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7일 수요일

과거를 사용하는 법

일단 왕창 트랙백

OX게임과 기사식당 이야기

얼마 전 이런 포스팅을 작성한 적이 있다. 우연히 이와 비슷한 논지로 붉은도시락님이 포스팅을 올렸다.

소설 창작자,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붉은도시락님 포스팅과 관련하여 아KE트RA브님이 포스팅을 올렸고...'아! 판갤의 그...!' 연안갈매기님도 포스팅을 올렸다.

한국 장르문학 출판사가 정말 미드 일드와 경쟁할 작품을 원하는 건가요?

소설 창작자의 진정한 라이벌? 그걸 아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나요?(링크가 안 먹힌다. 내 이글루가 연갈님한테 츤츤거린다.)

아KE트RA브님 포스팅에 붉은도시락님의 까칠한 덧글이 달렸다. 관련 포스팅이 올라왔다.

넥스비전 편집장의 리플을 보고

다 읽고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 까칠해.

이제 제목과 어울릴 포스팅을 적겠다.

나는 과거를 비난하는 행위에 대하여 회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미 저질러진 일에 이것저것 덧댈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과거를 알고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며, 그 이유를 벗어날 경우를 두고 나는 뻘짓이라 주장한다.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과거를 사용하는 것이 현재에 도움될 때.

대표적으로 친일파 청산이 있다. 출판쪽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예가 되겠지만, 너무 눈에 띄는 예라서 적었다. 친일파는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큰 축이다. 이에 대한 뚜렷한 분석과 대처가 없는 한, 한일합방 시의 친일로 인한 피해가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 없다. 이와 비슷한 피해를 줄 때, 언제고 그 죄값을 치르게 되리라는 뚜렷한 형태가 마련되어야 하기에 친일파 청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언급한 포스팅과 붉은도시락님이 언급한 포스팅이 이와 관련되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또한 붉은도시락님 포스팅에 발끈하여 트랙백 포스팅을 하신 분들도 내용이 틀렸다고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쳐진 표현법에 불쾌히 여기셨다고 본다) 과거 대본소 만화들이 불법 만화에 휘청거리다가 끝내 대여점에게 무너진 과거만 봐도, 새로운 컨텐츠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대본소 만화의 움직임이 어떠했는지 직접 겪어본 사람 입장에서 하나 적는다.

대본소 만화들이 초기에 집중적으로 찾았던 소재들은 아동용이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꿈과 환상 이야기가 기본 소재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성인취향으로 바뀌었다.

그 시기는 고급 유원지나 소유하던 오락기기들이 동네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다. 또한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와도 비슷하다. 황재라는 사람이 미츠루 아다치의 만화를 얼굴만 바꿔서 그대로 베낀 뒤, '푸른교실 시리즈'로 내다가 '쿵후 108인전'이라는 무협으로 탈바꿈하고, 이현세씨가 공포의 외인구단을 내고 대한민국 최고의 공장장 박봉성씨가 대본소 만화로는 파격적인 50여권 짜리 장편 신의 아들을 출간할 수 있었던 계기는 만화가 어린이들 컨텐츠에서 어른 컨텐츠로 확장되어서다. 이것이 사회적 여건으로 백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어린이들 놀이문화 컨텐츠가 만화만으로 한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는 선택인 탓도 있다. 대여점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대본소는 이미 '어린이용 만화'가 힘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황을 대본소 만화가들이 어떻게 대처했을까?

나쁜 표현으로는 튀었다. -_-

대본소계를 주름잡던 거물들이 잡지로 달려갔다. 판매시장용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양다리과정을 걸쳐서 차분하게 튀었다. 황미나, 이현세, 김영하, 한승원, 김동화, 허영만 등등 거물급 작가들은 판매시장 형성에 커다란 몫을 하며 새로운 세대가 발을 디딜 땅을 확실히 다져주었다. 나쁜 표현으로는 튀었지만, 좋은 표현으로는 계단을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이 과정과 맞물려 불법만화가 국내를 휩쓴 적이 있다. 이것이 국내 만화계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쳤을까.

'문화 컨텐츠=만화'라는 인식을 제대로 박아버린 것이다. 현재 나오는 창작물 상당수가 만화에서 파생되었다. 장르문학(소설)을 하는 작가들 중 '만화'와 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다. 이는 일종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불법만화'는 현재 큰 골머리를 썩히는 '불법복제'와 같은 맥락의 '악'이기도 했다.

옛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 '불법만화'는 창작 컨텐츠를 활성화시키는 데 영향을 준 반면, 현재 '불법파일'은 창작 컨텐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붙잡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이 사항에 대해 불쾌감을 느낄 분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것은 불법파일공유자 논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첨언한다. [영향을 주긴 하지만, 없어지는게 있는 것보다 투명드래곤 HP만큼이나 도움된다. 이놈들아.])

