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1일 토요일

촛불집회를 생각하며 적는 글.

평소 그렇게나 정치에 대하여, 이명박 정권을 향하여 잔소리 잡소리 늘어놓던 내가 별 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바빠서도 아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불만이 없어서도 아니며,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보아서도 아니다. 나의 기준으로 뚜렷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와 관련하여 두 개의 포스팅을 했다. 하나는 촛불집회의 목적을 이용한 과장된 선동을 우려하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는 분신자살을 적대하는 글이었다.

내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다. 촛불집회가 처음 열렸던 날이다. 그 날 이후 지금껏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촛불집회를 직접 겪고 실망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때 이후 지속적 참여를 하고 싶었다. 그것은 내 생활을 일부 포기해야 할 사건이어서 앞으로 참여할 움직임에 대하여 좀 더 알고싶었다. 그래서 양쪽 정보를 모두 찾으려고 노력했다.(내가 있는 사무실은 전적으로 촛불집회 추종팀이어서 이쪽 방면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절로 굴러들어왔다.)

저번 포스팅대로다. 과장된 정보와 선동 정보가 꽤 있었다.(맑시즘 추종자들이야말로 대박이었다. 이 병진들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한 선동이 촛불집회의 근거를 무너뜨릴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이것이 내 결론이다.

한편으로는 과장과 선동이 필요악이더라도 촛불집회에 양념역할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느낀다. 움직임을 꺼리는 사람에게 매스미디어의 절대원칙 '공포'를 제시하여 움직이게끔 하는 것. 거짓말을 잘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진실을 내밀고 작은 거짓으로 진실이 내밀던 방향을 살짝 비트는 거짓말이야말로 제일 뛰어난 거짓말이다. 과장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빨리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고, 선동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많이 거리로 뛰어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촛불집회에 담긴 거짓말을 본 내 견해를 말하자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거짓말에 혹해서가 아니다. 거짓말을 감안하고도 켤 수밖에 없는 촛불이기에 거리로 나선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 마음 한 뜻이 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이명박이 허용 용량치를 웃도는 다양한 사고를 쳤으니 그 중 하나인 광우병 만으로 분노가 결집될리 없다.

촛불집회가 바라보는 진실은 이명박에 대한 분노라고 결정했다. 광우병이니, 대운하니, 그 모두 부수적인 문제다. 대통령인지 반장인지 모를 이기적인 소집단 우선 정책으로 다수에게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장기적인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임기응변에만 급급하는 정치활동은 국민이 촛불 켜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선동과 과장 속에 개인, 또는 소집단의 가치관을 내세우려는 속셈이 들어있을 수 있다. 누군가가 재미로 과장하고 선동했을 수 있다. 또는 민심을 기회 삼아 소외되던 집단의 이익을 챙기려는 악의적 속셈도 있을 수 있다.

나는 과장과 선동 속에 악의보다 설득을 목표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결론지었다.

이명박이 싫다. 정치를 잘못하고 외교를 잘못하며 경제를 죽인다. 이 나라가 불안하다. 이명박과 가장 흡사한 대통령을 찾으라면 난 거리낌없이 이렇게 말하겠다. 그나마 이승만이 가장 흡사하다고. 아랫것들이 알아서 기며 좋은 소리만 소곤거리느라 세상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꼴이 똑같고, 애초에 그 소리만 듣고 싶어서 아랫것들을 그따구로 배치하는 짓거리도 똑같으며, '1억원만 꿔주셈.'이라고 하면 인상 찌푸리다가도 '나랏돈으로 1억원 나 주셈.'이라고 하면 흔쾌히 주면서 '나랏돈을 자기돈'이라고 생각하는 모순 투성이 사고방식도 흡사하고, '나한테 1억원 주면 짱으로 모실게.'라고 하면 인상 우그러뜨리다가, '님 좀 짱인듯, 1억원만 주셈.'이라고 하면 헤벌쭉해서 주는 조삼모사 크리티컬 뇌를 가진 것도 빼 닮았다.

이런 놈이 대통령이다. 촛불 켜지 않고 못 버티겠다.

그러니 물 흐리지 말자. 나 혹시 진짜 맑시즘 애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닐까? 라는 의심을 갖게 하지 말자. 그나마 지금은 정전이라는 뚜렷한 어둠이 드리워졌기에 촛불을 켰던 거지, 그것을 양초 파는 사람이 수익 올리려고 변압기 내려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얄미워서라도 당장 끌 거다. 사실은 정전인데.

기억을 조금만 되짚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싸움을 기억하는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싸움을 기억하는가? 이 싸움의 관건이 뭐였던가?

누가 더 실수를 덜 하는가가 관건이었다. -_-

그러니 허점 보일 생각을 말고 순수하게 밀고 나가자. 과장도 선동도 필요없다. 과장을 하고 싶다면 진실을 진실되게 말하고 '나는 이렇게 과장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해라. 선동을 하고 싶다면 책임지지 않을 누군가의 부상을 두려워하며 우리를 지키는 자로서 선동해라.

이제 이명박은, 이제 조중동은, 이제 한나라당은 '저들'이 되었다. 우리와 저들은 다르다. 저들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고, 우리 또한 저들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야 한다. 어머나 선동발언.

오늘 두 번째로 촛불집회에 나간다. 한 달 전부터 정했던 약속이 있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취소했다.(안주 푸짐한 술자리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고역을 겪을 바에야 뒷자리에 있을 아무나하고 결혼하겠다.) 그 시간에 촛불집회에 갈 생각이다.

과장과 선동의 왈가왈부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무엇이 더 클까 무엇이 더 중요할까 고민할 시간이다.

나는 이명박이 싫어서 촛불집회에 나간다. 원하지 않는 구호를 따라 외치지 않을 것이고, 원하지 않는 걸음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내 손에 쥐어진 초와 그 끝에 타 오르는 불꽃은 우리 뜻과 다르지 않다. 이를 확신하기에 촛불을 들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3개:

  1. '뒷자리에 있을 아무'가 궁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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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같은 경우는 그 거짓과 선동에 거부감이 들어서 말이지요. 거짓이 들어나면 나머지 진실까지 거짓으로 보입니다. 97년에 크게 데기도 햇고, 거짓과 선동으로 반응을 조금 더 끌어낼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입니다.

    제가 나가는 것은 귀막고 안듣는 인간들이 싫어서이지 선동에 혹해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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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대목에서 부디 살아 돌아오시라고 정한수 떠놓고 빌...진 않아도 제몫까지..^^;



    어허라~ 저도 '뒷자리에 있을 아무'에 왠지 후각이 집중...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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