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8일 월요일

난 후기를 쓰는 것이 어렵다.

기억력이 깡통이어서다. 그래서 딴 소리로 포스팅! -ㅅ-

일단 부분적 기억은 다 나는데 종합적으로 기억집약을 하려면 부분적 기억마저 파토난다. 특별하게 기억나는 점이라면 배신자 오트슨님과 소주 대작하던 것, 판갤어택에 다굴 당한 거, 시드노벨 측 충실한 준비에 감탄한 거, 처음으로 서찬휘님 만난 거, 숙취로 고생한 거 등등을 나열했지만, 적어도 다섯 배 이상 나열할 이벤트들이 있었다. -ㅁ-;;

어차피 따로 만나서 질문하면 되는 문제여서 질문시간에 얌전히 있었지만(다른 분 시간을 뺏을 필요가 없으니...) 여러 모로 물어볼 것들이 많았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술자리에서 물었는데, 놀랍게도 시원한 답이 나왔다.

질문 내용은 저작 소스 공개와 관련한 부분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흔치 않지만, 북미 쪽의 경우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워즈' 등등 저작권 소스를 공개하여 특정 작품을 다른 작가가 창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 속에 여러 가지 첨가될 부분이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이는 팬픽의 확장된 개념이다.

한국 내 신인 작품의 고질병이 하나 있는데, 원소스를 미묘하게 변형하는 잡기적 설정에 매달리는 경우다. 경찰이건 군인이건 고교생이건 어쨌거나 이계로 간다느니, 병약 미소녀이건 전교1등 모범생이건 쌩양아치건 어쨌거나 깽판은 친다느니 마교주이건 정파지존이건 황제이건 어쨌거나 환생은 한다느니 등등을 말한다. 말 그대로 특정 소스의 유행에 "와~"하고 따라가는 것까지는 좋으나, 출간은 하고 싶어서 "요렇게 하면 좀 다르지." 라는 관점으로 변형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지어 작품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이야기'가 뒷전으로 밀려나기까지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 넓은 독자층 확보인데, 한국에서는 참 꿈같은 얘기다. 작가가 먼저냐 독자가 먼저냐 일단 아웅다웅이 먼저구나라는 관점으로 오손도손 싸우는 한국의 창작 시장이라면, 어느 한쪽에게 양보를 권할 수도 없고 권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이것은 누가 강제로 어쩐다해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 소스 공개다.

대여점 시대를 거친 탓에 한국은 저작권에 대단히 민감하다.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감히 언급하기 어려웠고, 대여점 중심의 장편화 시대가 소스 공개에 대한 메리트마저 지워버렸다. 소스고 뭐고, 장편을 통해 할 말 못할 말 다 써버리는데 거기서 뽑아낼 팬픽이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는가.

그나마 운이 닿았는지 서점시장이 열리고, 단편화를 주축으로 하는 라이트 노벨류 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독특한 설정과 연출과 인물이 호응받는 라이트 노벨 계열은 소스 공개용으로 적격이다.

이것이 갖는 이점은 간단하다.

팬픽 출간이 가능하기 때문에, "써봐야 팬픽." 이라며 작가가 가치저하를 내리지 않는다. 이는 저작물의 특성을 뚜렷하게 남기며 '표절시비'에 대한 영역이 넓어진다.(말 그대로 '이계로 갔다' 라는 설정만으로도 표절시비가 올라올 만큼 의미가 확장된다.) 그 이유는 한 작품의 독특한 설정이 다수 팬픽으로 인하여 고정된 설정이 되어서다. 쉽게 말해 원작이 눈에 띄게 된다는 의미이며, 원작에서 언급된 설정을 여타 '유사작품'이 표현하는 경우도 쉽게 눈에 띈다.

'유사작품'을 쓰는 신인작가가 팬픽을 쓰는 신인작가보다 더 높이 평가되는 현재의 관점도 어느 정도 바뀌어야 한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창작에서 가장 큰 몫이 되어야 할 '이야기와 연출 능력'이 출간 목적의 팬픽에서는 더 크게 요구되어서다. 유사작품에서는 '설정의 미묘한 변형'이 주축이 되어서-이를 조장하는 출판사도 있다.- 이야기와 연출보다 더 강조되는 일이 많다. 이는 현재 대여점 출간물의 방향에서 잘 볼 수 있다. 이야기보다 설정변형에 집중하는 작품이 많다. 실제로 잘 팔리는, 즉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은 이야기와 연출능력이 뛰어난 작품이지 설정을 잘 변형한 작품이 아니다. 그러니 이렇게 쓰지 말라고 주장해볼까? 반푼어치 어림. 강제로 뭘 어쩐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입맛을 저쪽으로 당기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루트다.

일단 소스 공개에 대해 정의하겠다.(아직 정의도 안 하고 있었군. -_-)

작가, 출판사 간 협의 하에 저작권이 공개되면, 다른 작가가 같은 인물 같은 설정을 사용하여 쓴 글을 출간할 수 있다.

