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3일 월요일

약속의 고리

'혼돈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나비효과'로 더 많이 알려진 이론이다.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큰 파급효과를 불러온다는 이론이다.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우선의 조건이 있다. '속박 상태여야 한다'가 그 조건이다.

모든 조건들이 서로 얽혀있을 경우, 미세한 사건 하나가 거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굳이 브라질 나비가 파닥거려서 텍사스 돌풍을 일으키는 판타스틱한 상황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예시가 쇼킹하다고 이걸 판타지라 여기면 곤란하다. 이 효과는 물리적인 이론에만 극한되지 않는다. 정신적 파급효과도 포함하여 물리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론이다.

라고 써놓자마자 후회했다. 이렇게 거창하게 쓰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회의 연결고리다. 이것을 '약속'이라는 단어로 적겠다.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가 만든 약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모두가 약속을 등에 업고 살아간다. 거미줄을 짜듯 헐렁한 기본틀이 점점 세밀하게 짜여지면서 사람들은 약속의 고리에 몸을 붙이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총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쏴죽인 안중근 의사는 왜 '의사'가 되고, 주둔군 철수를 요구하며 김선일씨를 참수한 알 자르카위는 왜 '테러 집단'이 되는 걸까.

그 속에 약속이 있다. 한 국가의 정치를 맡은 자, 일명 '정치가'는 존경받아 마땅한 직책에 있는 자다. 정치가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위치에 있으며, 국가 간 문제가 벌어졌을 때 그 효력이 강해진다.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의 대표가 되어 생사를 책임지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정치가는 '국가간 싸움에 죽고 사는 일을 대신 맡아서 하는 사람'이다. 죽어도 자기가 죽고, 죽여도 자기가 죽이는 자가 정치가다.

애초에 정치가가 되는 순간부터, 나라 일에 목숨을 내맡기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국가간 분쟁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안중근 의사는 국가간 분쟁에 필요한 목숨을 탈취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것이다.

반면 알 자르카위는 민간인을 죽였다.

이 약속의 파괴를 다시 해석한다면 '알 자르카위가 지키고 싶은 생명들을 상대방이 우선적으로 제거해도 된다'라는 의미다. 이는 알 자르카위가 '무언가의 전쟁의 위해 생명을 우선적으로 걸고 대신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중동의 테러 집단 상당수가 이러한 방식으로 싸우고 있으며, 이 속에는 '너희는 그러지 마. 우린 할게.'라는 불안정한 약속을 바탕에 두고 있다. 죽었다 깨나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과거 역사 속 전쟁에 '명분'이 꼬박꼬박 들어간 이유가 이것이다. '대신 싸워주는 존재'가 '대신 싸우는 게 아니지롱'이라는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줄 경우, 내부에서 아작난다. 정치가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을 받쳐주는 기둥이 삐딱해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육영수 여사나 박정희 대통령, 박근혜씨가 어택받은 사건이 엄청난 일이 되는 거다.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총칼을 우선적으로 막아줄 바리어가 어택받았으니 큰일이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이 참 골 때려져서 저 바리어들이 바리어답지 않게 변모했다는 점. -_-

군인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대단히 위험한 나라다. 뭐가 그렇게 위험한지 감을 못잡는 분들도 꽤 있는 듯 하다. 대한민국이 위험한 나라인 이유, 또는 증명은 단 한 가지다.

대부분의 남자는 '의무적'으로 군인이 된다.

군인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대신 걸어주는 직책이다. 어떤 카지노에 '여기 들어오시는 손님은 반드시 13번 테이블에서 카드를 한 장 뽑으셔야 합니다. 스페이드 에이스가 나오시면 당신은 당첨♡. 즉시 참수입니다. ^^'라는 규칙이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면, 그 카지노는 위험한 카지노다. 그게 대한민국이다. 하늘에서 북한 미사일이 꼬박꼬박 쏟아지는 것만 위험한 게 아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약속의 고리를 가진 국가이며, 이 고리는 세계 전역에 얽혀있다.

선교사들이 선교활동을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러한 약속을 먼저 염두에 둬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쟁터에 가서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다.'

이 단순한 논리로 끝을 볼 일은 아니다. 그 속에 숨겨진 약속의 고리는 어쩌란 말인가.

"내가 붙잡히더라도 걍 무시하세요. 죽고 말게요."

라고 말했다쳐도 나라가 그걸 무시할 수 있을까? 국민이 그걸 무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죽는 순간, 정치가와 군인은 지켜줘야 할 목숨을 지키지 못해 불안하고, 국민들은 '바리어가 샌다!'라며 불안에 떨게 되니까. 그렇다고 그 목숨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협상한다면 전세계 테러집단은 '웰컴투코리안민간인'간판을 달 거다.

심하게 말하자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같다. 사람 꼬박꼬박 죽고 있어서 주인공이 모두 뭉치자고 말했는데, '난 무서워서 산책할 테야!'라며 안전구역을 빠져나가는 그 사람!

개인의 행동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꽃이 시드는 걸 안타깝게 여겨, 벽에 걸린 병의 물을 부어줄 때 한 번쯤 고민하자. 아, 이건 환자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닝겔병이구나. 꽃에 부어주면 환자도 죽고 꽃도 즉사다. 자신이 할 일의 뒤편에는 수많은 약속의 고리가 있고, 어떤 길은 왜 다른 사람들이 피하는 지 한 번쯤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 고민 후에 좀 더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다. 무턱대고 선택하는 직선적 길의 뒤편에 얼마나 커다란 텍사스 돌풍이 기다리고 있는 지 생각해보자.

정치가에 대해 참 좋게 표현해줬는데, 이 잡것들은 더 생각이 없다. 바리어가 몸을 돌려서 레이저를 쏴도 유분수지, 비정규직을 그렇게 죽이냐. 대체 경제에 대해 뭔가 알고는 있는 건지 궁금하다. 걔들도 사람인데 알아서 잘 해주겠지, 설마. 라는 건가! '청렴한 정치문화를 위해 우리 이랜드는 정치가가 입을 모든 옷에 도청기를 달겠습니다. 많이 애용해주십시오.'라고 하면 니들 입을 거냐!

레디 오스 성화의 변함 없는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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