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역사부터...;;
만화 토론방에서 내가 이전에 이곳 이글루에 올렸던 글을 게시했다. 만화계가 왜 이 꼴 났는 지까지만 적고 페이퍼 백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다.(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었으니 적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 분의 반박이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내용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도대체 뭘 하시는 분이길래 얘기의 본질을 한참 벗어나서 말씀하십니까.
그렇게 지엽적인 문제를 갖고 얘기를 호도하지 마세요.
IMF때 만화계의 유례없는 호황기가 있었다니요. 그게 어디서 근거한 얘기입니까.
한국만화의 호황기는 일본만화가 들어오기 전, 돈에 미친 작자들이 해적판으로 일본만화를 찍어내기 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공포의 외일구단이 있었고 둘리가
태어났습니다. 아니 긴 소리 할 것 없이
지금처럼 한국만화가 작살이 나지 않았습니다.
뭘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을 호도하시진 마세요.
어쨌건 만화계 밥을 먹는 분이라면 어느 분야이든 일단 한국만화가 살아야 제작,
출판,유통 어느 분야든 살 길이 생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쿼터제는 바로 한국 만화를 살리자는 소리입니다.
***********************************************************************************************************
그 다음은 나의 반박.
만화하는 사람입니다. -_-;;
대여점이 활성화가 되던 IMF시기에 직접 대여시장에 있었고, 출판사 내의 입지도 갖춰서 시장 돌아가는 진행까지 직접 겪었습니다. 만화계의 유례없는 호황기가 IMF때라고 말한 게 아니라 대여시장의 유례없는 호황기라고 말했을 텐데요. 해적판을 통한 호황기에 대해서도 위에 언급되어 있고요.
공포의 외인구단은 대여시장에서 먼저 나온 작품이고, 한참 뒤에 판매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둘리는 처음부터 판매시장으로 진출한 잡지연재물이고요. ^^
만화계에 있었던 분이시라면, 어시스트 출신의 만화가들이 본인의 이름으로 데뷔한 년도를 알아보세요. 어느 때가 가장 많이 데뷔했는 지 알아보시면 그 때가 IMF 때임을 알게되실 겁니다.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 대여점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호황기였습니다. 그래서 질보다 양을 필요로하는 출판사가 많았죠.(일단 책을 내면 기본 이상은 팔렸으니까요) 그로 인해 수많은 어시스턴트들이 만화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만화가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쿼터제가 한국 만화를 살리게 된다면, 저도 당연히 적극 지지합니다. 만약 그것을 확신하시면 쿼터제가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한국만화를 살리게 되는 지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본만화의 예를 들고 싶군요. '자이언트 로보'라는 녀석이 있죠. 나쁜놈이 어떤 놈이건 상관없이 "힘내라, 자이언트 로보!" "이겨라, 자이언트 로보!"라고 외치기만 하면 지가 알아서 다 해주는 하이카 고객 시스템. -_-;; 쿼터제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고, 단지 그 이름 하나만으로 한국 만화를 살릴 수 있다 확신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
다시 그 분의 반박
쿼터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씀드리지요.
쿼터제 하지 않아서 한국만화가 이렇게
작살이 났으니 쿼터제 하면 한국만화 산다는 겁니다.
더 쉽게 말 할까요.
숫제 일본만화 못 들어오게 하면 한국만화
밖에 안 남습니다.
일본만화 때문에 우리 만화 이렇게 됐으니
일본만화 한번 막아 보자는 거예요.
나는 현재 활동중인 스토리작가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글 길게 쓰기로 하면
누구한테도 안 빠질 자신있어요.
근데 일에 바빠서 이런 논쟁 할 시간은 없네요.
민병두 의원님은 아시다시피 한때 만화계에 계셨고 지금도 만화계 지인들이 많아서
누구 못지 않게 만화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입니다.
만화에 대해 잘 아시니 이런 정책을 구상
하시는 겁니다.
우리 도와 주시려 하는 일이니 우린 그냥
가만 있읍시다.
만화하시는 분이라고만 하셨는데 어느 분야에 계시는지 모르겠군요.
혹 일본만화가 이 나라에서 판을 쳐야 이익을 볼 수 있는 현 만화제도의 기득권쪽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쿼터제 확신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더 보기 좋지 않습니다.
***********************************************************************************************************
이 때 조금 고민했다. 내가 글을 잘못 썼나? 여전히 이분의 쿼터제는 자이언트 로보셨다. 그래도 난 반박했다.
