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1일 화요일

무협 소설을 쓸 때 가끔씩 생각하는 것.

무협을 쓰다보면 인물의 강함에 대한 부분이 스토리에 휘말려 예상을 벗어날 때가 자주 있다. 녀석의 파워가 선을 넘어가면 이건 이야기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다. 예전에 멋 모르고 신나게 쓸 때 이런 문제로 인하여 큰 비극이 벌어졌다. 내가 아끼던 김희석 장군이 본의아니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쓰다보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괴물이 된 이 친구는, 흐뭇한 표정으로 100회분이 넘게 남은 스토리를 주시했다. 전투가 힘드십니까? 그럴 땐 1588-3520(창공기적) 김희석을 찾으십시오. 즉시 출동하여 여러 장성들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이꼴 보기 싫은 건 둘째치고 이놈이 주인공도 아닌지라 눈물을 머금고 죽였다.

그 이후의 글에서도 가끔 그런 녀석이 나타난다. 그 때문에 내 수첩에는 이런 글이 하나 적혀있다.

"냉장고를 옮길래, 그 동안 쌓아놓은 먼지를 치울래?"

취향이겠지만, 나는 냉장고를 옮기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한다. 걸레로 일일이 먼지를 찾아내어 닦는 것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든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1인은 다구리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소수가 다수를 감당하는 장면은 내 글에 있어서 최고의 연출이다.

그런데 오늘 한놈이 80명 뽀샀다.

천천히 글을 되짚어 읽었다. 그리고 그 뽀삭사건의 근본이 되는 시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특정한 부분에서 애가 급작스레 강해졌던 것이다.

키를 눌렀다. 270매 날렸다. 우엉.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7개:

  1. 갑자기 코스모스 뭐시기가 생각나는데연 레디오스님하(...);;;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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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캐릭터가 작가 역량을 뛰어넘은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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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 중에서 튀어나와 작가를 살해하는 캐릭터가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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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희석의 죽음에 이런 비리(?)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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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수라냥... 벌레의 도움을 받고 조금만 진정을... ㅎㅅㅎ

    엘크(-_-?)님, 신이 왜 잘난 인간 뽀사는 지 굳건히 깨닫고 있어요. 이런 원리였던 거예요!

    카방글님! 말이 씨가...

    아련아... 아까 다 먹었어. -ㅅ-

    비리인 겁니까, 마스터?(흑흑 파티마로 강등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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