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9일 수요일

인질 협상 종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라고 쓸 필요도 없다. 석연치 않기는 개뿔. 탈레반측이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이 깃털로 달린 날개 많은 천사를 만나지 않고서야 저렇게 풀려날 리가 있나.

내 개인적 의심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협상이 따로 있다. 협상 내용이 탈레반 요구사항과 한국의 입장을 각각 반영하는 적정선에 이르렀으리라 추정된다.

골치아픈 것은 인질 납치 초기부터 국군 철수를 언급하고(애초에 납치가 벌어지건 말건 철수할 예정이긴 했지만, 납치 사건과 아울러 철수를 언급한 건 문제가 된다) 누가 보더라도 뭔가 있을 것 같은 협상체결의 결과다.

어쨌건 한국은 테러집단과 협상을 성립한 것이다. 그 이전에도 한국은 납치범과 협상을 성립한 경력이 있다.

이제 한국인은 테러범들에게 있어서 인질 엔트리넘버 다섯 손가락 순위에 들어가 버렸다. 통행료만 주면 누구든 무사통과 시켜주던 네팔 반군들도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욕심을 부리고 싶어질 테고, 테러범도 아닌 떼강도마저 한국인 여행자를 돈으로 보게 될 지 모른다.

한국인은 여행이 위험해졌다. 자! 여행자들이여 잊지마라.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는 '아노... 쓰미마셍!'이다. 매국노니 나라의 자존심이니를 따질 필요없다. 여행자는 누구 덕분에 큰 위험에 빠진 상태니까.

만약 끝까지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싶다면 희망의 빛이 있기는 하다.

1회용 희망이긴 하지만, 당신이 만약 인질이 된다면 놈들이 내미는 캠코더에 이렇게 외쳐라.

"당신을 믿어요, 전두환씨."

희망의 빛(아아. 위쪽 빛은 너무 강해염)이 정말로 당신을 구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영웅이다. 만약 샘물교회 신자라면 추락한 한국 내 입지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다. 29만원이 대신 잡혀있을 때, 1천만 촛불잔치에 참여하지 않아도 봐주마.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6개:

  1. 그러니까, 이번에 죽은 심성민씨 아버지가 '정부'와 교회상대로 소송을 걸 예정이라는 기사가 떠서 저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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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비// 전 소송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경고지역이건 뭐건, 민간인이 정부가 지정한 합법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간 국가 내에서 납치테러를 당했으니까요. 애초에 정부는 테러 위협관련의 모든 루트를 막아야 했었다고 봐요.(그런 곳에 갈 수 있는 대상으로는 '군인, 정치가'등 위험지역이기에 가는 자뿐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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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지만 그 사람들이 탈레반까지 가게된 루트를 보면 -_-;;



    한국에서 바로 탈레반을 간건 아닐텐데 그게 가능한건가요?



    한국에서 탈레반을 가는걸 금지시켯다고 하여도



    다른 나라에서까지 가는걸 금지시킨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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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엘케인과지크님의 말씀대로 금지시켰다면야 정부의 책임이 없겠지만, 그냥 '거기 위험하다'며 권고만 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납치사건이거든요. 문제는 그 이전부터 여러 번 납치사건이 벌어졌던 지역이었어요. 그냥 권고만 하고 아프간으로의 입국을 막지 않았던 것이죠. 정부에 대한 불만은 그것!(아프간 만큼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위험지역도 권고만 하고 입국하는 것은 허용하는 데가 몇몇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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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에겐 가능과 실행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보여서 그렇습니다. 꽤 오래전에 맥도날드서 커피를 산 다음 자기가 흘려서 화상을 입고 소송을 한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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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실 그렇죠. ^^;; 그 기사를 읽기 전에는 저도 바비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기사를 읽고보니 어느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적어도 남 부럽지 않은 부유층이면서도 사서 고생할 봉사활동을 하는(국가적 개념은 없지만...;;;) 자식이라면, 부모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정도로 사랑스러웠을 것 같아요. 그런 자식이 죽었다면 반쯤 맛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여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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