저도 만화 스토리 작가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이름은 실명이니 주변의 친분있는 작가분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
쿼터제가 만들어내는 이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민병두 의원님께서 만화계를 도우려는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도 이곳에 글을 남기는 거죠. 그저 딴지를 걸기 위해 글을 남기기엔 저도 바쁩니다.(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정신없는 와중이라고요. -_-)
제가 하고싶은 말은 만화계를 돕기 위해서 실행한 쿼터제가 오히려 만화계를 죽이는 결과를 만들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말입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 적었습니다. 쿼터제가 가진 기본 방침대로라면 일본만화가 줄어들고 한국만화가 많아진다는 말은 맞죠. 하지만 만화 산업 전체가 흐트러집니다. 차라리 P2P가 없다면 이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라도 하겠습니다만, 일본 잡지에서 어제 연재된 만화가 국내 P2P에 떡하니 번역되어 올라오는 실정입니다. 최근의 저는 소설을 출간중인데, P2P에서 소설책의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해서 올리는 열혈유저도 있습니다. 이런 P2P시스템에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쿼터제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그리고 출판사와 총판이 취할 각종 대책에 대한 방비도 없이 무조건 정책만 취해서 되겠습니까?
덧붙여서 쿼터제의 시행은 일본 만화에게 한류에 대한 직접적 적대감을 심어줄 것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만화가들은 한국의 업체에게서 지원을 받아 진출하는 특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곳의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그쪽 세계의 경쟁자들입니다. 그분들이 입을 지도 모르는 피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뭘 하면 뭐가 된다'라는 단순논리로 결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어떤 집 앞마당에 툭 솟아오른 돌이 그 집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 같아서 몰래 제거했는데, 그것이 그 집 사람들에게 목숨 보다 소중한 돌이었다면 과연 선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대을 도우려면 상대의 입장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하물며 직접 만화계에 계신 분께서 만화계와 관련된 사항을 모른 채 맹목적인 추종만 하신다면 난감한 일이죠.
정말 민병두 의원님을 돕고 싶으시다면 뭔가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할 게 아니라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화계에서 활동했다는 전력은 약간의 도움일 뿐, 전체의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학생회장을 했다는 전력을 가지고 민병두 의원님께 정치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의원님 입장에서 얼마나 가소롭게 보이겠습니까. 그런 전력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낫죠. -_-;;
제 활동의 90%가 비기득권에서의 활동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기득권층에서 활동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만화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분리를 주장하는 것이고요. 한국 만화가의 95% 이상이 비기득권층이라는 것을 모른 채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
이분께서 다시 반박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 할 겁니다.
그런데 독도 안티들이 있습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자들과 논쟁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절대 못 이깁니다.
그런 벽을 느낍니다.
그래서 쿼터제가 야기 할수도 있는 그런
사소한 단점들때문에 쿼터제가 안 된다는 겁니까. 도둑질 막는 법 만들어 놓으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일어 날 수도 있으니 도둑질 처벌법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까.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우리 작가는 몇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 하기 위해서 우리 만화 죽이자는 얘깁니까.
단순논리로 결정 할 부분,맹목적인 추종이라뇨? 정말 너무 함부로 말씀하시는군요.
한번 더 말씀드리지요.
P2P는 쿼터제 안 해도 생기고 있고 쿼터제 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한류에 적대감 안 갖지 않습니다.
도대체 그런 억지를 갖다 붙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군요.
나는 님이 일본만화 해적판출판 업자가 아니신가 했더니 그 점은 다행입니다.
더 이상 꼬리 달지 마시고 더 할 말 있으면 아래에 주소 적으니 전화번호 주세요.
만일 전화번호 주시는 게 마땅치 않으면
주소 주세요. 제가 전화번호 드리지요.
단 그럴 경우 제가 일한는 시간이 있으니
오전8~12시에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
여기서 난 빡이 돌았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우리 작가는 몇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만화 죽이자는 얘깁니까'라는 부분이 거슬렸다. 이분이 (현재는 삭제된 댓글에) 알려준 메일주소로 난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홍성화입니다.
그러고보니 진작에 메일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더 나았을 뻔 했네요. 다른 분들도 볼 수 있는 게시물 내에서 같은 작가끼리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
쿼터제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적겠습니다.
일단 쿼터제가 순기능을 발휘하기에는 현재의 시장이 너무 열악합니다. 쿼터제를 시행하건, 시행하지 않건, 현재의 대여시장은 이미 작가를 죽이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중소규모의 만화 출판시장이 소설계로 뛰어드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제가 언급했던 내용들, 특히 만화시장에 대한 내용들은 조금도 거짓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졌고, 전 그 중심에 서서 여기저기에 사기를 당해가며 계속 버텼습니다. 그리고 소설계 활동까지 하면서 중소출판사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근거 없이 추론만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직접 본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화 쪽이 먼저지만 제가 데뷔한 것은 고2 때 어깨동무 공모전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반짝거리는 데뷔일자보다 실질적으로 뛰어든 1997년이 정식 데뷔년도라고 봐야 옳겠죠. 처음에 통신연재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뒤, 대명종 출판사에서 만화 스토리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스카웃의 개념으로 가게됐지만, 결론은 그곳에서 대여시스템의 만화 스토리작가 활동을 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만화 스토리의 대부분은 대여시스템에서의 작품이었으며,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내용도 아동 만화 학습지였습니다. 적어도 메이저 활동보다는 마이너 활동을 더 많이 했죠.
쿼터제가 야기하는 문제점이 사소하지 않다는 건 그 경험을 통한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사소하지 않습니다. 만화계에 대단히 큰 타격이 온다는 말이 과장된 게 아닙니다. 일순간 숨통을 트이게 할 수는 있겠으나, 결과는 더 끔찍하게 만화가들의 목을 조일 겁니다.
