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6일 화요일

만화 스토리 작가 대규모 소송

http://news.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200706/25/nocut/v17208744.html

쓸 데 없는 말: 기사에 '타짜' 포스터는 왜 넣었냐. 허영만님이 만만한 거냐? -_-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트작가와 스토리작가 사이의 우정이 돈독해서가 아니라, 스토리작가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뭉쳐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만 가득한 만화가 하나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드래곤 라자'.

이 작품의 스토리를 맡게됐을 때, 출판사측은 '원작 판권을 사들이는데 무리하게 돈을 썼다. 그 때문에 고료를 적게 지급할 수 밖에 없다. 우린 그 고료로 일할 작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 때 당시 드래곤 라자에 환장한 나로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두려움이 컸다. 드래곤 라자를 뭘로 만들 생각인 거냐! 그래서 내가 스토리를 맡을 테니 아트작가만이라도 최고를 구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연재고료는 페이지당 6천원이었다. 타 출판사 연재고료로 1만 8천원을 받던 때였다. 1/3의 고료라는 건 무시한 채 '재밌게 나오기만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수렁에 발을 디뎠다.

아트작가 S씨는 이현세씨 문하에서 가장 유능한 작가라고 했다. 실제로 초반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기에, 연출만 서로 잘 맞추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여겼다. 얼마 지나지않아서 난 출판사와 S씨에게 속았다는 걸 알았다. S씨의 고료는 페이지당 7만원이 넘는 거금!(정말 거금이었다. 잡지연재에 처음 데뷔해서 그런 고료를 받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일단 정해진 일이었다. 애초에 고료 생각없이 들이댄 작품이었다.

1권 후반부 연재때부터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하더니 원고에 성의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콘티가 원고화되기 시작했다. 연출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지적해주는 일이 잦아졌다. 그 모종의 불만은 단행본이 나오는 순간에 폭발했다.

잡지연재 단행본의 배분은 스토리 작가가 콘티까지 했을 경우 전체 고료의 1/3인 33%를 받는다. 스토리만 줬을 경우 30%가 일반적이었다.(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당시의 나는 다른 작가(심지어 만화계에서 이미 인정받은 박찬섭씨도 내 사정을 배려하여 일반선의 고료배분으로 결정했다.-신인과 인기작가의 배분은 좀 더 다르다-)와의 고료협상을 모두 그렇게 했었다.

S씨는 단행본 인세배분을 할 때 내 몫을 12%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난 생각지도 않은 협상모드에 돌입했지만, 협상 자체가 되지 않았다. 날 도둑놈 취급하며 15%를 줄테니 더 이상 그 얘기는 말자라는 말과 함께, 이현세씨 사무실에 변호사가 인증한 스토리작가 고료표가 붙어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게 10-11%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만화 스토리작가는 작가(아트작가) 문하생이야. 문하생한테 '너 스토리 한 번 써봐라. 내가 월급 더 줄게.'라고 말해서 시작하게 된 게 스토리작가라고. 근데 요즘 스토리작가 참 많이 컸네.

라는 강력한 발언으로 인하여 내 눈이 돌아가버렸다. 그 때문에 드래곤 라자는 1챕터로 끝을 맺었다. 소설 드래곤 라자 만큼이나 만화 드래곤 라자도 나름대로 재미있다라는 결론을 얻고싶었던 내 꿈은 아작났다.(할 때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직도 드래곤 라자 1권 보다 집어던졌다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제일 적은 고료를 받는 원고였지만 제일 열심히 했던 원고였으니까.)

이런 작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소송도 생겼다고 본다.(같이 일한 아트작가가 꽤 많은데, 내 저작권 무시하고 웹진에 올리는 작가들은 대부분 생활이 어렵다. 그래서 소송같은 거 할 마음이 없다.-문제는 아트작가마저도 모르게 웹진에 팔아먹는 출판사도 있다는 거!- 생활이 어렵지 않은 작가(일명 잘 나가는 작가)들은 애초에 그런 거 하지 않는다. 일례로 P작가는 출판사보다 먼저 내게 의견을 묻는다.)

여러모로 씁쓸하다. 언제고 터졌어야 할 일이지만 시기가 무척 안좋기 때문이다. 힘을 합쳐 현재의 난국을 깨야 할 상황에서 스토리작가와 아트작가의 대립구도가 벌어진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볼 때 달갑지가 않다.(그렇다고 고소당한 일부 아트작가에게 잘못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기사에 나온 몇몇 아트작가는 이 문제의 근본이 되는 분들이다)

이 문제가 잘 좀 해결되고, 서로가 제대로 뭉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9개:

  1. 드래곤 라자... 그때 형이 정말 고생하셨죠.



    이번 스토리작가와 아트작가의 대립은 결국 터질일이 터진 일이라고 생각하지면 형 말대로 시기가 안좋은 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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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래 저래 애매할 때, 애매한 것 가지고 크게 한판 붙는 군요. 훗훗, 그나 저나 잘 지내시는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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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권까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아프나이델 나올 때 집어던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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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결국 저런 일이 생겼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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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권은 괜찮게 봤습니다.

    2권. ...욕 쓰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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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과연... 1권은 원작 스토리를 따라갔는데 점점 후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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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옷! 레디오스님이셨군요. 혼자 읽다가 '도대체 누구?'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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