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5일 금요일

작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꾼은 좀 그렇고, '작가'라는 말을 쓰는 것은 또 부담스럽고...

딱 그 중간쯤 가는 호칭같은 건 없을까. ㅠ_ㅜ

아무튼 내가 나중에 좋은 작가가 되었을 때라면 반드시 지키고 있을 것같은 내용 몇 자.


1. 집에 비가 새고 벽이 뚫어지고 컴퓨터가 없어서 신문지 여백에 글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의자만큼은 최고급을 가지고 있다.

[일생의 가장 많은 시간동안 나를 끌어안고 있을 존재다.]

2. 나에게는 질보다 양을, 남에게는 양보다 질을.

[명작이라는 이름의 결과물을 핑계로 습작에 소홀해선 안된다. 또한 습작을 습작으로 놔두지 않고 명작이라는 이름을 억지로 달아서 남에게 보이려하지 말자. 이것은 어둠의 타협이다.]

3. 습작으로라도 같은 이야기를 또 쓰게 된다면 권수를 줄인다.

[미숙할 때는 스스로의 미숙함을 감추기 위해 각종 미사여구와 치장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꾸민다. 좋은 작가가 되었다면 같은 내용과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간결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 많은 녀석 치고 속이 알찬 사람이 드물듯, 잡문장 많은 작가치고 내용이 알찬 책을 내는 사람도 드물다.]

4. 새벽의 어떤 순간에 반드시 바깥 바람을 쐬고있을 것이다.

[삶의 여유니 뭐니하는 건 내 알 바 아니고, 고집적이거나 폐쇄적으로 한 형태만을 고수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적인 작품을 쓰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잠시 일어나서 새벽 산책을 할 용기와 의지는 필수다.]

5. 친구가 많다.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대중 창작가인생 쫑이다. 사업적, 이익적인 관점에서의 친구는 친구로 치지 않는다. 친구도 없는 주제에 친구가 있는 사람들을 글로 설득한다고?]

6. 문화 코드를 찾지 않는다.

[나 자신이 살아가면서 당연하다는 듯 그 문화 코드의 일면이 되어 있어야 한다. 결단코 항상. 문화에서 동떨어진 채, 글을 위하여 코드를 찾는 것은 뒤쳐진 자의 발악이다. 방법도 틀렸다. 글이고 뭐고 팽개치고 문화 속에 합류하는 게 우선이지, 글을 위해 코드를 연구하는 건 대단한 삽질이다. 평생 코드 따라가며 연구만 하는 인생이 될 테니까.]

7. 글을 즐긴다.

[글이 지닌 고비(세상 그 어떠한 문화도 적정선을 넘어서면 반드시 큰 고비가 있다)를 넘겼다는 얘기이며, 넘기고서도 글이 지겹지 않고 즐거우니까 작가를 하고 있겠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8개:

  1. 마음에 탁. 하고 와닿는 글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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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구라꾼..보단 구라쟁이....라지만 이외수씨가 이미 거짓말쟁이의 칭호를 누리고 계시니 그건 못쓰겠고...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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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오. 탁 와닿으면서 동시에 찔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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