만화계에서 활동하셨다니 성함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저도 어지간한 마당발이라서 스토리 작가분들의 이름 정도는 많이 아는 편이거든요.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봐서는 무협 스토리를 쓰신 듯 한데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만이라도 인지해 주세요.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일본만화 중에 해적판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라이센스 계약이 없는 작품을 찾아서 모든 출판사들이 눈을 번득이는 와중인데 무슨 수로 해적판이 나오겠습니까. 3년 전에 중앙M&B에서 제게 라이센스를 얻을 만한 일본만화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했었는데, 그들이 꺼낸 작품들은 모두 다 동성애(일명 야오이물)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류의 작품들은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캔슬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몇몇의 성인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라이센스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만화가 득세해서 한국만화가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전성시대가 언제였는 지 기억하시나요?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왔을 때가 전성시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국내 만화가 본격적인 밀리언셀러 시대를 열었던 때는 챔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같은 저녁'이나 점프의 '마이러브'가 나올 당시였습니다. 그 직전, 또는 그 시기가 해적판 일본만화들이 범람할 때였습니다. 500원짜리 소책자로 일본만화들이 판을 칠 때, 한국 만화가들은 밀리언셀러 시대를 열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만화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문제입니다.
P2P를 우습게 보지 말아주세요. 이거 엄청나게 무섭습니다. 절대 사소하지 않습니다. P2P에 원고가 올라오기 직전의 판매량과 직후의 판매량이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것도 평작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잘 팔리는 작품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국내 만화가들이 일자리를 잃는 이유는 시장이 좁아지기 때문인데, 그 좁은 시장을 일본만화 대신 한국만화로 채우자는 것이 쿼터제의 근본 취지 아닙니까. 그런데 그 때문에 시장이 더욱 좁아지면 어쩌실 거죠? 출판사가 그래도 만화를 내겠다고 생각하시는 건 몽상입니다. 출판사에게 만화 밖에 없다면 모를까, 현재 운영중인 중소출판사와 메이저 출판사는 NT소설, 인터넷 연애소설, 판타지, 무협소설 시장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망갈 구멍이 있다면 이것은 무기가 됩니다. 이런 구멍들에 대한 아무 방비도 없이 쿼터제를 시행하면, 결국 쿼터제 자체의 의미를 잃게됩니다.
국내 만화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다시 분리해야 합니다.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합시다. 한 시장 내에서 판매시장용 작품과 대여시장용 작품이 함께 있는 것과, 일본만화와 한국만화가 함께 있다는 것이 뭘 의미합니까? 고 퀄리티 만화와 저 퀄리티 만화가 함께 있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뭐가 다릅니까? 일본만화만 아니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장 하나에 판매용과 대여용을 함께 붙이는 순간부터 밥그릇은 이미 빼앗긴 겁니다. 둘을 분리하는 게 우선이지, 현재의 시장을 유지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예전에 만화계가 잘 돌아갔던 것은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의 서로의 영역을 지켜가며 균형있게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여시장은 신인들, 또는 메이저에서 밀려난 기성들의 공간이기도 하며, 메이저로 진출할 발판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90%의 작가들이 대여시장에서 활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들의 공간이 출판사의 농간으로 구정물 천지가 됐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눈 앞만 보고 사니까 그런 꼴이죠. 당장 먹고살게 걱정된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쿼터제는 절대로 밥먹여주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밥그릇을 빼앗을 겁니다.
지금 만화인님과 저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일본만화에 대한 우상화도 아니고, 메이저 만화만을 편드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더 신경쓰는 것은 마이너 시장입니다. 마이너 시장이 없으면 메이저 시장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저는 민병두 의원님께 쿼터제 따위를 실시할 게 아니라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분리해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화인 협회나 여만협에서 쿼터제를 주장하는 것은 정말 답답합니다. 아니, 주장까지는 괜찮습니다. 그에 대한 세부적 대책도 세우지 않고 주장만 펼치면 어쩌자는 겁니까? 만화계 말아먹으려고 작정하셨습니까?
그리고...
일본 진출 작가가 몇이나 된다고라는 말이 나오시나요? 제 정신이십니까, 지금?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만화가가 아닙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는 남이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정신부터 바로 잡으십시오. 바로 된 정책은 단 한사람의 만화가라도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자신의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를 희생시켜요? 만화를 그릴 생각은 않고 수작부리는 데에만 열중하는 만화꾼이 희생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만화에 열정을 다하는 작가들은 단 한 사람도 희생되어선 안됩니다. 또한 만화계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제대로 된 정책이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균형을 깨뜨렸던 과오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 말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쿼터제? 좋습니다. 쿼터제가 한국 만화를 살릴 수 있다면 전 무조건 환영입니다. 그럼 쿼터제가 한국만화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 지 절 설득해주세요. 쿼터제니까 무조건 살린다라는 헛소리는 그만 하시고요. 어떤 주장을 펼치시려면 그에 맞는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만화 스토리 작가시라면 남을 설득하는 것이 뭔지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홍성화 올림
***********************************************************************************************************
내 주장이 열나 강경해졌다. 이후 이분이 답장을 보내주지 않으셨다. 난 내가 너무 득달같이 대들어서 포기했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제 통신 끊기는 기념으로 이런 저런 글을 죽 읽다가 발견한 이 분의 댓글이 있었다.
