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3일 일요일

대우월드마크에 대한 불평

관록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사 가던 당일 날.

바로 옆 건물로 이사 하는 것이라서 카트를 빌리고자 했다. 월드마크 측에서 말했다.

"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카트로 옮기실 때 바닥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사 첫 날이라서일까? 기선제압 당했다. -_-;;

자이 측은 떠나는 사람인데도 흔쾌히 "당연하죠. 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편하게 짐을 옮길 수 있었다.

난 흡연자다. 사무실은 금연. 당연히 흡연하려면 15층에서부터 1층까지 내려가서 피워야 한다. 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5층 이상되는 고층에 살고 있는 흡연자는 어떻게 할까?

오피스텔을 금연구역으로 만드는 데 강하게 반발하거나, 아니면 각 층 복도 같은 구역의 구석진 곳에서 몰래 피울 가능성이 높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려고 무려 30층이나 되는 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한다면 이보다 귀찮고 괴로운 일은 없을 거다. 끊으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다.

자이의 경우, 하층과 상층을 오가는 계단구역에 깡통을 하나 놓아둔다. 금연구역이지만, 어쩔 수 없이 피워야 할 상황이면 미관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피우도록 한다. 그리고 14층에 흡연구역인 공원을 하나 설치했다. 3층-5층 마다 한 개씩 놓여진 깡통은 꼬박꼬박 미화원이 오셔서 치운다.

월드마크의 경우, 내가 참다 못해 몇 번 복도에서 깡통을 들고 가서 피웠다. 나보다 앞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꽁초와 재를 버린 상태였다. 일일이 주워서 깡통에 넣었다. 그리고 자이 때처럼 그것을 계단 귀퉁이에 놓아두었다. 아무래도 건물 안에 재와 꽁초를 버리는 건 보기 흉했으니까.

며칠 후(다음 날도 아니고 며칠 후), 누군가 깡통을 치웠다. 그리고 벽보를 붙였다. 여기는 금연건물이며 건물에 사는 사람을 위하여 1층 밖으로 나가서 피우라는 내용이었다.

15층까지는 귀찮아도 그렇게 하겠다고 치자. 30층 위에 있을 흡연자들도 그 말을 따를까? 결국 오피스텔 내에서 피울 거다. 그건 곧 오피스텔 내에서 같이 근무하는 비흡연자에게 연기를 먹여버리겠다는 의미가 된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건물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게 싫은 거겠지. 거주자 핑계 대지 말아라. 게다가 벽보를 붙인 후에도 꽁초와 담뱃재가 있었다. 벽보의 정당성을 과시하려고 일부러 꽁초와 재를 치우지 않는 것이 눈에 보였다. 며칠 후 꽁초만 따로 치우고 재를 한 곳에 모아서 벽보 앞에 놓아두었으니까.

건물 내 계단 쪽에 금연구역을 어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 이 건물 관리는 자이보다 허술하다. 왜냐면 2-3일에 한 번(이번 벽보 붙인 이후로 1주일 넘도록) 바닥에 널브러진 꽁초와 재를 치우니까. 자이는 하루 한 번 반드시 통을 비우고 바닥을 청소한다. 게다가 밤마다 경호담당이 36층 꼭대기부터 1층까지 직접 계단으로 내려오며 순찰한다.

인사문제도 그렇다. 입주자가 뭘 원하는 지 제대로 아는가 싶은 부분이 있다. 출구로 나오면 반드시 만나야 할 경호담당자는 누군가 나올 때마다 벌떡 일어나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한다. 마치 "형님! 어서오십셔! 냅형님! 안녕히 가십셔!"하는 특정계층의 어떤 분들처럼 말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같은 인사를 받게되면 이게 보통 부담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받으면 맞인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마다 맞인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안쓰럽다. 하루에 오갈 사람이 대체 몇 명인데 그 많은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도록 시킨단 말인가. 직원을 어디까지 부려먹는 거냐. 자이의 경우, 눈이 마주치면 간단히 목례하며 미소 짓고, 때로는 친근한 어투로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다. "안녕하십니까!(형님!)"보다 이게 더 사람다운 관계처럼 느껴진다.

내부공간에 대해서도 한 마디.

오피스텔 안에 화장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복도쪽에 입구가 있고, 또 하나는 방 안에 입구가 있다.(평수 넓은 아파트의 그것처럼)

문제는 이 두 개 화장실이 서로 붙어 있다. 더 큰 문제는...

