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2일 화요일

공포단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원고를 마친 뒤 연재란에 올릴 때까지만해도, 난 이 글의 첫 구상이 2003년인 줄 알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잡다하게 적은 습작들의 초기 년도가 2003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전 미완 단편들을 정리하다가 진짜 원본을 발견했다. '인형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스쿨버스' '용변쾌락' '지옥체험'에 이은 '나의 초상'시리즈 4편이 바로 이놈이었다.(잊고 있었다니... ㅠ_ㅜ) 인형의 숲은 2001년에 썼던 글이었다.

같은 소재였지만, 전혀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 그 때의 문장이야 기대한대로 개발살이고, 내용 진행도 어색했다.(파기하길 잘했다) 뒤늦게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때의 글을 쓰기 위해서 난 현대백화점 매장을 어슬렁거리며 매장직원들의 대화를 엿들었었다. 망친 원인도 이 때문이다. 단편 주제에 백화점 내 직원들의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다가 주객이 전도되는 초반부를 만든 것이다.

미련없이 휴지통에 버렸다. 원고를 완성했으니 관련습작은 휴지통으로!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습작폴더를 좀 더 뒤적거렸다.

'보이지 않는 걸음' '접근' '살아있는 인형'...

......

같은 습작이었다. oTL(아, 좌절할 일이 아니지. 써야 할 글 목록이 확 줄어들었잖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글들을 휴지통으로 보내고, 미련없이 비웠다. 그 때 생각난 것이 있다.

'난 이 소재를 어느 글에서인가 써먹었었어!'

난 긴장했다. 같은 소재를 우려먹는 건 머리가 굳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구박했던 내가 그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난 급히 옛 원고들의 제목을 보며 내용을 되새김질했다. 그리고 그 글을 찾아냈다. 최근에 수정하다가 중단했던, '유진이의 판타지'였다.

연출은 약간 달랐지만, 같은 소재를 사용한 것만은 분명했다. 난 두 글을 비교하면서 고민했다. 내가 혹시 이것들과 관련된 트라우마라도 있었던 걸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녀석에게 공포를 느꼈던 경험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도 상당히 어렸을 적에.

둘 중 하나를 파기해버릴까 고민하다가 둘 다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중복된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내게 있어서 미운 글들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게 얼마만의 글이란 말인가.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8개:

  1. 용들의 전쟁 완결은 언제인지요...



    이제 제가 따라잡을 지경이지 말입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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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솔직하게 말해서 저도 갑갑해요. ^^;;



    줄거리만 써도 2권 분량인데 2권 내로 끝내야하는 상황이라서 압박이 좀 있네요. 그렇다고 제가 봐도 재미없이 끝낸다는 건 싫고요.(이 싫다는 말 자체가 프로작가로서 실격이지만...;;)



    갑갑하지만 어떻게든 붙잡고는 있어요. 지금은 모든 줄거리를 적어놓은 상태에서 각 줄거리마다 페이지를 할애하고 그 안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다 넘어가버려요 우엉! ;ㅁ;



    본의아니게 압축하는 수련을 강도높게 하고 있죠. -ㅅ-;;



    일단 용들의 전쟁이 끝을 맺으면, 마음 편히 2부 흑룡강림을 완결까지 웹상에서 연재할 수 있으니 그거 바라며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녀석을 아직까지 기억해주셔서 고마워요, 회천공.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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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차피 살아갈 날은 쇠털처럼 많다는 진리를 깨달은 이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 날씨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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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현// 요즘 내 심장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쇠털처럼 많지는 않을 듯 싶기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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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글보다는 형님 건강부터 챙기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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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덜덜덜덜...



    박카스라도 보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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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정말 건강부터 챙기셔야죠.형.



    그나저나 핸드폰에 문제 있으세요? 메시지 보내도 답이 없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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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힘내세요.



    용들의 전쟁을 위해 비워둔 책장 한 칸이 아직 반도 차질 않았습니다아!



    (격려가 아니라 협박으로 보인다면 정말 피곤하신 겁니다. 정말로.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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