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4일 수요일

프로작가가 뭐냐.

'세상이 하도 혼란스럽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의견충돌이 생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은 예전에 벌어진 '장르'라는 말에서 비롯된 혼동과 별 다를 게 없다. 장르를 만든 사람은 작가가 아닌데, 작가가 장르를 쓴다고 착각하거나 진짜로 그 속에 갇혀서 장르를 쓰고 있는 사태를 다시 떠올려 봤다.

프로작가가 뭐냐를 따지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적어보겠다.

작가는 뭐고 출판사는 뭔가.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출판사는 글을 팔아주는 회사다.

그럼 둘 사이에 계약하는 이유가 뭔가.

작가는 계약할 출판사가 자신의 글을 잘 팔아주리라 믿기 때문에 계약한다.

출판사는 계약할 작가의 작품을 잘 팔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계약한다.

엄청 간단하다. 계약서의 내용에서 작가가 자신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적혀있는 지를 알아보거나, 자신이 출판사에게 불합리한 요소를 주장하고 있는 지를 알아보려면 이 부분을 기준으로 삼고 내용을 살펴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의 출판시장(이후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대중창작계를 말하는 거다. 난 대중창작이 아니면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창작계는 알지도 못한다)은 이 기준에서 상당히 벗어난 상태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출판사가 작가의 글을 끝까지 읽지도 않고 계약한다는 점이다. 끝까지 쓰지도 않은 글을 계약하는 이유는 시장 자체가 초반부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가 그동안 보여준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에 대해 출판사들이 발빠르게 나선(이른바 경쟁을 한) 탓도 있다. 완결되지 않은 글을 얼마나 안다고 '잘 팔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주판을 굴리는 것이다. '이 정도 초반부 진행이면 손해는 보지 않겠군.'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근데 안 팔렸다. 출판사가 이에 대해 작가 책임론을 들고나오면 악덕출판사다.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예외라면 나처럼 출판시장이 요구하는 원고 지급의 기한을 절망적으로 넘겨 버리거나, 막말로 개발 새발 대충 써서 초반의 예상을 와그락 뒤엎어 '출판사가 예상했던 시장성을 작가가 노골적으로 망가뜨린 경우'다. 이건 작가에게 책임을 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출판계가 개나 소나 덤벼들게 만들었던 '황금시기'의 등장, 그리고 그로 인한 신생 출판사의 포화 창업이 있다. 그리고 일반 출판계에서 시행됐던 '네임밸류 작가'들에 대한 '무원고 계약 풍습'이 첨가됐다. 제일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만화계의 출판방식이다.(만화계의 출판계약은 '매절' 부분만 빼고, 현재의 출판시장과 똑같다)

자. 이제 프로작가에 대해 적어보자.

프로작가는 뭐냐.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프로작가일까? 그렇다면 당신은 막말로 '개 쓰레기'를 쓰는 사람을 프로작가로 인정하고 있는가?(내 기준에서 개 쓰레기란 표절을 말한다)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 왜 프로작가로 인정하지 않는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퀄리티가 낮다고 여기는 작가도 프로작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프로작가는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평생을'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프로작가가 아니다. 나야 입버릇처럼 '평생 글을 즐기겠다'라고 말하지만, 이건 개소리다. 내 앞 일을 내가 어떻게 알까나.

내가 알고 있는 프로작가는 이런 사람이다.

[내 글을 찾는 사람을 '알고' 창작하는 사람이 프로작가다]

억지로 간단하게 말했으니 정확한 뜻이라고 보긴 어렵다. 풀이해야겠다. 나의 창작에 독자의 입장까지 포함시켜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란 애기다. 그저 나의 창작에만 최선을 다한다면 다른 의미의 프로작가다. 아까 괄호 속에 언급했듯 대중창작계의 프로작가는 절대 아니다.

이것이 프로작가다.

그러니 출판사의 요구, 시장의 요구에 얽매여 글을 쓰는 작가를 프로작가라고 생각하지 말자. '알다'와 '얽매이다'는 천지차이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더라도 양산형을 써야한다고? 어쩔 수 없더라도 이계물, 게임소설류를 써야 한다고? 어찌되었던 지금의 독자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고, 그에 대해 맞춰줄 수 있는 것이 프로작가라고?

