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일 일요일

누가 어떻게 생각하건 난 좀 이렇다.

휘긴경 포스팅팅팅관련포스팅팅팅을 읽고 적는다. 아마도 이후 내 이글루 활동이 줄어들 듯 싶다. 누가 내 멱살 잡고 '당신은 드러날수록 망가지는 운세를 타고 나셨습니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아아, 운명에 순응하고 있어.(이름도 洪性和에서 洪性禾로 바꿨다. 바뀌기 전 이름이 내가 지닌 힘을 분산하여 뒷심이 없는 운을 가졌다는 가슴 뜨끔한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꾼 이름은 많이 사용해야 된다기에 이글루 대문도 막 바꿨다.) 아무튼 이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지.

표절이라는 것이 참 미묘하다. 휘긴경이야 D&D룰, 몬스터 차용을 무단도용으로 인정하며 사용권을 얻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그건 그것대로 인정하고 넘어가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더 로그'를 표절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물며 휘긴경을 하주완급으로 매도하는 사람에게는 불쾌감마저 느낀다. 이것은 내가 가진 표절 기준이 따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내 관점은 언제나 '이야기'에 머문다. 설정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늘 떠든다. 그 때문에 설정 표절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히라고 여겨질 만큼) 관대하다. 그러니 일부 설정에 대한 차용이 눈에 보일 리 있나. 언젠가 환상처단자와 WOD에 대한 설정에서도 관대함을 보였다가 혼난 적 있다.(물론 지금도 관대만빵이다. ㄱ-)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정이 아니라 이야기에 반해서다. 여기서 언급하는 설정이란 '이야기 설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존재하는 법칙, 사물 등이다. 막말로 어느 한 장면 이야기를 Ctrl+C로 복사해서 붙여버리는 것과는 다른 얘기로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걸어갈 길과 관련된 이야기 설정을 빼다박는 것에 대해서는 냉혹하지만, 등장인물이 걸어가는 길에 놓여진 돌과 나무를 빼다 쓰는 것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얘기다. 애초에 관심도 없는 걸.

그리고 유명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둔감하다. 드래곤을 잡는 용사라거나 마왕에게서 공주를 구출하는 이야기를 누가 쓰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광복절 특사를 보고 쇼생크 탈출 표절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다. 쇼생크 탈출을 보고 탑 시크리트 표절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안 한다. 너무 유명하고 '있을 수 있는 어딘가의 이야기'이며, 전혀 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대한 놈인데, 더 로그나 드래곤 라자를 표절로 볼 리가 있나. 그렇다. 난 표절에 둔감한 녀석인 것이다. -_-

표절과 직접적으로 관련지어진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최근 있었던 내용은 네이버 웹툰 골방환상곡이다. 나는 1,999년 3월에 스포츠투데이라는 신문에서 '뚱구 이야기'라는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다. 여기서 '뚱구'로 나오는 고양이 마스크가 골방환상곡 주인공 마스크 컨셉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골방환상곡을 표절이라 여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골방환상곡을 찾게된 원인이 '엄친아'랑 '프랑스 3무 탈락'이었으니까. 우연히 비슷했을 뿐이지 표절은 당연히 아니라는 게 내 견해다.

또 하나는 영화 화산고와 소설 타락고교다. 일단 설정은 제쳐두고 타락고교 내용중 강무신이 살투기로 수공(水功)을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화산고 극중 장혁이 펼치는 수공과 비슷한 감이 있다. 이 문제로 모 게시판에서는 타락고교가 화산고를 표절했다는 말까지 나왔다.(그런 글을 쓰려면 영화 개봉일자랑 소설 출간일자를 비교라도 해보고 쓰라는 면박을 줬다. -_-) 이 또한 화산고가 타락고교를 표절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이야기 자체가 다른 걸. 학원 무협 설정은 일본 만화에서도 넘쳐 흐르는 시기였잖은가. 그런 걸 가지고 표절운운하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위 2가지 문제로 대화했을 때, 표절과 관련없다고 일축했다. 또 모르지. 입장이 바뀌었으면 표절 문제로 개 까였을 지도. -_-

이러한 관점 때문에 표절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을 못잡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야기가 더 중하기 때문에 이야기 표절에 더 민감하다. 설정 표절에는 둔감하고.