이 문제가 왜 '과거->현재'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과거에 성행했던 '불법만화'를 그 시절 출판사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아보자.

당시 출판사들은 불법만화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다.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는 '점프' '챔프'는 이들 불법만화가 성행하게 내버려두면서 조금씩 라이센스를 취득한 뒤, 야금야금 깨먹었다. 마치 인터넷에서 연재하다가 딱 끊어버리고 출간하는 것처럼, 불법만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인기를 확보한 작품만 라이센스를 내세워 잡지로 데리고 오는 방식을 취했다. 이 때 당시 불법만화로 돌아다니던 작품들 중 상당수가 '이미 라이센스를 가져온 작품'들이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풀어서 족치지 않고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만화컨텐츠를 의식하는데 써먹은 것이다.

그 때문에 대단히 위력적으로 성장하던 게임 문화가 있었음에도불구하고 만화 컨텐츠가 위세를 떨쳤다. 당시 일본만화 시장과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열악했던 한국만화 시장이 거대한 게임문화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에 이런 꽁수가 숨어있었다.

이런 전적을 분석하여 현재 '불법복제'에 대처하는 것이 과거를 사용하는 법이다.

덧붙여 대본소 작가들이 서로 싸우거나, 당장 살아보려고 가격단합을 한 끝에 '판매 퀄리티 서적'보다 '대여 퀄리티 서적'가격이 더 비싼 기현상을 일으켰던 것도 참고해야 된다. 지금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대본소 시장이 요즘 어떻게 됐나 모르겠다. 이 과정을 대여시장이 밟아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고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한다.(늘 주장하는 얘기지만 대여시장을 버리는 것은 대단히 멍청한 짓이다. 그 시장 성격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이름만 동인시장으로 바뀌어 처음부터 다시 계단을 밟아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존재하는 동인시장을 변질시킬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얘기가 길어진 이유로 1번은 이제 접고...(관련 내용을 반도 못 썼는데... -_-)


2. 과거가 미래에 도움을 줄 때

비슷한 맥락이다. [과거 전철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을 잡게되는 상황]을 말한다. 1번 말미에 적은 '대본소 시장 몰락'을 보고 '대여시장 몰락'을 예견하는 것과 같다. 또한 대본소 시장 몰락이 여타 시장을 활성화한 것이 아니라 더 암담한 쳇바퀴가 된다는 것을 감안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암담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붉은도시락님이 포스팅에 언급한 내용 때문이다. 다른 문화 컨텐츠가 많아져서 암담해지는 거다. 장르창작계가 안에서 열심히 치고 받는 동안, 다른 문화 컨텐츠들이 영역을 갉아먹었다고 보면 된다. 말 그대로 '내부에서 열심히 싸우느라, 외부 문제에 대처하지 못했다'가 되겠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트랙백한 글에 있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 까칠해]라고 말하게 된 근거다.

붉은도시락님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덧붙여 아KE트RA브님(이분 이름 싫다. 쓰기 너무 힘들어. ;ㅅ;)과 연안갈매기님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고, 둘 모두 장르창작계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에 부합되는 글이다.

그런데 둘이 합하니까 싸우는 내용이 되었다. -_-

이게 프린세스 메이커라면 그 따님 거지랑 눈맞아 도망치거나 굶어 뒤졌다. 발레만 죽어라 시켰던가, 학습만 죽어라 시킨 꼴이다.

- 작가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글을 써라. 그럼 탐난다.

출판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영역침범이 될 수 있겠으나, 붉은도시락님 포스팅은 '원론'을 얘기하는 순방향이다. 나 또한 비슷한 논지로 포스팅을 했듯이 저것이 맞는 말이다. 다른 작가 글만 경쟁상대로 삼기에 대중문학 컨텐츠 영역이 너무 좁아졌다.

다만 여타 포스팅이 지적했던 허점을 본바탕에 깔고 있다. -_-

문제는 '우리 출판사는 이런 작가를 원하니까 참고해라. 덕 좀 보자.'라는 논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출판사는 이런 관점을 가지고 사업해라. 그럼 탐난다.

라는 논지로 글을 올리는 분들이 반박에 앞서 '당신의 포스팅은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라는 조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둘은 같은 목표로 토론할 수 있으며 상당한 순방향 움직임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론은 반박글이 되었다.

여기에 문제가 중첩된다. 붉은도시락님 덧글도 공격적이었던 것이다.

게시자 분도 어서 빨리 자라셔서 어른이 되시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얼른 성장하셔서 재벌이 되셔서 한국 장르계에 무차별적이고 무사업적인 마인드로 자금을 뿌려주셨으면 하고, 오래된 장르 팬 중 한 명인 붉은도시락이 간절히 바랍니다.