누가 그러던가. 이건 진짜 헛소리다. 창작계에 천년이 지나도 변치않을 고유명사적인 진리는 하나다. '재미있는 글을 써야 한다'

출판사가 바라는대로 글을 쓰는 것도 일부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게 진리는 아니다. 출판사는 '잘 팔릴 글이길 원하기 때문'에 요구를 한다. 그것은 작가의 창작에 들어가야 할 일부 의도와 동일하다.(일부라고는 해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수많은 출판사들의 요구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알았던' 것을 요구한다. 글을 '쓴' 사람이 아니라, '쓸' 사람에게 '아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알았던' 것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출판사는 과거의 실적으로 통계를 내어서 요구를 하고 있고,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는 그 글을 읽게 될 것이다. 출판사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 그 작가는 과거로의 회귀를 하기 위해 창작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미래에 내밀어 미래를 기대한 독자의 품에 안겨준다. 이 복잡한 문장을 내 입장에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출판사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글을 쓴 작가는 독자한테 사기친 거다.

최선의 기준은 다 다르다.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의 차이로 인하여 프로작가가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건 어쩔 수 없다) 최선을 다한 창작물의 독자의 입장에서 기준선에 한참 못미친다면 프로작가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창작력을 뛰어넘는 창작을 할 수 있는 작가가 프로작가다. 여기에 덧붙여 자신의 창작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작가가 프로작가다. 여기에 또 덧붙여 독자가 원하는 '재미'를 포함시키려하는 작가가 프로작가다.

프로작가의 의미에 출판사의 어쩌고 저쩌고는 전혀 담겨있지 않다. 아까도 말했지만, 출판사는 글을 팔아주는 회사다. 독자 입장에서 명작을 써서 직접 판매하는 작가는 프로작가가 아닌가? 독자의 입장에서 명작을 쓰긴하는데 집안이 너무 부자라서 책을 팔지않고 공짜로 돌리는 작가는 프로작가가 아닌가?

프로작가의 기준을 수입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수입이 그 기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독자의 반응과 수입이 똑같은 곡선을 그리는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수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자의 수요가 중요한 거다.

프로작가의 정신에 출판사를 대입하며 비참해하지 말자. 내 글을 출판사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그건 출판사가 '알았던' 재미에 미치지 못하면서,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알았던' 재미와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재미'있으면 출판사는 무릎꿇고 매달린다. 팔 자신이 있는 글을 팔고 싶어하는 존재가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나? 프로작가 아니다. 내 나름대로 독자를 알고있고, 내 글에 재미를 부여할 때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시간'이라는 부분에서 독자를 배신 때리는(이른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글을 쓸 자격은 없다.

그래도 출판사까지 대입해가며 프로작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싶다. 먹고 살기 힘든 건 우리 사정이다. 하지만 엉뚱한 의미의 '프로작가'를 내세워서, 아마츄어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6개:

  1. 목적이 어떻든.. 방식이 어떻든 ... 재미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지요.

    너무 어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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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미라고 부를 수 있는건 굉장히많지만 편중된 재미만을 추구하는건

    책이라는 보약이 아니라 마약을 소비하고있다는것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좀더 넓게 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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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음..내 글을 아는 사람들과 나 자신도 재미있게 볼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프로작가 인건가요..(다 읽었음에도 잘 이해 못해서 물어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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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최선을 다 한다는 말에는 '나 자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글을 쓴다'가 제일 중요한 몫을 차지하죠. 그 부분은 프로작가 이전에 대중창작을 하는 '작가'로서의 소양이라고 봐요. 더 큰 의미네요. 거기에 덧붙여 '내 글을 아는 사람들'을 첨가하면 프로작가의 의미가 되겠죠. 거의 제대로 이해하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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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가 '진짜작가'라고 생각하는 정의에 가깝군요 ^^

    되고싶은 이상점이긴 하지만... 도원경은 도원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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