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2일 금요일

동에 대한 오해

누군가가 루머를 퍼뜨려서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시기에 달갑잖은 반응을 선동하는 기사를 썼다]라는 인식을 가진 분이 많다. 하지만 당시 동아일보는 당선자 측에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썼다. 경계하는 기사를 쓸 때는 외신, 또는 누군가의 표현을 빌어 대단히 소극적으로 살짝 언급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예를 들어 당선 때 적은 우려기사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외신보도다.

○…영국 BBC방송은 노 후보의 프로필과 함께 투표 결과를 자세히 전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노 당선자가 이끌 정부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북한 고립책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며 “벌어질 대로 벌어진 북-미 관계를 어떻게 중재해 나가느냐가 향후 노 당선자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대선이 북한 해법과 관련된 국민투표로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노 후보가 마지막 유세 도중 “남북평화보다도 중요한 것이 7000만 한민족의 생존”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이날 반미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 유세전에서 노 후보가 ‘보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원한다고 공언했음을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선거는 예측 불가능한 공산주의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띠고 있었다”며 “한국인들이 여당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매달려 있는 한미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해설까지 덧붙였다.

이것이 당선 시기에 동아일보가 보여준 가장 큰 앙탈이다. 추가로 최근 루머로 떠돌았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표현과 제일 가까운 기사는 노사모에서 활동하던 문성근씨의 입을 빌어 언급한 내용이 유일하다.

2월 19일 송화선 기자의 기사에서 [문성근은 “노짱의 득표율이 5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그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노사모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라고 적은 바 있다.

동아일보가 본격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죽이기에 동참한 시기는 개인적 추론으로 총선 이후가 아닐까 싶다. 즉, 당선 당시의 동아일보는 몸을 사렸던 것이다. 그렇다고 5년만 신문사 해먹고 말 것도 아닌데 대놓고 비비적 댈 수는 없으니(당선 당시 기사를 보면 나름 꽤 비볐다 -_-) 적당하게 몸을 움츠렸던 것이다. 한나라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조중이 난리부르스를 쳐도 여당에서 별반 태클걸지 않으니까 그 때부터 '어? 괜찮네?'하며 덤비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총선 결과를 보니 이건 비빌 곳을 잘못 찾았던게 분명했거든.

그래서 이렇게 된 거다. 동조중!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비볐었거든. 이거 어쩔...

중앙조차 기사 버그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몸을 사리는 이 때, 동아가 유독 눈에 띄게 미칠 듯 비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예전에 아주 잠까아안 실수 한 번 했던 거 잊어주세요. ;ㅁ;/

레디 오스 성화 올림

추잡: 옛 기사를 둘러보다가 향수에 젖을 내용이 몇 개 있었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하자 노무현 후보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으음... 전재산 헌납은 한나라당 고유 스킬이었군. -_-

19일 조선일보 사설 논란도 감회가 새로웠다.(당시 조선일보는 19일 사설로 개삽질을 했던 바 있다. 얼마 전 만평 바꿔치기를 했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삽질이었다. 대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그 날 아침 신문에 '노무현 뽑지 마'라고 대놓고 말했던 사건이다)

사설 마지막 문장이 처음에는 이랬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급작스러운 변화의 뜻을 슬기롭게 읽어내야 하는 일이다."


이게 좀 강하다고 생각했는지 새벽에 잽싸게 바꿨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줬던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댓글 2개:

  1. 이쯤되니까, 김대중부터 노무현까지, '그들'의 심정이 어땠는지 체감학습이 확실히 되는군요. -_-;

    근데 문제는, '그들'은 자기들이 잘못한 걸로 까이는거였는데 우리는 이게 뭥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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