홍성화씨에게
내가 주소를 가르쳐 주며 전화번호를 주든지 마땅치 않으면 주소를 주면 내가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주지않고 "제정신이냐, 헛소리 그만 해라"식의 메일만 날린 건 비겁하고 치졸한 짓이지요?
00종에서 스토리 활동을 하셨다길래 00종에 전화를 했더니 하필 0사장님이 출타중이라 홍성화씨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못 했군요. 그냥 아가씨로 부터 예전에 홍성화씨란 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나도 0사장님과는 잘 아는 사람입니다. 내일 다시 0사장님께 전화시도 해서 만일 홍성화씨의 연락처를 알게 된다면 꼭 한번 통화 해 보고 싶군요.
***********************************************************************************************************
이런이런. 뒤늦게 발견한 것에 당황하며 급히 게시물을 남겼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댓글을 올리셨군요. 왜 답장이 오지 않나 싶었더만 여기에 댓글을 다셨던 겁니까. 저한테 하고싶은 말이신가요, 아니면 여기서 글을 읽는 분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셨던 건가요. -_-;;
그 비겁하고 치졸한 짓이라는 편지내용은 그대로 이곳 게시판에 공개하셔도 됩니다. 전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낼 때, 제가 실수한 게 있나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 저한테도 보내죠. 그 메일내용은 저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 여기 게시판에서 글을 올릴 때마다 제 메일주소를 등록했습니다. 제가 만화인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의 주소도 제가 사용하는 주소입니다. 일단 만화인님께서 대명종 사장분과 안면이 있으시다니 이름 석자라도 알려주세요. 대명종에서 일하셨다면 저도 분명히 들은 이름일 겁니다. 전 대명종에서 만든 스토리작가 사무실에 있었으니까요. 97년 후반기부터 대명종 건물 1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굳이 대명종 아니더라도 구무협 소설, 대본소용 만화, 대여점용 단행본 작업, 야오이 소설계, 잡지 연재쪽, 신문 연재쪽, 게임쪽 모두 활동하면서 각각의 인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이름 석자만 알려주시면 제가 찾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만화인님의 메일로 제 전화번호를 보내드리죠.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만화인님께서 제게 메일주소를 남겨주신 이유를 게시판이 시끄러워지니까 서로의 메일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만화인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보내드렸던 메일내용 그대로 아예 스캔을 떠서 게시판에 올려드리죠. -_-
***********************************************************************************************************
그리고 그 분 메일주소에 내 연락처를 보내드렸다. 그리고 방금 전에 그분의 전화가 왔다.
만화 스토리작가 협회 회장도 역임했던 분이고 내 입장에서는 대선배격인 분이셨다. 그분은 좋게좋게 얘기하시면서 '그 모든 토론이 부질없다'는 뜻을 비추셨다.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 열심히 딴 얘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의견이 서로 통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분께서 내가 메일로 보낸 내용 중에 '제 정신이냐'라는 부분을 따지시며 그것은 상호 간의 예의가 아님을 정중히 물으셨다. 인정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밑바닥부터 고생하며 바득바득 올라온 작가들을 희생양으로 삼아도 된다는 식의 말씀이 더 예의가 아니죠. 제가 무례한 건 인정하지만 앞으로 같은 일이 있다면 또 그렇게 말할 겁니다. 그리고 제 사과를 받으시려면 앞서 말씀하신 그 부분에 대해서 선배님도 사과하셔야 합니다."
다시 싸웠다. -_-;;
결국 좋지 않은 결말을 내며 전화통화를 마쳤다.
나도 선배님을 존중하고 싶다. 뜻을 기리고 따르고만 싶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내 뜻 굽힐 바에야 그냥 못된 후배 할 테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도대체 뭘 하시는 분이길래 얘기의 본질을 한참 벗어나서 말씀하십니까.
그렇게 지엽적인 문제를 갖고 얘기를 호도하지 마세요.
IMF때 만화계의 유례없는 호황기가 있었다니요. 그게 어디서 근거한 얘기입니까.
한국만화의 호황기는 일본만화가 들어오기 전, 돈에 미친 작자들이 해적판으로 일본만화를 찍어내기 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공포의 외일구단이 있었고 둘리가
태어났습니다. 아니 긴 소리 할 것 없이
지금처럼 한국만화가 작살이 나지 않았습니다.
뭘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을 호도하시진 마세요.
어쨌건 만화계 밥을 먹는 분이라면 어느 분야이든 일단 한국만화가 살아야 제작,
출판,유통 어느 분야든 살 길이 생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쿼터제는 바로 한국 만화를 살리자는 소리입니다.
