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1일 월요일

투자에 대하여

투자와 도박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모든 경우 수를 따진 뒤 확률이 가장 높은 방향으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고, 도박은 자본을 투입한 곳에 확률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심뽀다.

지금 당장 상황만 보고 자본을 투입하는 주제에 투자라고 쫑알대지 말고, 앞을 보며 장기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향해 도박이라고 움츠리지 말아라.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는 '누가 좀 대박 터뜨려라. 내가 좀 따라가게.'라는 심뽀를 몽땅 다 가지고 있어서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한둘이 있어서 유지가 되는 편인데, 그걸 꼭 앞서 말한 심뽀를 가진 사람들이 발목 잡아서 초기화 시킨다.

중국의 한류 열풍도 꽤 재밌다. 이 바보 방송국들이 무슨 짓을 했냐면, 한류 열풍이 불어서 한국 컨텐츠가 인기를 얻으니까 값을 와방 올렸다. 중국은 방송국이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만, 수익에 대한 조심성도 있다. 바로 옆에 일본 컨텐츠도 있는데 굳이 비싼 값을 들여서 한국 컨텐츠를 구입하려고 할까? 있기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싼 쪽에 먼저 손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한국 컨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접하게 될까?

다운받아 본다. 이 바보들아. -_-

이게 익숙해지면 한국 컨텐츠의 인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다운족으로만 몰리게 된다. 그 때 가면 값을 내려도 안 사지. -_- 작년 대비 70%도 채 안 되는 판매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며, 앞으로도 점점 암담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가 좀 비싼가? 다운받아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값을 올려야 한다고?

이 글 읽는 사람들 중에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 중 상당수가 '한글 815'를 언급할 거다.

1만원 짜리 소프트웨어 판매고가 얼마였더라? 이 때 한컴이 이 소프트웨어로 손해봤던가? 자기 멋대로 상황을 결정하지 말아라. 가격 다운을 통한 대중성에 대하여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암담해지는 것이지, 그쪽에 투자를 했는데도(그렇다고 또 거기만 투자하는 바보도 있다. 투자라는 것은 모든 부분에 적절한 활동을 갖추고 어떠한 부분에 특히 집중하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 하나만 밀고 나머지 소홀한 부분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서 사업한다는 소리하지 말아라) 실패했기 때문에 암담해진 것이 아니다.

예전에 한국 만화 위기라며 '일본 만화 쿼터제'를 주장했을 때, 거품 물고 반대했던 이유가 이거다. 쿼터제를 하여 독자가 원하는 일본 만화를 볼 수 없게될 때 독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겠는가. 우리나라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고, 일본 드라마, 미국 드라마가 잘 안 들어오는데 시청자는 많다. 왜 그럴까. 왜 그러긴. 다운 받아 보는 거지. '지금은 이렇게 보지만 정품 나오면 사겠다'라는 변명도 곧잘 나온다. 뭐 어쩌겠어. 방법이 이것 뿐이니. 만약 정말로 쿼터제를 실시했다면 일본 만화뿐 아니라 한국 만화도 다운받아서 보는 문화가 대대적으로 활성화 될 것이다.

법무법인이 잡으면 된다고? 이것도 참 웃기는 소리다.

대체 온라인을 뭘로 보는 거냐. 그따위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패키지 게임이 망한 거다. 막아도 막아도 뚫을 수 있는 존재가 온라인 유저들이다. 법무법인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 지원을 해도 잡을 수 없는 교묘한 방법이 순식간에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불법 다운로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옹호할 리가 없잖아. 밥줄이 달린 일인데 -_-) 이에 대처하는 사업체나 공공기관들이 너무 한심해서 꺼낸 말이다.

문화는 막는다고 막히는 게 아니다. 여기가 북한도 아닐 뿐더러, 북한이라 해도 요즘 문화 투입은 막을 수없다. 가장 최선이라 할 방법은 사람들이 가고 싶게 만드는 거다.

구매자가 보기에 '어라? 이쪽보다 이쪽이 더 끌리는데?'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기획이다. 시장 요소를 배제한 채, 또는 당장의 시장 상태에 국한한 채 '요건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컨텐츠에만 급급하고서는 그게 기획이라 쫑알대지 마라. 그것은 기획이 아니라 제품 연구다.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캐릭터는 그래도 승부가 되는데 시나리오가 많이 밀린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에 투자하는 금액 정말 쥐꼬리더라. 홍보나 제작에 투자하는 금액이, 특히 홍보가 중요하다고 시나리오의 수백 배 금액을 투자하는(이것은 비단 애니메이션 뿐 아니다) 업체의 운영방식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왕의 남자는 홍보 잘해서 관객수가 그랬냐? -_-

엄밀히 따져보자. 혹시 당신들은 투자가 아니라 그간 관행대로(관행 이상으로 쏟아부으면 웬지 아까우니까) 따라가면서, 운 좋게 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거 아니냐? 그거 도박이라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3개:

  1. 처음엔 주식 관련 이야긴가?! 싶었.. 쿨럭.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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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레디님이 주식투자를 하시나보다 했습니다만 ^^;;

    항상 좋은 말씀 잘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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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후련한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왕과 비 전편 비됴값을 방송사에서 5백만원인가 6백만원인가로 책정한 거 보고 정신줄 잠시 놨던 입장에서는 확 이해가 갑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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