이건 싸우자는 얘기다. -_-

붉은도시락님은 덧글을 통해, 또는 새로운 포스팅을 통해 [작가가 그러한 마인드로 쓴 글을 출판사는 이러한 마인드로 돋보이게 할 것이다.]라는 논지를 펼칠 수 있었다. 반박글을 융합하여 서로가 원하는 공동 목표로 달리는 동선 포스팅으로 바꿀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거다.

붉은도시락님 포스팅에 [출판사는 뭘 할지 적혀있지 않았]듯, 아케트라브님(아 편하다 ;ㅅ;) 포스팅에도 [넥스비전이 그랬다]라고  적혀있지 않다. 오히려 [여타 출판사], [출판사 전반에 걸친]이라는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내가 보기에 좋은 글이다.

두분은 각각 좋은 의도, 좋은 방향도 부족하여 [서로 합하면 플러스가 되는 내용]을 쓰고도 부딪쳤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내가 처음에 링크한 OX게임 어쩌고 포스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게 X를 내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지금 출판시장은 편을 가를 때가 아니고 편을 가를 이유도 없다. 보이는 건 단 하나 뿐이니까. 살아남아야하지 않겠는가.

레디 오스 성화 올림

댓글 14개:

  1. 일단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런 작가를 서포트 해줄수 있는 출판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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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죠. [작가는 잘 쓰고, 출판사는 잘 판다]라는 단순한 명제가 왜 이렇게 꼬이고 꼬였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반드시 풀리게 될 실타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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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냥 다 같이 웃으며 일할 수는 없을까요? 너무 이마에 주름만 잡으면서 일하면 더 피곤해지기만 할 것 같은데...

    너무 서로의 모난 구석만 보지 말고 특징을 존중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우리말고도 우리 단점을 지적할 사람은 많으니, 음냐음냐(오늘도 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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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미얄에도 사인해주세요! 아니, 이 말 하려던 게 아니지. 저도 술판 좀...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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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왠지 자꾸 나만 나쁜 놈이 되는거같은데...



    요새 자꾸 공격적으로 말하고 꼬투리 잡는식이 되는건 스스로도 느끼고 있습니다만, 그나마 쥐꼬리같은 인맥속에서 아시는 분들하고 대화해보면 그분들 논리는 이거하나로 귀결됩니다.



    '현시창'



    제가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기때문에 아무리 열변을 토한다해도 돌아오는 말은 이거더군요 '젊네요' '혈기넘치네요'



    이런 현실에 순수하게 슬퍼하고 화낼줄알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그건 그렇고 언젠가 제가 출판할날이오면 '아 판갤의 그...!' 저 문구는 제 소개로 써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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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싸 오타발견

    가격단합 - 가격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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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헉. 가격담합 감사합니다. -ㅁ-;;(본문 고치면 엄한 리플이 되니까 수정하지 않고 있을게요. ;ㅁ;)



    연안갈매기님은 왜 링크가 안되는 거예요?(포스팅으로 가보면 링크폭탄이 되어 있군요. 죄송합니다. -ㅁ-;;)



    근데 연안갈매기님 경우는 공격적 포스팅이나 '아! 판갤의 그...!' 게시물들들들을 주로 읽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울려요.(이를 어째...) 가끔 공감하는 말도 있어서 연안갈매기님 글은 놓치지 않는 편이거든요.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는 공생관계입니다.



    작가가 출판사에 잘팔리면서도 좋은 글을 넣어주면 그 출판사에게 이득이죠.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그 출판사에 보내주면 더더욱 이익이 됩니다.



    그리고 출판사가 작가의 글을 출판해주면 작가에게 이익이 되죠. 그리고 계속해서 그 작가의 글을 출판해주면 작가에게 더더욱 이익이 됩니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투자를 하고있는겁니다.]



    같은 내용은 약간 출판사 편을 든 감이 있긴 하지만, 무척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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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차피 같이 죽으면 같이 죽고 같이 살면 같이 사는 의존관계에 있는게 작가와 출판사니까요. ㅎㅎ 어떤 식으로 변해가든 같은 흐름을 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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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역시 레디오스님은 사랑할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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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과거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그것이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되라고 하는 거니까요. 글 잘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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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아케트라브라고 부르시는게 맞습니다.원래닉이 저거였거든요....

    그런데 연갈씨 언제부터 '아! 판갤의 그...!" 가 된겁니까?! 정말 판갤닉이랑 이글루닉 통일 안한게 현명한 선택이었다는게 느껴지는 순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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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솔로몬이 출판사를 차린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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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KOG 발매 연기



    대원의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3월 5일 ~10일에서야 나올 수 있다고....



    어?



    대원 살함들.... 심각한 매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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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으헉.. 아쉽지만 다음에 읽어야겠네요. 요즘 넘 피곤해서 억지로 눈을 뜨고 있는데 도저히...^^;; 작품은 잘되시는 거죠? (ㅋㅋ; 살짝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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