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6일 토요일

가자! 온라인으로!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내가 제일 정열적으로 버닝한 게임 중 하나다.(스타크와 비중을 논하기 어렵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70렙 캐릭터가 일곱? 또는 여덟 명이 있고, 60렙 이상이 네다섯, 40렙 이상도 대여섯에 20렙 이상은 추정불능이다.(디아블로 때도 이랬지... -_-) 와우는 요즘 캐릭터를 키우는 게 쉬워져서 작정하면 만렙까지 키우는데 1주일 정도 걸린다.

이 게임을 하게된 계기는 마비노기에서 길드장으로 활동하던 딸기모유(KOG에 미르크 마더베리라는 인물로 나온다. -_-)라는 녀석이 거기로 떴다. 뒤이어 마비노기에서 잘 놀던 레디동 대삽도 떴다. 일단 새로운 게임이라서 나도 떴다. 한동안 마비노기와 와우를 번갈아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와우는 오픈베타 시기였다.

처음 선택한 녀석은 헬렌칼리라는 사제였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이 녀석을 삭제하고 마우러스(마비노기에 등장하는 마법사 이름. 그런데 언데드 여캐다. -_-)라는 아이를 다시 키웠다.

레벨업이니 뭐니 관심 없었다. 예전 에버퀘스트를 하듯 그저 떠돌았다. 친구 따라 간 강남은 전쟁서버였다.(내 성향은 일반서버다. 즐기려고 하는 게임인데 유저를 불쾌하게 만드는 전쟁서버가 좋을리 없다.) 지금 생각하면 오싹하지만, 마우러스는 태어난 고향 데스넬에서 언더시티를 지나 은빛소나무숲을 가로질러 힐스브레드 구릉지를 통과한 뒤 아라시 고원을 벅벅 기어서 저습지를 뚫고 모단호수에서 황야의 땅을 통과하여 이글거리는 협곡의 음산한 나락지대를 돌파하고 불타는 평원을 통해 붉은 마루산맥을 지나 그늘숲을 엉엉 울며 뛰다가 가시덤불 골짜기 붉은해적단과 조우하는데 성공했다. 20렙도 안된 주제에.

재미있는 세상이었다. 달숲에서 낚시를 하면 떼돈버는 시기인지라 타우렌 드루이드도 10렙까지 바득바득 올려서 낚시에 열중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도중에 원고 문제로 접었다. 원고에 열중하던 중 당시 애인이 친구집에 놀러가더니 와우에 중독되어 나타났다. 역시 전쟁서버였지만(대체 왜... -_-) 이번에는 애인 따라 강남가서 얼라이언스로 캐릭을 새로 키웠다.

이 때 내 성향에 맞는 직업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만난 친구들은 도적, 전사, 법사, 성기사였다. 난 선택의 여지도 없이 사제를 하게 되었는데, 힐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줄을 놓칠 정도였다. 모든 인스턴트 던전을 휩쓸며 죽어라 힐을 줬고,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 강력한 힐사제로 명성을 떨쳤다.(접속과 동시에 귓말 서너개가 뜰 정도였다. ;ㅁ;) 호드와 전쟁이 벌어지면(뒤치기는 싫어하지만 전쟁은 좋아했다. 그건 서로 죽이고 죽겠다는 데 동의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테니까) 아케도끼(당시 전사 최강의 무기였다. 이거에 썰리면 천계열은 피 70-80%가 퍽퍽 단다)에 썰리는 법사를 살려서 데려오는 맛이 쏠쏠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삼중속.

사제는 언데드를 메즈상태(전투불능상태)로 만드는 속박이라는 기술이 있다. 원래는 한놈만 속박할 수 있었는데, 게임 버그로 인하여 스킬 레벨별로 속박이 가능한 편법이 나왔다. 언데드가 여러 마리 달려들 때, 첫 번째 놈에게 3레벨->1레벨 속박을, 두번째에게는 3레벨->2레벨 속박을, 세번째에게 3레벨 속박을 사용하면 세 놈 모두 속박이 된다. 레인보우6로 다져진 내 빠른 손은 그 작업을 능숙하게 해냈고, 그 때문에 스트라 솔룸 우체국장을 잡는 전용 힐러가 되기도 했다.(우체국장을 잡을 때는 강력한 언데드 부하 셋이 전투에 참여한다)

이런 사제만의 재미에 빠지다보니 훗날 다른 서버에서도 사제를 키우게 된다. 결국 내가 정착하다시피 했던 알레리아 서버(여기가 제일 처음 와우를 시작했던 마우러스네 집이다)에서도 새로 키운 사제를 끝까지 밀어붙여 아직까지 암사특성을 한 번도 건드린 적 없는 힐사제를 본캐로 두고 있다.(이 서버에는 60렙짜리 암사를 따로 가지고 있다.)

