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일 수요일

까대는 글

세상엔 참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작가성향이라는 게 있다.

난 간단하게 성향을 둘로 나눈다. 흡수하는 작가와 반사하는 작가.

이 성향의 한쪽만을 고집하는 작가는 별로 없다. 특히 반사만 하는 작가가 있다는 건 말도 안된다. 흡수하지 않으면 창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참. 내가 언급하는 창작은 늘 그렇듯 대중창작이다.

대중 문화는 뭣도 모르면서 대중창작으로 크게 성공하길 바라는 작가를 보면 겉으로는 웃으며 대할 지 모르겠으나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누군가의 작품을 까대는 게 재밌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내가 묵시강호를 못쓰는 이유중 하나가 이런 게 있다.

최종장의 전장이 되는 화산논쟁편에서는 원고지 400매 가량의 분량 속에 지문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대사와 의성어, 의태어만으로 진행된다. 그것만으로 화산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든 자들과 주변 경관이 독자들의 뇌리에 영상으로 그려져야 한다. 난 아직 감당하기 어렵다.

의성어 의태어 대사만 주구장창 남발한다고해서 그게 잘못된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가 그 장면을 썼을 때, 그것이 최선이라 판단하여 썼을 수도 있다. 또는 머리속에서 빠르게 지나치는 영상대로 글을 쓰다보니 그렇게 나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즐거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졌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자지 마! 지금 자면 죽어!'라는 문장에서 앞 단어 하나만 빼놓고 야설이라 말하는 것 같다. -_-

대중창작에서 책이 잘 팔리는 요소중에 가장 큰게 뭔지 아는가?

독자와의 공유다. 있어보이는 말로 커뮤니케이션이라고도 한다. 어떤 글을 쓰건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것이 가장 대중성있는 글이다. 잘 팔리는 작품의 상당수가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몇몇 비평가들이나 '작가들'은 그걸 비웃는다. 그래놓고 자기가 대중창작가란다. 요소의 발전이 문제지 요소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요소 자체를 비웃으며 자신을 높이려 한다.

그것을 볼 수 없으면 평생 가도 최고의 대중창작가는 될 수 없다. 내가 죽었다깨나도 '흡수할 능력이 못되는' 문화에 대해서만 반사하는 게 옳다. '흡수하기 싫다'고 반사반사 열심히 해대면 남는 거 별로 없다. 늙어서 글 제대로 쓸 수 있나 보자.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1개:

  1. 흡수와 반사.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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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글// 엥? 평소부터 반대의 취지를 갖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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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덧글 좀 올라가라고!! 이글루 너 이러진 않았잖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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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레디옹은 정색하면 굉장히 무서우셔요.





    평소에 귀여운 만큼.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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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색한다쳐도 그닥 화가 나는 건 아녜요, 히히.(하지만 덧글 안 올라갈 땐 화났었심!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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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좋은 말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흡수와 반사, 그리고 독자와의 공유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군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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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예술이 대중과 괴리되고 어쩌고~ 하는 건 전부 사람들이 '뭔가 있어보이고' 싶어서지요.



    ...근데 다 좋은데 '내가 묵시강호를 못 쓰는 이유' 한 문장만 빼놓고 보면 메롱에 대한 변명글로 보이는 게...[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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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릴때 애들이 자주 하던 말이네요. '자X말고 보X'

    어릴땐 왜 그러고 노는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남자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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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가장 간단한 것도 모르면서 '나는 대단하니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긴 하지요.

    그걸 모르는 사람은 많고 '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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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도 다 좋은데 '내가 묵시강호를 못 쓰는 이유' 한 문장만 보면 메롱에 대한 변명글로 보이는 게...[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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