 한정 짓고 있었음을 갑자기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기존의 원고와 전혀 다른 스토리가 떠올랐다. 초 압축 스토리... -_-

 

그래서 처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오늘이 며칠?

 

B님이 두근두근 하시며 담배를 어쩌고저쩌고 하시는데 하나도 안 들려. 듣고 싶지 않아. A도 겁나 죽겠는데 B님까지 왜... 아, 그러고보니 우리 사무실에 이니셜이 C가 누구 있지? 혹시 체리핀님이 갑자기 사무실 쳐들어와서 원고하시지? 그러는 거 아닐까? -_-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밤에도 먹구름이 바람에 스치운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