***********************************************************************************************************
그 다음은 나의 반박.
만화하는 사람입니다. -_-;;
대여점이 활성화가 되던 IMF시기에 직접 대여시장에 있었고, 출판사 내의 입지도 갖춰서 시장 돌아가는 진행까지 직접 겪었습니다. 만화계의 유례없는 호황기가 IMF때라고 말한 게 아니라 대여시장의 유례없는 호황기라고 말했을 텐데요. 해적판을 통한 호황기에 대해서도 위에 언급되어 있고요.
공포의 외인구단은 대여시장에서 먼저 나온 작품이고, 한참 뒤에 판매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둘리는 처음부터 판매시장으로 진출한 잡지연재물이고요. ^^
만화계에 있었던 분이시라면, 어시스트 출신의 만화가들이 본인의 이름으로 데뷔한 년도를 알아보세요. 어느 때가 가장 많이 데뷔했는 지 알아보시면 그 때가 IMF 때임을 알게되실 겁니다.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 대여점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호황기였습니다. 그래서 질보다 양을 필요로하는 출판사가 많았죠.(일단 책을 내면 기본 이상은 팔렸으니까요) 그로 인해 수많은 어시스턴트들이 만화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만화가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쿼터제가 한국 만화를 살리게 된다면, 저도 당연히 적극 지지합니다. 만약 그것을 확신하시면 쿼터제가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한국만화를 살리게 되는 지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본만화의 예를 들고 싶군요. '자이언트 로보'라는 녀석이 있죠. 나쁜놈이 어떤 놈이건 상관없이 "힘내라, 자이언트 로보!" "이겨라, 자이언트 로보!"라고 외치기만 하면 지가 알아서 다 해주는 하이카 고객 시스템. -_-;; 쿼터제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고, 단지 그 이름 하나만으로 한국 만화를 살릴 수 있다 확신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
다시 그 분의 반박
쿼터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씀드리지요.
쿼터제 하지 않아서 한국만화가 이렇게
작살이 났으니 쿼터제 하면 한국만화 산다는 겁니다.
더 쉽게 말 할까요.
숫제 일본만화 못 들어오게 하면 한국만화
밖에 안 남습니다.
일본만화 때문에 우리 만화 이렇게 됐으니
일본만화 한번 막아 보자는 거예요.
나는 현재 활동중인 스토리작가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글 길게 쓰기로 하면
누구한테도 안 빠질 자신있어요.
근데 일에 바빠서 이런 논쟁 할 시간은 없네요.
민병두 의원님은 아시다시피 한때 만화계에 계셨고 지금도 만화계 지인들이 많아서
누구 못지 않게 만화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입니다.
만화에 대해 잘 아시니 이런 정책을 구상
하시는 겁니다.
우리 도와 주시려 하는 일이니 우린 그냥
가만 있읍시다.
만화하시는 분이라고만 하셨는데 어느 분야에 계시는지 모르겠군요.
혹 일본만화가 이 나라에서 판을 쳐야 이익을 볼 수 있는 현 만화제도의 기득권쪽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쿼터제 확신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더 보기 좋지 않습니다.
***********************************************************************************************************
이 때 조금 고민했다. 내가 글을 잘못 썼나? 여전히 이분의 쿼터제는 자이언트 로보셨다. 그래도 난 반박했다.
저도 만화 스토리 작가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이름은 실명이니 주변의 친분있는 작가분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
쿼터제가 만들어내는 이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민병두 의원님께서 만화계를 도우려는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도 이곳에 글을 남기는 거죠. 그저 딴지를 걸기 위해 글을 남기기엔 저도 바쁩니다.(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정신없는 와중이라고요. -_-)
제가 하고싶은 말은 만화계를 돕기 위해서 실행한 쿼터제가 오히려 만화계를 죽이는 결과를 만들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말입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 적었습니다. 쿼터제가 가진 기본 방침대로라면 일본만화가 줄어들고 한국만화가 많아진다는 말은 맞죠. 하지만 만화 산업 전체가 흐트러집니다. 차라리 P2P가 없다면 이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라도 하겠습니다만, 일본 잡지에서 어제 연재된 만화가 국내 P2P에 떡하니 번역되어 올라오는 실정입니다. 최근의 저는 소설을 출간중인데, P2P에서 소설책의 내용을 그대로 타이핑해서 올리는 열혈유저도 있습니다. 이런 P2P시스템에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쿼터제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그리고 출판사와 총판이 취할 각종 대책에 대한 방비도 없이 무조건 정책만 취해서 되겠습니까?
덧붙여서 쿼터제의 시행은 일본 만화에게 한류에 대한 직접적 적대감을 심어줄 것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만화가들은 한국의 업체에게서 지원을 받아 진출하는 특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곳의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그쪽 세계의 경쟁자들입니다. 그분들이 입을 지도 모르는 피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뭘 하면 뭐가 된다'라는 단순논리로 결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어떤 집 앞마당에 툭 솟아오른 돌이 그 집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 같아서 몰래 제거했는데, 그것이 그 집 사람들에게 목숨 보다 소중한 돌이었다면 과연 선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대을 도우려면 상대의 입장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하물며 직접 만화계에 계신 분께서 만화계와 관련된 사항을 모른 채 맹목적인 추종만 하신다면 난감한 일이죠.
