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야, 이번 주 일요일에 할아버지 산소에 갈 생각인데 짐이 너무 무겁다. 엄마와 아빠는 그것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늙었... 아. 방금 허리에 벼락이 쳤다? 아무튼 넌 바빠서 못 가지?"
"벼락이 이미 결정했잖아요."
"아침 일찍가서 일찍 돌아올 생각이야. 하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 날 하루를 다 잡아먹을 것 같아. 괜찮겠니?"
"벼락이 뭐래요?"
"그럼 그렇게 알고 아침에 너네 집으로 갈게."
이어지는 내용
오랜 시간 손보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산소는 이끼가 많이 낀 상태라고 한다. 아빰마는 세 포대의 때를 준비하고 그것을 차 트렁크에 넣어둔 상태였다. 난 산소에 깔아놓는 묘목 성격의 잔디를 '때'라고 부른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사람의 때를 때라고 부르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같은 기분이다. '시달림'같이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사람의 일상에 적용되는 경우가 제법 있으니까. 듬성듬성 솟아난 베지색 잔디무리들이 정말 때처럼 보였다.
산소보다 먼저 찾아간 곳은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맏딸이자,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촌누님이 계신 곳이었다. 성자 누나의 집을 찾아가는 동안, 아빠가 상당히 당황하셨다. 서기 2006년. 아산은 오지게 변해서 옛 기억만으로 집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읽던 책에서 데스필드라도 꺼내주고 싶었지만, 고생을 더 할 것 같은 패스를 지정할 것 같아서 참았다. 어찌되었건 핸드폰은 양측이 모두 살아있어서 감동의 조우를 할 수 있었다.
거기서 내 조카 윤구를 만났다. 10여년 간 만나지 못했던 내 조카를 보았을 때, 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무척 공손하고도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번쩍 안아서 목마를 태워준 기억이 있는 조카인데 그간 기체후 일양만강이 심하셨습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횽아의 삼촌이에염.
누나와 매형, 그리고 엄마빠와 나는 할아버지 산소로 출발했다. 천안의 선산에 도착했을 때 주변이 좀 더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우리 동네에 있던 대학교가 이름을 바꿨다는 점. 그리고 주변에 상당히 많은 쓰레기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품처럼 길을 포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매형과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안타깝게 여기며 혀를 찼다. 물론 매형은 계속 혀를 차셨고, 나는 "아직 난 이럴 때가 아니야!"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때 포대는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약 30킬로미터 정도? 그건 별로 문제가 아니었는데 산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다. 믿기 어려웠지만, 기껏해야 100미터 가량 밖에 되지않는 산을 오르는 게 힘이 들어서 다리가 떨렸다. 2번 왕복 후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을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구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제사와 산소 손질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니 엄마가 삽겹살을 구우셔서 삼겹으로 쌓아놓으신 채 기다리던 중이셨다. 내 식성이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유! 우리 가문의 비전절기인 무량식의 연공을 마치고서 차에 탔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누나 집에 잠시 들러서 4포대의 쌀을 차에 옮겼다. 할인마트보다 싸게 파는 농가의 쌀. 거래는 즉결로 이루어졌고, 트렁크는 그 거대한 쌀포대들을 꼬박꼬박 먹어치웠다. 쌀을 옮긴 뒤 나는 누나집의 겁많은 진돗개와 사냥개, 그리고 4마리의 사슴을 구경한 뒤, 마지막으로 지존급 수탉과 눈싸움을 벌였다. 놈은 정말로 컸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책을 펼쳤다. 날씨는 적당할 정도의 따뜻함. 바람은 적당할 정도의 산들산들. 도로는 적당할 정도의 일직선. 네그리파 백작의 화약이 터졌다.
