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투물의 말을 믿고 생소한 허공의 널빤지에 몸을 담았을 때부터가 후회되었다. 풀잎 한 조각 찾기도 쉽지 않은 붉은 대지를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피를 담은 바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투물은 오그리마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이끌고 달렸다. 사악한 영혼으로 포세이큰을 위협하는 존재들보다는 순수한 난폭함으로 주변 모든 것을 증오하는 짐승들이 많은 곳이었다.
“조금만 더 달리면 오크 전사들의 전초기지에 도착할 수 있소. 거기서 잠시 쉬었다가 곧장 크로스로드로 가는 거요.”
이어지는 내용
투물은 쉬지 않는 전사였다. 처음 투물을 만났을 때, 나는 그 거대한 덩치에서 비롯된 압도적 위압감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투물은 포세이큰의 사명이 저들 타우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듯 나에 대해 호감을 보였다. 투물은 웃었고 난 두려워 지팡이 끝을 내세웠다. 투박하나 내 머리통의 2배는 됨직한 둔기가 나의 지팡이를 건드리며 인사했다. 난 그것이 친절임을 알았고 곧 안심했다. 하지만 안심하지 않았어야 옳았다. 투물에게 웃음을 던졌을 때부터 내 두 번째 죽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기가 전초기지요.”
“물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목이 마릅니다. 아까 칼바위 언덕을 지나쳤을 때 물을 사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군요.”
“저들에게 물을 얻는 것보다 강물을 마시는 게 더 빠르오. 내가 악어로부터 당신을 지켜주겠소, 힐슨. 저 오크 전사들은 당신을 환영하겠지만, 그것은 요구를 동반할 것이오.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면 우리의 목적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오.”
“저는 아직도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투물의 목적이겠지요.”
“당신에게 해가 될 일은 아니오.”
투물은 투박하나 커다란 다리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나를 강에 인도했다. 붉은 흙이 뒤섞인 강물은 은빛소나무 숲의 반짝이는 물결을 그립게 했다. 이곳은 탁했다. 그리고 너무 밝았다. 햇빛은 고통스럽고, 땅에서부터 솟구치는 열기는 언젠가 닥치게 될 제2의 죽음을 두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뜨거운 땅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기적이고 포악하며 추한 자들의 소굴, 아이언 포지의 용암이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있을까?
“어서 갑시다. 시간이 없소.”
투물이 재촉했다. 오그리마의 정문을 거치고 칼바위 언덕을 지나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자들을 상대하는 전초기지를 지날 때까지 난 오크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한 마디도 건네본 적이 없었다. 투물은 무엇이 급할까. 처음 투물을 만났을 때, 달의 분노 일족과의 싸움을 도와준 것은 고맙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악수의 의미를 언급하며 ‘이제 당신이 손을 내밀 차례요’라고 말한 것이 수상쩍었다. 단 한 번도 숲을 벗어난 적 없었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이 고생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수긍했던 고생이니 불만은 크지 않다-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물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싶었다.
“수많은 형제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소. 당신의 믿음직한 지팡이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오.”
크로스 로드에 도착했을 때, 투물이 꺼낸 말이다. 실제로 많은 오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는 걸까. 난 오크와의 대화를 꺼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눈에 띄는 자가 있었고 그 존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언데드다. 같은 종족이다!
“포세이큰에게 영광을.”
나는 조심스레 그 사내를 향해 다가가 인사했다. 사내도 같은 포세이큰의 일원을 만난 것이 반가운 듯 반쯤 썩은 턱뼈를 흔들며 웃었다. 탁자 위에 여러 개의 약병을 놓아두고 이것저것 매만지던 그 자의 이름은 헬브림이었다. 헬브림은 나의 손을 붙잡고 언더시티의 소식을 물었는데, 그에 대답하기도 전에 투물이 재촉했다.
“자!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오. 쉬었으면 어서 갑시다.”