정말 민병두 의원님을 돕고 싶으시다면 뭔가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할 게 아니라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화계에서 활동했다는 전력은 약간의 도움일 뿐, 전체의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학생회장을 했다는 전력을 가지고 민병두 의원님께 정치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의원님 입장에서 얼마나 가소롭게 보이겠습니까. 그런 전력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낫죠. -_-;;
제 활동의 90%가 비기득권에서의 활동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기득권층에서 활동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만화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분리를 주장하는 것이고요. 한국 만화가의 95% 이상이 비기득권층이라는 것을 모른 채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
이분께서 다시 반박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 할 겁니다.
그런데 독도 안티들이 있습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자들과 논쟁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절대 못 이깁니다.
그런 벽을 느낍니다.
그래서 쿼터제가 야기 할수도 있는 그런
사소한 단점들때문에 쿼터제가 안 된다는 겁니까. 도둑질 막는 법 만들어 놓으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일어 날 수도 있으니 도둑질 처벌법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까.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우리 작가는 몇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 하기 위해서 우리 만화 죽이자는 얘깁니까.
단순논리로 결정 할 부분,맹목적인 추종이라뇨? 정말 너무 함부로 말씀하시는군요.
한번 더 말씀드리지요.
P2P는 쿼터제 안 해도 생기고 있고 쿼터제 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한류에 적대감 안 갖지 않습니다.
도대체 그런 억지를 갖다 붙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군요.
나는 님이 일본만화 해적판출판 업자가 아니신가 했더니 그 점은 다행입니다.
더 이상 꼬리 달지 마시고 더 할 말 있으면 아래에 주소 적으니 전화번호 주세요.
만일 전화번호 주시는 게 마땅치 않으면
주소 주세요. 제가 전화번호 드리지요.
단 그럴 경우 제가 일한는 시간이 있으니
오전8~12시에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
여기서 난 빡이 돌았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우리 작가는 몇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만화 죽이자는 얘깁니까'라는 부분이 거슬렸다. 이분이 (현재는 삭제된 댓글에) 알려준 메일주소로 난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홍성화입니다.
그러고보니 진작에 메일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더 나았을 뻔 했네요. 다른 분들도 볼 수 있는 게시물 내에서 같은 작가끼리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
쿼터제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적겠습니다.
일단 쿼터제가 순기능을 발휘하기에는 현재의 시장이 너무 열악합니다. 쿼터제를 시행하건, 시행하지 않건, 현재의 대여시장은 이미 작가를 죽이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중소규모의 만화 출판시장이 소설계로 뛰어드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제가 언급했던 내용들, 특히 만화시장에 대한 내용들은 조금도 거짓이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졌고, 전 그 중심에 서서 여기저기에 사기를 당해가며 계속 버텼습니다. 그리고 소설계 활동까지 하면서 중소출판사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근거 없이 추론만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직접 본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화 쪽이 먼저지만 제가 데뷔한 것은 고2 때 어깨동무 공모전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반짝거리는 데뷔일자보다 실질적으로 뛰어든 1997년이 정식 데뷔년도라고 봐야 옳겠죠. 처음에 통신연재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뒤, 대명종 출판사에서 만화 스토리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스카웃의 개념으로 가게됐지만, 결론은 그곳에서 대여시스템의 만화 스토리작가 활동을 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만화 스토리의 대부분은 대여시스템에서의 작품이었으며,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내용도 아동 만화 학습지였습니다. 적어도 메이저 활동보다는 마이너 활동을 더 많이 했죠.
쿼터제가 야기하는 문제점이 사소하지 않다는 건 그 경험을 통한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사소하지 않습니다. 만화계에 대단히 큰 타격이 온다는 말이 과장된 게 아닙니다. 일순간 숨통을 트이게 할 수는 있겠으나, 결과는 더 끔찍하게 만화가들의 목을 조일 겁니다.
만화계에서 활동하셨다니 성함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저도 어지간한 마당발이라서 스토리 작가분들의 이름 정도는 많이 아는 편이거든요.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봐서는 무협 스토리를 쓰신 듯 한데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만이라도 인지해 주세요.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일본만화 중에 해적판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라이센스 계약이 없는 작품을 찾아서 모든 출판사들이 눈을 번득이는 와중인데 무슨 수로 해적판이 나오겠습니까. 3년 전에 중앙M&B에서 제게 라이센스를 얻을 만한 일본만화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했었는데, 그들이 꺼낸 작품들은 모두 다 동성애(일명 야오이물)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류의 작품들은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캔슬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몇몇의 성인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라이센스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만화가 득세해서 한국만화가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전성시대가 언제였는 지 기억하시나요?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왔을 때가 전성시대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국내 만화가 본격적인 밀리언셀러 시대를 열었던 때는 챔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같은 저녁'이나 점프의 '마이러브'가 나올 당시였습니다. 그 직전, 또는 그 시기가 해적판 일본만화들이 범람할 때였습니다. 500원짜리 소책자로 일본만화들이 판을 칠 때, 한국 만화가들은 밀리언셀러 시대를 열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만화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문제입니다.
