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4일 화요일

신끼가 든 친구.

세수도 안 하고 이도 안 닦고 새벽 내내 원고를 했다. 얼굴에 기름끼 좔좔 흐르고 손도 땀에 젖은 게 말라붙고 말라붙어서 자연산 오일을 바른 손이 되고 말았다. 가장 심한 녀석은 역시 안경이었다. 모니터가 흐릿해서(모니터 자체의 능력 탓도 있지만) 안경을 벗어보니 무척 지저분했다. 이건 안경알을 닦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었다. 안경테 부품 구석구석이 단백질로 인해 녹색이끼가 가득했다.

난 결정했다. 안경을 닦자.(안경알을 닦는 게 아니다!)

공구함을 뒤져보니 소형 드라이버 세트에서 한 개가 빈다. 그게 하필 안경테에 사용할 드라이버였다. 어쩔 수 없이 송곳처럼 작고 날카로운 초소형 드라이버로 안경을 분해했다. 그리고 부품 하나하나를 세면기로 가져가 닦기 시작했다.(이럴 때는 학교가 그립다. 금속공예실에 가면 알아서 닦아주는 놈이 있는데 ;ㅅ;) 그 김에 샤워도 했다. 아 개운해.

모두 깨끗하게 닦은 뒤, 다시 조립했다. 드라이버가 날카롭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합체했다.

새것처럼 깔끔한 안경의 모습에 만족했다. 안경을 쓰니 세상이 달라보인다!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밀하다! 하지만 몽환적이기도 했다! 왜 이러지?

오전에 약속이 있어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없었다. 난 안경을 놔두고(컴 작업을 할 때만 사용하는 안경이다)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성화형, S가 어제 형 꿈을 꿨대. 글이 안돼서 괴로워하는 꿈이었다는데 괜찮아?"

난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냐! 오늘 새벽부터 이상하게 잘 되더라! 이대로만 나가도 원이 없겠어. 역시 S의 꿈은 반대인 것이야. 음하하하하!"

아. 이놈의 인기는 꿈에서까지 그칠 줄을 몰라. 난 실실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켜고 안경을 교체했다.

음. 역시 세상이 몽환적이다. 난 안경을 벗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본다고 뭘 아나. 혹시나싶어서 안경을 뒤집어 꼈다.

역시나 안경알 좌우가 바뀌었다. -_-

난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어 안경알 교환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드라이버 미끄덩!

손톱 사이에 박혔다! 우어어어어어!!!

제길. S의 예언을 귀담아들을 걸. 키보드 치는데 욱씬거린다. ㅠ_ㅠ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난 M인갑다. 배 아프면 안 아파질 때까지 폭식하고, 감기에 걸리면 냉수마찰하고... 손가락이 쑤시면 안 쑤실 때까지 이글루질하고...(응?)

댓글 7개:

  1. 그래도 상처는 어떻게 좀....소독이라도 하셔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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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손톱 아래 살에 뭉툭한 거만 와닿아도 혼이 정수리를 뚫고 올라갈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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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_-;;; (슬며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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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눈치를 살피며 멀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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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역시 성화야 넌 확실한 M인가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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