키는 키보드에 존재하는 모든 키를 다 사용한다. 전부 단축키로 지정했고, 왼손에 닿는 키들은 Alt와 Ctrl, Shift키와 모두 조합되어 있다. 내면의 집중력과 상급치유 최고레벨을 제외하고 숫자패드 쪽엔 모두 다 공격관련 스킬을 단축키로 지정했다. 제일 손이 잘 가는 키는 역시 파티원 선택키. 이것은 F G V H키와 Esc바로 아래 있는 `키(주요 대상, 이 키를 사용할 때는 주시대상 선택이라는 것이 없었다)를 썼다.

애인과 헤어지면서 최초의 사제 나무아멘이 있는 서버를 떠난 뒤, 잠시 와우를 접었다가 알레리아에 정착할 때가 사제로서의 또 다른 전성기였다. 미어주께써는 공개창이 힐러를 요구할 때 무조건 손들고 갔다. 이때는 어떤 인던이든 자신 있었다. 인던 속에서의 돌발상황도 내게는 더 이상 돌발상황이 될 수 없었고, 가장 최선의 대책으로 파티를 책임졌다.

이 당시 게임 내 좌우명이 하나 있었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파티를 운영하건(그것이 대단히 비합리적이더라도) 불평하지 않는다. 내가 실력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략을 잘 아는 실력자라면 불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력 좋은 사람이 실력 나쁜 사람을 지원하고 맞춰줄 수 있어도 그 반대는 될 수 없잖은가.

이렇게 오랜 시간 플레이하던 중 딸기모유가 비겁하게 텼다. 이 녀석은 와우를 접고 사회생활에 전념하는 중이다.(하긴 얘는 너무 버닝했다.)

이후에 대타(라고는 해도 딸기모유가 접기 전에 등장한) 둘이 나타나서 알레리아 서버를 빛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빛났다. 뒤늦게 참여한 A는 전사를 키우기 시작하더니 전사마니아가 되어 미친듯 버닝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후, 내가 와우 내에서 봤던 그 어떤 서버의 전사보다 뛰어난 파티 플레이를 보였다. A를 와우에 초대한 S도 뛰어난 법사. 그 결과 전사, 법사, 사제는 대망의 스칼로맨스 3인팟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3인팟이라는 말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던(딸기모유가 한 번 도전하여 혈장을 쓸었다) 시기에 우리 셋은 스칼로맨스에 뛰어들어 3인팟 공략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우리들은 첨탑 상층을 제외한 아제로스 각 지역 던전을 3인팟으로 휩쓸었다. 이 때가 파티 플레이로 제일 재미있었던 때다.

한창 3인팟에 열중하던 어느날 나는 얘들한테 배신 때리고 또 접었다. 일은 해야지. -_-

그 다음에 다시 들어왔을 때는 굴단, 드레노어 등 여러 서버에서 하나 둘 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흥미를 잃었다기보다 모든 길이 레이드로 통하는 시기가 싫었다. 공격대도 참여하긴 했지만, 역시 오손도손이 내 취향이었으니까. 

이제 게임과 관련한 얘기는 중간중간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생각날 때마다 적겠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9개:

  1. 비밀글// 제 메일주소는 ledeeoss@hanmail.net이에요. ^^



    갈드옹 같이 메롱합시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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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헐...딸기모유님이 사회생활중이시군요.

    같이 검둥 돌때가 아직도 생생한데..-ㅁ-

    딸기모유님은 진짜 제대로 된 냥꾼이었는데...

    아... 와우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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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우하고 싶네요-_;;





    키우다 만 내 흑마... 만렙은 언제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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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와우가 하고 싶어지는데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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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밀글// 알지. -0- 내가 너한테 투정부렸다면 그 이유는 '넌 감정 표현이 서툴러'라는 것 뿐이야. 넌 좋은 애라는 거 진작 알고 있었어. ㅇㅅㅇ



    빨리 자유로워져서 동동주 한 잔 걸쳤음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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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뭔가 엄청나네요. 슬슬 다시 해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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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와~~ 와우!! 진짜 재미있게 사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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