이러면 저작권 개념이 어지러워지리라 걱정하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그 반대다. 오히려 원작 소스에 대한 가치가 상승한다. 팬픽이 많을수록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때로 원작보다 더 재미있는 팬픽이 나오기도 한다.

시드노벨 측은 일단 소스의 제한적 공개에 대한 답을 줬다. '팬픽 출간은 가능하나 시드 노벨에서만 출간하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미얄이나 언데드맨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그래야 소스 공개의 영향력이 커진다.) 적어도 이러한 부분까지 공개된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그리고 저 내용에 '개인지 출간을 간섭하겠다.' 라는 의미는 없다고 판단한다.(그건 오히려 위축이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신인작가의 관점이 설정적 변형에서 이야기적, 연출적 변형으로 바뀐다. 그와 함께 원소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순수 설정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된다. 신인작가는 마냥 팬픽만 쓰는 것이 아니라, 팬픽에서 비롯되어 자신만의 원소스를 갖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독자도 같은 관점을 갖게되고 뚜렷하게 보이는 원소스 개념과 패러디 오마주에 대한 개념을 잡아챈다. 출판사가 흔히 말하는 '장르'에 대한 영역이 보다 뚜렷해지며 다양해지는데, 이 부분은 작가보다 독자층에서 먼저 형성될 것이다.

대여점 시장은 상당히 쇠락했다. 이를 대체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신인작가의 등용문은 더욱 좁아진다.(이미 출간한 작가들조차 요즘은 출간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부각되는 대체시장은 개인지 시장인데, 초기 자금도 그렇고 이 과정에 겁먹는 분들이 많다. 게다가 얼마전 종이값이 상승한데 이어서 8월에 또 오른다. 올 연말까지 또 오를 가능성도 높다. 명박이 씨밤.

이에 더하여 GOTH 판매금지 처분같은 악재도 10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잃어버린 10년의 마녀사냥을 다시 상대해야 할 상황에서 개인지 시장은 여러 모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실 '대세는 개인지다!' 라는 주장으로 일관하던 나조차 이런 상황을 접하고보니 다른 길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고심한 끝에 생각한 결론이 오픈 소스였다. -_-

단편식 구성으로 된 라이트 노벨인 만큼, 같은 설정 같은 인물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 폭 넓다. 아직은 단편형 이야기보다 연결된 스토리 구성이 지배적이어서 오픈 소스로의 위력은 크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픈 소스로서 큰 몫을 할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출간되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설정오탁후권병수님의 신작을 기대한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34개:

  1. 엉어어엉ㅇ어어어엉 이계고교생 어엉어어ㅓㅓ어어엉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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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ㅇ너라ㅣㄴㄹ어ㅣㅓㅏ앙루다알나ㅣㅓ너이문과ㅇ리ㅏㄹ편입ㄱ러ㅏㅣㄴ악ㅊ드래곤아ㅣㅓㄴ잊ㅈㅅㅈㅅㅈㅅㅈㅅㅓ아ㅣ너;미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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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디님 블로그 댓글란은 항상 뭔가 재밌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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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허뢰일병의 군생활이 시벨에서 나온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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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실 포스팅 제목하고 내용하고 어떤 연관이 있는지 두뇌에 과부하가 걸렸다가 아 결국은 끝도 없이 상승하는 물가에 대한 고찰임을 깨닫고 심히 공감하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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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거 잘만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설정 공개로 단순히 짬뽕 수준의 팬픽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DC나 마블처럼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구축할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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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소스공개의 개념을 생각보다 폭 넓게 잡으셨네요. 조금 의문이 있어서 리플을 달아 봅니다. 우선 동일한 등장인물을 원작의 작가와 다르게 해석할 경우에 대해서인데요.



    같은 세계관에서 다른 등장인물을 쓰고 원작의 인물을 조역으로 간간히 등장시키는 정도에서 그친다면 몰라도, 정의하신 개념에 의하면 "동일한 주인공" 마저도 가능할탠데, 캐릭터 해석에서 여러모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원작자와 그 팬의 불만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요.



    현실적으로도 팬픽과 원작의 인물상은 따로 노는 경향이 크지요.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출판되는 작품이라면 결국 원작자의 감수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합니다. 시드노벨의 시드노벨내 한정 출판 언급도 그를 위한 복선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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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하나 드립니다.