P2P를 우습게 보지 말아주세요. 이거 엄청나게 무섭습니다. 절대 사소하지 않습니다. P2P에 원고가 올라오기 직전의 판매량과 직후의 판매량이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것도 평작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잘 팔리는 작품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국내 만화가들이 일자리를 잃는 이유는 시장이 좁아지기 때문인데, 그 좁은 시장을 일본만화 대신 한국만화로 채우자는 것이 쿼터제의 근본 취지 아닙니까. 그런데 그 때문에 시장이 더욱 좁아지면 어쩌실 거죠? 출판사가 그래도 만화를 내겠다고 생각하시는 건 몽상입니다. 출판사에게 만화 밖에 없다면 모를까, 현재 운영중인 중소출판사와 메이저 출판사는 NT소설, 인터넷 연애소설, 판타지, 무협소설 시장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망갈 구멍이 있다면 이것은 무기가 됩니다. 이런 구멍들에 대한 아무 방비도 없이 쿼터제를 시행하면, 결국 쿼터제 자체의 의미를 잃게됩니다.
국내 만화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다시 분리해야 합니다.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합시다. 한 시장 내에서 판매시장용 작품과 대여시장용 작품이 함께 있는 것과, 일본만화와 한국만화가 함께 있다는 것이 뭘 의미합니까? 고 퀄리티 만화와 저 퀄리티 만화가 함께 있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뭐가 다릅니까? 일본만화만 아니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장 하나에 판매용과 대여용을 함께 붙이는 순간부터 밥그릇은 이미 빼앗긴 겁니다. 둘을 분리하는 게 우선이지, 현재의 시장을 유지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예전에 만화계가 잘 돌아갔던 것은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의 서로의 영역을 지켜가며 균형있게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여시장은 신인들, 또는 메이저에서 밀려난 기성들의 공간이기도 하며, 메이저로 진출할 발판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90%의 작가들이 대여시장에서 활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들의 공간이 출판사의 농간으로 구정물 천지가 됐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눈 앞만 보고 사니까 그런 꼴이죠. 당장 먹고살게 걱정된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쿼터제는 절대로 밥먹여주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밥그릇을 빼앗을 겁니다.
지금 만화인님과 저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일본만화에 대한 우상화도 아니고, 메이저 만화만을 편드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더 신경쓰는 것은 마이너 시장입니다. 마이너 시장이 없으면 메이저 시장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저는 민병두 의원님께 쿼터제 따위를 실시할 게 아니라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을 분리해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화인 협회나 여만협에서 쿼터제를 주장하는 것은 정말 답답합니다. 아니, 주장까지는 괜찮습니다. 그에 대한 세부적 대책도 세우지 않고 주장만 펼치면 어쩌자는 겁니까? 만화계 말아먹으려고 작정하셨습니까?
그리고...
일본 진출 작가가 몇이나 된다고라는 말이 나오시나요? 제 정신이십니까, 지금?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만화가가 아닙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는 남이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정신부터 바로 잡으십시오. 바로 된 정책은 단 한사람의 만화가라도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자신의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를 희생시켜요? 만화를 그릴 생각은 않고 수작부리는 데에만 열중하는 만화꾼이 희생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만화에 열정을 다하는 작가들은 단 한 사람도 희생되어선 안됩니다. 또한 만화계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제대로 된 정책이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대여시장과 판매시장의 균형을 깨뜨렸던 과오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 말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쿼터제? 좋습니다. 쿼터제가 한국 만화를 살릴 수 있다면 전 무조건 환영입니다. 그럼 쿼터제가 한국만화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 지 절 설득해주세요. 쿼터제니까 무조건 살린다라는 헛소리는 그만 하시고요. 어떤 주장을 펼치시려면 그에 맞는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만화 스토리 작가시라면 남을 설득하는 것이 뭔지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홍성화 올림
***********************************************************************************************************
내 주장이 열나 강경해졌다. 이후 이분이 답장을 보내주지 않으셨다. 난 내가 너무 득달같이 대들어서 포기했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제 통신 끊기는 기념으로 이런 저런 글을 죽 읽다가 발견한 이 분의 댓글이 있었다.
홍성화씨에게
내가 주소를 가르쳐 주며 전화번호를 주든지 마땅치 않으면 주소를 주면 내가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주지않고 "제정신이냐, 헛소리 그만 해라"식의 메일만 날린 건 비겁하고 치졸한 짓이지요?
00종에서 스토리 활동을 하셨다길래 00종에 전화를 했더니 하필 0사장님이 출타중이라 홍성화씨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못 했군요. 그냥 아가씨로 부터 예전에 홍성화씨란 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나도 0사장님과는 잘 아는 사람입니다. 내일 다시 0사장님께 전화시도 해서 만일 홍성화씨의 연락처를 알게 된다면 꼭 한번 통화 해 보고 싶군요.
