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8일 월요일

막혔다... ㅠ_ㅜ

아름다운 저택이다 땡.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자화자찬의 문장이었으나 쓸모없었다. 저따위로는 황세원의 이후 행보를 이해할 사람이 드물다. 황세원은 차 안에서부터 가슴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누르며 조바심에 찌들어 살았다. 멀리서부터 보였던 저택이 자신의 목적지이기를 바랐던 로또의 감정이었는데 당첨된 것이다.
꽃게랑처럼 제멋대로 엮였으면서도 분명한 형태를 이루고있는 철창살 도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좌우로 넓게 펼쳐진 담이 너무도 아름답고 찬연하게 빛났으니까. 담은 하얀꽃이 만발한 담쟁이넝쿨-조화가 분명하다!-이 뒤덮고 있어서 다수의 베이커리가 자랑하는 전시용 카스텔라의 확장판 같았다. 꽃게랑이 좌우로 갈라졌을 때, 이것이 시작임을 알린다.
클로렐라 라면처럼 은은한 녹색 잔디가 사방을 뒤덮은 채 환영했다. 리무진은 게맛살 찢은 것처럼 하얀 길을 일직선으로 달리며 황세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징어볼 가로등에 빼빼로 고탑 고깔콘. 커다란 분수대 주변에는 수많은 대리석 고래밥들이 장식되어 찬연하게 빛난다.
철컥.
리무진은 붉게 물결치는 포카칩 양탄자 끄트머리에 정확히 문을 맞췄다. 정장의 사내가 문을 열자, 입을 잔뜩 벌린 황세원이 떨리는 다리를 내밀었다. 중세식과 현대식을 교묘히 결합시킨 신식 성채가 황세원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무 멋져요!”
황세원은 감탄하며 고탑 끄트머리의 외로운 창을 응시했다. 뒤따라 내린 하데스가 긴장한다. 황세원이 헨젤과 그레텔에서 만족해주길 바랐건만, 아무래도 로미오와 줄리엣 쪽에 입문하려는 듯 했다.
“제 방은 어디죠? 저 넝쿨을 타고 누군가…….”
황세원의 혼잣말에 하데스는 움찔했다. 이봐. 댁이 보고있는 저 창의 높이는 48.2미터라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입문했으면 그쪽에나 집중하지 왜 재크와 콩나무를 엮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머리카락을 46.2미터 가량 길러! 2미터의 늘씬한 왕자님이 기네스북을 들고 찾아갈 테니까. 불만을 속에 감춘 채 하데스가 황세원의 상상나래텔을 접종시켰다.
“이곳이 NAD의 버뮤다 지부입니다.”
“지부라고요? 여기가?”
“늦었어, 하데스.”
저택 앞에서 기다리던 서브디가 퉁명스레 말했다. 하데스는 황세원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서브디에게 곧장 걸어갔다. 하데스가 서브디에게 목례를 하는 동안, 황세원은 입을 반쯤 벌린 채 걷기 시작했다. 서브디의 뒤쪽으로 휘황찬란한 가구들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황세원은 보디빌딩으로 상체를 가꾼 건장한 로렐라이의 인어에게 유혹을 받은 사람처럼 몽롱한 표정이 되어 걸었다. 저택 내부는 미칠 듯 화려했다.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가 어디선가 뛰어다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방 여기저기에 복도가 미로처럼 뻗어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황세원은 모든 복도의 좌우에 설치된 예술작품들을 일일이 세며 돈으로 환산했다. 개인적 감정가만 십억대가 거뜬히 넘어간다. 가슴이 뛰었다. 괴도 루팡이 예고장을 보낸다해도 뭘 가져갈지 몰라서 셜록 홈즈는 좌절에 빠질 것이다.
“지부가 이 정도면 본부는 어느 정도예요? 최고예요, 이곳은!”
황세원은 하데스의 팔을 붙잡고 호들갑떨었다. 복도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미(美)가 동양여인을 반겼다.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단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복도 끄트머리마다 꼬박꼬박 놓여져 있는 살균세탁기가 지겹고 짜증난다는 정도랄까.
“세원씨가 묵을 방은 저쪽입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사거리에 접어들었을 때, 하데스가 우측 복도로 검지를 뻗었다. 황세원은 좀더 직진하고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리베르가 나섰다. 하데스도 그렇고 리베르도 그렇고, 황세원의 마수 속에 자신들의 보스인 루시퍼까지 담긴 싫었다. 리베르는 황세원의 앞을 막으며 웃음지었다.
“저쪽이에요, 세원씨. 방에 가보시면 무척 만족하실 거예요.”
“좀 이따 만족하면 안돼요? 지금 만족 싫은데.”
“이쪽에 가면 회의실이에요. 지겨운 회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세원씨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보스의 눈밖에 나시면 집밖으로 나서게 될 수도 있어요.”
“어머, 저 영어 몰라요.”
“지금까지 영어로 대화했다고!”
“워워. 리베르 진정해. 그리고 세원씨. 지금 당장 이쪽 복도로 가서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뒤진다?”
아직 한국어는 모르지만, 하데스가 황세원에게서 한국 문화를 아예 안 배운 것은 아니었다. 선도부 언니오빠들이 화장실 뒤로 데리고 가서 ‘너 뒤져볼래?’라고 말할 때의 억양과 똑같은 ‘You Die?'에 황세원은 풀죽은 얼굴로 ’알아쏘요오‘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데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황세원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쉬는 하데스에게 서브디가 불평했다.
