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4일 월요일

속편에 대하여

스파이더맨3 - 이거 왜 만들었냐?

전편과 연계하여 만들어지는 속편이라면 '애초에 속편의 스토리까지 명확하게 염두에 두고 만든 속편'이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 백 투 더 퓨처. 주성치의 서유기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서로의 연계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속편이 전편의 맥을 이을 뿐 아니라 전편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그 스스로도 완성도를 높인다. 말 그대로 윈윈 전략이며 반드시 있어야 할 속편이 되어버린다.

그러한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면, 속편을 만들 때 전편의 설정(인물, 배경)을 바탕에 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야 한다. 여기에 사건까지 연계를 시킨다면 속편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대표적 예로 나이트 메어나 13일의 금요일같은 공포물이 이러한 경우를 답습하여 재미적 요소를 떨어뜨린다. 개그프로그램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기도가 추락하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 개편이 이루어지는 이유도 이것이다.)

마음 편히 속편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옴니버스 스토리로 진행되는 작품들이 그 예다. 인디애나 존스, 용형호제, 폴리스 스토리, 소림사 시리즈 등 몇몇 작품들은 전작과 무관하게 자체의 이야기만으로 진행하기 수월한 형태를 갖고 있다.

몇몇 작품(특히 공포물)을 보면, 앤딩에서 꼬박꼬박 다음회를 예고하는 짓거리를 벌인다. 한두 번이야 재미있겠지만, 자주 하면 짜증나는 것은 둘째 치고 '그것이 네 창작이냐?'라는 의문을 던지고싶은 욕구가 생긴다.(아무 생각도 없이 진행형 완결을 보이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앤딩의 재미를 위해 진행형 완결을 보이는 작품-비상하는 매같은...-도 있다. 후자는 내 구박덩이에서 예외다.)

뭐니뭐니해도 최악의 속편은...

전작의 오마주에 빠져서 허덕거리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3에서 샘 레이미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면 난 거침없이 이 연출을 언급하겠다. '뒤집어버린 키스씬'

이것은 전작의 매력을 갉아먹어서라도 3편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굶주린 창작가의 비극이다. 터미네이터3가 스토리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발악하다가 각종 오마주에 심취했고, 그 결과 안방극장용으로 제작되었다. 스파이더맨3도 그 꼴 날 뻔 했다. 3편에서 샘 레이미가 해야 될 일은 샌드맨도 아니다. 1과 2에서 벌였던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샌드맨을 등장시킬 자격이 생기는 거다. 그린 고블린 주니어가 3편의 메인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베놈 등장을 주장한 놈이 얼마나 대중적 창작에 대해 무지한 지 알 수 있다. 만약 스파이더맨3에서 베놈이 나온다면, 그건 맨 마지막 앤딩씬에 넣었어야 했다. 그린 고블린 주니어와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순간 베놈의 등장으로 4편을 예고하는 것이 더 대중적 효과가 높고 다음 편에 대한 흥행성도 보장하게 된다)

다이하드도 조금은 불안하다. 이놈의 감독 성향도 전작과 후작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인물 중 하나다. 4의 트레일러에서 잠깐 나왔듯, 이전편의 맥클레인과 어떻게든 연결시키고자하는 욕구가 훤히 보인다. 그럴 경우 스토리적 한계는 더욱 좁혀지며 그만큼 재미적 요소를 선보일 기회가 적어진다. 슈렉도 마찬가지다. 다만 슈렉은 스토리보다 한 장면 한 장면에 들어가는 연출로 먹고사는 작품이기에 그나마 안전할 것이다.

이러니 뒤로 가면 갈수록 망가진다는 얘기가 나오지.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7개:

  1. 감상 잘 읽었습니다.

    대체적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만 두 가지만은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 그 키스신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추하게 표현했다고 봅니다.



    대중적인 인기에 맛들이다가 타락해버린 피터의 현상황과 MJ에 대한 배려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MJ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자기 자신의 이미지도 망쳐버리는 결과를 낳았죠. 생각없는 오마주라기보다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의도적인 삽입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같은 동작에 대해 정반대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뒤집기'라고도 할 수 있죠.)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 시민들과는 달리 끝까지 키스를 반대하는 꼬마의 모습이나 '그건 <우리> 키스였다고!'라며 불같이 화내는 MJ를 보면 레이미 본인도 그 장면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팬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했다고 봅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왜 MJ는 매 편마다 툭하면 납치당하나'라는 구조적 동어반복에 대한 딴지를 거는 게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죠. =)



    2) 악역의 배치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구상이 훨씬 이상적이긴 한데 이 영화로 시리즈가 끝이 날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제작중에는 4편이 나올지 어떨지도 알 수 없었던 상황인지라 그렇게 하기는 무리가 있었겠죠. (이런 영화는 대중적 '창작'이기 전에 '비즈니스'이기도 하니까요.)



    그냥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쓴 덧글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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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잠본이// 이런 장문의 글을... ;ㅁ;



    보는 관점의 차이같아요. ^^ 저 키스씬의 효과를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견해죠.(실제로 저러한 키스씬의 인용은 창작하는 측면에서 대단히 쉽고 편하거든요. 전 그것을 전작에 기대는 회피책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잠본이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키스씬에 대한 파급효과는 크죠. 의도한 결과는 충분히 얻어냈는데, 그 과정에서 피터의 심적 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비틀어졌다고 봐요. 베놈에게 잠식당하는 과정이라도 제대로 표현했다면 모를까, 1, 2편에서 온리 MJ였던 피터가 뜬금없이 외간여자(?)한테 키스를 권장하고 허용한다면 좀 이상하죠. 스토리적 측면에서는 아무리 관대하게 봐주고 싶어도 1편의 오마주를 위한 억지라고 느껴졌어요.(이런 결과를 원하니까 이런 상황을 만들자. 과정은 귀찮으니 패스. 라는 느낌이죠. 이건 스토리적인 개연성 무시입니다. 관객들이 기본적으로 인정해주고 넘어가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이나 상황에 대한 개연성'과는 다른 부분이죠.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부분이니까요)





    악역배치에 대한 구상은 역시...



    베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놈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닷! 비즈니스를 안다면 결코 3편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우엉. ;ㅁ;





    어찌됐건 샘 레이미 감독은 참...



    누가 메롱하는 것 만큼이나 정형화된 삶을 살고있군요. 그 감독 영화의 3편은 왜 그렇게 망가지죠? ㅠㅠ



    스파이더맨3편은 터미네이터3 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망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스토리적으로 연결을 시켜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창작영역이 너무 좁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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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완성된 전작을 통한 속편은 매력적이면서도 힘들죠. 그 전편이 잘 만들어져있을 수록 더더욱 :) 그래도 창작자 입장에서는 해보고 싶은 일이긴 합니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속편을 낼거라면 역시 전작과의 연계성은 필연적이라고 보는데... 다만 독립성을 쟁취하기 위해 고집부린 결과 실패해버린 속편들이 한국에는 꽤 많죠. 슬픈 경우들입니다만.(판타지 쪽에)



    그러고보면 한국에서는 '3부작을 쓰겠습니다'라고 해놓고 실제로 3부작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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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로오나// 12부작을 쓴다고 해놓고 실제로 9부 하나에 허덕인 사람도 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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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록키 발보아는 참 괜찮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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