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9일 월요일

침체된 시장을 위하여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걸 보니까 마감 중이라는 것이 실감난다.(그래. 마감 때 아니고서야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출판사 관계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판매량에 대한 내용을 들으면 막 눈물 난다. 단위가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ㅠ_ㅜ

 

시장 침체에 대하여 여러 가지 얘기가 많지만, 손에 닿는 부분을 주 표적으로 하는 판단이나 적대감이 개입된 판단이 꽤 많아서 '이거... 내가 잘못 보는 건가?'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서 적는다.(그래서 적긴 개뿔. 마감 도피지.)

 

출판시장 침체. 만화와 소설의 출판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간 흐름에 따라 이유라는 것도 변화했지만, 최근 들어 그 이유가 한 방향으로 몰리고 있다.

 

- 대여점을 통한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혼란사태.

- 불법 복제.

- 인터넷 상의 공짜 컨텐츠.

- 책 가격 상승

- 새로운 컨텐츠의 활성화

 

이러한 이유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 춘추전국시대의 발발.(응?)

 

출판 시장의 전성기 때는 해당 독자층이 영유할 컨텐츠가 많지 않았다. '아 옛날이여'로 돌아가보면 과거의 뉴스나 칼럼에서 청소년 비행을 언급할 때마다 이런 말을 꼬박꼬박 했다.

 

'청소년이 놀 데가 없다.'

 

그랬다. 기껏 작정하고 논다는 것이, 건전한 청소년은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비바람이 치던 바다'를 목청껏 부르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그이의 엉덩이 뒤에 손수건 놓고 달려가는 정도가 고작이었고, 불건전한 청소년은 '비바람이 치던 바다'를 목청껏 부르는 사람 속에서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그이에게 눈짓하고 슬그머니 일어나는 정도?

 

개인적인 취미니 뭐니, 그 땐 정말이지 놀 게 책 밖에 없었다. 오락실이라는 게 나오기 전의 이야기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오락실이 나왔다. 너구리가 배 터져라 맥주만 먹는 판이 무한 반복되고, 적군 나비 벌이 총알 안 쏘게 만드는 꼼수 갤러그에 헤롱거리며 주인 아저씨가 뒤통수를 갈기기 전까지 레버와 버튼을 희롱하던 시기.

 

인베이더와 갤러그의 연타석 홈런으로 인하여 일순간 만화가게가 큰 타격을 입고 당황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동네 만화가게는 고민 끝에 갤러그를 두 대 설치했다. -_-

 

세월이 흘렀다.

 

노래방이 나타났다.(쿠쿵!)

 

세월이 흘렀다.

 

비디오방이 나타났다.(!!)

 

게임방이 나타났... 오 마이 갓.

 

컨텐츠의 등장 때마다 청소년의 활동 영역은 넓어졌다. 하지만, '어머나. 우리 자식 활동영역이 삼국지 파워업키트 수준이네~'라며 부모님께서도 용돈 수준에 파워업 키트를 깔아주지는 않았다. 롤러장이니 오락실이니 만화가게에서나 맴돌던 시대는 가 버리고,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도 어림 없을 만큼 수많은 컨텐츠가 나타났다. 고교생 알바, 중학생 알바, 초등학생 알바까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컨텐츠가 얼음땡 다방구 술래잡기처럼 청소년들이 자체 고안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사업이었다. 돈을 바라는.

 

사업은 경쟁이다. 이 모든 컨텐츠는 조금이라도 고객의 호감을 얻으려고 열심히 뛰었다. 대부분 컨텐츠가 그렇듯 사람이 사람을 낳는다. 쟤가 저기 있으면 나도 저기 가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혼자서 놀던 블럭 게임이 둘이서 노는 격투게임으로, 여럿이서 노는 RPG 게임으로 바뀐다. 컨텐츠 제작비보다 광고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최고의 광고는 '우리 몇 명 모았어염!'이 되어 버린다. 신규 고객 100만 돌파! 이 광고 하고 싶어서 10년 전부터 꾸준하게 제품을 사용하는 단골 고객보다 신규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한다.(단골 고객이 삐지면 나가서 새로 들어오면 잘해준다고 한다. 당신은 오늘부터 신규고객~)

 

어디 그 뿐이랴. 별 해괴한 방법을 다 고민해가며 청소년들이 '내가 지금 쓰는 게 돈이 아녀.'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출판시장과 달리 상당수 인기 컨텐츠는 자기가 언제 어떻게 돈을 쓰는 지도 모르게 거금을 쏟아붓도록 한다.

 

그래. 열심히 뛰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고객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퍼부었다.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낳고 컨텐츠가 컨텐츠를 낳았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이고 청소년도 인간이다.

 

- 대여점을 통한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혼란사태.

- 불법 복제.

- 인터넷 상의 공짜 컨텐츠.

- 책 가격 상승

- 새로운 컨텐츠의 활성화

 

수많은 컨텐츠 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던 어떤 컨텐츠 하나가 10년 넘도록 내부 수리 중이다. 작품으로 말하면 연중하고 있다.(움찔!)

