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7일 목요일

[미리니름 와방]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시나리오 기법

밸리에 올려버릴테니까 미리니름이 자동으로 눈에 들어오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난 조커가 아니다! 잡다한 뻘글을 마구 싸질러서 미리니름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 배트맨은 시나리오에 여러 가지 장치를 해서 미리니름 자체가 상당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서태지 음반은 아직 감흥이 오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뭐?) 변화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톤을 유지하는 방식과 일렉트로닉이라는 한계 내에서의 변화만을 제시하는 음악이 와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내게 있어서 서태지의 음악은 '난 알아요' '교실이데아' '하여가'정도가 적당하다. 이때는 상당한 감정적 고저를 잘 조율해서 음악을 들으며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니까.

자. 이정도 썼으면 충분히 미리니름을 막았겠지.

그래도 즐겨찾기에서 실수로 클릭하면 바로 보이겠군. 짤방 넣자.

내 소설 고대병기 지도.(다시 말해서 아무거나 짤방. -_-)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잘 쓴 시나리오다.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부분은 '힘'이다. 바탕에 깔아놓은 힘의 세계 고담은 비긴즈 때 언급한 각성과 맞물려 다크나이트의 모든 내용을 지배한다. 배트맨이 적을 제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오직 힘(완력)이었으며, 기계적 장치에서도 일직선에 가까운 파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또한 히어로급 인물들에게 기본적인 완력을 제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연필을 얼굴에 박아버리는 조커의 힘도 그렇고, 투페이스가 된 이후 초인적인 제압력을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다. 이것은 투페이스의 부활을 위한 장치로 사용될 수도 있겠다.)

이런 단순하고 일직선적인 배트맨의 구도는 시나리오의 의도라고 보여진다. 어지간히 암시를 좋아하는 감독이다. 조커와 배트맨의 첫 장면을 보면, 죽고 죽이는 맞물림으로 '엮이듯 뒤를 치는 조커'와 짝퉁 배트맨과 배트맨의 전투력 비교에서 직선적 힘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면돌파 배트맨'을 비교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두가지의 대결구도로 진행된다. 그리고 양쪽 모두 승리하며(정면 돌파로서 물리적 승리를 거두는 배트맨과 의식으로 승리를 거두는 조커) 진정한 패배자는 '많은 것을 바라는 배트맨' 쪽이 된다. 배트맨은 물리적 힘을 앞세운 정면돌파로 '의식의 승리'까지 바랐기에 패배한다. 이는 어떠한 면에서 배트맨에게 기연이다. 배트맨은 물리적이고 직선적인 힘에 더하여 의식적인 힘까지 갖추게 된다. 이 영화는 성장물이었던 것이다! -_-

실제로 조커는 영화 내내 배트맨에게 줘 터지기만 한다. 아니, 배트맨 뿐 아니라 주연급 모두에게 물리적으로 얻어맞는다.(심지어 레이첼에게까지 거기를 맞는다. ㅠㅠ) 하지만 조커는 주연급에게 단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의식적인 부분에서 얻어맞지 않는다. 유일하게 조커에게 의식적인 타격을 주는 자는 히어로가 아닌 듣보잡 일반인들이다.(폭탄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 사람들)

시나리오적 장치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죽음이다.

고든의 죽음은 레이첼의 죽음과 연동되어 있다. 고든의 죽음이 사실이 아니어서 레이첼의 죽음이 더 강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는 관객 의식을 한쪽으로 고정시키는 장치다. 고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하여 관객은 '이 영화가 주연급을 죽이지 않는 시리즈물'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준다. 그리고 레이첼을 죽임으로써 충격에 가까운 강한 반전을 주는 것이다. 레이첼은 배트맨과 알프레드 다음으로 죽지 않으리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나리오에서 최고의 선택이라면 바로 이 레이첼을 죽인 것이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레이첼의 죽음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선상씬과 직결된다. 레이첼의 죽음으로 인하여 관객은 배가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폭파될 것이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아마도 상당수가 '민간인 쪽에서 버튼을 눌러 민간인 쪽, 또는 양쪽 배 모두가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리라 본다. 레이첼이 죽지 않았다면 둘 다 무사하리라는 예상을 하는 관객수가 열 배 이상 늘어난다. 이 영화 시나리오는 관객 기대를 저버려서 만족을 주는 기법이 많기에 그만큼 가치가 있다.

또한 지나간 시점에서 말하는 개연성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직접 제시하지는 않고 감추듯 내뱉는 고급 기법은 영화를 감평하는 관점에서 상당히 즐거운 장면이 될 것이다. 배트맨이 하비 덴트의 순수성을 지켜주는 장면이 있다. 하비 덴트가 처음으로 총을 겨누며 동전으로 죽음을 판가름하는 장면이다. 이것이 처음에는 '배트맨이 하비 덴트의 순수성을 지키는 이야기'로 이끌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 부분은 '의식적 역량이 부족한 배트맨이 하비 덴트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비 덴트가 레이첼에게 양쪽 모두 앞면인 동전을 던져줬던 그 순간부터다. 하비 덴트는 처음부터 그 사내를 죽일 생각이 없는 순수성으로 무장된 자였던 것이다.(변명도 하지 않음으로써 하비 덴트가 배트맨보다 의식적으로 우위에 선다.->이것이 하비 덴트가 자신을 배트맨이라고 주장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복선이 된다.)

보이지 않는 시나리오적인 장치가 대단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이런 식의 장치를 많이 넣다보면 장치가 눈에 띄게 되어 촌스러울 수 있는데 무척 잘 다듬었다. 영화 전반적 분위기를 조금도 흩어놓지 않고, 보여줘야 할 부분 만을 보이는 압축된 시나리오다.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여러 모로 '시나리오에서 강력한 면모를 보인 블록버스터'다.

그리고... 라고 하려다가 시간 압박으로 포스팅 끝. 반도 못 쓴 거 같은데... ㅠ_ㅜ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0개:

  1. 우왕;ㅁ; 다크나이트 보고 싶어요

    그런데 다들 제 주변엔 어둠의 경로로 먼저 봤다거나, 그런 류를 아주 싫어한다거나하는 사람들 밖에 없어서 혼자 보러 가야할듯....

    아님 그냥 포기하고 DVD 사서 볼까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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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 리뷰 정말 잘 쓰셨네요...전문적인 견해가 확 느껴지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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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빠와! 언리미띠드 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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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 역시 배가 둘 다 터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한방 먹었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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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니 저기... 혼자서라도 극장에서 꼭 보세요. 보신 분중에 또 보겠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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