그래서 이 세상에 불만이 많다. 막 별 생각 다 한다. 플롯은 왜 만들었지? 표절에 대한 방어막이 아닌 건가? 시드니 셀던의 게임의 여왕은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표절이 아닌 건가? 톨킨의 반지군주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표절이 아닌 건가? 이거 혹시 문화 사대주의 아냐? 등등 잡생각이 많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표절기준을 못잡으니까겠지.

기준도 못잡는 얼뜨기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리플레이처럼 쓰던 도중에 어디서 비슷한 내용으로 책이 나와서 몇 권 분량을 쫄딱 접어버린 사연도 있었다.(훌쩍. 나왔다면 국내 최초의 리셋물인데. ;ㅅ;) 하지만 그래봤자다. 난 독자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 비슷한 사고와 비슷한 동감과 비슷한 문화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지금 용쓰워(생각해보니 용쓰워도 최대한 일반적인 무림을 표현하려고 애썼으니 표절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와 함께 집필중인 KOG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를 참조한 글이다. 내가 모르는 새 표절작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흠. 그래서 좀 무섭다. ;ㅅ;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22개:

  1. 하주완이라는 분은.. 그 뭐냐.. 검마전인가 쓰던 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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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 님, 참 강하죠. 유명글을 복사신공하여 책으로 낼 생각을 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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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표절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일반적인 어떤 것, 보편적인 어떤 것은 표절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저작물만의 '고유한 어떤 것'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며 그게 핵심입니다.



    설정 표절에 대해 관대한 '개인적 심정'에 대해선 제가 계몽자도 아니고 어떻게 관여를 할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게 법이라던지, 도덕성이라던지 하는 것들과 얽히면 이야기가 달라져야겠지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설정 표절은 엄격하게(저작물 공유만큼) 처벌해야 하며 그런 일이 다시는 생겨선 안됩니다. 설정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설정 표절을 관대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 아닙니까?



    홍정훈 작가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건 뭐 편 들고 말고도 없이 빼도박도 못하고 표절입니다. D&D에서 PI로 받는 몬스터의 고유명사를 사용했으니까요. 그런 [더 로그]를 표절작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 홍정훈 작가의 표절 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닙니까?



    레디오스 님께서 작가 분들 중에서 제일 먼저 입장을 밝혀주셨는데 이런 식의 입장 표명이라면 정말이지 실망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실망하실 것 같네요. 솔직히 이런 식의 논리라면 자기 밥그릇은 챙기고 남의 밥그릇은 나 몰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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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게다가 말씀하신 대로라면 당장 레디오스 님이 만드신 고유 설정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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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파인로님 말씀대로라는 거죠. 아직 그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에 대한 표절과 설정에 대한 표절의 뚜렷한 기준을 아직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예로 들자면, 제가 '보는 이를 돌로 만드는 몬스터를 방패로 반사하여 되려 돌로 만들어버렸다'라는 이야기를 썼을 때, 저는 이것이 페르세우스 이야기 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지를 낄 때 투명해지는 이야기'를 따지고 싶은 마음인 거죠. 저는 이러한 것이 엘프로 불리던 존재를 좀 다듬어서 호빗으로 표현하는 것과 맞물려 이게 저작권이면 저것도 저작권과 관련지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고유설정을 지키기 어려운 것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는 얘기죠. 적어도 '반지를 끼면 투명해진다'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와있지 않은 반지군주를 예로 들면, 그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잖아요.(니벨룽겐의 반지를 읽으면 투명화에 대한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제 논리는 간단합니다. 홍정훈님이 인정하셨고, 일반적으로도 인정받았다면 당연히 저 또한 따릅니다. 하지만 아직 제 속에서는 이야기에 대한 표절기준과 설정에 대한 표절기준의 비합리성을 염두에 두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ㅅ; 파인로님 비유를 참고한다면 '내 밥그릇은 깨지는 것 같은데, 남의 밥그릇만 챙기는 듯한 느낌이다'랄까요? 이야기와 설정을 밥그릇으로 비교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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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읽어본다면 전 아무 잘못없다?이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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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레디오스님은 저작권을 어긴일은 없죠. 그럼 지금 가지고 계신 생각에 하나 더하기만 하시면 됩니다. 허락도 없이 설정을 도용하는것은 이야기 표절과 마찬가지로 나쁘다.