    예전에 즐겁게 봤던 워갓에서..분명 '설정상 전투력' 같은 즐거운 설정 자료가 있었던 것 같은데(하늘길 200...이었던가요.), 이게 제 기억이 이상한 건가요 아님 분명히 존재했던 공식 자료인가요. 워갓은 지금도 종종 꺼내보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꿈에서 본건지 실제로 시리얼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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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뭐 미국의 히어로 코믹스류나(시즌마다 작가가 바뀌죠) 여러 작가들이 쓰고 있는 스타워즈의 오피설 소설들, 넓게 보면 후속작이 나오는데 감독과 각본가가 바뀌는 영화, 일본으로 가서 보면 애니메이션과 연계되는 소설류 등이 이에 해당하겠지요. 규모적인 문제는 있을지언정 인기있는 컨텐츠의 확장은 나쁜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원작자와 출판사 차원에서 질적인 관리가 되어야겠지만) 다만 작가가 작품은 자신의 것이며, 그 세계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하고자 주장한다면 그것은 존중되어야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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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다른 매체의 원작(영화/게임 등등)에서 이것저것 소설로 파생되는 류는 많이 봤지만 소설->소설로 이어지는 오픈소스는 딱히 본 기억이 없네요. 그리고 작가분 입장에서 자기 자식같은 소설의 소스를 흔쾌히 공개해줄 것 같지는 않으니, 출판사도 조금 부담될 것 같습니다. 암튼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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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첫번째줄 거짓말!

    완결을 내야 후기를 쓰지 완결 없이 후기 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기억력때문라는 변명은 단지 비겁한 변명일 뿐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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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아니 그전에 코스모스 스토리를 설정이나마 완결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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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일단 권을 환성해야 후기를 쓸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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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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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요즘 저 광고 진짜 많이 보이네요. 제 블로그에도 저 광고만 벌써 스무번은 넘게 쳐들어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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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여기서 질문 하나...



    마지막으로 쓴 후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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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근데 레디옹. 후기를 쓰려면 완결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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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거 은근 땡기는데요?

    편집하다가 보면 이건 이렇게 쓰면 어떨까란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거든요.ㅎㅎㅎ

    그리고 이대로 완결되어 끝나기에는 아까운 소스들이 넘 많다는...

    피터팬의 경우처럼 재능있는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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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만약 쓰게 된다면 보다 본격적이 될 거예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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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그 부분은 캐릭터 해석과 관련하여 반드시 생길 논란이에요.



    이에 대한 조율은 독자층에서 이루어지겠죠. 팬픽과 원작의 인물상이 따로 놀거나, 원작과 안드로메다로 동떨어진 세계관의 가지치기도 필연적이죠. 이러한 가지치기에 호응하는 독자층도 구분되고요. 불만과 호응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 거예요.



    그게 세계죠. ^^ 원작자의 감수, 한정 출판 언급이 일직선 세계관만을 따지기 위해서라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워요. 원작과 다른 세계관이면서도 호응할 이야기가 구성되었을 때, 거침없이 출간될 수 있는 상황이 대중적인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요.



    원작자는 애초에 이러한 팬픽에 휘둘려서는 안되죠. 원작은 원작이고 가지 치기로 뻗어나가는 세계는 패러렐 월드처럼 또 하나의 차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해요. 독자들은 구미에 맞는 세계(그것이 반드시 원작을 따른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저 원작 쪽에 더 많이 호응할 뿐이죠.)를 찾아가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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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아, 그거... -ㅁ-;;



    삼국지3에 한창 맛들였을 때 작성했던 무력 지력 매력 일람표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지킴이와 CK 등의 일람표까지 작성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저도 그걸 못 찾고 있...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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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대표적 케이스가 스타쉽 트루퍼스가 아닐까 해요. 로버트 하인라인이 1950년대에 출간했던 스타쉽 트루퍼스의 소스를 오픈하면서 수많은 작가들이 스타쉽 트루퍼스를 썼거든요. 이중에 대단히 호평받는 명작도 많이 나왔어요.



    마찬가지 관점으로 아서왕 이야기나 니벨룽겐의 반지(이 소스에 대한 문제로 참 많이 궁금했었죠. -ㅁ-;;) 등도 어떤 의미에서 오픈소스라 할 수 있어요. 하도 대중적이고 범위가 넓어서 오픈소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을 뿐이죠.



    물론 작가분이 동의해야 하는 전제조건 때문에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도 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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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어? 당신 누구죠? 여, 여긴 어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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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oTL



    그러게 말예요...(간신히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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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후기 먼저 쓰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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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초월한 얼굴이 되어 목욕탕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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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아까 삭제했는데 어제도 올라왔더라고요. -0-;; 어제는 사이트 이름도 장난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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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단편원고 제과 후기...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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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후기의 '후'가 전후의 '후'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새드의 '후'예요.(진짜 후섀드... 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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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trackback from: 오픈소스에 의한 창작이라?
    레디옹의 포스팅을 보고 트랙백. 사실은 포스팅을 보면서 내내 도대체 어떤 개념인가 헷갈렸습니다. 처음에는 북미의 만화 시리즈나 혹은 스타워즈 / 일본의 건담 등 애니메이션을 주축으로 한 창작형태 등을 생각했어요. 출판사가 작품의 모든 권리를 갖고 시즌마다 작가를 바꿔가며 수십년 동안 이어가는 유서깊은 히어로 만화들이나, 혹은 스타워즈나 건담처럼 영상물을 뿌리로 하여 저작권자가 공식설정으로 인정하는 작품들이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창작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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