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30일 토요일

사모님 놀이

애드립 감각이 좋아서 김미려를 좋아한다. 꼬박꼬박 찾아서 보던 중 김미려의 유행어를 따라하게 되더라.

하지만 난 혼자 산다. -_-

고 생각했었는데 김기사 역을 누구보다 확실히 해주는 녀석이 같이 살고 있었음을 알았다. 애견 루비!

이 녀석은 내가 뭔 말을 하면 빤히 쳐다본다.(특별한 억양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만, 대부분은 알 수가 없어서 날 빤히 쳐다보며 고민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어지간한 말들을 거의 알아듣는 편이었는데 내가 망가뜨렸다. 억양과 내용을 반대로 표현하는 짓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루비! 잘했으니까 간식 먹어!"라고 화내는 말투를 쓰거나, "네가 어쩐 일로 여기다 오줌을 쌌니? 너 뒤졌어."라고 상냥하게 말하며 활짝 웃는다거나...;;

덕분에 녀석은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날 응시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짓을 많이한다.(이 모션이 귀여워서 내가 더 그런다. 교육받는 건 나였던가!)

아무튼...

오늘 새벽에 산책하던중...

루비가 응가하는 걸 보며 말했다.

"많이 싸."

루비가 응가하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날 본다. 난 말했다.

"어서."

그 어조가 다소 꾸중하는 듯 했기에, 녀석은 용변을 마치고도 불안한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래서 말했다.

"산책해."

걷기 시작하는 날 따라오는 루비에게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별 일 아니었구나. -_-

안도는 일렀다. 녀석이 킁킁거리며 지역검색을 할 때, 나는 계속 걸어서 거리를 떨어뜨린 뒤 말했다.

"루비야. 수퍼로 가."

루비는 먼 곳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면 급히 달리기 시작해서 날 지나친다. 그리고 갈림길에 오면 날 돌아보며 어느쪽으로 가야 할 것인지 묻는 제스쳐를 취한다.(내가 늘 녀석이 가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이런 버릇이 생겼다)

아까도 그랬다. 그래서...

"어서."

루비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_-

녀석을 수퍼 앞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음. 들어가서 우퍼 갖고와."

산책한게 아까 전 일인데 아직도 나한테서 등 돌리고 자고 있다. 쏘리. 다신 안 할게.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7개:

  1. 애를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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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므하하, 당황한 루비가 왠지 귀엽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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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울 자룡이는 그렇게 말해봤자 귓등으로도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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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랜만에 뵈요. 강아지가 귀엽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돗개와 도베르만을 좋아합니다(무슨상관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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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근데 우퍼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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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emiel// 중저음 소리를 내는 스피커계의 바리톤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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