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화요일

Level Up!

오늘도 변함 없이 딴짓조언하려 든다. 뭘 그리 아는 게 많다고 이런 포스팅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쓰고 싶으면 써야지. 참으면 병이 된다. 글도 안되는데

가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때가 있다.

원래 훈수 두는 녀석이 판을 더 잘 본다고 내 문제는 연중 하나에 몰아넣는 주제에 다른 사람에게는 근본적이니 뭐니 하며 커다란 문제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혀를 찬다. 사실 내가 누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만한 입장은 아니지.

그래도 그 입장을 가졌다는 컨셉으로 글을 적겠다.

이쪽 밥을 오래 먹으니 신인부터 기성에 이르기까지 다수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열정을 가진 작가, 누구보다 뛰어난 센스를 가진 작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 쓰는 작가 등 다양한 분들을 자주 뵙는다. 대부분 이글루스 등 웹 사이트에서 글로 만난다.

때로 VT시절부터 만나던 작가들도 있다. 무려 10여 년에 걸쳐 인연을 쌓으면서도 아직껏 같은 목적으로 버텨살아간다는 것이 기껍다. 하지만 몇몇 분들에게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결론부터 적자.

자기 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데, 잘 팔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다른 작품을 분석 비평하지 말아라.

이와 관련한 옛 포스팅을 링크하겠다.

http://ledeeoss.egloos.com/3476251

재밌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최대한 재미있게 감상하는 내 기술에 대해 적은 글이다. 몇몇 지인들에게는 이것이 필요하다. 여타 작품을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작품을 대하는 순간 지식부터 내민다. 나는 이야기 제쳐두고 설정부터 내미는 것과 이것을 동급으로 치부한다.

놀라운 비밀을 알려주겠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에서나 통용되리라 여기는 공상속 논리가 하나 있다.

글은 가슴으로 써라!

이거 진짜다. 독자를 열광시키는 글은 가슴이 앞장선다. 글을 쓰는 작가가 자기 글에 흥분해서 콧바람 퍽퍽 뿜어대는 글이 실제로 있다. 그 모든 글에 독자들이 열광하지는 않지만, 독자에게 가슴이 들떠 흥분시키는 경험을 주는 글은 대부분 저런 글이다. 그리고 그러한 글이 잘 팔린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다.

꼭 대중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생각은 없다고 해도.

적어도 앞으로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다른 방법 없다. 일단 머릿속에 잔뜩 쳐 든 먹물부터 초기화해라. 이것은 비단 소설창작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에게도 통용된다. 본인의 현재 그림이 아무리 예쁘고 멋져도 그것으로 데뷔할 수 없다면 다 때려치고 1년간 마사루를 그려라. 당신의 만화를 업계가 계속 거부한다면 그것에게서 한계를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을 붙들고 있는 것은 온전한 노력이 아니라 집착이라는 그릇 안에서 물장구치는 어설픈 노력이다.

비평과 분석은 당신의 눈을 흐린다. 대가 반열에 오른 작가조차 '저 양반 노망이 들었나?'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사람 망가지게 만드는 놈이 비평과 분석이다. 지식을 믿지 말고 상식을 신봉하지 말며 분석을 멀리하고 규칙을 거부해라.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그것이 인생을 이끄는데 큰 몫이 될 수 있겠으나, 창작가에게는 그릇 밖에 되지 않는다. 타 작품을 보고 열광할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열광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은 사람이 되어라. 포스팅 외에 어디 써먹을 데도 별로 없는 지식을 가지고, 열광할 수 있었던 작품마저 외면하는 사람이 되면 안된다. 꼭 하고 싶으면 일단 입지를 구축한 뒤에 해라. 뭘 써도 출판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서 해도 늦지 않다.

레벨 업을 잘못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얻는 능력포인트와 스킬포인트를 잘못 찍은 거다. 쪼렙부터 완벽을 추구하며 찍었던 그것이 파티 플레이에 전혀 도움되지 않고 오직 솔로잉 플레이에만 도움되는 방법이었다. 더 성장하기 위해 파티에 들어 던전을 가야 하는데, 솔로잉 특기로 레벨 업 포인트를 사용한 당신은 어떠한 파티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쓸쓸하게 솔로잉 플레이만 하고 있지 않는가?

게다가 솔로잉을 잘하면 말도 안 한다. 파티 플레이로 특성을 찍어서 던전 다 쓸어버리며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간 놈이 그제야 솔로잉 특성으로 찍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당신이 1시간 계획을 잡고 잡으려던 몹을 얘가 1초만에 쓸어 먹으니까.

지금부터 자신을 완성하려 들지 말고 기반부터 다지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지금 당신의 작품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없다. 쌓아 둔 지식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오늘이나 내일 교통사고로 당신이 죽을 예정인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조급한가.

그러니 지식이나 분석 따위 지금 당장 팽개치고, 파티에 들어가라. 사람들과 어울려서 당신이 지식보다 먼저 가슴을 내밀어 열광했던 그것이 뭔지 다시 찾아라!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21개:

  1.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얻는 능력포인트와 스킬포인트를 ...



    조언에서조차 와우틱이시군요.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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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레벨업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일단 완결부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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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구구절절 옳은 소리세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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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ㅁ-;;;;

    ....자꾸 던전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방금 게임 끄고 왔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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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앗, 이거 제가 쓰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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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 글의 교훈은 일단 MMO를 때려치라는;;;

    '남의 작품 흠잡지 말고 좋아하는 걸 찾아라'라는 말을 쿠니미츠의정치(와인만화니 학원탐정이니 뭐니 아저씨가 팔아치운 만화책이 대한민국작가들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을지도) 쓴 스토리작가가 하던데 대충 통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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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MORPG를 이런식으로 해석가능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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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레디옹.....KOG 교정 다 넘겼어요?

    open 보고 나니까 "닥치고 다음권!!!!!"이란 말예요. 젠장젠장젠장. close나올 때까지 애 엄마가 후회와 고통과 절규 속에 몸부림치는 꼴을 보고 싶으신 겁니까! 이런 글 쓰실 시간에 얼렁 넘겨주세요오오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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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태그가 예술이네요(...) 다작 다독 다상량에서 다상량이 다비판은 아니였죠.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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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레테라도 먹어야겠군요. (모 게임 스킬포인트 초기화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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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일단 레디님은 꾸준히 완결 한 5편쯤 내면....(......) 믿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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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훔... 멋진 글이세요!

    가슴을 팍~ 치고 지나가는 데요? 정말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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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우와... 역시 그렇군요. 얼마전부터 마음과 머리에 대해 고민을 좀 했는데... 감사히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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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모르겠습니다. 아직 이걸 이해하기는 길이 먼것 같군요. 그저 천천히 써나가다 보면 길이 보이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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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우왕, 이런 글 자주 올려주시네요. 도움이 많이 되요. 원고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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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이글루 링크해갑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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