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4일 월요일

신발 샀다!

사실은 산 지 며칠 됐다. 그 때 얘기를 쓴다는 게, 그 분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서 이제야 쓰게 됐다.

신발을 산 곳은 부평. 그래도 메이커라는 신발을 샀다. 너무 빨빨거려서인지 시장제품의 한계를 늘 느껴오던 나이기에 큰 맘 먹었다. 하지만 정작 진열된 신발들의 가격표를 보고 마음을 바꿔먹어야 했다. 10만원 이하인 신발이 보이지 않다니... ㅠ_ㅜ

그 때 눈에 띄는 것! 재고판매품! 일괄 3만 5천원! 그래, 이 정도면 사겠어!

그래서 재고판매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 때 가게 주인께서 내게 접근하더니 신발 하나를 덥석 쥐며 말씀하셨다.

"이거 어때요?"

아. 눈부셔. 난 이 주인이 미쳤나 싶었다. 말 그대로 시뻘건! 정말 새빨간 원색 신발을 내 앞에 내밀었던 것이다.

"괜찮죠?"

괜찮은 게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의 주인 아저씨를 잠깐 돌아봤다. 더벅머리에 콧수염. 음. 많이 본 얼굴인데... 난 다시 신발로 눈길을 옮겼다. 진열대에 있을 때부터 기본적으로 외면했던 신발인데,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정열적이죠?"

아저씨가 다시 물었다. 이 아저씨가 날 몇 살로 보고 계신 걸까? 왠지 긴장됐다. 타오르듯 붉은 색과 내 청바지... 이건 완전히 태극기를 뒤집어놓은 색깔 아닌가. 하지만 그런 색조합을 상상하니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이 때 아저씨가 던진 결정적 한 마디.

"북산의 색입니다."

-ㅁ-;;;

헐. 이 아저씨를 어디서 봤는 지 그제야 알았다. 슬램덩크 코스프레였던 거냐! 그럴 거면 앞치마를 입었어야지!

아무튼 샀다. 빨간 신발. -_-;;

혹시 어떤 꽁지머리가 길거리에서 초주검이 된 상태인데도 열심히 농구를 하고 있으면, 꼬옥 잡아서 발목을 잘라주세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8개:

  1. ...사신 것이로군요, 북산의 신발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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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저씨가 마케팅을 아시는군요;

    그나저나 빨간 구두의 저주가 그런식으로 현대에 이어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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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오우오우오오오오! 엄청난 것을 사셨군요!(순간 북두의 색이라고 봐서 정말 OTL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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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진짜 실화에요?

    그럼당연히 100원을 주시고 나오셨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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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역시 작가님에겐 손목만 필요하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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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바비// 왼손은 자음만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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