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5일 월요일

달걀수송

조금 전 이글루 포스팅을 마친 뒤 엄마가 계신 곳으로 자전거를 몰고 달려갔다. 실용성 중심의 내 성격상, 자전거는 음식점 배달용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자전거로 로맨스를 찍게된다면...

이런 분위기일 것이다. ㄱ-

분식점을 하시는 울 엄마는 내가 찾아오면 꼭 먹을 걸 주신다. 오늘도 예외 없이 김치와 달걀, 쫄면 오이 당근을 주셨다. 난 그것들을 모두 자전거 뒤의 바구니에 넣었는데, 문제는 달걀이었다. 이 4개의 생달걀이 과연 내 자취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난 최대한 조심조심 달렸다. 행여나 요철이 심한 길이 나타나면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갔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일단 달걀은 살려야 했다. 한참을 가다가 혹시나하는 마음에 달걀의 상태를 살폈다.

젠장. 하나가 깨져있었다. 어디서 깨뜨린 거냐. -_-;;

더 신중을 기해서 조심조심 자전거를 몰았다. 이번에는 달리는 때보다 자전거를 끌고 걷는 때가 더 많았다. 그리고 수시로 달걀의 상태를 살폈다.

목표지점까지 약 절반의 거리를 왔을 때... 또 하나의 달걀이 깨졌다. 그다지 크게 흔들린 것도 아니었는데 '툭'소리가 나며 스스로의 운명이 끝났음을 내게 알려줬다.

후. 난 담배를 피웠다. -_-

그렇군. 너희들은 어차피 깨질 운명이었어. 그래. 너희들의 몸뚱이를 긁어담아 프라이로 해먹어주마. 난 이것들을 삶아서 쫄면과 함께 먹으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그리고 깨지건 말건 마구 달렸다. 그동안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말 그대로 질주했다.

집에 돌아와보니 남은 2개의 달걀이 멀쩡하다.

왜 더 화가 나지? ㄱ-;;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9개:

  1. 이것이 바로 머피의 법칙인가요..안타깝네요.-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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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머피 얘기를 하시니 '프록터의 행운'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무척 재밌게 감상한 영화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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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원래 장미줄기를 움켜 잡을때는 조심스럽게 잡는게 아니라 강하게 잡으라잖습니까.

    그런데 저 뒤에 여자 케릭이 울고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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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자캐릭이 아니고 달걀귀신일지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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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 분노가 느껴집니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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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대신 멸치 육수낸 라면 끓여줄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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