쾅!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창에 곤두박질쳤고 문틀에 팔꿈치가 미끄러지며 마찰계수의 원리와 원소밀집도의 구도에 따라 살갗이 찢겨나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와중에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재탕 삼탕도 모자라서 몇탕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몰입도를 주다니! 존경합니다, 네크로맨서! 아무튼 교통사고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차는 이리저리 비틀대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나는 손목에 차고 있던 테니스용 아대로 팔꿈치를 가리고 엄마빠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두 분 다 별 탈이 없었다. 다만 차의 타이어 보호대가 박살났고, 타이어 하나는 찢어져 터졌다. 차체는 적당하게 찌그러졌지만, 근본이 찌그러진 컨셉의 차라서 멀쩡해보였다.
그 때부터 아빠의 짜증보가 터지셨다. 열혈 아빠는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불꽃남아의 혼을 간직하시며, 끝끝내 울 동네를 지나치던 차 한마리에게 시비를 거셨다. 그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아들이 최선을 다해 부처님의 모습을 보이며 주변을 진정시키느라 고생했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었다. 먹다 남은 삼겹살이 모두 들어있다. 배가 불렀지만, 또 먹었다. 무량식 수련은 복습을 잊으면 안된다. 오늘 나의 컨셉은 금복주가 아니던가.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오늘 산소에 놓아둔 때들이 깨끗이 씻겨나가... 면 상당히 곤란하다. 부디 잘 퍼져서 고운 잔디묘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그치면 운동해야겠다. 마음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나친 것을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몸은 마음보다 조절이 쉬운 반면, 지나친 것을 되돌리기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고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때가 오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겠지.
즐겁게. 항상 즐겁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산소보다 먼저 찾아간 곳은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맏딸이자,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촌누님이 계신 곳이었다. 성자 누나의 집을 찾아가는 동안, 아빠가 상당히 당황하셨다. 서기 2006년. 아산은 오지게 변해서 옛 기억만으로 집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읽던 책에서 데스필드라도 꺼내주고 싶었지만, 고생을 더 할 것 같은 패스를 지정할 것 같아서 참았다. 어찌되었건 핸드폰은 양측이 모두 살아있어서 감동의 조우를 할 수 있었다.
거기서 내 조카 윤구를 만났다. 10여년 간 만나지 못했던 내 조카를 보았을 때, 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무척 공손하고도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번쩍 안아서 목마를 태워준 기억이 있는 조카인데 그간 기체후 일양만강이 심하셨습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횽아의 삼촌이에염.
누나와 매형, 그리고 엄마빠와 나는 할아버지 산소로 출발했다. 천안의 선산에 도착했을 때 주변이 좀 더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우리 동네에 있던 대학교가 이름을 바꿨다는 점. 그리고 주변에 상당히 많은 쓰레기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품처럼 길을 포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매형과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안타깝게 여기며 혀를 찼다. 물론 매형은 계속 혀를 차셨고, 나는 "아직 난 이럴 때가 아니야!"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때 포대는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약 30킬로미터 정도? 그건 별로 문제가 아니었는데 산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다. 믿기 어려웠지만, 기껏해야 100미터 가량 밖에 되지않는 산을 오르는 게 힘이 들어서 다리가 떨렸다. 2번 왕복 후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을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구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제사와 산소 손질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니 엄마가 삽겹살을 구우셔서 삼겹으로 쌓아놓으신 채 기다리던 중이셨다. 내 식성이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유! 우리 가문의 비전절기인 무량식의 연공을 마치고서 차에 탔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누나 집에 잠시 들러서 4포대의 쌀을 차에 옮겼다. 할인마트보다 싸게 파는 농가의 쌀. 거래는 즉결로 이루어졌고, 트렁크는 그 거대한 쌀포대들을 꼬박꼬박 먹어치웠다. 쌀을 옮긴 뒤 나는 누나집의 겁많은 진돗개와 사냥개, 그리고 4마리의 사슴을 구경한 뒤, 마지막으로 지존급 수탉과 눈싸움을 벌였다. 놈은 정말로 컸고, 목소리도 우렁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책을 펼쳤다. 날씨는 적당할 정도의 따뜻함. 바람은 적당할 정도의 산들산들. 도로는 적당할 정도의 일직선. 네그리파 백작의 화약이 터졌다.