화장실과 화장실 사이에 문이 있다. 한쪽은 문을 잠글 수 없는 무방비 상태다. -_-;;

게다가 방쪽 화장실은 입구가 잠기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덜컥!

"우리 자기 똥 싸?♡"
"아잉♥ 몰라몰라!"

를 위한 화장실이다. 실수다. 우리들은 사랑의 오피스텔에 입주하고 만 것이다. -_-

그리고 마치 목욕탕처럼 배수관을 만들어서(기다란 철제 라인으로 물이 들어가는 구조) 미관상 좋다. 하지만 정작 물이 들어갈 구멍이 미칠 듯 작아서 욕조 없는 샤워실 자체가 욕조로 변신 가능하다. -_-

세면기 아래 쪽 바닥도 경사를 잘못 만들어서 물이 고인다. 세수하려면 양말을 벗거나 굽 높은 슬리퍼를 장착해야 한다. 샤워실은 거울이 없고 수건 걸 곳이 없으며 비누를 둘 곳을 만들지 않았다. 세면실(샤워실과 다른 화장실 쪽에 있다)은 샴푸나 린스를 둘 곳이 없다.

결국 이 화장실의 용도는 간단하다.

일단 세면실에서 비누를 들고 와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중간 문을 통해 세면실로 들어가 면도와 양치질을 하고 세면실에 걸린 수건으로 닦아서 처음 들어왔던 방쪽 입구의 반대쪽인 거실쪽 출구로 나오라는 얘기다. 화장실이 두 개인 척 하지만, 실은 하나다. 그리고 잠글 수 없다. 애정 높은 우리 작가진은 화장실 중간문을 열어놓고 서로 마주 웃으며 용변을 보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도 있겠다.

이거 대체 누가 설계한 거냐. -_-

그리고 붙박이장에 뭔 짓을 했는지 다 끈적거린다. 난 끈적거리는 게 싫어서 과일도 안 먹는 놈이다.

이런 저런 부분에서 사람보다는 건물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게 되어 지금은 불쾌하지만, 이제 갓 생긴 건물이니까 좀 더 두고 볼 생각이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22개:

  1. 읽는 내내 불쾌감이 싸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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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쩐지 오라고 해도 가고 싶지가 않았던 이유가 있었군요. 건물의 설계가 마음에 들지않는다는 걸 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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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슨 자살을 방지하려고 화장실문을 개방한 어느 특정지역 스타일같네요 ㅡㅜ



    아 레디오스님 저 이글루 링크 좀 해도 될련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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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월드마크로 옮겨가셨군여! 임대료 더 비쌀텐데 으핫.

    용산에서 잘나가는 건물들 다 거쳐 가시면 :)



    담번엔 파크타워 오피스텔로 오시려나요.



    입주초기의 아파트+오피스텔 들은 원래 좀 어수선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생기고 어느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파크자이도 첨엔 어수선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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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요새 월드마크 오피에 붙은 프리미엄들을 보니,

    미계약 좔좔 놨을때 왜 한두개 주어두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네여.

    훌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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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화장실 갔다가 양말 젖은게 저 하나만이 아니었군요.



    ..진작 말씀해 주시지;ㅁ; 그 양말로 이튿날까지 버텼단 말예요;ㅁ;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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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흐음.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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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대우 월드마크.....

    일만시키구 근로자들이 돈도 못받구 지은 집이예요한심하죠인건비도 좀 신경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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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계단에서 담배 피울수 없어요. 계단은 소방법 적용 받아서 주상복합 전체가 다 그래요. 깡통을 놓는다는거 말이 안되구요. 정말 입주민들이 원하면... 1년에 몇번씩 오는데..소방서 직원 순찰 돌때마다 계속 돈을 상납하는 수밖에 없어요. ㅜㅜ 깡통 같은거 사진찍어 가면 대책없습니다. 이넘들 한번 돈받아 쳐먹기 시작하면 계속 와요. 저두 골초라 알려드리는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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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옆에 자이는 어떨지 모르는데요 주상복합이 불편한 점이 이래저래 많죠. 엘리베이터 타기 짜증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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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그래도 오고 싶지롱?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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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직 초짜 건물이라서 그럴 거예요. 차차 나아지겠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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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그, 그래서 안 오신 겁니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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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네압! 물론입니다. 전 허락도 없이 흑태자님 링크양을 업어 왔는 걸요! ㅇㅅㅇ!!(뻔뻔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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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사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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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관리비는 뺀 거예요. 그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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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음하하! 아직 개장 단계라서 관계자 외 출입엄금이라는 모토가 달렸습니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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