***********************************************************************************************************
이런이런. 뒤늦게 발견한 것에 당황하며 급히 게시물을 남겼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댓글을 올리셨군요. 왜 답장이 오지 않나 싶었더만 여기에 댓글을 다셨던 겁니까. 저한테 하고싶은 말이신가요, 아니면 여기서 글을 읽는 분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셨던 건가요. -_-;;
그 비겁하고 치졸한 짓이라는 편지내용은 그대로 이곳 게시판에 공개하셔도 됩니다. 전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낼 때, 제가 실수한 게 있나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 저한테도 보내죠. 그 메일내용은 저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 여기 게시판에서 글을 올릴 때마다 제 메일주소를 등록했습니다. 제가 만화인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의 주소도 제가 사용하는 주소입니다. 일단 만화인님께서 대명종 사장분과 안면이 있으시다니 이름 석자라도 알려주세요. 대명종에서 일하셨다면 저도 분명히 들은 이름일 겁니다. 전 대명종에서 만든 스토리작가 사무실에 있었으니까요. 97년 후반기부터 대명종 건물 1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굳이 대명종 아니더라도 구무협 소설, 대본소용 만화, 대여점용 단행본 작업, 야오이 소설계, 잡지 연재쪽, 신문 연재쪽, 게임쪽 모두 활동하면서 각각의 인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이름 석자만 알려주시면 제가 찾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만화인님의 메일로 제 전화번호를 보내드리죠.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만화인님께서 제게 메일주소를 남겨주신 이유를 게시판이 시끄러워지니까 서로의 메일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만화인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보내드렸던 메일내용 그대로 아예 스캔을 떠서 게시판에 올려드리죠. -_-
***********************************************************************************************************
그리고 그 분 메일주소에 내 연락처를 보내드렸다. 그리고 방금 전에 그분의 전화가 왔다.
만화 스토리작가 협회 회장도 역임했던 분이고 내 입장에서는 대선배격인 분이셨다. 그분은 좋게좋게 얘기하시면서 '그 모든 토론이 부질없다'는 뜻을 비추셨다.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 열심히 딴 얘기를 했으니까. 하지만 의견이 서로 통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분께서 내가 메일로 보낸 내용 중에 '제 정신이냐'라는 부분을 따지시며 그것은 상호 간의 예의가 아님을 정중히 물으셨다. 인정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밑바닥부터 고생하며 바득바득 올라온 작가들을 희생양으로 삼아도 된다는 식의 말씀이 더 예의가 아니죠. 제가 무례한 건 인정하지만 앞으로 같은 일이 있다면 또 그렇게 말할 겁니다. 그리고 제 사과를 받으시려면 앞서 말씀하신 그 부분에 대해서 선배님도 사과하셔야 합니다."
다시 싸웠다. -_-;;
결국 좋지 않은 결말을 내며 전화통화를 마쳤다.
나도 선배님을 존중하고 싶다. 뜻을 기리고 따르고만 싶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내 뜻 굽힐 바에야 그냥 못된 후배 할 테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음 .. 대를 위한 소의 희생.. -_-.. 인가요.
답글삭제그것 참-ㅅ-;
답글삭제형 답네요..^^;;
답글삭제......
답글삭제설마...아, 대략 2년 전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네요... 제발 그 사람은 아니기를...
그리고 쿼터제보다 판형 및 시장 분리가 우선일텐데, 쿼터제 논리가 앞서는 건 민족주의적인 감상과 국수주의 시장논리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심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연구가 안 되는 걸까요?
자기잘못을 사과할줄 모르는 사람은 사과받을 권리도 없습니다. 권위든 지위든 재력이든 잔뜩 있어서
답글삭제자기 자신을 떠받들어 준다고 해서 착각하면 곤란하죠. 우선은 잘못 한거니까요.
만화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가지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만화인님께서는 평등하게 못살자 그걸로
자구책을 만들어서 화초처럼 길러보자 라고 말씀하시는듯 해서 씁쓸했습니다.
쿼터제 정말 시행하려는 겁니까-_-;;;(그냥 해본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잘 모르는 저도 어두운 앞날이 대충 짐작되는데요;;
답글삭제-_-;;쿼터제 따위하면 시장 더 열악해 질텐데요... 더불어 불법...증가도 되겠죠 -_-...
답글삭제저기, 전화번호까지 교환하고 현피 안 난 경우는 처음 본 거 같아요. (...)
답글삭제전... 잘 모르는 거라 뭐라고 말하기가 뭐하군요;;; 아하하하;;;
답글삭제아니 쿼터제의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는게..
답글삭제쿼터제를 하지 않아 만화계가 이렇게 작살났으니
쿼터제하면 만화계가 산다..라니;;
뭔소리입니까;;
영화에서 성공했다고 만화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는걸 모르는걸까.
답글삭제글쓰세요 글! 마감은 하신 겁니까아아~~
답글삭제도서쿼터제에 대한 담론 몇 가지 읽었는데, 위에 제가 게시한 답글은 좀 편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야말로 연구가 필요한...-_-;;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