“대체 왜 끌고 온 거지? 자학이냐, 하데스?”
“저 여자를 데리고있다는 것만으로도 전 이 세상에서 가장, 그것도 저 여자 이상의 별종이 된 기분이니까요.”
“자학이군. 매크를 소개시켜줄까? 자학에 일가견이 있는데.”
서브디의 곁에 있던 매크가 ‘씨익’ 웃으며 하데스에게 윙크한다. 정장을 입었음에도불구하고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내에게 하데스는 미소지었다. 품에서 금빛 권총을 살짝 꺼내보이며 ‘이 정도 자학, 오케이?’라고 하자, 매크의 윙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회의실 문을 열기 직전까지 서브디는 긴장을 지우지 못했다. 하데스,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너는 지금 그년과 닮아가고 있다. 난 너의 초기증상을 보고 말았어!
회의실 문이 닫힐 즈음, 바이러스의 모체도 리베르와 함께 객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황세원은 만좆했다. 복도의 장신구조차 저렇게 화려한데, 정작 황세원이 묵을 객실 안에는 침대와 옷걸이와 거울 외의 가구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부 색조도 거지같아서 오늘밤 꿈을 레지던트 이블과 함께 할 듯 싶다. 황세원은 리베르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른 방 없어?”
“이 방이 손님방이에요.”
리베르가 호텔 종업원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한다. 황세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8평방미터의 양탄자를 노려보았다. 데칼코마니처럼 의도적이지 않은 초컬릿 문양이 신경쓰였다. 양탄자에 처음부터 존재하는 문양같지가 않았다. 혹시 피 아냐? 황세원이 양탄자의 문양과 리베르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리베르가 잠시 긴장하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황세원은 말했다.
“이 방이 싫어. 나 회의실에서 잘래.”
“이 방이 손님방이에요.”
리베르가 호텔 종업원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며 인사한다. 황세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8평방미터의 양탄자 끄트머리를 걷어찼다. 드디어 화냈다.
“뭐야, 이게! 피 맞잖아!”
양탄자 밑에서 똑같은 문양이 있었던 것이다. 리베르가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너무 오래 깔아놓아서 인쇄된 거예요. 피 아녜요.”
황세원은 리베르를 잠시 노려보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데스가 자신에게 이런 방을 줄 리 없다. 이건 리베르의 독자적인 선택임이 분명했다. 이 방이 맞다면 아까 그 복도에서 한 번 더 꺾어서 와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데스는 먼젓번 블록의 사거리에서 검지를 뻗으며 ‘이쪽으로 가야 당신 방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황세원은 숙여진 고개를 조금도 들지 않은 채 리베르를 마주보았다. 키 작은 여자가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키 큰 여자를 마주보았다는 것은 키 큰 여자 입장에서 사다코 필름을 뒤집어서 보는 것과 별 다를 게 없다. 마른침을 삼키는 리베르에게 황세원이 적대적으로 말했다.


뭐라고 말하지? ㅠ_ㅜ

댓글 8개:

  1. ;;;;;;;;;묘사에 과자들의 향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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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그걸 독자에게 물으면 어떡합니까!!!!!! 이거, 사실은 무슨 문답지 아니에요? "자, 당신이라면 어떡하시렵니까?"라니! 몰라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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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브디와 하데스.. 그리운 이름들..T_T



    초딩같은 질문 하나 해보렵니다. 황세원과 스즈미야 하루히가 붙으면 누가 이깁니까? [어이;]



    ...이게 결혼기념일 플러스 넘버 몇인지는 굳이 질문하지 않으렵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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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다음 대화를 듣고 여자가 할 말로 적절한 것은...? 이라면 선지를 제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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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황세원은 만좆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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