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6일 수요일

눈팅죄

글을 연재할 당시에 없으면 서운할 정도로 자주 나타나는 것이 있다. 악플이다. 특별하게 의미를 담지 않고 그저 악플을 달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악플을 접할 때가 있다. 물론 이것은 내가 레디오시즘으로 유명해지기 전 연재글 이야기다. 유명해진 이후로 통일화된 의미가 담겨진 악플이 달렸다. -_-

난 악플에 둔감하다. 내가 어떠한 글에 민감해질 경우는, 그 글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때다. 특히 나와 관련되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면 예외 없이 화낸다. 나만 건드리면 냅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한 사실 하나를 깨달아서다.

글에 악플을 다는 사람은 많아야 열 명. 그런데 조회수는 백 배가 넘는다. 칭찬덧글도 조회수 1/10을 넘기는 경우가 아예 없다. 그럼 나머지 독자는 뭐냐! 독자인 거다. 말없이 읽는 거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연재해야 하나.

그런 소리 하는 사람보다 안 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그런 소리 듣건 말건 연재한다. 내가 연재를 하지 않게된다면 그건 연중병 도져서지 악플이니 뭐니하는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다. 연재중단이 벌어진다면 그건 무조건 내가 내 사정으로 벌인 일이다. 글과 관련하여 남에게 휘둘려 뭐 어쩐 적은 없는 것같다.(물론 내 요인이 외부에서 생활적으로 몰아치는 경우였던 부분은 제외하고)

칭찬이건 욕이건 끽해야 1/10. 하지만 웹상에서 이것저것 보면 이 1/10도 안 되는 무언가가 상황을 바꾼다. 그것이 좋건 나쁘건 아무 말없이 찾던 사람들은 사건에 휘둘려 선택 여지도 없이 결과를 따라야 한다.

눈팅만 한 죄다. 목소리 큰 놈이 잘만 떠들면 눈팅하던 모든 사람들이 그놈 뜻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마치 한나라당이 '국민이 원한다'라는 개구라를 마음껏 내뱉을 수 있는 것처럼, 눈팅족은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뜻과 상반되더라도 어느새 오심즉여심이 되어버려 이끌린다.

웹상에서 그걸 이용해먹는 사람들 참 많다. 때로는 이득 손해 다 필요없이 이용해먹는 재미에 빠져 일부러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 보이는 수십, 수백 명을 지휘하는 사람처럼 느끼니까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데 이것이 정석이다. 목소리 큰 놈이 나쁜 게 아니다.

회색에 적색 타면 적회색이고, 회색에 청색 타면 청회색이다. 투표 안 한 놈은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건 불평불만 없다는 소리다. 그냥 돌아가는대로 따르겠다는 소리다. 결과는 반드시 그렇게 나오니까.

뜻을 보이지 않으면 어떤 결과라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순간.

죄가 된다. 눈팅죄.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과에 대해 불만이 크지만 결과가 늘 이런 식이니 어쩌랴.

그리고 순수 목적 사이트에 대한 얘기도 좀 해야겠다.

수익이 생기는 사이트라거나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회원이 많아야하는 사이트가 아닌 그저 순수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운영하기가 참 힘들다. 마치 그곳이 나라이고, 자신이 국민인 양 깝치는 놈들 때문이다. 그곳은 나라가 아니다. 거기서 세금받디? 정작 대가리 고결하다고 착각하는 놈들이 원하는 사이트는 순수 목적 사이트면서, 유료 사이트처럼 유저를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뭔가 얻는 게 있는 사이트가 오래 남고 순수목적으로 이루어진 사이트는 운영하다 지쳐서 문 닫게 만드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유저가 철새가 되는 거다. 그런 지랄만 안 했으면 옛날에 좋아했던 사이트들 중에 지금도 볼 수 있는 애들 많았다. 너희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는데 잘 나가는 사이트가 있다면 그 뒤에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순수한 척하면서 뒤가 조낸 지저분한 사이트를 봤는데 역겨워 죽겠더군.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킬 건 지켜라. 운영자가 네 엄마냐? 떼 쓰면 다 들어주게.

뭐 하나 얘기 나오면 그 얘기에서 이 꼬투리 저 꼬투리 마구 찾아서 개싸움 벌이는 꼴을 보니 앞으로 한나라당 백 년은 더 갈 수 있겠다. 후계자가 인터넷 상에 조낸 빠방하다.(그런 놈들이 또 한나라당이랑 이명박은 잘도 욕해요.) 게다가 뒷일이니 뭐니 책임같은 거 지는 사람 못 봤다. 책임같은 거 물어보면 잽싸게 조중동 살피며 말 돌리고 어거지 쓰는 기술 펼치겠지. 아니면 되려 화내며 꿈속에서 생뚱맞은 책임 따다 그대 품에 안기겠지.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운다고 생각하며 말장난하던데, 논리라는 것은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거다. 순수목적 사이트의 기준은 운영원칙이고, 운영원칙이 기준이기 이전에 운영자 의도가 기준이다. 그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나가라.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말고. 그게 대중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면 너 아니라도 그 사이트 망한다. 이것저것 꼼수로 속여가며 사람 모으는 사이트가 아닌 이상, 운영원칙이 크게 잘못된 사이트가 잘 나갈 리 없잖냐.

특정 공간에 각별한 애정도 없이 자기 만족으로 깽판 치는 주제에 자신이 옳다고 여기기까지 하는 돌대가리들에게 어떤 말이 어울릴지 고민중이다.

아무튼 아쉽다.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5개:

  1. 비밀글// 어어라. -_-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이트 닫는 건 운영자에게 달려있다는 요지의 문장을 썼다 지웠는데 그 때 언급한 내용이 얽혀버렸네요. 쿨럭.

    답글삭제
  2. 그러니까, 레디님의 연중은 모두 개인 사정이란거군요 (...)

    답글삭제
  3. 새로 단장하신 블로그가 마치 블루스크린을 떠오르게 해서 흠칫흠칫합니다. 아....

    답글삭제
  4. ...무서운 병이네요. 연중병..(심각)(...)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