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0일 화요일

재미있게 창작을 하는 법 1

나. 재미있는 창작의 과정



ᄀ. 이야기


[창작의 시작은 ‘이야기’입니다.]


이와 다른 사항들도 있습니다만, 저로서는 분명한 ‘축’을 잡고 그에 따른 언급을 하게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창작’에 대하여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라서입니다. 여러 가지 견해를 한꺼번에 설명하여 혼란을 주는 것보다는 어느 하나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차후에 영역을 넓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야하는 이유는, 독자들이 가장 마음을 빼앗기는 부분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여긴다면 그것이 창작물로 선택될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야기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더 재미있을 수 있고,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사항은 간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는 본인 외에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불가능하니까요. 그 후의 수정은 별개의 문제고요. ^^



ᄂ. 캐릭터


이야기를 포장하는 첫 번째 과정입니다.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진행할 존재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캐릭터에는 ‘지문’도 포함됩니다.


‘서기 2002년 서울. 영등포 지하철’


첫 컷에 영등포 지하철 전경을 그려놓고 지문으로 위와 같이 적었을 경우, 그 지문을 언급한 존재 자체가 캐릭터가 되는 것입니다.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캐릭터에 대해 3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격, 성격, 특성입니다.


인격과 성격에 대해 혼동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인격과 성격은 다릅니다.


간단히 예를 들겠습니다.


한 소년이 빨간 신호등을 무시한 채 차도를 건너려고 했습니다. 그것을 본 두 명의 아저씨가 급히 달려가서 소년을 잡았습니다.


아저씨1: (크게 화를 내며) “네가 지금 죽으려고 환장한 거냐! 차들이 저렇게 쌩쌩 돌아다니잖아, 이 자식아!”


아저씨2: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험하잖아. 차들이 저렇게 쌩쌩 돌아다니는데 그러면 안 돼. 이제 조심해라.”


이 두 아저씨의 경우, 인격은 같은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둘 다 소년의 안전을 걱정하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둘의 성격은 상반됩니다.


인격과 성격을 확실히 인지하시고, 그에 따라 캐릭터를 구성하시는 것이 이야기를 꾸미는 첫 단계입니다. 모든 캐릭터들에게 같은 성격과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였다.’


라는 글을 보는 것과 별반 차이 없습니다. 위 문장이 재미있으셨다면 당신은 변태십니다. -_-


1차 정리입니다.


[이야기를 만든 뒤, 제일 먼저 해야될 사항은 이야기 속 캐릭터를 다듬는 것이다.]


[캐릭터의 성격과 인격을 확실하게 구별해라.]


그 다음 과정은 특성입니다.


특성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능력’입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 뭘 할 수 있는가. 뭘 할 수 없는가 등등 캐릭터가 가지고있는 특별한 능력이 바로 특성입니다. 이 또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과정은 위 세 가지를 절대로 잊지 않는 것입니다.


캐릭터의 인격, 성격, 특성이 만들었다면, 그것은 바뀔 수 없습니다. 이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그것은 이야기입니다.


[캐릭터의 인격, 성격, 특성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다.]


편안한 자세로 누운 채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던 김씨는 ‘현재 온화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주변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독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때 김씨는 ‘현재 온화한 성격’에서 “시끄러! 다들 입을 다물고 급히 엎드려서 좌로 세 번 구른다! 실시!”라고 고함치는 ‘군인 성향의 거친 성격’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이야기로 인해 변화하는 성격의 예시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너무도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캐릭터의 인격, 성격, 특성을 바꾸기 위한 이야기는 무게가 같거나 비슷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개연성입니다. 개연성에 대해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을 때, 특별 부록으로 추가 언급을 하겠습니다.(문제는 이 강좌글에서 특별 부록이 진짜 중요한 이야기라는 사실! -_-;;)


캐릭터의 변화와 이야기의 비중이 같아야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 그 전에 먼저 저 얘기가 뭔 소리인지를 적겠습니다.


위의 예시에 언급된 김씨가 저 사건 이후로 다시는 ‘편안한 자세로 누운 채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는 일’이 없었다면, 김씨의 캐릭터성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김씨의 성격이 영원히 바뀌기엔 ‘떠들던 아이들’이라는 이야기의 변화가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시를 들자면


- 평소 말이 없는 강동원씨는 옆집에 새로 이사온 강호동씨에게 ‘조용한 분이시군요.’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강동원씨는 마을 최고의 수다쟁이가 되었다.


-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설인마씨는 지하철 서울역에서 ‘죄를 지으면 지옥갑니다!’라고 외치는 종교인의 말을 듣자마자 회개하여 자수했다.


아예 코믹한 반전을 목적으로 이렇게 진행했다면 모를까, 이야기의 평소 진행을 이렇게 하시면 당신께 남는 독자들은 엽기를 즐기는 분들뿐입니다.


그러니 캐릭터에게 변화를 주는 사건을 만드실 때, 그 사건과 변화가 비슷한 무게를 줘야된다는 것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이 기본에서 서로의 무게를 조율하는 것이 바로 창작에서 반드시 필요한 ‘반전’입니다!


무게를 조율해보겠습니다.


