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8일 목요일

걱정되는 부분들.

내일 '한국 대중문학 작가 협회'가 설립된다. 이에 대하여 몇 자 적겠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작년 10월경에 알았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회의적이었으며, 지금이라고해도 그 회의적인 감정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 없는 부분, 이른바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몇몇 사항들이 내 입을 근질거리게 하지만, 아무튼 그 얘기를 듣게된 원인도 날 어른으로 봐줬다는 데 있으니 입 다물겠다. 그저 원론적인 부분들만 꺼내놓겠다.

'한국 대중문학 작가 협회'라는 이름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이것은 곧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대중문학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큰 의미를 가진 단체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연 얼마나되는 대중문학 작가 단체, 또는 작가들과의 논의가 이루어졌는가를 염두에 둬야겠다.

왜 굳이 이름을 가지고 따지느냐에 대한 부분은 간단하다.

위 이름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커다란 이름이다. 그러한 지원은 말 그대로 '한국 대중문학 작가'를 위한 지원이다. 이는 위 단체가 만들어지기 전에 논의되지 않았던-또는 논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다수의' 작가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특정한 작가들에게는 위 단체의 설립 과정이 일방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설립 자체가 일방적인 상황에서 지원을 위한 움직임도 일방적이지 않으리라 볼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위 지원과 관련된 사항은 단체의 설립취지 첫 번째 조항에 그대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과 연계되어 걱정스러운 점이 또 하나 있다.

설립취지 자체는 대단히 좋다. 정론이며 바람직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있기 전에 과정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위 단체의 설립과 관련된 단체, 인물이 웹상에서 특정업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단체 내에서 또 다른 업체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 말은 곧 위 단체가 상업적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내 생각이 맞다면 위 단체의 회장, 또는 주체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나는 '한국 대중문학 작가 협회'가 지닌 이름의 순수성을 위해서라도, 그 단체의 주체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는 '출판관련의 상업적 직책-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 위치-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단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출판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를 이용하여 특정 출판사에 대한 지원이나, 특정 출판사에 대한 억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 대중문학 작가 협회'라는 단체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출판사들의 횡포도 잦아지고 있으며, 시장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세태가 빈번한 이유다. 장기적 판매시장보다는 단기적 대여시장에 중심을 두고, 그 손해에 대한 부분을 작가에게 떠넘기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심지어 출판권 5년을 계약서에 명시하고서 1년도 채 되지 못해서 완판된 책을 더 이상 찍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출판사도 있다. 이러한 꼴을 당하기 싫어서라도 작가 협회는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기왕 존재하려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협회가 설립된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 간의 화합이라기보다 좀 더 커다란 단체로서 작가 간의 구분을 짓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간 사이트의 일부 유저들에게서만 벌어졌던 단체 간의 싸움이, 이제는 본의 아니게 작가들까지 개입되는 형태로 분열되는 것이다.

다른 것 다 제쳐놓고...

내 과거가 그리 길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짧은 과거 속에서도 '후배'라는 존재를 생각할 만한 경험이 있다. 그것은 내가 겪었던 창작계에서의 경험중에 후배들에겐 절대 겪게하고싶지 않았던 경험이다. 나는 만화판에서 지겨울 정도로 고생을 했고, 그 고생이 선배 창작가들의 사업수단과 일부 출판사들의 장삿속에서 비롯되었음을 안다.

뭘 어찌해도 좋지만, 아직 프로입문이라고도 할 수 없는 후배들까지 섞어놓지는 않았으면 한다. 순수성에서 액기스만 뽑아 줘도 시원찮을 그 후배들에게 무슨 경험부터 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순수성? 그래. 순수성. 이건 남한테 묻고 강요하고 변명하여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여기 가서 아웅하고 저기 가서 야옹하는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순수성을 주장해봤자, 어느 작은 단체에서 이쪽 뒷담화, 저쪽 뒷담화로 자기 위치 높이는 소꿉장난일 뿐이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있지 않는가.

그 아는 사람들의 일부도 문제다. 순수성이 결여된 단체에 반발하여 똑같이 순수성 결여의 단체를 만들 건 또 뭐란 말인가. 작가냐 정치가냐?

할 말 다 했으니 이제 입 닥치고 글만 쓰련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이상훈씨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나란 놈은 아무리 존경하고 아무리 친하고 아무리 은혜를 주신다 한들, 내가 보기에 아닌 일 하시면 아니라고 쫑알대는 배은망덕한 놈이다. 대처법은 아닌 일 안 하거나, 아예 날 무시하거나. 아님, 죽이던지. -_-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