 

공중파 TV광고를 하던 출판계였다. 지금은 신문광고도 보기 어렵다. 작가가 없다고 아우성친다. 작품이 재미 없다고 아우성친다. 이제야 스토리의 필요성을 갓 인식한 영화계나 게임계보다 신인 육성에 소홀하다. 신인보다는 네임 밸류라는 안정성에 기대고 잘 팔려는 투자보다 잘 팔리는 작품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차라리 잘 팔리는 작품이 없나 두리번거리는 이유가 '이건 별로 돈이 안 드니까'라면 수긍이라도 하겠다. 아쉽게도 아니다.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우린 안 될 거야 아마니까. 내가 이렇게 확신하듯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각의 출판사가 이구동성이다. 된다면 투자할 수 있어! 아, 뭐 될만한 거 없을까! 시장이 어려워! 이대로는 안 돼! 뭐 방법이 없을까? 뭐 다른 길이 없을까!

 

난 지금 가는 길을 뛰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게임 시장, 약진하는 블로그 시장같은 길은 수많은 차가 쌩쌩 다니지만, 출판시장은 네바다주 인디언 우유농장 사잇길 6번 도로처럼 히치하이커가 지쳐 죽을 만큼 차가 다니지 않는다. 굳이 인도 한 블록만 조심조심 걸을 필요가 없다. 현재 출판시장은 엄청나게 넓은 길임에도 외나무다리보다 좁은 블록을 조심조심 금 안 밟고 걷고 있다.

 

좀 대범해야 한다. 뭐 전쟁 나서 시장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으로 기아가 속출해서 시장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출판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적군이 쳐들어와서다. 땅을 빼앗기고 있어서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건 심각하다.

 

위대한 제국이 신흥국가에게 밀려 땅을 빼앗기고 있다. 싸워보지도 않고 늘 병사를 뒤로 물린 탓이다. 이럴 때 제국을 사랑하는 신하로서 위기 타개책을 말하라고 한다면 무엇을 제안하겠는가?

 

난 이런 제안을 하겠다.

 

- 지금이라도 병사를 모아 적을 칩시다!

- 적이 너무 강성하옵니다. 그러니 일단은 동맹을 맺어 힘을 키울 시간을 벌고 후일을 도모합시다.

 

갑자기 이상한 비유가 되어가고 있지만(나니까... -_-) 그 비유대로 계속 나아가자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

 

적국의 병사는 원래 제국의 병사였다. 번역하자면(그러게 왜 비유를 해서... -_-;;) 현재 컨텐츠를 장악한 대다수 문화의 근본은 출판시장이 가지고 있는 1차 창작이다.

 

1차 창작을 닥치는대로 끌어모으고(이렇게 하려면 그 만큼의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그것을 토대로 여타 컨텐츠에게서 우위권을 갖는 것. 이게 저들을 향한 어택이다. 게임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때문에 게임과 영화에 관심을 갖는 형태. 무엇이든 최우선은 출판시장이라고 여기게끔 컨텐츠 사용자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서울을 봉헌하여 최강의 힘을 얻은 블로그킹보다 더 재미있는 소재를 내밀어서 블로거들의 주화제가 출판시장의 것이 되게끔 노력해야 한다.(사실 성웅급 작가가 아니고서야 블로그킹이 제시하는 소재를 능가하긴 어렵겠지만...)

 

출판시장이 가진 1차 창작을 들고 끊임없이 주변 컨텐츠를 이용하는 것. 이것이 동맹이다. 주변 컨텐츠가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 성장한 것을 역이용하여 그를 통해 컨텐츠 이용자에게 출판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소극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점점 더 목을 죄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꼴이 될 것이다. 알려야 한다. 제국이 아직 살아있음을. 1차 창작의 매력을.

 

얘기가 길어졌다. -ㅁ-!

 

여하튼 그런 탓인지 몰라도, 창작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가끔 보인다.

 

서사 만화가 줄어들고 있다. 스피드 감성을 요하는 블로그형, 웹형 만화가 선전한 탓일까? 그것이 슬슬 소설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투른 서사도 문제지만, 그마저 사라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직 살아남은 만화가게에서 너구리 잡듯 뿌옇게 깔린 담배연기의 원인이 되시는 분들이 라면 하나 시켜놓고 무심한 눈으로 읽는 대본소 만화. 지금의 대여점 소설이 그렇게 최소수의 공유물이 되는 세상은 보고싶지 않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4개:

  1. '어머나. 우리 자식 활동영역이 삼국지 파워업키트 수준이네~'ㅋㅋ



    글 재밌게 봤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요근래 영화화 되고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소설들을 보자니 감탄이 나오더군요. 제대로 테크트리를 밟고 업그레이드 한게 이런거구나...



    반면에 버스 태워서 급하게 자라다보니 겉으로만 커보이지 내실은 귀속템하나 없는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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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파르마콩 - 2009/11/09 19:18
    정말이지 10년 넘도록 계단이 망가졌음에도 탄탄한 글을 쓰시는 신인 작가분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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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러고보니 다른 컨텐츠들은 정말 돈을 쓰는 듯 한 쓰는 듯~ 하게 쓰게 만드네요. 맙소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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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역설 - 2009/11/09 22:50
    전략적으로 연구한 끝에 나온 컨텐츠 수익구조라고 생각해요. 아날로그 방식의 수익구조가 밀리는 게 당연하죠. ;ㅁ;



    일반 서점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면 수익구조가 훨씬 나아질 텐데 말입니다.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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