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30일 수요일

국민교육헌장 아직도 있으려나.

우리는 민족 증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때다.


이에,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 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새 역사를 창조하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거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때, 국기에 대한 맹세와 함께 외워야 할 필수 항목이었다. 내게 있어서 나머지 공부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했던 원흉이기도 하다.(못 외워서 저녁 늦게까지 남았는데, 나뿐 아니라 반 애 대다수가 함께 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1-2학년일 때 외우도록 했을 거다. 원래 처음이 빡세다. 중학교 때도 아이앰탐 아임어스튜던트 유아제인 유아뤄스트던트투 히이즈 미스터 브라운 히이즈어티쳐 쉬이즈미시즈윌슨 쉬이즈어티쳐 투를 지금껏 외우게 하는 폭력이 있었고, 고교 때도 민호갓업베리얼리디스모닝잇이즈어익사이팅모닝포힘잇이즈어퍼스트데이오브히즈세컨드스쿨이어앳어랏오브뉴씽스아고잉투해픈투힘투데이를 지금껏 좔좔거리게 만든 강력한 폭력이 있었다. 현 청소년이 능동태보다 수동태 문장에 능한 이유는 이러한 영어 선생님의 고군분투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근데 도덕 과목에서 왜 영어과목으로 간 거지? -_-

자. 어디 보자.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단다.

교육헌장이 제일 먼저 주장하는 것은 민족주의 또는 전체주의다. 이루어진 세상을 그대로 짊어져야 할 목적으로 교육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첫 명제이며 주제다.

어릴 때야 멋 모르고 외웠고, 이것이 정답인 줄로 알았지만, 이놈들 참 지랄같은 짓을 했다 싶다.

반공 민주정신이 우리의 길이라느니,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라느니 하는 말을 뻔뻔하게도 초등학생 머리에 주입했던 이 모습은 지금도 다른 면모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국민교육헌장의 내용을 그냥 까놓고 해석하면 이거다.

[어른들이 하는 거 잘 따라 와라.]

부모가 그렇다.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고, 가끔이나마 '어른스러움'에 만족한다. 그러면서 '나는 못 배웠던 게 한이니 너라도.'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거나, '나는 네 나이 때 열심히 공부했으니 너도.' 라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놀랍게도 그 중 상당수가 이명박을 찍었다. 당신의 의지와 믿음을 따르라고 주장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끝까지 손아귀에 잡아두려 한다. 이자벨 아자니같이 불노불사라는 필요충분조건을 성립한 부모라면 그래도 이해는 간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아니잖은가.

또한 평소에 책임 지는 모습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금전적 해결만이 모든 의무인 양 부모로서 할 건 다했다고 판단하는(가끔 어떤 부모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여 자식에게 죄를 졌다는 말도 한다.) 경우도 있는데, 인생이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삶이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자식에게 어떤 시간을 물려줬느냐에 따라 '어떻게 키웠다.' 라는 조건이 성립하는 것이지, 자식에게 돈을 얼마나 물려줬느냐에 따라 '어떻게 키웠다.' 라는 조건이 성립하는 게 아니다.

GOTH를 가비얍게 조져버린 청소년 보호법 따위나 믿으면서 법적으로 이걸 막고 저걸 막으면 청소년이 어른답게 시간을 잘 보낼 거라고 믿는 부모가 많다. 이를 신봉하여 자식이 할 무언가를 꼬박꼬박 막아버리고 정신적으로 감금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도박인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덧붙여 이 나라 부모님 상당수가 '학교는 믿을만 해.' 라는 자기최면을 걸어놓은 상태다. 이 나라 청소년은 무려 평생을 넘는 시간동안, 교육관련 기관에 배신당하며 살았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자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줘라. 내가 가진 중요한 시간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만큼 '고귀한 키움'은 없다. 자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필요한 교육이 무언지 '시간을 들여서' 알아봐라. 다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식과 관련된 문제인데 카더라 통신과 낡아빠진 옛 헛소리만 대충 받아들이고 맹목적이고도 최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지 앞 일 좀 추론해라.

정말로 자식을 위한다면

자기 생각에 허점은 없는지 '자기의 틀에 박힌 아집과 고집을 버리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그리고 교육감 투표하자.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면 이미 당신은 자식에 대한 막장 부모님~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아이 자극적인 글이기도 하여라. 그래서 밸리에 안 올령.
추잡2: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는? 답: 오해

댓글 13개:

  1. 이거 못 외운다고 맞았던 기억이 나네요 (...)

    답글삭제
  2. 과연 현재 우리나라에선 오해만큼 무서운 바다가 없네요.

    답글삭제
  3. 과연 40대!!!! 그걸 아직도 외우다닛... (30대인 꼬야는 맨 앞에 두문장 밖에 기억 안나요)



    지금은 교과서에서 삭제되고 굳이 가르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대가리에 똥들은 듯한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저걸 교육이념으로 삼아야한다고 날뛰는 모양이더군요.

    답글삭제
  4. 우웅 좋은 글입니다...... 근데 이오올리면 안되나요?

    답글삭제
  5. "우리는 어른들의 말에 반항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라고 중학생때 친구들끼리 이렇게 바꿔서 하기도 했었습니다. 다른 버전들도 참 많죠(심지어 야한 버전도...)

    답글삭제
  6. ....30대인 저... 아직 외우고 있습니다만. 요즘 애들은 저거 안 외우는듯? 딸네미가 저거 외운 기억이 없네요. =ㅅ=a

    답글삭제
  7. 전 요즘도 속으로 외워요..ㅠ.ㅠ

    어처구니없게도 군대 뺨치게 군기를 잡는 선임간호사들 뒷전에서 무지하게 욕하고 싶어질 때...;;

    답글삭제
  8. 전 기억에 남는 게 떡볶이 먹다가 걸려서 오지게 맞았던거... ㅠㅠ

    답글삭제
  9. 그 바다에는 mb의 하렘 '이어도'와 mb만의 제국 '율도'가 있다네요. -ㅁ-

    답글삭제
  10. 게겍.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올라갔으면 이오쟁패가 되었을 지도 몰라요. 조금 과격하게 써서... ^^;;

    답글삭제
  11. 여기 저기 다 비슷하군요. 저희도 그랬어요! >ㅁ<

    답글삭제
  12. 저도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는 외우게하는 곳이 없나봐요. 아예 국민교육헌장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꽤 있더라고요. 국기에 대한 맹세도 내용이 바뀌었고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