김한동: [남. 45세. 170Cm 85Kg의 다소 뚱뚱한 체격. 중년의 평범한 마스크] (편안한 자세로 누운 채 미소를 머금고 책을 본다)
김연화: [여. 9세. 다소 마른 체격] (웃는 얼굴. 손에 쥔 철국자를 높게 치켜들며 고함) “고릉 도릉 두르릉~ 얼음광선!”
김연화: (국자 쥔 손을 앞으로 힘차게 ‘휙!’ 뻗으며) “받아랏!”
국자: (김연화의 손에서 벗어나 ‘슈욱!’ 날아간다)
김인호: [남. 11세. 다소 마른 체격] (TV앞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던 상황. 국자에 머리를 ‘빡!’ 맞고 머리가 기울어졌다)
김인호: (머리 기울어진 채 침묵) “…….”
국자: (김인호의 손에 ‘텁’ 쥐어진다)
김인호: (힘껏 국자를 던지는 과정. 과격하고 속도감 있게) “투수! 제3구!”
김한동: (미소를 머금고 책을 보는 모습) “…” (‘빠악!’소리가 난다) (김연화의 비명소리 “꺄악!”)
김한동: (여전히 책을 보는 모습. 하지만 미소는 지워졌다) (김연화의 고함소리 “오빠, 뭐야! 난 실수로 놓친 건데!”) (‘퍼칵!’소리와 김인호의 비명소리 “으헉!”)
김한동: (굳은 표정으로 곁눈질한다) “…….” (김인호의 목소리 “밟았… 어? 내 게임기를?”)
김한동: (열받은 듯 울그락불그락) “+” (김인호의 고함소리 “네가 미쳤구나?!”) (‘뻑!’하는 소음과 김연화의 비명소리 “꺄아아악!”)
김한동: (참을 수 없는 듯 눈을 부릅뜬다) “!” (김연화의 고함 “그렇다고 그걸로 때리냐!” 김인호의 비명 “아악! 어딜 물어!”
김한동: (일어선 상태. 군인같은 자세로 고함) “시끄러! 다들 입을 다물고 급히 엎드려서 좌로 세 번 구른다! 실시!”


위 예시에서 마지막 부분을 바꾸겠습니다.


김한동: (참을 수 없는 듯 눈을 부릅뜬다) “!” (김연화의 고함 “그렇다고 그걸로 때리냐!” 김인호의 비명 “아악! 어딜 물어!”
김한동: (일어선 상태. 웃는 얼굴. 커다란 화초-화분-를 든 채) “고릉 도릉 두르릉~ 얼음광선!” (김연화, 김인호: (서로 엉겨붙은 채 김한동을 보며 기겁) “헉!” “아, 아빠! 살려주세요!”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온화한 상태의 아빠가 자식에게 살인가능 무기를 치켜든다는 것은 개연성에 어긋납니다. 하지만 저것을 던질 리 없다는 일반적인 상황을 다음 배경으로 깔아둔 상태이기 때문에 저러한 과장이 반전으로 사용될 수 있는 거죠.(그렇다고 “내가 아무렴 이걸 던지겠냐, 그러니 떠들지 말아라.”라는 다음 컷까지 만들어버리면 만화로서의 재미는 심해 깊숙이 가라앉습니다. -_-)


정리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면 이야기 속 캐릭터를 제일 먼저 정리한다.]

[캐릭터의 정리라는 것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인격, 성격, 특성’을 확실하게 결정짓는 것이다.]

[이야기의 변화에 따른 캐릭터의 변화가 비슷한 무게중심을 가져서 개연성을 잃지 않는다.]

[창작의 재미인 ‘반전’을 위해서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다.]


현재까지 ‘이야기 만들기->캐릭터 정리’까지 적었습니다. 2회에 다음 과정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 특별 부록: 개연성


개연성이라는 것은 창작에 있어서 큰 몫을 담당합니다. 개연성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라는 말을 독자들이 수긍하게 만드는 창작의 성격입니다.


개연성이 필요한 이유를 적겠습니다.


국내 TV드라마의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뭘까요?


불륜입니다. 드라마의 역사가 참 길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륜이라는 소재는 커다란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드라마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주부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부들의 입장에서 가장 자극적인 소재는 가정파괴입니다. 그리고 가정파괴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여기는 요소가 불륜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부들이 불륜을 크게 의식하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 가능한(또는 체감적으로 가까운)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주부들은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창작에 넣어보겠습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 쉽게 몰입하는 방법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체감적 이해입니다. 그것을 너무 벗어나게 되면 몰입도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재미’를 잃습니다.


개연성을 크게 파괴하는 창작물을 예로 들어봤자 결론은 같습니다. 그러한 창작물들의 대부분은 애초에 시작부터 개연성 파괴가 일반적인 세상을 꺼내놓기 때문입니다.(현재 시대의 입장으로 개연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 내 세상에서의 개연성입니다.)


그러니 창작을 하실 때, 그 창작 속 세상에서 개연성을 파괴하여 독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을 피하셔야 합니다. 단, 재미를 위한(같은 말로 반전을 위한) 개연성의 의도적인 파괴는 다릅니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3개:

  1.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였다.’

    <==를 본 순간 뿜었습니다. 저 변태였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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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였다.’

    ......보고 재밌어서 웃었는데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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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변태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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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무한반복) .... 뭔가 재미있다고 생각해버렸는데.... --; 저도 변태였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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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변추.... 저도 변태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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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 난 ....아니란 말이야 !!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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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으음 ... 재미있게 창작을 하는법 2는 언제 나온ㄴ ㅡ 걸 까 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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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4/10 07:07...음...2편 나오는 일이 영원히 없을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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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분명히 이거 잊어먹으셨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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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가 철수였다.’

    -----> 저도 이거 재미있습니다. 난 변태인가........?



    캐릭터와 스토리의 관계..... 명심하겠습니다. 강의 2편은 안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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