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6일 토요일

흑화됐었다.

별별 사람 많은 건 알았지만, 참 별나다. 자기가 정의소년인줄 알고 환상에 빠진 사람이 몇몇 있다.

글 싸지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여실히 깨닫는 최근이었다.

흑화를 풀기 위하여 포스팅 올린다. 조금 전에 커그에다 논쟁글을 올릴 뻔했다. 더 흑화됐다가는 곤란할 것 같아서 여기에 쓴다. -_-;;

내가 연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 아닐까? 발 지랄맞게 넓은 거. 이 바닥에서 오가는 사람 상당수를 만난 것 같다. 그 중 일부는 직접 생활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 시드노벨 얘기 좀 하자. 이 좁은 바닥에 있는 소수 출판사 중에서 내가 계약 한 번 하지 않은 극소수 출판사를 알바라도 되듯 옹호했던 이유나 좀 까발려야겠다. 몇몇이 그렇게 욕해대는 출판사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서라도 말해야겠다.

시드노벨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나는 그쪽 관계자와 만남이 있었다. 시드노벨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선정작가에 대한 논의도 했었고, KOG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고(원래 KOG는 시드노벨에서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사정이 열악해져서 급하게 선지급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 때 대원출판사가 기존 계약작 '저주학원'을 이미 분량이 완성되었던 'KOG'로 대체하는 조건으로 선지급을 해주었다.), 향후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토의도 했다.

국산 라이트 노벨 라인을 제일 먼저 구상한 쪽은 잼스노벨이다. 그 다음이 대원이다. 그 다음이 시드노벨이며 이 간격은 무려 1년 정도 기획시간차가 난다. 잼스노벨과 대원출판사가 작가영입 및 기획으로 2년 가까이 준비하고 있을 때, 시드노벨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일을 진척시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시드노벨을 '국내 최초 라이트 노벨 기획 출판사'로 잘못 알게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과거에도 있다. 지금은 잡지체계로 다시 이름을 꺼낸 '자음과 모음' 출판사가 그랬다. 그 때도 난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책임자 김현주님에게 비상하는 매, 마왕의 육아일기, 용의 신전, 가즈 나이트, 하얀 로냐프강 등 50여 편의 인터넷 연재 소설을 소개했다. 내가 지금까지 김현주님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 상상 못할 추진력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판타지 시장을 확대했다.
 
논객에게 내 주장을 말하겠다.

지금과 같은 판타지 일색의 시장이 만들어진 것은 드래곤 라자 때문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 출판사 때문이다. 한 작품으로 인하여 시장이 이루어진다는 꿈은 말 그대로 꿈이다. 그걸 뒷받침할 '시장'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 '백화점 건물 하나'만으로는 어림 없다. 드래곤 라자가 먼저인지 자음과 모음의 판타지 시장확대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사람에게 인증하겠다. 자음과 모음이 시장을 확대하던 도중에 내가 이영도님께 연락하여 자음과 모음 출판사 계약 얘기를 했다.(물론 거절 크리) 논객이 주장하는 작품성의 반향이 시장에서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드래곤 라자보다 몇 배는 더 팔린 퇴마록이 있는데 왜 퇴마록 계열의 시장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이제 시드노벨로 돌아가자.

이 엄청난 속도의 추진력은 국산 라이트 노벨 시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옆에서 봤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짓을 해야 그런 추진력이 나올 수 있는지 아는가? 궁금하면 '코믹마스터J'나 '호에로 펜'이라는 만화책을 찾아 읽어라. 과장 좀 많이 보태서 거기 만화가들처럼 눈을 까뒤집어야 가능하다.

기성작가 중에서 라이트 노벨로 출간하지 않는 작가가 꽤 많다.(아니, 대부분이다.) 왜일까? 일러스트와 책값, 그리고 편집 시스템이 대여시장의 출간서적과 전혀 다르다. 두 배의 노력을 들여 집필을 하지만 원고료는 더 적다. 라이트 노벨 출간은 하고 싶어서 하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회피한다. 그런 와중에도 이름 숨기고 공모전에 글 내서 당선하여 출간한 기성작가도 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간단하다. 좋아하니까.

마찬가지로 출판사 또한 두배의 노력을 들여 절반의 이익을 얻는다. 일러스트에 들이는 고료(일본 라이트 노벨 출간은 일러스트고료라는 것도 없고, 일러스트 재 요청 등 원고 수정작업이라는 게 아예 없다. 하지만, 더 팔린다.)도 없고, 원고료도 번역비보다 비싸다. 뿐만 아니라 원고 수정작업이 여러 번 이루어진다.

그 와중에 드라마CD니 동영상이니 머그컵이니 간담회니 하는 홍보도 겸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출판사 중에 이렇게까지 하는 출판사가 어디에 있냐고!

아주 먼 옛날에 작가들끼리 술 마시면서 '이런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할 때, 그 출판사와 가장 근접한 국내 출판사란 말이다. 내가 왜 알바처럼 시드노벨 편을 들고 아키타입 일리아드 편을 들고 노블레스 클럽 편을 들고 넥스비전 편을 드는 지 정말 모르겠냐? 앞이 보이는 출판사란 말이다! 이 거지 발싸개같은 출판시장에서 10년 넘게 살아오며 그나마 가장 희망적인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는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욕하는 거냐고!

싫어? 그럼 좋아하는 출판사는 뭐지? 책 안 팔렸다고 작가한테 네 책임이니 돈 내놓으라며 협박하던 성경 출판사? 원고 아무리 갖다 바쳐도 고료 한 푼 주지 않고 심지어 계약할 때 50만원 선인세를 주며 두 편을 한꺼번에 계약하라고 신인 꼬드긴 출판사? 원고료 조낸 밀리니까 잽싸게 부도 내고 모습 감추더니, 작가에게 이북업체에서 계약하자고 연락하니까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네랑 협의 안 하면 안된다고 하는 출판사? 좋은 글만 내겠다고 1년에 작가 한 명 잡을까 말까하며 윤년 기념 이벤트라도 되듯 찔끔찔끔 책을 내는 출판사?

왜? 이슬만 먹고 출판하라 그러지? ^^

열심히 해도 욕 먹을 수 있다는 거 알긴 알지만 참 너무한다. 내가 데뷔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절반 이상을 출판사와 싸워오다가 이렇게 편을 들기 시작한 건 내가 바뀐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뀐 거다.

아놔. 더 흑화되네. 그만 쓸래. -_-

어쨌건 자. 그럼 이제 좋아하는 출판사와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레디 오스 성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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