헬브림은 투물에게 이끌리는 내가 못내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헬브림뿐 아니었다. 주변의 몇몇 이들이 나와 투물에게 뭔가를 원하는 듯 손짓과 눈짓을 했다. 투물은 냉정하게 모두를 지나쳤고, 나는 그 우악스럽고 커다란 손에 이끌려 남쪽을 향해 달려야 했다.
나와 투물이 도착한 곳은 타우라조 야영지였다. 드디어 나는 투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게되었다. 상당히 고까운 눈으로 나와 투물을 훑어보던 자가 끝내 입을 열었다.
“이 친구도 합세한단 말이지?”
“내 힘으로는 부족하오. 그러니 이 친구에게도 기회를 주시오.”
“싫을 리 없지. 일단 급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불쾌해지기 시작하는군. 그런 걸 일일이 보고할 시간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가져오란 말야. 이따위 보고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당신이 이 친구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싶었을 뿐이오.”
“난 인색하지 않아, 이 말만 앞서는 타우렌같으니! 그 덩치 속에 두려움과 간교함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라고는 믿고싶지 않군.”
투물의 커다란 콧구멍이 넓혀지며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콧김이 뿜어져나왔다.
“아직 누구도 당신의 부탁을 들어준 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나와 내 친구가 그것을 이루고 돌아왔을 때에도 당신이 그렇게 어금니를 세울 수 있을지 궁금하오.”
투물은 격한 동작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또 달렸다. 난 결국 참지 못하고 투물에게 불평했다. 반쯤 드러난 종아리뼈를 보여주며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이 뼈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부러질 것이라고 엄살피웠다. 투물은 마침 잘됐다며 크게 웃었다.
“어차피 계속 달릴 수는 없었소. 여기서부터는 조심스레 걸어도 목숨이 왔다갔다할 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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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제가 와우 계정을 끊고 출격할 때나 나올 듯 합니다만, 그럴 경우 다른 글은 먼 산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쓰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결론을 산출하는 팬픽! 그렇다고 옛 기억 되돌려 쓰기엔 뭔가 찜찜해서 진행하기 애매한 놈!
동료들에게 사기도 당하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해산되기 직전의 길드에 들어가는 바람에 결국 본의 아닌 길드장이 되어 외롭게 살던 사제의 이야기... 로 끝나면 허망하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주변 사람들 챙겨주며 세월을 보내는 사제 이야기라죠.
전형적인 성장물 구성. 최선을 다하는 삶이 스스로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느냐를 알려주는 윤리 교과서. -_-;;
물론 후반부에 라그나로스, 네파리안, 쑨 등 거물급들의 제압 때 피투성이로 살아남아 눈물을 흘리는 사제라는 영웅물이 본론이지만...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저기가 전초기지요.”
“물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목이 마릅니다. 아까 칼바위 언덕을 지나쳤을 때 물을 사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군요.”
“저들에게 물을 얻는 것보다 강물을 마시는 게 더 빠르오. 내가 악어로부터 당신을 지켜주겠소, 힐슨. 저 오크 전사들은 당신을 환영하겠지만, 그것은 요구를 동반할 것이오.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면 우리의 목적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오.”
“저는 아직도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투물의 목적이겠지요.”
“당신에게 해가 될 일은 아니오.”
투물은 투박하나 커다란 다리를 앞에 두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나를 강에 인도했다. 붉은 흙이 뒤섞인 강물은 은빛소나무 숲의 반짝이는 물결을 그립게 했다. 이곳은 탁했다. 그리고 너무 밝았다. 햇빛은 고통스럽고, 땅에서부터 솟구치는 열기는 언젠가 닥치게 될 제2의 죽음을 두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뜨거운 땅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기적이고 포악하며 추한 자들의 소굴, 아이언 포지의 용암이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있을까?
“어서 갑시다. 시간이 없소.”
투물이 재촉했다. 오그리마의 정문을 거치고 칼바위 언덕을 지나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자들을 상대하는 전초기지를 지날 때까지 난 오크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한 마디도 건네본 적이 없었다. 투물은 무엇이 급할까. 처음 투물을 만났을 때, 달의 분노 일족과의 싸움을 도와준 것은 고맙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악수의 의미를 언급하며 ‘이제 당신이 손을 내밀 차례요’라고 말한 것이 수상쩍었다. 단 한 번도 숲을 벗어난 적 없었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이 고생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수긍했던 고생이니 불만은 크지 않다-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물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싶었다.
