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8일 화요일

대중창작계에 대한 긴 이야기.

작정하고 쓰겠다. 할 말이 너무도 많다. 물론 글이 잘 안 써져서 현실도피를 위한 길을 모색하다가 여기에 이르렀다는 사항 따위는 예외로 치자.

일단 다들, 심지어 나까지 주절대는 '장르문학'이라는 말부터 꺼내보자.

이 장르문학이라는 말이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판타지, 무협 작가들이 "우린 순수문학을 쓰시는 고결하신 분들과는 수준이 다른 글을 쓰고 있으니 감히 '문학'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는 것이야."라고 스스로를 자학하기 위해서 만든 단어일까. 그럴 리 없다. 장르문학이라는 말은 소비자들(독자들이 아니라 소비자들이다)에게 팔기 쉽게(상품을 알아보기 쉽게) 구분 지은 출판사의 단어이다. 과자 사탕 라면 껌과 같이 기호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판매자가 구별해놓은 상품목록표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 단어에 작가마저 휘둘려서 스스로를 장르문학가로 평가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작가가 쓰는 것은 창작품이고 글일 뿐, 장르문학도 아니고 순수문학도 아니다. 순수문학은 또 뭐냐? 어디서 그런 말이 나온 거냐. 문학에 혈통 따져서 순수문학을 찾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다 혼혈 종족이고 순수 혈통은 없다.

구분을 짓는 거야 상관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자신을 구분짓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 창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구분한다면 창작의 영역을 좁히는 것 외에 다른 무엇으로 해석해야 할까.


이어지는 내용

댓글 4개:

  1. 후와. 잘 읽었습니다. 학교라 꼼꼼히 못 읽었지만... 뭐라 하시고 싶은지는 대강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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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는것과, 설정놀음 자가당착의

    문제들 내용이 생각하고 있던것과 많이 일치하고 있어서

    기뻤습니다. 역시 좀더 뻔뻔해 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끄러워 빼고 걸려 넘어지는것보다 나아가는쪽에 발전이

    있고 의미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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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때론 진정으로 '이야기' 자체를 가지고 밀어부치는 사람들은 60년 전만 해도 남아있었다던 떠돌이 이야깃꾼들로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야기에 대한 입장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시장과 창작자/독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물론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서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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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별밤// 비관이라기보다 작가와 독자가 시장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대하지 말라는 의미죠. 작품 모독은 둘째 치고 그것은 작가에겐 도박이고 독자에겐 월권이거든요. 작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작품을 쓰다보면 그 중 하나가 대박이 되는 것이고, 독자는 좋은 작품을 찾다보면 어느새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인물 중 한 명이 되는 거라고 봐요. 뭘 먼저 생각하느냐에 대한 문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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