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2일 일요일

규칙에 대해서

통신문화의 커다란 사건이라면 난 첫째로 찬우물과 플라자를 들겠다. 이곳이 글로써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즐기게되는 첫 번째 마당이 되었다고 여겼다.

개척지의 문제점은 서로를 배려하기위한 규칙조차 개척시대라는 것이다. 개척자 모두가 빠르게 발전하기위해서는 공존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한, 서로는 공존에 대해 두려워한다. 때문에 공존은 늦어지고 그만큼 독자적인 경쟁만 앞서게 된다. 그 경쟁은 자신이 앞서나가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를 뒤쳐지게하는 공격적 경쟁이 된다. 어쩔 수 없다. 자가발전의 경쟁보다는 공격적인 경쟁이 좀 더 편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발전이 더뎌진다. 만약 주변에 또 다른 개척지가 있고 그곳이 좀 더 빠르게 규칙을 만들어 공존에 힘썼다면, 공격적 경쟁에 열을 올리던 개척지는 언제고 먹혀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규칙은 쉽게 만들 수 없다. 많은 수의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을 경우는 더더욱 만들기 어렵다. 개척지라는 하나의 공간만을 인식하는 상태에서의 규칙은 빠른 시간 내에 만들 수 있겠지만, 2개의 개척지, 또는 3개 4개의 개척지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다수의 개척지들을 포함한 규칙은 빠르게 만들어지지 못한다. 결국 이것은 '개척지들 사이의 공격적인 경쟁'이라는 필연적 상황을 만들게 된다. 당연히 발전이 더뎠던 개척지들은 먹힌다. 그리고 규칙이 빨리 만들어진 지배개척지의 규칙을 따르게 된다. 자신들의 개척지에 맞는 규칙이 따로 있다해도 저쪽 개척지의 규칙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좀 더 고생한다.(산악지역 개척지에게 먹혀버린 해안가 개척지는 오지게 고생할거다)

찬우물과 플라자가 그렇다. 이 개척지는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주는 몇몇 유저들을 만류하는 규칙이 어설펐다. 그것은 곧 '상대에 대한 안전한 공격'을 보장하는 상황이 되어, '이런 일을 벌여도 된다'는 의식의 시발점이 되었다.

두 번째가 리니지다. 이것은 거의 혁명에 가깝다.

울티마 온라인이나 몇몇의 게임에서 벌이던 노골적인 범죄행위(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메인이벤트로 대중화시킨 게임이 리지니1이다. 당하고싶지 않아서 현질하고, 현질해서 자신을 키운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누군가를 괴롭히면 내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야말로 온라인에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의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이 의식은 오랜시간 지속되며 인터넷 게시판 공간에도 자연스레 침투되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글을 올리면, 그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이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대중화의 계기다.

세 번째가 DC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모토가 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운영자일지 아니면 유저일지 몰라도 DC에서 상대를 조롱하고 비웃는 문화가 아예 기본이 되어버린 것은 또 하나의 통신문화변혁이라 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좋은 글, 좋은 유저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니까. 난 일부의 유저들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지 자체의 규칙부재를 언급하고 있는 거다.

자유? 좋다. 방종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초등학교때 다 배웠으리라 믿겠다. 그 차이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규칙이 왜 필요한 지 아는가? 규칙에 의해 자유가 왜 억압받아야하는 지 아는가.

자신을 위해서다. 내가 아무리 자유를 추구하며 미친듯 발전해봐도 단체의 공유된 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핸드폰을 발명한 사람이 자동차를 탈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차를 만든 사람 때문이다. 핸드폰을 창조하고 자동차를 창조해서 나 혼자 전화걸고 타고다니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 동안 네 주변사람들은 은하철도999를 타고 우주 저 편에 가서 돌고래가 지구의 진짜 지배자라는 사실을 알아내고야 말게 될 거다. 적절한 규칙은 가장 빠르게 나를 발전시키는 도구다. 스트랭쓰만 오지게 올린 전사나 인트만 작정하고 올린 마법사는 모든 몬스터를 완벽하게 공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모든 것엔 적정선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하며, 사회는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적정선을 만들었다. 규칙은 나라는 존재가 죽었다 깨나도 발전할 수 없는 영역을 몇천 배 빠른 시간 내에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도구다.

타인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발전의 일면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 같은데 꿈깨라. 그것이 자유라며 외치고 싶은 사람들도 제법 있을 것 같은데 더 꿈 깨라. 발전은 공격과 방어쪽 성향의 발전만, 걍 간단히 말해서 스트랭쓰와 인트만 뒤지게 올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정작 가고싶은 방향이 있지만, 공격과 방어를 할 수 밖에 없어서 그 방향을 선택하지 못하는 제한적 자유만 얻게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규칙이 제대로 잡혀있는 공간도 절대군주로 인한 맹목적 규칙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곳이 많다는 점이다.

언제고 통신공간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날 날이 오겠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시각. -_-

댓글 6개:

  1. 우선 국회에서 먼저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났으면 합니다.(담배)



    윗물이 흐린데 아랫물이 맑기를 바라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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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돌고래가 지구의 진짜 지배자였군요.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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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돌고래가 아니예요;; 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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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돌고래는 지배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들을 돌봐주는 착한 친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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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연재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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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울티마 온라인에서, 사망한 유저의 이름을 딴 돌고래..사건이 생각나서 검색했다가, 찬우물-이란 이름을 보고 흠찟 놀라고 갑니다. 찬우물의 작은이 였습니다. :)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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