“수많은 형제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소. 당신의 믿음직한 지팡이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오.”
크로스 로드에 도착했을 때, 투물이 꺼낸 말이다. 실제로 많은 오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는 걸까. 난 오크와의 대화를 꺼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눈에 띄는 자가 있었고 그 존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언데드다. 같은 종족이다!
“포세이큰에게 영광을.”
나는 조심스레 그 사내를 향해 다가가 인사했다. 사내도 같은 포세이큰의 일원을 만난 것이 반가운 듯 반쯤 썩은 턱뼈를 흔들며 웃었다. 탁자 위에 여러 개의 약병을 놓아두고 이것저것 매만지던 그 자의 이름은 헬브림이었다. 헬브림은 나의 손을 붙잡고 언더시티의 소식을 물었는데, 그에 대답하기도 전에 투물이 재촉했다.
“자! 우리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오. 쉬었으면 어서 갑시다.”
헬브림은 투물에게 이끌리는 내가 못내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헬브림뿐 아니었다. 주변의 몇몇 이들이 나와 투물에게 뭔가를 원하는 듯 손짓과 눈짓을 했다. 투물은 냉정하게 모두를 지나쳤고, 나는 그 우악스럽고 커다란 손에 이끌려 남쪽을 향해 달려야 했다.
나와 투물이 도착한 곳은 타우라조 야영지였다. 드디어 나는 투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게되었다. 상당히 고까운 눈으로 나와 투물을 훑어보던 자가 끝내 입을 열었다.
“이 친구도 합세한단 말이지?”
“내 힘으로는 부족하오. 그러니 이 친구에게도 기회를 주시오.”
“싫을 리 없지. 일단 급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불쾌해지기 시작하는군. 그런 걸 일일이 보고할 시간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가져오란 말야. 이따위 보고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당신이 이 친구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싶었을 뿐이오.”
“난 인색하지 않아, 이 말만 앞서는 타우렌같으니! 그 덩치 속에 두려움과 간교함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라고는 믿고싶지 않군.”
투물의 커다란 콧구멍이 넓혀지며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콧김이 뿜어져나왔다.
“아직 누구도 당신의 부탁을 들어준 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나와 내 친구가 그것을 이루고 돌아왔을 때에도 당신이 그렇게 어금니를 세울 수 있을지 궁금하오.”
투물은 격한 동작으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또 달렸다. 난 결국 참지 못하고 투물에게 불평했다. 반쯤 드러난 종아리뼈를 보여주며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이 뼈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부러질 것이라고 엄살피웠다. 투물은 마침 잘됐다며 크게 웃었다.
“어차피 계속 달릴 수는 없었소. 여기서부터는 조심스레 걸어도 목숨이 왔다갔다할 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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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제가 와우 계정을 끊고 출격할 때나 나올 듯 합니다만, 그럴 경우 다른 글은 먼 산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쓰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결론을 산출하는 팬픽! 그렇다고 옛 기억 되돌려 쓰기엔 뭔가 찜찜해서 진행하기 애매한 놈!
동료들에게 사기도 당하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해산되기 직전의 길드에 들어가는 바람에 결국 본의 아닌 길드장이 되어 외롭게 살던 사제의 이야기... 로 끝나면 허망하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주변 사람들 챙겨주며 세월을 보내는 사제 이야기라죠.
전형적인 성장물 구성. 최선을 다하는 삶이 스스로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느냐를 알려주는 윤리 교과서. -_-;;
물론 후반부에 라그나로스, 네파리안, 쑨 등 거물급들의 제압 때 피투성이로 살아남아 눈물을 흘리는 사제라는 영웅물이 본론이지만... -_-;;
레디 오스 성화 올림
후후. 솔닥중인 초보 냥꾼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세계로군요 ^^;
답글삭제라지만 마비지존... ㅁㅅ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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