쾅!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창에 곤두박질쳤고 문틀에 팔꿈치가 미끄러지며 마찰계수의 원리와 원소밀집도의 구도에 따라 살갗이 찢겨나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그 와중에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재탕 삼탕도 모자라서 몇탕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몰입도를 주다니! 존경합니다, 네크로맨서! 아무튼 교통사고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차는 이리저리 비틀대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나는 손목에 차고 있던 테니스용 아대로 팔꿈치를 가리고 엄마빠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두 분 다 별 탈이 없었다. 다만 차의 타이어 보호대가 박살났고, 타이어 하나는 찢어져 터졌다. 차체는 적당하게 찌그러졌지만, 근본이 찌그러진 컨셉의 차라서 멀쩡해보였다.
그 때부터 아빠의 짜증보가 터지셨다. 열혈 아빠는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불꽃남아의 혼을 간직하시며, 끝끝내 울 동네를 지나치던 차 한마리에게 시비를 거셨다. 그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아들이 최선을 다해 부처님의 모습을 보이며 주변을 진정시키느라 고생했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었다. 먹다 남은 삼겹살이 모두 들어있다. 배가 불렀지만, 또 먹었다. 무량식 수련은 복습을 잊으면 안된다. 오늘 나의 컨셉은 금복주가 아니던가.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오늘 산소에 놓아둔 때들이 깨끗이 씻겨나가... 면 상당히 곤란하다. 부디 잘 퍼져서 고운 잔디묘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가 그치면 운동해야겠다. 마음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나친 것을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몸은 마음보다 조절이 쉬운 반면, 지나친 것을 되돌리기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고 몸이 마음을 지배하는 때가 오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겠지.
즐겁게. 항상 즐겁게.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병원가세요. (...) 그리고 서르... 이...ㄹ... 이시면 세태를 걱정하실 나이가 되신 거 같아요. (...)
답글삭제때;인가요;;떼;;가 아니라;;암튼 운동은 좋은거예요-ㅇㅅㅇ./ 아린경도 이제 슬슬 운동시킬때가...(쿨럭)
답글삭제교통사고는 당장 괜찮아도 후유증이...안좋다 싶으시면 바로 병원 가시는 걸 권유합니다.
답글삭제무량식 수련은 좋지만 주화입마로 인덕이 늘어나시면[...]
별일 없으시길 빕니다.
답글삭제떼...가 맞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확실히 골병드는 일이지요... 별일 없으시길;
답글삭제그래도 많이 다치신 데가 없으시다니 다행이지만... 병원에는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답글삭제"벼락이 이미 결정했잖아요."
답글삭제"아침 일찍가서 일찍 돌아올 생각이야. 하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 날 하루를 다 잡아먹을 것 같아. 괜찮겠니?"
"벼락이 뭐래요?"
"그럼 그렇게 알고 아침에 너네 집으로 갈게."
이, 이 대화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으음...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 왜 드는지 모르겠어요; 어째선지...;; 몽환적인 문체예요 (....)
여, 여튼 살은 괜찮으십니까;
우아아앙! 천안 아산!!
답글삭제떼였군요! 그럼 떼거지의 떼가... `ㅅ`
답글삭제말이 교통사고였지 대단한 충격은 아니었어요. 물론 지금 전신이 쑤시기는 하지만, 이것은 때 아닌 떼들의 운송을 통한 산행이 야기한 통증유발로 보여지고 있고요. 병원보다는 좀 더 운동해서 알이 배긴 근육들을 정리정돈할 시기라고 보여지네요. 화라리를 타고 드라이버라도 해야겠네요.
역설// 전 판타지 작가입니닷! 엄마와 저의 대화는 당연히 몽환적일 수 밖에 없죠. 실제적인 대화는 "와라." "네." "시간 괜찮겠니?" "네." "아침에 보자." "네."였어요. ^^
hidezero// 전 천안 출신!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