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4일 수요일

개방에 관하여

아직 FTA체결 내역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항을 알지 못한다. 5-6월 내로 모든 사항들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했으니 그 때 가서 몇 자 적을 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느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쓴다.

한일합방.

이거 개방 잘못해서 나라 망한 케이스다. 뭘 잘못했냐고?

쇄국 개방 콤보가 잘못이었다.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이 최저 상태일 때 급개방을 해서 결국 나라가 망하는 결과를 얻은 거다. 이런 케이스는 아프리카에서 더 볼 수 있다. 새로운 문물의 화려한 매력에 빠져서 급개방을 했다가 식민지가 되어버린 나라들이 제법 있다.

이러한 케이스를 한반도에 맞춰보자.

만약 FTA라는 개방정책으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면

그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이 남한과 당장 통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저들의 오랜 쇄국 정책으로 인해 경제 정치등 여러 방면에서 개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있다.

여기에 맞물려 개방 거부(또는 쇄국) 관련의 맹점이 하나 있다.

독재가 아니면 쇄국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남한은 개방된 상태다. 문제는 이 개방상태가 그림자 개방이라는 데 있다. 흥선대원군 시절에 그늘진 움막 안에서 천주교를 전파하던 선교사, 그리고 신도들처럼. 행여나 들킬까 주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신교육을 받았던 야학생들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불법적 방향으로 문화를 습득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공공연한(당연한) 정의라고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 조낸 지랄같다고 욕을 해도 두 발 뻗고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으면 개방이 다음 수순이라는 건 당연하다. 독재와 대단히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던 정책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FTA는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한 상황에서 진행했느냐다.

나는 다음이 문제라고 생각할 뿐, 이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확한 내역을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협상이 아주 한쪽으로 치우쳐진 최악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100%라는 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 '100%'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100%의 이득을 얻길 바라는 사람이 있었다면 꿈깨라. 아직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팬티스타킹 코스튬으로 변신하는 걸 못봤다. 우린 현실에서 살고있으며, 그 현실이라는 것은 FTA협상에서 51%의 이득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확률이 51% 이상임을 확신하고 체결했느냐이다.(물론 후자의 퍼센테이지는 70%이상이기를 바란다)

위에서 언급했듯 문제는 다음이다. 단순하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 먹느냐에 대한 문제가 FTA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될 것이다.

이규형씨의 창작품 중 '헝그리 베스트5'에서 이런 단어가 나온다.

'천국 훈련'

현재까지 내가 인식하고 있는 FTA협상 결과는 위 단어로 압축할 수 있었다. 천국훈련은 지옥훈련과 정반대의 단어다. 지옥훈련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훈련이지만, 천국훈련은 부족한 부분 냅두고 뛰어난 부분을 더 강화시키는 훈련이다. 경제적으로 상당한 우위에 있는 부분 쪽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협상을 조율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FTA협상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이득이 된다. 성장그래프는 등차가 아니라 등비수열이기 때문이다. 취약한 부분의 성장률보다 강화된 부분의 성장률이 더 높은 건 어쩔 수 없잖은가. 그렇기 때문에 정부측에서는 '이득을 보았다'며 당당할 수 있는 것이고, 국민측에서는 시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협상은 총체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었고, 국민들은 죽어나니까.(아직 모든 협상결과를 뚜렷하게 알지 못해서 이게 진실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은 문제는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다. 과거 김영삼이 저지른 농촌뒷수습정책형 대삽질을 한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다. 반짝 아이디어 콜로 밀어붙이는 병신짓은 최대한 억제하고,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 운영으로 농촌및 기타 취약부분 지원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성장세에 들어선 기업-특히 FTA협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은 기업-들은 그만한 보상을 해야된다. 이들이 타 기업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건 협상의 연장선이지 뒷수습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다.

말 그대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100% 확률을 바라보다가 패를 던질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과거가 잘났네 못났네 따지는 동안 현재와 미래는 반드시 못난다.

다만 그 현재를 잘 꾸미기 위해서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최대한 빨리 FTA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그에 대한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

의약협상으로 모든 제약업체들이 병원을 찾아가 어둠 속에서 '의약의 우정이 급작스레 돈독해지는' 감동적 연출을 창출하는 꼴은 보고싶지 않다.(우리나라는 어둠속 거래에 대한 법률적 대처는 있어도 정책적 대처가 없어서 참 문제다. -_-) 고생해서 대학원까지 마친 학생들을 구멍가게같은 약국 하나 차려서 여생을 마치게 할 게 아니라, 지금 이 때 최대한 불러들여서 신약개발에 힘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초보적 견해를 제시해본다.(제약에 대해 내가 뭘 알아야말이지. -_-)

문화에 대해서는...

까놓고 말해서 개방이 낫다. 개방 반대 계속하면 발전되는 건 후루나궈궈다.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2개:

  1. 농촌 문제는 어차피 농민연합 산하에 직영 유통 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FTA뿐지 아니라 어떤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이라도 견뎌낼 재간은 없습니다. 아니 이대로 시간이 경과되면 농촌은 자연적인 고사를 맞이하게 되겠지요. 지금까지 농민 스스로가 데모 이외의 방법으로 자기 스스로를 쇄신하려는 노력은 일체 없었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도 농사 짓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개방의 변두리쪽을 농사 짓고 있지만 농촌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자면 한숨만 새어 나올 뿐이지요.



    당장 인재가 없습니다. 늙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의 재간으로는 개혁은 꿈도 못 꿉니다. 정부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지요. 농업이 개방된다 하더라도 폐업하는 농가들 대부분의 연령이 60대 이상으로 여겨지는데 실업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겠지요. 오히려 국내 유통이라는 버거운 유통 환경을 짊어져야 했던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이나 다름 없게 되어버린 미국 시장쪽이 오히려 더 희망이 있을테니 결론은 IMF때의 재벌 총개혁이 이제는 중소기업까지 참여하게 되는 대한민국 경제 총 개혁이라는 상황으로 압력이 가해지게 되었으니 제가 봤을때는 이번 FTA는 한국 IMF의 마지막 정리라고 보여집니다.



    비준 발효까지 앞으로 2년 내지 3년가량 남았는데 그간 경제체질 특히 지방간 불균형과(소비시장 다각화)불균형을 해소할 인구 문제(행정도시 이전)각종 유통 인프라의 부재 특히 물류시스템의 총체적 개혁은 이미 당면한 과제니 오히려 저희 부모님같이 고추 농사나 온실 하우스 하시는 분들 일부 작목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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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윗분말대로라면... 사실 FTA보다 노대통령이 시급히 움직여야 하는 부분은 사실 농어촌 개혁이 아니었을까요? 유리지갑에서 쉽게 돈을 뽑아먹듯 FTA로 쉽게 돈을 벌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지난 위정자들과 그다지 다를것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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