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0일 화요일

출판사 사이트

과거에는 출판사의 사이트가 책 홍보로 일관, 또는 자사의 서적에 해당하는 독자들의 게시공간 등을 마련하는 것에 그쳤다.

이후 출판사의 사이트는 인터넷 유저들의 창작사이트 활동이 일반화되면서부터 같은 형식의 창작공간(사이트 내에 창작물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결합시켰다. 하나의 창작사이트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형태가 크게 변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그레이드'라는 느낌의 변화가 있었다. 이는 조아라의 초기 시스템이 큰 호응을 얻고, 고무림(현 문피아)의 시스템이 좋은 평을 얻었던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그 다음 과정은 E-Book으로서의 연동이다. 출판시장과 웹시장을 병행하고, 웹사이트에서의 연재가 직접적 수익을 창출하도록 구상된 과정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과정을 거친 출판사 사이트는 '없거나 내가 모를 정도로 적다'. 들은 얘기는 있지만 충분하게 활성화된 출판사 사이트는 아직 본 적 없다.

이 글을 쓴 이유는 그 다음의 과정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출판시장 자체가 불안정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더 나아질 상황이라고 여기기 어려운) 상태다. 이 상태는 오랜 시간 지속되었고, 그로 인하여 대중창작계열 출판사들의 기획 자체가 소극적이 되었다. 한 때 공중파 방송에서 서적을 판매하기 위한 CF가 나왔던 점을 감안한다면 기가 막힐 정도로 축소된 거다.(요즘은 공중파 광고보다 몇 배는 더 싸게 먹히는 케이블 광고에서조차 책선전은 안한다) 대중창작계열의 서적이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초기 판타지 소설의 경우 천만원에 육박하는(또는 넘어가는) 광고를 했다. 시장의 축소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이러한 광고 투자는 사라지고 있다.

광고를 언급한 이유는 '투자'라는 개념 때문이다. 불확실하거나 성공이라는 결과물에 대한 믿음의 부재(잘 팔려도 그게 그거라는 상황 인식)때문에 투자 자체가 불필요한 시점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오프라인의 기획운영이 온라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출판사의 대형투자는 오직 하나. 네임드 작가를 섭외할 때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의 출판사 사이트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이상적인 사이트란 뭘까?

그것은 가장 많은 유저(독자와 작가)들이 접속하는 사이트다.

그러한 사이트의 형태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 인터넷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접속율을 가진 사이트가 어떤 유형의 사이트인가. 어떤 사이트가 가장 대형 사이트인가.

야후, 네이버, 엠파스, 한미르, 구글 등의 '검색 사이트'다. 어떠한 사이트를 지나치기 위해 제일 먼저 가야만 하는 '문'과 같은 곳이다. 나는 창작 사이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위의 검색 사이트들이 모든 영역의 인터넷 사이트를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저 위 사이트들이 최대한 다양한 분류로 영역을 확장시켰고, 여타의 업체들이 분류별 검색 사이트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창작사이트는 '문'이 없는 것과 같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 '문'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자체적으로 검색엔진을 갖는게 쉬울 리 없다. 돈 무쟈게 깨질 것이다. 그래도 어떠한 출판사가 그것을 갖게되는 순간, 다른 출판사들은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 돈은 어차피 같이 깨진다. 어디 그 뿐인가. '있을 때 잘 하기'만 하면, 처음 만들어진 문이 가장 큰 인기를 얻을 것이다. 이는 레인코트를 '바바리코트'라 부르고 구급밴드를 '대일밴드'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내 창작관련 사이트의 게시물을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질 경우, 열혈 독자들의 인터넷 시작페이지는 뭐가 될 것인가. 내 생각에는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본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개:

  1. 개인적으론, 실현불가능한 일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장르문학 웹진이 나와줬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형태의 웹진이 아니고 좀더... 그래요, 예를 들면 루리웹 같은 성향의. 지금까지 있던 웹진들(혹은 있는 웹진들)은 너무나도... '고상했습니다'. 이런건 의미가 없습니다. 소식을 마구마구 전하고 사람들이 찌질하든 정명하든 마구마구 리플을 달고 화제성 만빵으로 '최근 이런 책이 와방 잘나가고 있다! 향후의 향방은!?'하고 터뜨려주는 그런 곳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고상한 건, 유감스럽게도 고급문화의 향취를 전달함으로써 극소수를(소수도 아니고 극소수-_-;)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르문학 시장 전체에는 하등 도움이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화제가 되고, 돈이 되어야 해요. 문화가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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