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0일 화요일

재미있는 창작을 하는 법 (서)

재미있는 창작을 하는 법

★ 먼저 적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만화 스토리를 쓰는 법’이라는 것에 대하여 배우는 분들의 입장이 2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만화 스토리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말 그대로 만화 스토리라는 것을 쓰는 법에 대한 궁금증이죠. 이러한 경우라면, 책 3-4권 분량을 쓰고 100시간 동안 신나게 떠들어댈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합니다. ^^


하지만… -_-


학생들 중 10에 9명은 ‘만화 스토리를 쓰는 법’이라는 놈에게서 다른 걸 원합니다.


그것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는 법’입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와! 재미있다!’라고 감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어!


이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거의 다입니다.(첫 번째가 목표인 분들은 만화 자체에 발을 막 들여놓으려고 폼을 잡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분일 가능성 99%!)


저로서도 두 번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만화 스토리를 쓰는 법(첫 번째)’이야 하다 보면 됩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쓰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본인의 만화가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 욕심이 많아서 ‘저 사람의 만화 스토리 강좌로 배웠어!’라고 말씀하신 분의 작품이 재미없으면 괴로움을 느낍니다. 심할 땐 성질납니다. ᅲ_ᅮ


이 글 자체가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주관하는 ‘주부만화 예술대학 강좌’를 위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먼저 적겠습니다.


처음 이 일을 맡게되었을 때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예전 강좌 때처럼 그저 몇몇의 중요부분이나 연출의 처리 등을 언급하고 창작의 요소, 독자에 대한 이해 등등을 설명하여 끝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욕심을 부릴 것인가. -_-;;


무려 몇 년 간 방구석에 틀어박혀 글만 쓰다보니 대화라는 것조차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글로써 나를 표현했죠. 그런 주제에 욕심을 부려버렸습니다. 그것도 강좌 첫 날 1시간 전에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와! 제 생전 누구 앞에서 그렇게 버벅거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저 원래 말 잘합니다. -_-)


강의를 위해 준비했던 원고들을 고요히 묻어버리고, 전 말했습니다.


“글을 재미있게 쓰기 위한 방법은 ‘다독, 다작, 다상량’입니다.”


이 말을 꺼내는 순간, 전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것? 없습니다. 감동하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6회 12시간에 걸친 강의 내용을 단 3초 짜리로 압축하신 대단한 강사님을 뵙고 말았습니다.(그 강사는 지금도 머리를 쥐어뜯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또 한 번 욕심을 부리는 겁니다.


강좌 시간에는 주로 이야기 관련의 실습으로 진행(연출 관련의 직접적 도움)할 것이며, 글을 ‘재미있게’ 쓰는 방법 관련의 모든 것들은 글로 표현하겠습니다. 정말로 ‘재미있게 쓰는 법’을 말과 글로써 ‘습득’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가. 창작의 기본


ᄀ. 나는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


창작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입니다. 다른 이유는 절대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느니, 내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라느니의 이유 이전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이것입니다.


[재미있으니까]

[즐거우니까]


‘창작을 즐긴다’ 속에는 ‘독자와의 공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을 때 재미를 느끼는 것을 ‘즐기기 위함’입니다.


ᄂ. 창작이 괴롭다.


창작의 시작은 즐겁습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동안 창작과정을 겪을 때 급작스러운 괴로움을 느낍니다. 쉽게 말해서 힘이 듭니다.

그런데 재밌어서 한다? 슬슬 자네에게 사기삘이 나는걸? -_-;


마찬가지입니다. 재밌어서 하는 겁니다.(우기는 거 아닙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은 [창작의 마음가짐]입니다.


집안일 힘드시죠? 먹고살기 위해 집안일 하시고 자식 낳았으니까 어쩔 수 없어서 키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까’ 뭔가를 한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닙니다. 재밌어서 하시는 겁니다.(네. 우기는 겁니다 -_-)


본인이 집안일을 하는 이유,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이유는 그 이후 파생되는 결과 때문입니다. 본인이 그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시간적 여유를 얻고 그 여유만큼의 결과를 얻습니다. 본인이 자식을 키우며 고생스러운 일들을 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그 도움을 통하여 소득을 얻습니다. 그 결과물을 보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에 고생하시는 겁니다.(그러한 소득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분은 절대로 그 일 안 합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고 있다면 끝까지 하려고 들죠.)


창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작의 과정이 힘들어도 그 이후의 결과를 즐기고싶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이 창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고 있어야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저 쉬운 부분까지만 손을 대고 어려워지기 시작한다고 손을 뺀다면, 재미있는 창작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ᄀ과 ᄂ으로 구분했지만, 둘은 같은 내용입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창작하는 이유는 즐기기 위해서다]


[창작의 즐거움은 창작하는 과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결과물과 독자들과의 교류를 즐기기 위해서가 큰 몫이 되기도 한다.]


입니다. 이 마음가짐을 놓치고 자신도 모르게 ‘의무감’이라 여기게되면 ‘재미’를 잃는 수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창작’은 창작하는 것으로 해낼 수 없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듯, ‘다독, 다작, 다상량’이 모두 모여야 재미있는 창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자신이 창작에 몸을 담았을 때에도 ‘다른 창작물을 접하는 것(독서, TV시청, 대화 등등의 문화적 교류)’과 ‘생각에 빠지는 것’을 게을리 하시면 안됩니다. 재미있게 창작하는 자의 진정한 의무는 이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좌에 들어가겠습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5개:

  1. 우아아아아아아... (웬지 환호를 해야할 것 같아서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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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런데 레디님도;; 재미있는 단계까지만 하고 그만두시는분 아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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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미를 위해, 즐겨라!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창작의 뜻을 품었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은 이 재미, 목표의식을 잊어버리고 고통에만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중도하차해버리고 말더군요.



    진심으로 즐기기 위해서 역량을 키우는 공부에 대한 노력도 멈추지 말아야겠습니다. 기본기가 없으면 아무래도 힘에 부쳐서 고통스러운 나머지 포기하기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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