    비슷한 예시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에 대한 철통같은 방어를 찾아보세요. FTA를 하는 이상(사실 도덕적으로 안해도 필수적이지만) 이런 문제는 필수적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안하면 작가도 손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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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하면 투명반지를 되찾아 악의 세계를 만드려는 눈깔 마왕이 등장하면 도용인지 아닌지 아리송하다 합니다. 법정에 가야되지요. 그런데 그 마왕 이름이 사우론이라면 두말 할 필요 없이 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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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휘긴님의 이노그 베크나 일리시드 등등 이게 여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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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거기다 이노그는 무려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하는 중간보스.

    또 패해서 죽어 버리기까지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레디오스님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자기 소설에 마음대로 굴리고 그걸로 돈벌면 안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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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일단 간단하게 예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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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예. 저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해요. 그래서 더더욱 기준이 모호하다 여기는 것이고요. ^^



    예전에 바그너의 니벨룽겐 반지를 읽으면서 여러 번 반지군주를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정작 반지군주 표절론을 꺼내면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헛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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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그런데 휘긴님은 모호하다는 어휘를 쓸 필요도 없이 확실히 무단도용한 셈이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성한다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돈내면 되잖아 하는 태도를 보이셨단 말이죠. 이건 아무리 봐도 옹호하기 힘들다고 느끼시지 않나요? 솔직히 실망했지요.

    <그리고 예전에 바그너의 니벨룽겐 반지를 읽으면서 여러 번 반지군주를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정작 반지군주 표절론을 꺼내면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헛갈렸어요>의 문제에 대해선 작가가 북유럽 신화인 '니벨룽 설화'을 작가가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입에서 입으로 말하던 설화를 작가가 가공해서 글을 지어내었지요. 만약 레디님이 특별한 주인이 없는 중국의 예 신화나 반고 신화 한국의 단군 신화를 이용해서

    그것으 발판으로 글을 쓰신다면 그것은 무단도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작가가 (예 : 만화 사신전) 그런식으로 끌어오서 만든 고유의 설정을 레디님이 허락도 없이 쓰신다면 그건 무단도용이에요. 대머리에 구슬을 쓰는 예쁜 사신 아가씨들의 적인 꽤 하는 간부를 등장시키거나 아니면 기계를 잘다루는 주작 아가씨를 레디님이 쓰신다면 그건 무단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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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물론 캐릭터뿐 아니라 마법이나 기타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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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태왕사신기가 바람의나라를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야기가 문제된게 스토리 표절 때문이었나요? 그것보단 설정을 무단으로 허락없이 마구 갖다 쓴게 아니냐가 문제였잖습니까. 레디오스님이 태왕사신기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일은 저작권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그일과 성격적으로도 비슷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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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톨킨이 바그너가 죽은 후 50년 안에 [호빗]을 썼다면 그건 표절이라고 욕 먹을 만하지요. 하지만 톨킨은 바그너가 죽은 후 54년 후에 [호빗]을 썼습니다. 저작권은 작가 사후 50년 동안 존속되죠. 따라서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표절이 아닙니다. 물론 많은 영향력을 받았겠죠. 저도 톨킨이 절대 반지를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절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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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아. 감사합니다. 이제 확실히 감을 잡았습니다.



    파인로님께서 진작 그렇게 말씀해주셨다면 위 포스팅같은 건 올라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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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파인로님의 그 설명으로 할까하다 그냥 저렇게 해버렸습니다.

    저 그런데 호빗은 톨킨이 쓴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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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아이고 글을 잘못 봤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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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레디님의 표절 기준은 '플롯의 차용'이고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기준은 '단어와 설정의 차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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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그냥 표절이라고 하면 매우 애매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 '설정 표절'이라고 하는 쪽이 명확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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